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은 부족한데 LH 3만8493호는 빈집…634억원이 드러낸 ‘공급 숫자의 착시’

행복주택 공가율 9.4%, 빈집 87.8%는 40㎡ 미만…
판교 ‘유령아파트’ 13년 뒤에도 남은 수요·공급의 엇갈림

공공임대 입주를 기다리는 사람은 줄을 서 있는데 LH 건설임대 3만8493호는 반년 넘게 비어 있다. 올해 예상되는 미수 임대료와 관리비 부담만 633억8000만원, 13년 전 판교 백현마을 3696가구가 수요를 눈앞에 두고도 수년간 비었던 장면과 원인은 달라도 질문은 같다. 공급한 집의 숫자와 실제 사람이 원하는 집의 숫자는 같은가.

97만호 가운데 빈집 3만8493호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장종태 의원이 LH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기준 건설임대주택 97만7240호 가운데 3만8493호가 6개월 이상 공가, 비율은 3.9%다. 공가로 받지 못할 것으로 추정되는 임대료 465억원에 실제 유지·관리에 필요한 168억8000만원을 합치면 올해 부담은 633억8000만원, 2022년 365억4000만원보다 약 74% 늘었다.

여기서 634억원 전체를 현금 손실로 보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168억8000만원은 실제 관리비, 465억원은 입주했다면 받을 수 있었던 임대료의 기회손실이다. 숫자를 구분해도 문제의 방향은 달라지지 않는다. 빈집이 늘수록 관리비는 나가고 임대수입은 사라진다.

더 역설적인 숫자도 있다. 지난해 전국 공공임대 대기자는 9만3497명, 올해 배정된 건설임대 입주 물량은 7779호로 대기자의 8.3% 수준이었다. 필요한 집은 부족한데 이미 지어진 집은 비어 있는 구조다.

행복주택 9.4% 공가…작을수록 더 많이 비었다

공가가 가장 두드러진 유형은 행복주택이다. 15만3280호 가운데 1만4483호가 6개월 이상 공실, 공가율 9.4%로 전체 평균의 2.4배다. 이 가운데 7657호는 1년 이상, 1399호는 3년 넘게 입주자를 찾지 못했다.

평형에서는 미스매치가 더 뚜렷하다. 행복주택 공가 가운데 전용 30㎡ 미만이 9043호, 30~40㎡ 미만 3667호로 **40㎡ 미만이 1만2710호·87.8%**를 차지했다. 청년·신혼부부를 위한 주택이라도 지나치게 작은 면적과 불리한 입지, 생활·교통 조건이 겹치면 낮은 임대료만으로 수요를 끌어오기 어렵다는 신호다.

지역 격차도 크다. 세종 공가율 12.2%, 충남 10.4%인 반면 서울은 0.6%, 제주 0.9%. 같은 공공임대라도 어디에, 어떤 크기로 공급했느냐에 따라 결과가 완전히 달라졌다.

2009년 판교 3696가구…수요가 있어도 비었던 집

비슷한 장면은 판교에서도 있었다.

LH는 2009년 12월 성남 재개발 주민의 순환이주용으로 백현마을 3·4단지 3696가구를 준공했지만 재개발 지연으로 대부분이 3년 넘게 비었다. 주변은 판교 핵심 입지였지만 목적이 ‘재개발 이주용’으로 묶이면서 일반 수요가 들어갈 수 없었고, 빈 단지는 ‘유령마을’로 불렸다. 당시 유지관리비와 받지 못한 임대료·보증금 이자 등을 합친 손실 추정치는 한때 493억원까지 올라갔다.

수요가 없었던 것도 아니다. 2013년 백현마을 4단지 1869가구를 국민임대로 전환하자 9312명이 신청해 평균 4.98대 1, 성남 거주 일반공급은 10.74대 1을 기록했다. 3단지 1722가구도 같은 해 말 일반 국민임대로 전환됐다. 비어 있던 이유가 집의 상품성보다 정책 목적과 공급 시점의 엇갈림에 가까웠다는 의미다.

13년 뒤 달라진 원인, 같은 결과

판교의 문제는 필요한 곳에 집은 있었지만 제도가 풀지 못한 공실, 2026년의 문제는 집은 공급했지만 평형·지역·생활조건이 수요와 어긋난 공실이라는 차이가 있다.

원인은 달라졌지만 결과는 같다. 공급 실적에는 한 채가 더해졌지만 실제 주거 해결에는 한 채가 빠졌다.

Next Insight 분석 | 공급 호수보다 중요한 ‘입주한 집’

공공주택 정책은 오랫동안 착공·준공·공급 호수로 성과를 설명해왔다. 그러나 3만8493호의 장기 공가와 9만3497명의 대기자가 동시에 존재한다면 공급 숫자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영역이 생긴다.

판교에서는 쓸 수 있는 집을 제도가 묶었고, 지금 행복주택에서는 공급한 집과 원하는 집이 어긋났다.

결국 문제는 집을 얼마나 지었느냐보다 누구에게, 어디에, 어느 크기로 공급했느냐다.

이미 지어진 장기 공가는 세대 통합·리모델링·공급유형 전환으로 줄이고, 새 공급은 지역별 수요와 가구원 수를 먼저 읽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공급 목표는 채워져도 빈집 숫자는 다시 쌓인다.

공공주택의 성과는 준공된 집이 아니라, 사람이 들어가 살아가는 집에서 완성된다.

취재·작성: 김귤연 기자 | Next Insight News

참고·첨부자료

  •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장종태 의원실·LH 제출자료, 2026년 7월 말 건설임대 공가 현황
  • 공공임대 대기자 및 2026년 건설임대 공급계획 자료
  • 연합뉴스, 판교 백현마을 3·4단지 장기공실 및 일반공급 관련 보도, 2013년
  • 연합뉴스, 백현마을 3단지 국민임대 전환 공급,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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