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0% 박형화 이어 미세 연결·금속 충전 기술 공개…4800억원 글라스코어 공급망까지, 마지막 관문은 고객 평가와 양산 수율
삼성전기의 유리기판이 ‘소재를 바꾸는 실험’에서 실제 제조공정으로 들어가고 있다. 2024년 대면적 휨과 신호손실 개선을 앞세워 처음 공개한 뒤 지난해에는 기존 기판보다 두께를 약 40% 줄였고, 올해는 유리에 미세 연결 통로를 만들고 금속을 채우는 기술까지 전면에 내세웠다. 여기에 4800억원 규모의 글라스코어 공급망 투자도 시작됐다. 이제 질문은 유리기판을 만들 수 있느냐가 아니라, 고객이 요구하는 품질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반복 생산할 수 있느냐로 바뀌고 있다.
휨을 줄여야 미세회로가 산다

삼성전기는 9~11일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KPCA Show 2026’에서 2.5D·2.1D 패키지기판과 유리기판을 함께 공개했다. 올해 유리기판에서 강조한 것은 유리에 미세 연결 통로를 형성하고 이를 금속으로 채우는 기술과 정밀 표면가공이다.
AI 가속기는 GPU와 HBM 등 여러 칩을 하나의 패키지 안에 넣으면서 기판은 커지고 배선은 더 촘촘해진다. 문제는 면적이 커질수록 기존 유기기판의 휨이 커지고, 미세한 변형도 수많은 접점의 위치와 높이를 흔들 수 있다는 점이다.
유리의 강점은 여기서 나온다. 강성과 치수 안정성이 높아 대면적 기판의 휨을 줄이고, 층수를 낮추면서도 신호와 전력 특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 삼성전기의 설명이다. 결국 ‘덜 휘는 기판’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더 큰 AI 칩을 더 촘촘하게 연결하기 위한 조건인 셈이다.
2024 휨, 2025 두께, 2026 미세 연결
3년간의 공개 내용을 나란히 놓으면 기술 방향은 더 선명하다.
2024년 삼성전기는 KPCA Show에서 글라스 코어를 적용해 대면적 기판의 휨과 신호손실을 개선한 유리기판을 처음 공개했다. 2025년에는 기존 기판보다 두께를 약 40% 줄인 글라스코어 패키지기판을 내놨다. 그리고 올해는 미세 연결 통로와 금속 충전, 표면 정밀가공까지 공개 범위를 넓혔다.
2024년에는 ‘유리를 쓸 수 있다’, 2025년에는 ‘더 얇게 만들 수 있다’, 2026년에는 ‘그 안을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가 전면에 나온 것이다.
소재의 가능성을 설명하던 기술이 실제 제조공정으로 이동하고 있다.
4800억원, 기술 공개 뒤에 붙은 공급망
투자도 같은 방향이다.
삼성전기는 지난 7월 일본 스미토모화학그룹 자회사 동우화인켐과 유리기판 핵심 소재를 생산할 합작법인 글라셈(GlaSSEM) 설립을 결정했다. 총 출자 규모는 약 4800억원. 삼성전기가 3191억원을 투자해 지분 66.2%를 확보하고, 경기 평택에 생산거점을 구축해 2027년 하반기 본격 가동을 추진한다.
시제품을 보여주는 데서 멈추지 않고 핵심 소재 공급망까지 직접 묶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삼성전기의 패키지솔루션 사업은 올해 2분기 매출 7716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7% 증가했고, AI 가속기와 서버 CPU용 고부가 기판이 성장을 이끌었다. 유리기판 역시 이 시장의 다음 단계에 놓여 있다.
남은 관문은 ‘같은 품질을 반복하는 것’
그러나 여기서 기술 완성을 선언하기는 이르다.
유리는 평탄성과 치수 안정성이 좋은 대신 깨지기 쉽다. 미세한 연결 통로를 만들고 금속을 채우고 배선층을 쌓은 뒤에도 균열과 박리, 단선 없이 신뢰성을 유지해야 한다. 한 장의 시제품을 만드는 것과 수천·수만 장을 같은 품질로 찍어내는 것은 다른 문제다.
일부 업계 매체는 삼성전기 시제품의 고객 신뢰성 평가와 양산 일정에 불확실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반면 삼성전기는 고객 인증 실패 사실은 없으며 평가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고, 글라스코어 소재는 2027년 하반기, 완성 유리기판은 2028년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따라서 현재 단계에서 고객 평가의 성공이나 실패를 단정할 근거는 없다.
오히려 이 논란이 유리기판 산업의 가장 어려운 부분을 보여준다.
미세 홀을 뚫는 기술보다, 그 공정을 수율과 신뢰성을 유지하며 계속 반복하는 기술이 더 어렵다.
Next Insight 분석 | 전시장에서 공장으로 넘어가는 2년

삼성전기의 유리기판은 분명 앞으로 움직였다. 2024년 휨과 신호손실, 2025년 40% 박형화, 2026년 미세 연결과 금속 충전. 여기에 4800억원 규모의 글라스코어 공급망까지 붙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보여준 것은 기술이 갈 수 있는 방향이다. 시장이 요구하는 것은 그 다음이다.
AI 반도체용 기판은 더 크면서도 휘지 않아야 하고, 더 촘촘하면서도 연결이 끊어지지 않아야 한다. 무엇보다 이 품질을 수율과 가격까지 맞춰 반복 생산해야 한다.
그래서 삼성전기의 다음 경쟁 상대는 또 다른 시제품이 아니다.
고객 평가, 수율, 그리고 2028년 양산이다.
2024년에는 유리를 보여줬다. 2026년에는 그 유리에 회로를 연결하는 방법을 더 깊게 공개했다. 이제 남은 2년은 전시장의 기술을 공장의 제품으로 바꾸는 시간이다.
유리기판의 진짜 승부는 그때부터다.
취재·작성: 김귤연 기자 | Next Insight News
참고·첨부자료
- 삼성전기, 「KPCA Show 2026서 AI·서버용 차세대 반도체 패키지기판 기술 선보여」, 2026.09.10
- 삼성전기, 「KPCA Show 2024」·「KPCA Show 2025」 유리기판 공개자료
- 삼성전기·동우화인켐 글라스코어 합작법인 ‘글라셈’ 설립 및 투자자료, 2026.07.02
- 삼성전기 2026년 2분기 경영실적 및 고객 평가 관련 삼성전기 입장·업계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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