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지 전수조사, 칼끝 바뀌었다…상속·고령농은 빼고 투기만 겨냥

상속·고령농·관행 임대차 등 5개 유형 처분 제외

특별조치법 추진…농촌 현실 반영, 투기성 농지는 엄정 대응

정부가 농지 전수조사의 칼끝을 다시 세웠다. 상속 농지와 고령농 보유 농지, 관행적 임대차 등은 처분 대상에서 빼고, 투기성이 뚜렷한 농지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전수조사로 드러난 위반을 일괄 처벌하기보다 농촌 현실과 투기를 구분하겠다는 방향 전환이다.

상속·고령농, 처분 대상서 제외

농림축산식품부는 전수조사 결과 가운데 상속 농지, 고령농·관행 임대차 농지, 종중·사찰·미등기 상속 등 소유관계가 복잡한 농지, 맹지·영농 곤란 농지, 미허가 농업용 시설이 있는 농지 등을 처분 대상에서 제외할 방침이다.

공통점은 투기 목적과 거리가 멀다는 점이다.

부모에게 농지를 물려받았지만 직접 농사짓지 못하는 경우, 나이와 질병 탓에 임대한 고령농, 오래된 구두 임대차처럼 농촌에선 흔하지만 법 체계와 완전히 맞물리지 않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전수조사가 시작되면서 이런 농지까지 처분 대상으로 묶일 수 있다는 불안이 커졌고, 정부도 일률적인 법 적용의 한계를 인정한 셈이다.

전수조사, 투기 적발에서 현실 정리로

정부는 올해 5월부터 전국 농지 소유·이용 실태를 전수조사해왔다.

무단 휴경과 불법 임대차, 소유관계 불일치를 잡아내 농지 투기를 차단하는 게 목적이었다. 하지만 조사 범위가 넓어질수록 오래된 상속과 관행 임대차까지 함께 드러났다.

문제는 모두를 같은 위반으로 볼 수 있느냐였다.

농촌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된 상황에서 직접 경작이 어려운 농민까지 처분 절차에 넣으면 법 집행보다 혼란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번 조치는 전수조사의 목적을 투기 단속과 농지 현실 정리로 나누겠다는 의미에 가깝다.

특별법으로 먼저 막고, 농지법은 뒤따라 손질

정부는 현행 농지법만으로 정리하기 어려운 사례를 특별조치법으로 우선 보호할 계획이다.

당정은 이달 중 특별법을 발의하고 연내 입법을 추진한 뒤, 전수조사 결과를 토대로 내년 상반기 농지법 개정까지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즉 조사 결과가 나왔다고 곧바로 처분 명령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막고, 먼저 예외 범위를 정한 뒤 제도를 손질하겠다는 순서다.

농지은행 역할 확대도 함께 검토된다. 농업진흥지역 중심의 매입 범위를 넓혀 실제 영농이 가능한 농지를 청년농과 전업농에게 연결하는 방안이다.

투기성 농지는 그대로 겨냥

예외가 늘어난다고 단속 자체가 약해지는 것은 아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투기성 취득, 공유 농지의 무단 휴경·불법 임대차, 농업법인의 부동산업 영위처럼 투기 목적이 뚜렷한 사례는 처분 대상에 남는다.

결국 이번 조치의 핵심은 ‘처분 완화’보다 대상을 다시 가르는 작업이다. 농촌의 불가피한 사정은 걷어내고, 투기성 농지는 더 선명하게 남기는 방식이다.

Next Insight 분석 | 농지법, 원칙과 현실 사이

농지법의 기본 원칙은 농사를 지을 사람이 농지를 소유하는 데 있다. 하지만 고령화와 상속, 장기간 이어진 임대차 현실까지 모두 같은 잣대로 묶기엔 농촌의 구조가 이미 크게 달라졌다.

예외가 너무 넓으면 투기 차단이 약해지고, 너무 좁으면 정상적인 농촌 생활까지 불법이 된다.

농지를 지키는 법은 어디까지 원칙을 세우고, 어디까지 현실을 받아들여야 할까.


작성·취재 | Next Insight News 김귤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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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 농림축산식품부, 농지 전수조사 후속 대책
  • 농림축산식품부, 고령·상속 농지 처분 제외 관련 설명
  • 연합뉴스, 농지 전수조사 특별조치법 추진 보도
  • 정부, 농지은행 기능 확대 및 농지법 개정 검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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