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한 사업장 46.5%서 법 위반…사고 뒤 수백 건 적발, 예방감독은 무엇을 놓치나

2022년 상반기 9,506곳 점검해 1만1,993건 적발…2026년 산업안전 감독 5만 곳으로 확대

감독관 실습교육 80%·고위험 10만 곳 자체점검까지…문제는 ‘몇 곳 봤나’보다 ‘위험을 얼마나 깊게 봤나’

산업재해가 발생하면 평소 보이지 않던 위험이 한꺼번에 드러난다.

최근 1년간 중대재해 3건이 발생한 세아베스틸을 특별감독했더니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592건이 적발됐다. 이 가운데 328건은 사법조치, 264건은 약 3억8천만원의 과태료 대상이 됐다.

중대재해가 2023년 1건, 2024년 3건, 2025년 5건으로 반복된 포스코이앤씨도 본사와 전국 현장을 감독하자 403건의 위반이 나왔다. 올해 하청 노동자가 설비에 끼여 숨진 HL만도 평택공장에서는 원·하청을 합쳐 138건이 적발됐고, 86건은 사법처리, 52건은 과태료 대상이 됐다.

사고 뒤 감독이 평상시 감독보다 훨씬 강하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그래도 질문은 남는다.

사람이 죽은 뒤에 보이는 위험을 사고 전에는 왜 충분히 발견하지 못했는가.

46.5%가 위반…위험은 이미 사고 전에 존재했다

이 질문은 특별감독 사례만으로 제기되는 것이 아니다.

고용노동부가 2022년 상반기 중대재해 위험이 높은 사업장을 선별해 9,506곳을 점검·감독한 결과, 4,419곳인 46.5%에서 1만1,993건의 법 위반이 확인됐다.

사업주의 직접적인 안전보건조치 의무가 지켜지지 않은 곳은 3,682곳, 전체의 38.7%였다. 안전보건관리 시스템 자체가 부실하게 운영된 곳도 2,863곳, 30.1%에 달했다.

이 수치를 전체 사업장으로 일반화할 수는 없다. 애초 위험도가 높은 사업장을 선별한 감독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바로 그 점 때문에 더 중요한 의미가 있다.

위험 사업장을 골라 감독했는데도 절반 가까이에서 법 위반이 발견됐다면, 감독 대상에 들어오지 않은 위험은 어떻게 찾아낼 것인가.

예방감독의 핵심은 사고가 난 사업장을 다시 보는 것이 아니라, 아직 사고가 나지 않았지만 위험한 사업장을 먼저 찾아내는 데 있다.

800명에서 2,095명으로…정부도 감독체계를 키운다

정부도 이 한계를 의식하고 있다.

2024년 당시 800여 명이던 산업안전감독관의 현장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교육과정의 체험·실습 비중을 80% 이상으로 확대했다. 강관비계를 직접 조립·해체하고 실제 기계와 장비를 다루면서 위험요인을 찾아내는 방식이다.

올해는 규모 자체가 달라졌다.

정부 계획상 산업안전보건 감독 물량은 기존 약 2만4천 곳에서 5만 곳 이상으로 확대된다. 산업안전 감독인력도 2025년 1월 895명 수준에서 2026년 말 2,095명까지 확충하는 계획이다.

전국 70개 패트롤팀을 상시 가동하고, 안전일터 지킴이 1천명을 투입하며 패트롤 차량과 드론도 늘리고 있다. 감독 이후에도 위험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는 사업장은 개선될 때까지 반복 감독하는 체계도 도입했다.

숫자만 보면 감독행정은 분명 커지고 있다.

하지만 감독관이 두 배 늘어난다고 현장을 읽는 능력까지 자동으로 두 배가 되는 것은 아니다.

고위험 10만 곳 ‘자체점검’…사각지대를 찾는 새로운 방식

올해 4월부터는 산업재해 고위험 사업장 10만 곳을 대상으로 전수 자체점검도 시작됐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정부 감독관이 10만 곳을 직접 조사한다는 의미가 아니라는 점이다. 사업장이 체크리스트를 이용해 먼저 자체점검하고, 정부가 그 결과와 위험정보를 분석해 실제 감독·점검 대상을 선별하는 방식이다.

전국 모든 사업장을 감독관이 직접 볼 수 없는 현실에서 합리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동시에 또 다른 질문을 만든다.

안전관리 역량이 충분하지 않은 사업장, 위험을 축소해 판단하는 사업장, 서류와 실제 작업환경이 다른 사업장까지 자체점검표만으로 얼마나 정확하게 걸러낼 수 있느냐는 문제다.

위험성평가와 자체점검이 제대로 작동하면 예방행정의 눈이 넓어진다. 반대로 체크리스트 작성 자체가 목적이 되면 서류는 늘어도 위험은 그대로 남는다.

사고 뒤 592건…문제는 ‘몰랐던 위험’만이 아니다

세아베스틸 특별감독 결과는 이 문제를 더 깊게 보여준다.

노동부가 확인한 것은 안전난간이나 방호장치 같은 개별 위반만이 아니었다. 안전보건교육, 유해·위험 방지업무, 안전보건관리체계와 조직문화까지 문제가 지적됐다.

포스코이앤씨 역시 단순 현장 위반 적발을 넘어 본사의 안전보건관리체계 전반을 별도로 진단했다.

이는 반복되는 중대재해가 항상 한 작업자의 실수나 하나의 안전장치 문제로만 설명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위험을 발견하지 못한 것과 위험을 알고도 조직이 제대로 고치지 못한 것은 다른 문제다.

예방감독도 이제 이 둘을 구분해야 한다.

현장에서 무엇이 위험한지를 찾아내는 기술적 전문성뿐 아니라, 같은 위험이 반복되는 사업장의 조직·관리체계가 왜 작동하지 않는지까지 읽어야 한다.

감독의 숫자가 아니라 ‘깊이’를 측정해야

정부가 감독 물량을 5만 곳으로 늘리고 감독관을 2천명 이상으로 확대하는 것은 분명한 변화다. 위험 사업장 10만 곳 자체점검과 상시 패트롤도 사각지대를 줄이기 위한 시도다.

그러나 감독의 성과를 ‘몇 곳을 방문했는가’만으로 측정하면 중요한 부분을 놓칠 수 있다.

첫 번째 감독에서 발견하지 못한 위험이 두 번째 감독에서 얼마나 나왔는지, 시정지시 뒤 같은 위반이 다시 발생했는지, 민원이 제기된 사업장의 위험이 실제로 제거됐는지, 사고가 난 뒤 특별감독에서 이전에 놓친 문제가 얼마나 발견됐는지를 함께 봐야 한다.

그래야 처리된 감독과 실제로 안전해진 현장을 구분할 수 있다.

Next Insight 분석 | 5만 곳을 보는 것보다 무엇을 보는지가 중요하다

산업재해의 일차적 책임은 안전조치를 해야 하는 사업주에게 있다. 정부 감독이 모든 사고를 막을 수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감독행정은 더욱 정확해야 한다.

위험도가 높은 9,506곳을 골라 봤더니 46.5%에서 법 위반이 나왔고, 사고가 반복된 기업을 깊이 들여다보자 한 회사에서 수백 건의 위반이 발견됐다. 정부가 감독 물량과 인력, 장비를 동시에 확대하는 이유도 기존 방식만으로는 사각지대를 줄이는 데 한계가 있다는 판단과 맞닿아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감독의 양 다음 단계다.

5만 곳을 봤다는 숫자보다, 그 5만 곳에서 사고가 나기 전에 어떤 위험을 찾아냈는지를 공개해야 한다.

적발 건수도 중요하다. 과태료와 사법처리도 필요하다.

그러나 산업안전 행정의 가장 좋은 성적표는 사고 뒤 작성되는 특별감독 결과서가 아니다.

사고가 발생하지 않아 작성할 필요가 없어진 사고조사서다.

작성·취재 | Next Insight News 김귤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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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고용노동부 「2022년 상반기 산업안전보건 감독 결과」
고용노동부 「㈜세아베스틸 특별감독 결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총 592건 적발」
고용노동부 「2025년 사고 다발 포스코이앤씨 산업안전보건감독 결과」
고용노동부 「HL만도 평택공장 산업안전 감독 결과」
고용노동부 「산업안전감독관 교육과정, 체험·실습형 80% 이상으로 대폭 확대」
고용노동부 「2026년 산업안전보건 점검·감독 규모 및 방식 개선」
고용노동부 「산업재해 고위험 사업장 10만개소 전수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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