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월 메밀꽃에서 10월 핑크뮬리·억새, 늦가을 단풍까지…가을 제주가 ‘한 가지 꽃’에서 계절 전체로 확장
SNS 명소였던 핑크뮬리는 여전히 인기지만 생태적 관리 필요…제주관광은 억새·메밀·걷기·제철 먹거리로 무게중심 이동
가을 제주를 떠올리면 한동안 가장 먼저 등장했던 색은 분홍이었다.
핑크뮬리가 정원과 관광지를 채우면서 제주 가을여행의 대표적인 사진 명소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2026년 제주 가을은 조금 달라지고 있다.
분홍빛 핑크뮬리만 찾는 여행에서 벗어나 은빛 억새, 하얀 메밀꽃, 팜파스와 코스모스, 한라산 단풍까지 계절의 변화를 따라가는 여행으로 확장되는 모습이다.
제주관광공사 역시 올해 가을 추천 관광에서 억새와 메밀꽃을 대표적인 계절 풍경으로 소개하며 가을 여행의 폭을 넓히고 있다.
9월, 가장 먼저 제주를 하얗게 만든 것은 메밀꽃
제주의 가을은 메밀꽃에서 시작한다.
제주시 오라동에서는 9월 메밀꽃을 주제로 한 행사가 열렸고, 한라산을 배경으로 넓게 펼쳐진 하얀 메밀밭이 가을 초입의 풍경을 만들었다.
제주에서 메밀은 단순한 관광용 꽃이 아니다.
척박한 토양에서도 비교적 잘 자라는 작물로 오랫동안 제주 식문화와 연결돼 왔다.
그래서 메밀꽃밭은 ‘사진 명소’와 동시에 제주 농업의 흔적이라는 두 가지 의미를 갖는다.
가을여행 역시 꽃을 보는 데서 그치지 않고 메밀음식과 마을, 주변 오름까지 함께 묶으면 제주다운 경험이 된다.
10월, 분홍빛 핑크뮬리는 여전히 강하다
핑크뮬리는 여전히 제주 가을의 인기 소재다.
휴애리자연생활공원과 카멜리아힐 등 정원형 관광지에서는 9월부터 11월 사이 핑크뮬리를 중심으로 가을 풍경이 이어진다.
특히 카멜리아힐에서는 핑크뮬리와 팜파스, 숲길과 돌담이 함께 어우러지면서 한 장소에서도 서로 다른 가을 색을 볼 수 있다.
핑크뮬리의 장점은 분명하다.
색이 강하고 사진에 잘 담기며, 넓은 군락을 배경으로 하면 짧은 시간에도 인상적인 장면을 만들 수 있다.
그래서 SNS 중심 여행문화와 가장 잘 맞는 식물 가운데 하나였다.
그러나 핑크뮬리만 보는 여행은 조금씩 바뀌고 있다
최근 제주 가을여행에서 더 눈에 띄는 것은 억새의 재발견이다.
애월읍 어음리와 중산간 일대, 금백조로 주변에서는 가을이 깊어질수록 억새가 넓게 번진다.
특히 오후 햇빛을 받은 억새밭은 분홍색 핑크뮬리와 전혀 다른 분위기를 만든다.
바람에 흔들리는 은빛 억새는 한 곳에서 사진을 찍는 ‘정원형 관광’보다 드라이브와 걷기, 오름 여행에 더 잘 어울린다.
이 때문에 가을 제주는 특정 꽃밭 한 곳을 찾아가는 여행보다 길을 따라 계절 풍경을 만나는 여행으로 확장되고 있다.

핑크뮬리의 또 다른 얼굴…예쁘지만 관리도 필요
핑크뮬리는 북미 원산의 외래식물이다.
국립생태원의 위해성 평가에서 생태계 위해성 2급으로 분류된 바 있으며, 이는 생태계교란생물로 지정됐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무분별한 확산을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제주에서도 과거 공공부문의 신규 식재를 자제하거나 일부 지역에서 제거가 이뤄진 사례가 있다.
따라서 핑크뮬리를 단순히 ‘제주의 대표 가을꽃’으로만 소개하는 것보다 관광 가치와 생태적 관리가 함께 필요한 외래식물이라는 점까지 보는 것이 정확하다.
늦가을에는 꽃에서 단풍으로
10월 이후 제주 가을은 다시 색이 바뀐다.
중산간의 억새가 절정을 지나면 한라산 고지대부터 단풍이 시작되고, 기온이 내려가면서 숲길과 오름의 색도 짙어진다.
제주는 고도 차이가 크기 때문에 같은 날에도 해안과 중산간, 한라산의 계절감이 다르게 나타난다.
이 점은 제주 가을여행의 가장 큰 장점 가운데 하나다.
하루 일정 안에서도 바닷가의 초록과 중산간의 은빛 억새, 높은 지역의 단풍을 동시에 만날 수 있다.
Next Insight 분석 | 제주 가을여행은 ‘꽃 한 송이’에서 ‘계절의 흐름’으로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가을 제주를 상징하는 사진 한 장을 고르라면 핑크뮬리가 가장 먼저 떠올랐다.
하지만 지금은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메밀꽃과 억새, 팜파스, 코스모스, 단풍과 숲길, 제철 음식까지 하나의 여행 흐름으로 묶이는 추세다.
결국 제주 가을의 매력은 특정 꽃이 가장 예쁜 며칠에만 있지 않다.
9월의 하얀 메밀에서 10월의 분홍 핑크뮬리와 은빛 억새를 지나 늦가을의 단풍으로 이어지는 변화 자체가 여행의 콘텐츠가 되고 있다.
가을 제주를 제대로 즐기려면 ‘어디에 핑크뮬리가 많은가’만 찾기보다 지금 제주에서 어떤 색이 시작됐는지를 보는 편이 더 좋다.
분홍빛 하나로 기억되던 제주 가을이 올해는 하얀빛과 은빛, 붉은빛까지 훨씬 넓은 색으로 여행객을 맞고 있다.
작성·취재 | Next Insight News 김귤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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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 제주관광공사, 2026 가을 추천 제주관광 자료
- 비짓제주, 오라동 메밀꽃 및 가을 여행 콘텐츠
- 비짓제주, 휴애리자연생활공원·카멜리아힐 관광정보
- 국립생태원 핑크뮬리 생태계 위해성 평가 관련 자료
- 제주지역 핑크뮬리 식재·관리 관련 공개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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