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범석 서울경찰청장 “배우 위해·협박 확인되면 법에 따라 엄정 조치”…필요하면 순찰 강화·신변보호도 검토
자택 앞 집회 자체에선 특별한 불법행위 확인 안 돼…표현의 자유와 범죄행위는 같은 선에서 판단할 수 없어
영화 **<암살자(들)>**을 둘러싼 논란이 작품의 역사 해석에서 배우 개인의 자택 앞 시위로 번진 가운데, 경찰이 처음으로 대응 원칙을 분명하게 제시했다.
영화를 비판하고 집회를 여는 것 자체는 보호받아야 하지만, 그 과정에서 배우에게 위해를 가하거나 협박하는 등 구체적인 범죄 혐의가 확인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는 것이다.
고범석 서울경찰청장은 6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암살자(들)> 출연 배우와 관련해 **“위해나 협박과 같은 부분은 당연히 법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유해진 배우나 소속사 측에서 별도의 신변보호 요청은 없지만, 안전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순찰 강화나 신변보호 조치도 준비하겠다는 입장이다.
경찰의 설명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을 막겠다고 했는가보다 무엇과 무엇을 구분했는가다.
지난 4일 유해진 자택 인근에서 영화 상영 중단과 제작진·배우의 사과를 요구하는 집회가 열렸지만, 경찰은 현재까지 당시 집회 자체에서 특별한 불법행위가 확인됐다고 밝히지는 않았다. 반면 향후 배우를 상대로 위해·협박 등의 행위가 발생할 경우에는 별도의 범죄 문제로 다루겠다는 것이다.
작품을 비판하는 것과 배우를 협박하는 것은 다른 문제
이 구분은 당연해 보이지만 이번 논란에서는 매우 중요하다.
<암살자(들)>은 1974년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소재로 한 작품으로, 극 중 일부 인물이 중앙정보부 ‘윗선’의 개입 가능성을 하나의 가설로 제시하는 장면을 놓고 역사왜곡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영화는 논란 속에서도 지난달 23일 개봉한 뒤 6일 기준 누적 관객 241만명을 넘어섰다.
역사적 사건을 다룬 영화라면 작품의 사실관계와 해석, 창작자의 관점을 비판하는 것은 가능하다.
관객이 영화를 보지 않겠다고 선언하거나 불매운동을 제안하고, 제작사에 항의하거나 적법하게 집회를 여는 것 역시 기본적으로 표현과 집회의 자유 영역에서 판단해야 한다.
그러나 비판의 대상이 작품에서 배우 개인으로 옮겨가고, 그 방식이 생명·신체에 대한 위해를 고지하거나 현실적인 공포를 유발하는 협박으로 넘어간다면 더 이상 단순한 의견표현만의 문제로 볼 수 없다.
경찰이 이번에 그은 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관용 없다’보다 정확한 경찰 발언은 ‘법에 따라 엄정 조치’
일부 보도에서는 이번 경찰 입장을 ‘관용 없다’고 압축했지만, 기사에서는 실제 발언을 정확하게 사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고 청장의 확인된 발언은 **“배우에 대한 위해나 협박과 같은 부분은 당연히 법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를 취할 것”**이다.
이는 현재 집회 참가자들이 이미 범죄를 저질렀다고 판단했다는 의미가 아니다.
경찰이 말한 것은 향후 구체적인 범죄 혐의가 확인될 경우 법률에 따라 대응하겠다는 원칙이다.
따라서 “경찰이 자택 앞 집회를 불법으로 규정했다”거나 “시위 참가자들을 처벌하기로 했다”고 확대해석하면 사실관계와 달라질 수 있다.
협박죄는 ‘싫은 말을 했다’는 것만으로 성립하지 않는다

법적으로도 비판과 협박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현행 형법 제283조는 사람을 협박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상대방에게 불쾌하거나 거친 말을 했다고 모두 협박죄가 되는 것은 아니다.
구체적인 발언의 내용과 상황, 상대방과의 관계, 표현방법 등을 종합해 상대방에게 현실적으로 공포심을 일으킬 정도의 해악을 고지했는지를 따져야 한다.
때문에 이번 사건에서도 “집 앞에서 항의했다”는 사실만으로 협박죄가 성립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반대로 표현의 형식을 빌렸더라도 특정 배우에게 신체적 위해를 가하겠다는 식의 구체적인 위협이 확인된다면 표현의 자유만으로 보호하기 어려워진다.
주거지 앞 집회도 신고했다고 모든 행위가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집회의 자유 역시 무제한 권리는 아니다.
현행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은 평화적인 집회를 보호하면서도 주거지역에서 다른 사람의 사생활의 평온을 뚜렷하게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 집회의 일시·장소·참가인원이나 확성기 사용 등 방법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시행령도 제한 가능한 사항으로 집회 장소와 참가인원, 확성기 사용, 구호 제창 등의 방법을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집회 신고가 접수됐다는 것은 집회 자체가 보호되는 절차적 출발점이지, 집회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행동이 자동으로 적법해진다는 의미는 아니다.
반대로 주거지 근처에서 집회가 열렸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불법이라고 판단할 수도 없다.
결국 장소·시간·소음·접근방식·발언내용·반복성 등을 개별적으로 살펴야 한다.
문체부의 ‘안전조치 요청’ 뒤 경찰이 대응 원칙 제시
경찰의 이번 발언은 전날 문화체육관광부가 관계기관에 안전조치를 요청한 직후 나왔다.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5일 영화에 대한 평가는 자유지만, 창작자에 대한 신변위협은 별개의 문제라며 경찰청 등에 영화 관계자와 출연 배우에 대한 안전조치와 거주지 앞 위협·협박 등 불법행위에 대한 엄정한 법 집행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유해진 소속사 역시 배우를 향한 허위사실과 인신공격, 사생활 침해와 신변 위협 등에 대해 자료를 수집하며 대응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정부와 경찰의 입장을 함께 놓고 보면 공통된 기준이 보인다.
영화에 대한 비판을 막겠다는 것이 아니라, 비판이라는 이름으로 개인의 안전과 일상을 침해하는 행위까지 보호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영화 제작진 상대 명예훼손 고발 사건과도 분리해야 한다
한편 <암살자(들)>을 둘러싸고 진행되는 법적 절차가 모두 배우 신변 문제와 관련된 것은 아니다.
영화의 내용과 관련해 제작진 등을 상대로 제기된 명예훼손 고발 사건도 별도로 경찰에 접수돼 수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즉 현재는 최소한 두 층위의 법적 문제가 동시에 존재한다.
하나는 영화의 내용 자체가 명예훼손 등 법적 책임을 발생시키는지, 다른 하나는 영화를 비판하는 과정에서 배우 개인을 향한 위협이나 다른 불법행위가 있었는지다.
두 사안을 섞으면 영화에 대한 비판이 배우에 대한 위협과 동일시되거나, 반대로 배우 신변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영화 내용에 대한 비판을 금지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법적으로도 별도의 사건으로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배우가 유명인이라는 이유로 주거의 평온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유명 배우는 자신의 작품과 발언에 대해 일반인보다 강한 사회적 평가와 비판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유명인이라는 사실이 개인 주거공간의 평온과 신체적 안전에 대한 보호까지 없애는 것은 아니다.
특히 작품의 제작·각본·역사적 해석 전체를 한 명의 출연 배우가 결정했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에서 작품에 대한 책임을 특정 배우 개인에게 집중시키는 방식은 별개의 논쟁을 만든다.
이번 사건에서 배우의 자택이 집회 장소로 선택되면서 논란이 커진 것도 이 때문이다.
영화를 만든 사람에게 항의할 자유와, 그 사람이 일상생활을 보내는 공간을 어디까지 항의 장소로 삼을 수 있는지는 같은 질문이 아니다.
Next Insight 분석 | 경찰이 그은 선은 ‘찬성과 반대’가 아니라 ‘표현과 행위’다

<암살자(들)> 논란을 둘러싸고 가장 위험한 접근은 모든 문제를 한쪽으로 묶는 것이다.
영화를 역사왜곡이라고 비판한다고 해서 그 사람이 배우에 대한 신변위협까지 지지한다고 볼 수 없고, 배우를 협박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고 해서 영화에 대한 비판을 막자는 뜻도 아니다.
경찰이 이번에 제시한 원칙도 두 영역을 분리하는 데서 출발한다.
집회와 비판은 보호한다. 그러나 위해와 협박은 법률에 따라 판단한다.
짧지만 중요한 기준이다.
표현의 자유는 자신이 동의하는 말만 보호하기 위해 존재하는 권리가 아니다. 거칠고 불편하며 때로는 강한 비판까지도 상당한 범위에서 보호돼야 한다.
그러나 표현이라는 형식을 사용한다고 해서 모든 행동이 같은 보호를 받는 것도 아니다.
특정 개인의 신체에 위해를 가하겠다고 위협하거나, 실제 행동을 통해 공포를 조성한다면 그때부터는 표현의 내용이 아니라 행위의 위법성이 문제가 된다.
반대로 정부나 경찰이 ‘신변보호’를 이유로 적법한 비판과 평화적 집회까지 광범위하게 제한한다면 그것 역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어느 쪽의 주장이 옳으냐가 아니다.
같은 비판이라도 어디까지는 시민의 권리이고, 어느 순간부터 다른 사람의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로 바뀌는가를 구체적인 법적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이다.
이번 경찰 발표가 의미를 갖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영화의 역사적 해석은 관객과 전문가, 정치권이 계속 논쟁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논쟁이 배우 개인의 안전 문제로 넘어간 순간부터는 별도의 법적 기준이 적용된다.
경찰이 앞으로 실제로 판단해야 할 것도 집회 참가자가 영화를 찬성했는지 반대했는지가 아니다.
그들이 무엇을 주장했느냐가 아니라, 그 주장을 어떤 방식으로 행동에 옮겼느냐다.
<암살자(들)> 논란은 이제 표현의 자유가 어디까지 허용되는지를 넘어, 표현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범죄와 표현의 경계를 얼마나 정확하게 나눌 수 있는가를 묻고 있다.
작성·취재 | Next Insight News 김귤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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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 서울경찰청, 2026년 10월 6일 정례 기자간담회 고범석 서울경찰청장 발언
-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암살자(들)> 출연 배우 안전조치 및 불법행위 대응 관련 입장
- 국가법령정보센터, 「형법」 제283조
- 국가법령정보센터,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및 같은 법 시행령
- 유해진 소속사, 사생활 침해·신변 위협 관련 공식 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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