[하루 7부작 ④] 트로트보다 먼저 꺼낸 ‘겨울연가’…하루의 일본 진출과 OST 전략

‘무명전설’ 준우승 하루, ‘겨울연가’ OST ‘처음부터 지금까지’ 리메이크 예고
일본 현지 관계자들과 활동·프로모션 협의 추진…20여 년 전 한류를 연 콘텐츠로 첫 접점
이미 찬열도 같은 곡 리메이크…향수에 기대는 것을 넘어 ‘하루의 노래’로 다시 만들 수 있느냐가 관건

가수 하루의 해외 진출을 대만과 일본이라는 두 시장으로 나눠 보면 흥미로운 차이가 보인다.

대만에서는 현지 엔터테인먼트 기업과 매니지먼트·프로모션을 논의하며 새로운 팬을 만드는 작업이 중심이다. 반면 일본에서는 이미 일본 대중에게 강력한 기억으로 남아 있는 콘텐츠가 먼저 등장했다.

바로 ‘겨울연가’다.

최근 하루가 ‘한류시작 20주년 기념 프로젝트’에 합류해 드라마 ‘겨울연가’ OST를 리메이크한다는 소식이 알려진 데 이어, 8월 27일 보도에서는 그가 부를 곡이 메인 OST ‘처음부터 지금까지’라고 구체적으로 공개됐다. 아직 하루 버전의 정확한 음원 발매일은 발표되지 않았다.

같은 시기 일본 측 관계자들이 하루의 일본 활동과 프로모션을 논의하기 위해 한국을 찾을 예정이라는 계획도 공개됐다. 다만 8월 28일 현재 해당 방한 협의가 실제로 어떻게 진행됐고 어떤 계약이나 일정으로 이어졌는지는 공개적으로 확인된 내용이 없다. 따라서 현 단계는 ‘일본 진출 확정’이라기보다 일본 시장 진입을 위한 협의와 음악 프로젝트가 동시에 진행되는 단계로 보는 것이 정확하다.

그런데 왜 하루의 일본행 앞에 트로트 신곡보다 ‘겨울연가’가 등장했을까.

이 선택은 생각보다 전략적인 의미를 갖는다.

‘겨울연가’는 일본에서 단순한 옛 드라마가 아니다

‘겨울연가’는 2002년 KBS에서 방영된 뒤 2003년 일본 NHK 위성채널을 통해 소개됐고, 반응이 커지면서 이듬해 지상파 NHK에서도 방송됐다. 일본에서 첫 번째 대규모 한류 열풍을 일으킨 대표작으로 평가된다.

특히 일본에서 ‘겨울연가’의 영향력은 특정 드라마의 흥행을 넘어섰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은 일본 지상파 최종회 시청률이 관동지역 20.6%, 관서지역 23.8%를 기록했고, 주연 배용준이 일본을 처음 방문했을 당시 약 5천 명의 팬이 공항에 운집했다고 정리하고 있다. 드라마를 계기로 한국 음악과 영화, 관광에 대한 관심까지 확대됐다.

당시 일본 한류의 중심 소비층 가운데 하나가 중장년 여성층이었다는 점도 중요하다. KBS WORLD 역시 ‘겨울연가’가 특히 일본에서 큰 성공을 거뒀으며 중년 여성들에게 강한 향수를 불러일으켰다고 설명한다. 관련 학술 연구 역시 일본 한류 형성 과정에서 중·고령 여성 소비층의 역할을 주요한 요소로 분석했다.

즉 하루가 일본에서 ‘처음부터 지금까지’를 부른다는 것은 일본 소비자에게 전혀 새로운 한국 노래 하나를 소개하는 것과는 출발점이 다르다.

노래를 처음 알리는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기억에 새로운 목소리를 연결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하루에게 이것은 오히려 트로트보다 낮은 진입장벽일 수 있다

하루는 한국에서 트로트 가수로 이름을 알렸다.

하지만 일본 시장에 처음 들어가면서 곧바로 “한국의 젊은 트로트 가수”라는 설명부터 시작한다면 현지 대중에게는 장르 자체를 설명해야 하는 과제가 생긴다.

반대로 ‘겨울연가’ OST는 다르다.

작품과 노래를 기억하는 일본 소비자에게는 이미 감정적인 맥락이 존재한다.

‘처음부터 지금까지’라는 곡을 아는 사람에게 필요한 설명은 “이것이 어떤 노래인가”가 아니라 “이번에는 누가 어떻게 부르는가”다.

하루에게는 이 차이가 상당히 크다.

특히 그의 강점으로 평가받는 중저음과 감정 전달, 발라드 성향을 생각하면 ‘겨울연가’ OST는 정통 트로트보다 일본 소비자에게 하루의 목소리 자체를 먼저 알릴 수 있는 소재가 될 수 있다.

하루 역시 과거 인터뷰에서 자신의 강점인 발라드와 피아노를 활용해 기존 트로트의 외연을 넓히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결과적으로 일본에서는 트로트를 먼저 팔기보다 ‘감성 보컬리스트 하루’를 먼저 보여주는 구조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처음부터 지금까지’라는 곡은 쉬운 카드가 아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사실이 하나 더 있다.

하루가 참여하는 ‘한류시작 20주년 기념 프로젝트’에서 ‘처음부터 지금까지’를 다시 부르는 가수는 하루가 처음이 아니다.

엑소 찬열이 이미 이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이 곡을 리메이크했고, 2025년 12월 24일 음원을 공개했다. 프로젝트에는 츄, 미연, 펜타곤 후이, 찬열, 규빈, 세이마이네임 등 여러 K팝 아티스트가 참여해 ‘가을동화’, ‘겨울연가’, ‘여름향기’, ‘봄의 왈츠’ OST를 새롭게 부르고 있다.

펜타곤 후이는 또 다른 ‘겨울연가’ 대표곡 ‘My Memory’를 리메이크했다.

따라서 하루의 버전은 원곡 가수 RYU의 노래와만 비교되는 것이 아니다.

불과 얼마 전 공개된 K팝 스타의 리메이크와도 자연스럽게 비교될 수밖에 없다.

이는 하루에게 기회이면서 부담이다.

같은 노래를 부르기 때문에 하루의 목소리와 해석이 더 선명하게 드러날 수 있지만, 단순히 ‘젊은 가수가 다시 부른 겨울연가 OST’ 정도에 머문다면 차별성을 만들기 어렵다.

결국 필요한 것은 원곡을 얼마나 비슷하게 재현하느냐가 아니라 왜 이 노래를 하루가 불러야 하는지를 음악적으로 증명하는 것이다.

20여 년 전 팬과 지금의 팬을 동시에 만날 수 있다는 점은 강점이다

이번 프로젝트의 흥미로운 점은 시간차다.

‘겨울연가’를 일본에서 처음 본 핵심 팬층은 20여 년의 시간이 흘렀다. 반면 하루는 현재 젊은 트로트 가수로 성장하고 있고, 국내에서는 최근 ‘젠지스타’ 투표에서 38.78%를 얻어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새로운 팬덤을 만들어가고 있다.

따라서 ‘겨울연가’라는 콘텐츠 안에서 서로 다른 두 세대가 만날 가능성이 생긴다.

기존 일본 한류 팬에게는 익숙한 노래가 입구가 되고, 젊은 소비자에게는 새로운 한국 가수의 목소리와 이미지가 입구가 될 수 있다.

이 연결이 성공한다면 하루는 일본에서 전형적인 트로트 가수와 다른 위치를 확보할 수 있다.

한국의 중장년 트로트 소비층만을 해외로 옮기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드라마 한류와 현재의 K팝·K콘텐츠 소비층 사이에서 새로운 접점을 만드는 방식이다.

일본 진출과 ‘한류 20주년 프로젝트’가 동시에 움직이는 것도 주목할 부분

하루의 일본 활동 논의와 이번 OST 프로젝트는 서로 별개의 사업일 수 있다.

현재 공개된 자료만으로 일본 측 프로모션 협의가 ‘한류시작 20주년 기념 프로젝트’를 전제로 진행된다고 단정할 근거는 없다.

그러나 일정상 서로 연결될 가능성을 주목할 만하다.

프로젝트 측은 올해 하반기 패키지 앨범 발매와 함께 한국과 일본에서 참여 가수들이 함께하는 콘서트 개최를 추진하고 있다.

앞서 지난 4월 프로젝트 관련 보도에서도 9~10월을 전후한 패키지 음반과 참여 아티스트 공연 계획이 공개된 바 있다.

다만 여기에서도 구분해야 할 부분이 있다.

하루가 프로젝트 참여 가수라는 것은 확인됐지만, 향후 일본 콘서트에 하루가 실제 출연한다는 개별 일정은 아직 공식적으로 확정 발표되지 않았다.

따라서 현재 단계에서 “하루 일본 공연 확정”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앞서간 판단이다.

앞으로 확인해야 할 것은 음원 발매일과 일본 현지 활동 일정, 그리고 프로젝트 콘서트 출연 여부다.

일본과 대만은 같은 해외 진출이지만 전략은 전혀 다를 수 있다

이번 시리즈 1편에서 살펴본 대만 진출과 비교하면 하루의 해외 전략이 더욱 흥미로워진다.

대만에서는 Darton Entertainment와 함께 현지 프로모션을 추진하며 ‘하루라는 새로운 가수를 소개하는 것’이 핵심이다.

일본에서는 반대로 이미 20년 이상 축적된 한류의 기억을 활용할 수 있다.

대만이 새로운 팬덤을 만드는 시장이라면, 일본에서는 기존 한류 팬의 기억을 다시 깨우면서 새로운 세대를 더하는 방식이 가능하다.

이 차이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해외 진출이라고 해서 모든 나라에서 같은 노래와 같은 홍보전략을 사용한다면 시장별 특성을 살릴 수 없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겨울연가’를 활용하는 방식은 적어도 현지에 이미 존재하는 한국 콘텐츠의 기억을 활용한다는 점에서 시장 친화적 접근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하루에게 이미 OST 경험이 있다는 것도 작은 자산이다

하루에게 드라마 OST 자체가 처음은 아니다.

그는 지난 6월 KBS2 주말드라마 ‘사랑을 처방해 드립니다’ OST ‘아아 사랑이 미워요’를 발표했다. 이 곡은 트로트 기반의 미디엄 템포 곡으로 하루의 감정 표현과 보컬을 드라마 서사와 연결한 작업이었다.

이번 ‘겨울연가’ 리메이크는 같은 OST이면서도 성격이 전혀 다르다.

신작 드라마의 새로운 곡을 부르는 것이 아니라 이미 20년 이상 대중의 기억에 남아 있는 노래를 다시 해석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창력이 좋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기억 속 원곡과 비교되면서도 자신의 목소리를 남겨야 한다.

그 점에서 이번 작업은 향후 하루의 음악 방향을 확인할 수 있는 상당히 중요한 녹음이 될 수 있다.

Next Insight 분석 | 일본에서 필요한 것은 ‘욘사마의 추억’이 아니라 하루의 다음 이야기다

‘겨울연가’를 이용한 일본 진출에는 분명 강력한 장점이 있다.

일본에서 작품 자체가 갖는 인지도와 감정적 자산은 신규 가수가 쉽게 만들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바로 그만큼 함정도 있다.

20여 년 전의 향수만 소비한다면 관심은 일회성에 그칠 수 있다.

‘겨울연가를 부른 젊은 한국 가수’에서 끝나면 하루라는 이름 대신 작품만 기억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진짜 승부는 그다음이다.

‘처음부터 지금까지’를 통해 하루를 처음 접한 일본 소비자가 그의 신곡을 찾아 듣고, SNS를 구독하고, 팬미팅과 공연 티켓까지 구매할 것인가.

이 단계로 넘어가야 ‘겨울연가’는 추억팔이가 아니라 시장 진입을 위한 교두보가 된다.

오히려 하루에게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는 분명하다.

과거의 한류가 문을 열고, 하루 자신의 음악이 그 문을 넘어가는 것이다.

‘겨울연가’는 일본에서 한국 대중문화가 대규모 팬덤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처음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였다.

20여 년이 지난 지금 그 음악을 20대의 신인 가수가 다시 부른다는 것은 그래서 상징적이다.

하지만 상징성만으로 스타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음원을 공개한 이후 현지 프로모션이 실제 방송과 공연으로 연결되는지, 프로젝트 콘서트에 하루가 참여하는지, 일본 내 독립적인 팬덤이 만들어지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하루의 일본 진출은 아직 시작선에 있다.

그러나 대만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실험이라면 일본은 이미 존재하는 한류의 기억을 새로운 가수에게 연결하는 실험이라는 점에서 서로 다른 의미를 갖는다.

그리고 그 첫 번째 시험곡이 ‘처음부터 지금까지’다.

20여 년 전 일본의 한류를 시작했던 제목처럼, 하루의 일본 이야기도 어쩌면 ‘처음부터 지금까지’가 아니라 ‘지금부터 앞으로’가 더 중요한 노래가 될 수 있다.

취재·작성: 김귤연 기자 | Next Insight News
nextinsight.news@gmail.com

참고자료
스포티비뉴스·일간스포츠 하루 ‘젠지스타’ 및 ‘겨울연가’ OST 리메이크 관련 보도
스포츠경향·더팩트·스포티비뉴스 ‘한류시작 20주년 기념 프로젝트’ 관련 보도
뉴시스 ‘한류시작 20주년 기념 프로젝트’ 음반·공연 계획
연합뉴스·대한민국 정책브리핑 일본 ‘겨울연가’ 한류 관련 자료
KBS WORLD ‘Winter Sonata’ 자료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겨울소나타’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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