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폭행·폭언 이어지자 승객들이 제압…케이블타이 뒤 덕트테이프까지
美 연방법은 승무원 업무 방해 엄격 처벌…핵심은 ‘응징’ 아닌 비행 안전 확보
비행기 좌석에 사람의 몸을 덕트테이프로 묶은 사진만 보면 과잉 대응처럼 보인다. 그러나 미국 아메리칸항공 618편에서 벌어진 15분을 따라가면 질문은 달라진다. 수천m 상공에서 폭력을 멈추지 않는 승객을 어디까지 제압할 수 있는가.
욕설에서 폭행까지…순식간에 달라진 기내
현지시간 3일 미국 댈러스포트워스에서 뉴저지 뉴어크로 향하던 아메리칸항공 618편. 일등석에 타고 있던 애리조나주 거주자 아서 런딘(Arthur Lundeen·67)이 비행 도중 공격적인 행동을 보이기 시작했다.
전직 경찰관인 승객 후안 메히아는 런딘이 승무원과 주변 승객에게 모욕적인 말과 인종차별적 발언을 하기 시작했고 이후 옆자리 승객을 공격했다고 증언했다. 메히아와 리처드 올레닉 등이 개입했지만 저항은 계속됐다.
결국 런딘의 손은 케이블타이로 묶였고 몸은 덕트테이프로 좌석에 고정됐다. 제압 과정에서 런딘이 메히아의 손을 물었다는 증언도 나왔다. 그렇게 그는 볼티모어에 긴급 착륙하기 전까지 약 15분 동안 좌석에 묶여 있었다.
비행기는 목적지 뉴어크 대신 볼티모어/워싱턴 국제공항으로 회항했다. FAA도 승무원이 ‘승객 소란’을 보고한 뒤 항공기가 현지시간 오후 10시15분께 안전하게 착륙했다고 확인했다.
덕트테이프보다 중요한 ‘제압의 목적’
기내에서 사람을 묶는 행위 자체만 떼어놓고 보면 위험하다. 그러나 항공기 안에서는 일반적인 공공장소와 조건이 다르다.
문을 열어 문제 승객을 즉시 내보낼 수도 없고 경찰이 몇 분 안에 도착할 수도 없다. 폭력적인 승객 한 명이 승무원의 안전업무를 방해하면 다른 승객뿐 아니라 항공기 운항 자체로 위험이 번질 수 있다.
따라서 기내 제압의 기준은 처벌이 아니라 위험을 멈추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통제다. 이번 사건에서도 개입한 승객들은 런딘을 공격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상황이 더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 제압했다고 설명했다.
이 차이는 중요하다. 난동 승객을 때리거나 보복하는 것과, 승무원의 요청 아래 움직임을 제한해 비행 안전을 확보하는 것은 같은 행동으로 볼 수 없다.
비행 중 폭력, 단순한 ‘승객끼리 싸움’ 아닌 이유

미국은 기내 난동을 비교적 엄격하게 다룬다.
미 연방법 49 USC §46504는 폭행이나 위협으로 승무원의 업무를 방해하거나 업무수행 능력을 떨어뜨리는 행위를 범죄로 규정하고 있다. 유죄가 인정되면 위험한 무기를 사용하지 않은 경우에도 최대 20년의 징역형이 가능하다. 위험한 무기를 사용한 경우에는 처벌 범위가 더욱 커진다.
FAA 역시 2021년 도입한 기내 난동 승객에 대한 ‘Zero Tolerance’ 정책을 상시 정책으로 전환했다. 과거처럼 경고나 상담 수준에서 끝내지 않고 승무원을 폭행·위협하거나 업무를 방해하는 행위에 적극적인 법 집행 절차를 적용한다.
런딘은 착륙 직후 메릴랜드 교통당국 경찰에 체포돼 2급 폭행과 질서문란 혐의를 받았다. 비행 중 벌어진 행위에 대해서는 FBI가 별도로 조사 중이어서 향후 연방 혐의가 추가될 가능성도 남아 있다.
체포 뒤 이어진 또 하나의 책임
사건의 영향은 비행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런딘이 소속돼 있던 애리조나 부동산업체 Long Realty는 사건을 확인한 뒤 그와의 소속 관계를 즉시 종료했다고 밝혔다. 회사는 더 이상 런딘이 회사를 대표할 권한이 없다고 설명했다. 일부 보도에서는 ‘해고’라고 표현했지만 부동산 중개인의 계약 형태를 감안하면 ‘소속·제휴 관계 종료’가 보다 정확한 표현이다.
형사책임과 별개로 개인의 행동이 직업과 사회적 신뢰까지 무너뜨린 셈이다.
Next Insight 분석 | 하늘 위에서는 ‘제압하지 않는 위험’도 존재
덕트테이프로 사람을 좌석에 묶은 사진은 강하다. 사진만 보면 먼저 떠오르는 질문도 자연스럽다. “저렇게까지 해도 되는가.”
그러나 항공기라는 공간에서는 반대쪽 질문도 필요하다.

“계속 폭력을 행사하는 승객을 제압하지 않으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
이번 사건은 처음부터 덕트테이프로 시작되지 않았다. 폭언과 물리적 충돌이 이어졌고 승객들이 개입했으며, 케이블타이로 손을 묶은 뒤에도 저항과 물기가 계속되자 추가적인 결박이 이뤄졌다. 그리고 항공기는 결국 회항했다.
기내 제압의 핵심은 도구가 덕트테이프냐 케이블타이냐가 아니다. 위험의 정도에 비례했는지, 필요한 범위를 넘어섰는지, 승객을 응징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승객과 항공기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행동이었는지가 기준이다.
좁은 객실, 도망갈 곳 없는 승객, 즉각 출동할 수 없는 경찰. 하늘 위에서는 때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역시 안전한 선택이 아닐 수 있다.
취재·작성: 김귤연 기자 | Next Insight News
nextinsight.news@gmail.com
참고자료
미국 연방항공청(FAA), American Airlines Flight 618 Incident Statement
ABC News, Unruly passenger arrested after being restrained with duct tape during flight
The Independent, American Airlines passenger duct-taped to seat after mid-air meltdown loses his job
49 U.S.C. §46504, Interference with flight crew members and attendants
FAA, Zero Tolerance for Unruly and Dangerous Behavi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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