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의 한 끼 8부작 ④]

편의점은 남고 김밥집은 줄었다…서민의 한 끼를 차지한 새로운 경쟁자들

CU 상반기 간편식 16%·줄김밥 25.5% 증가…GS25 간편식 24.1% 성장
구내식당도 ‘런치플레이션’ 수혜…값싼 한 끼의 소비처가 빠르게 이동
김밥집의 경쟁 상대는 다른 김밥집이 아니라 공장·물류·PB·할인이 결합된 ‘시스템’

김밥집이 줄어드는 동안 김밥이라는 음식까지 사라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정반대의 숫자가 나오고 있다. 2026년 상반기 CU의 줄김밥 매출은 전년보다 25.5% 늘었고, 세븐일레븐에서도 22% 증가했다. GS25의 전체 간편식 매출은 같은 기간 24.1% 성장했다. 외식물가가 오르는 동안 소비자가 김밥을 포기했다기보다 김밥과 한 끼를 사는 장소가 달라지고 있다는 신호에 가깝다.

그러나 여기서 한 가지는 분명히 해야 한다.

현재 통계만으로 폐업한 김밥집의 고객이 그대로 편의점으로 이동했다고 추적할 수는 없다. 사람별 소비 이동을 연결한 통계는 없기 때문이다. 다만 전국 분식점과 주요 김밥 브랜드가 감소하는 시기에 편의점 김밥·도시락·삼각김밥이 두 자릿수 성장하고, 구내식당 이용도 늘어나는 현상은 저가 한 끼 시장의 경쟁구조가 크게 바뀌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1~3편에서 살펴본 김밥집의 문제는 식재료와 인건비였다.

4편에서 봐야 할 것은 그 반대편이다.

김밥집이 버티기 어려워진 사이, 누가 그 식사 수요를 가져가고 있는가.


김밥집 감소와 반대 방향의 편의점 간편식

올해 편의점 간편식 매출 증가폭은 상당하다.

CU의 2026년 상반기 전체 간편식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16.0% 증가했다. 줄김밥이 25.5%로 가장 크게 늘었고 샌드위치 16.9%, 삼각김밥 14.2%, 햄버거 13.2%, 도시락 11.3%가 뒤를 이었다.

GS25는 같은 기간 간편식 매출이 24.1% 증가했다. 6월 매출만 놓고 보면 전월보다 11.3% 늘었다.

세븐일레븐에서도 상반기 삼각김밥 25%, 샌드위치 23%, 줄김밥 22%, 도시락 15%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특히 흥미로운 것은 줄김밥이다.

김밥 전문점과 가장 직접적으로 겹치는 상품인데도 편의점에서 두 자릿수 증가세가 나타나고 있다.

이는 소비자들이 김밥 자체를 외면하고 있다는 설명만으로는 현재의 분식점 감소를 설명하기 어렵게 만든다.

질문을 바꿔야 한다.

김밥이 안 팔리는 것인가, 김밥집에서 팔리는 김밥이 어려워진 것인가.

둘은 전혀 다른 문제다.


편의점 김밥까지 20%대 성장…소비자가 선택한 것은 ‘장소’

올해 6월 기준 서울 김밥 한 줄 평균가격은 3,838원으로 전년보다 5.9% 높았다. 반면 같은 시기 편의점 간편식 판매는 빠르게 증가했다.

가격 차이만으로 설명할 수 있는 현상은 아니다.

편의점에는 삼각김밥, 줄김밥, 도시락, 샌드위치, 햄버거, 컵밥 등 여러 가격대의 식사가 한 공간에 놓여 있다.

소비자는 5천원을 가지고 들어가도 선택지가 있다.

많이 먹고 싶은 날에는 도시락을 고를 수 있고, 가볍게 먹으려면 삼각김밥 한두 개를 선택할 수 있다. 라면과 김밥을 조합하거나 샌드위치와 음료를 살 수도 있다.

CU가 올해 ‘스몰 밀(Small Meal)’을 내세워 소용량 제품을 확대하고 있다는 점도 이런 소비 변화와 맞닿아 있다. 올해 1월 출시한 꼬마김밥은 약 50일 만에 100만개가 판매됐고, 업체는 이를 바탕으로 소형 유부초밥과 샌드위치 등으로 제품군을 확대했다.

여기서 중요한 변화가 나타난다.

과거 저가 외식 경쟁은 주로

“어느 식당이 더 싸게 파느냐”

의 문제였다.

지금은

“소비자가 가진 예산에 맞춰 얼마나 작은 단위까지 식사를 쪼갤 수 있느냐”

도 경쟁력이 되고 있다.


편의점의 경쟁력…‘싼 음식’보다 강한 시스템

김밥 전문점과 편의점은 겉으로 보면 똑같은 김밥을 판다.

그러나 생산방식은 전혀 다르다.

동네 김밥집은 매장에서 밥을 짓고, 계란을 부치고, 채소를 손질하고, 주문에 맞춰 한 줄씩 말아 판매한다.

반면 편의점 김밥은 제조시설에서 대량으로 생산된다.

식재료 공동구매, 중앙 제조, 표준화된 레시피, 냉장 물류망, 전국 점포 유통, 자체브랜드(PB) 상품기획, 앱 할인과 카드 프로모션이 하나의 체계로 움직인다.

규모의 경제가 작동한다.

쌀이나 김 가격이 오르면 전국 수천 개 점포에 공급할 물량을 한꺼번에 계약할 수 있고, 제조 공정에서 사람의 작업을 표준화하거나 일부 자동화할 여지도 크다.

김밥집 하나가 상대해야 하는 것은 편의점 한 곳이 아니다.

사실상 그 뒤에 있는 식품제조사·대형 물류센터·본사의 구매력·상품개발팀·결제 플랫폼까지 포함된 공급망 전체다.

이 차이가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한 줄씩 만드는 가게와 수십만 개를 만드는 공장

3편에서 살펴본 김밥집의 가장 큰 약점 가운데 하나는 노동집약적 생산방식이었다.

편의점 간편식은 이 문제를 다른 방식으로 해결한다.

한 점포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음식을 만드는 대신 대량생산이 가능한 시설에서 제조한 뒤 점포에서는 진열·판매 중심으로 업무를 줄인다.

점포에 김밥을 잘 마는 숙련자가 반드시 있을 필요가 없다.

직원이 바뀌어도 제품 맛과 크기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한꺼번에 수많은 제품을 생산하기 때문에 공정 개선이나 설비투자도 경제성이 생긴다.

실제로 편의점 업체들은 최근 단순 저가 경쟁보다 품질 개선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GS25는 올해 김밥과 삼각김밥을 전면 개편한 뒤 6월 김밥 매출이 개편 전인 2월보다 50.8% 늘었다고 밝혔다. 주요 리뉴얼 상품 8종의 증가율은 같은 비교에서 145%에 달했다.

세븐일레븐도 냉장 상태에서 밥의 수분과 식감을 유지하기 위한 제조공정 개선 이후 김밥·삼각김밥 판매 증가율이 높아졌다고 밝혔다.

가격만으로 경쟁하는 시대를 넘어 ‘공장에서 만든 음식의 품질이 어디까지 식당을 따라갈 수 있는가’의 경쟁까지 시작된 것이다.


할인까지 산업화한 편의점

편의점에는 소규모 김밥집이 따라 하기 어려운 또 다른 무기가 있다.

할인 구조다.

카드사, 간편결제 업체, 통신사, 자체 앱을 묶어 특정 도시락이나 김밥을 할인하고, 1+1이나 포인트 적립을 제공한다.

실제로 GS25는 올해 7월에도 간편결제와 연계해 일부 주먹밥·김밥 신상품에 30% 페이백, 일부 도시락에 50% 페이백 등을 운영했다.

중요한 것은 할인비용을 누가 부담하느냐다.

동네 김밥집이 김밥 한 줄을 30% 할인하면 대부분 점주 자신의 마진에서 빠진다.

반면 대형 유통망은 제조사·본사·결제사업자·마케팅 예산이 결합될 수 있다.

같은 4천원의 가격표라도 가격을 낮출 수 있는 능력 자체가 다르다.

소규모 외식업자에게는 판매가격이 생존가격이지만 대형 유통채널에는 가격이 마케팅 수단이 될 수도 있다.


담배가 빠진 자리로 들어오는 ‘한 끼’

편의점 산업의 변화는 간편식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8월 30일 유통업계 집계를 보면 CU 매출에서 식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8년 10.9%에서 올해 2분기 **13.9%**까지 높아졌다. GS25 역시 식품 매출 비중이 2022년 13.1%에서 올해 상반기 **14.8%**로 상승했다.

장보기 상품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CU의 올해 2분기 장보기 상품 매출은 전년보다 18.2% 늘었고, 밑반찬은 121.3% 증가했다. GS25의 상반기 채소·축산·과일 등 장보기 상품 매출 역시 30.9% 증가했다.

편의점이 더 이상 담배와 음료, 과자를 파는 공간에 머물지 않는다는 의미다.

한 끼를 해결하고 저녁 반찬까지 사는 근거리 식품점으로 기능이 확대되고 있다.

이 변화는 김밥집에는 상당히 중요한 경쟁 환경이다.

과거 김밥집의 장점 가운데 하나가 집과 회사 가까이에 있다는 접근성이었다.

그런데 이제 그 접근성을 가장 강하게 가진 유통채널이 식사까지 판매하기 시작했다.


구내식당의 귀환…‘싸게 먹는 방법’의 또 다른 이동

직장인의 점심시장에서는 구내식당도 다시 강해지고 있다.

고물가와 이른바 ‘런치플레이션’이 이어지면서 상대적으로 가격 부담이 적은 구내식당을 이용하는 직장인이 증가하고 있으며 단체급식 업체들은 오히려 유명 셰프와 건강식 메뉴까지 도입하면서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삼성웰스토리가 수도권의 한 대형 사업장에서 운영하는 건강식 코너의 올해 1분기 이용 식수는 전년보다 20% 이상 증가했다. 사조푸디스트가 셰프 협업 특식을 제공한 날에는 평균 식수가 15.2% 늘었다.

구내식당은 일반 음식점과 원가구조가 다르다.

한꺼번에 수백명에서 수천명의 식사를 만들 수 있고, 회사가 식대의 일부를 지원하는 사업장도 많다.

김밥집이 한 명의 손님에게 김밥 한 줄을 말아 판매한다면 단체급식은 한 번의 조리로 수백 명의 식사를 생산한다.

역시 규모의 경제다.

저가 식사시장을 놓고 김밥집이 상대하는 경쟁자가 생각보다 훨씬 많아진 것이다.


정부 정책까지 등장한 ‘점심값 문제’

점심값 부담이 개인적인 불평의 단계를 넘어 정책대상이 됐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정부는 올해 중소기업 근로자 약 5만명을 대상으로 ‘직장인 든든한 점심밥’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대상자가 평일 점심시간에 외식업체에서 결제하면 비용의 20%를 지원하며, 1인당 월 최대 지원액은 4만원이다. 정부는 사업 목적을 직장인의 점심 부담 완화와 지역 외식경제 활성화로 명시했다.

정부가 직접 점심값 지원에 나섰다는 것은 현재의 외식비 상승이 단순한 메뉴가격 문제가 아니라 근로자의 실질 생활비 문제가 됐음을 보여준다.

동시에 역설도 존재한다.

소비자가 저렴한 곳을 찾아 편의점이나 구내식당으로 이동할수록 동네 음식점의 매출은 더 어려워질 수 있다.

그러나 외식업체를 보호하기 위해 소비자에게 비싼 식사를 선택하라고 요구할 수도 없다.

여기서 서민 외식시장의 딜레마가 나타난다.


간편식 6조원대 시장…집에서도 식당과 경쟁

김밥집의 경쟁자는 집 밖에만 있는 것도 아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식품산업 전망에서 국내 가정간편식(HMR) 판매액이 2025년 약 6조8천억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가격과 편의성을 이유로 간편식 수요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냉동식품과 신선 간편식의 종류도 늘어나는 흐름을 배경으로 제시했다.

냉동볶음밥이나 즉석국, 밀키트 하나를 집에 두면 한 끼를 해결하기 위해 반드시 식당에 갈 필요가 없다.

대형마트·온라인몰·새벽배송·퀵커머스까지 연결된다.

외식업이 과거에는 다른 외식업과 경쟁했다면 지금은 식품 제조업과 유통업까지 하나의 ‘한 끼 시장’ 안에서 경쟁하는 구조가 되고 있다.


편의점도 점포를 줄이는 시대…중요한 것은 ‘누가 남느냐’가 아닌 ‘어떻게 남느냐’

여기서 ‘편의점은 살아남는데 김밥집만 사라진다’고 단순화하는 것도 정확하지 않다.

국내 편의점 시장 역시 포화상태에 들어갔다.

일부 편의점 업체는 수익성이 낮은 점포를 정리하고 있으며, 최근 업계 전략도 출점 수 확대보다 점포당 매출과 신선식품·간편식 판매 강화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GS25의 신선강화형 점포 확대, 이마트24의 저효율 점포 정리 등이 대표적이다.

이 사실은 오히려 이번 변화의 본질을 더 선명하게 만든다.

편의점이 살아남는 이유도 단순히 점포가 많아서가 아니다.

편의점 역시 점포 수 경쟁에서 벗어나 한 점포가 더 많은 식사와 생활수요를 흡수하도록 사업모델을 바꾸고 있기 때문이다.

김밥집 역시 같은 압력을 받고 있다.

차이는 대응할 수 있는 자본과 시스템의 크기다.


Next Insight 분석 | 김밥집의 진짜 경쟁자는 다른 김밥집이 아니라 ‘시스템

김밥집의 위기를 경쟁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흥미로운 사실이 드러난다.

과거 동네 김밥집의 경쟁자는 길 건너편 다른 분식집이었다.

지금은 다르다.

아침에는 편의점 삼각김밥과 경쟁한다.

점심에는 회사 구내식당과 경쟁한다.

저녁에는 마트 간편식과 밀키트가 경쟁자가 된다.

집에서는 온라인으로 주문한 냉동식품과 경쟁하고, 때로는 배달 플랫폼의 할인쿠폰과도 경쟁해야 한다.

그런데 이 경쟁자들의 공통점이 있다.

개별 점포의 노동보다 대량생산·물류·플랫폼·데이터·할인 시스템을 이용한다는 점이다.

동네 김밥집은 오늘 팔 김밥을 위해 새벽에 쌀을 씻고 채소를 손질한다.

편의점은 전국 판매 데이터를 분석해 몇십만 개 단위의 상품을 기획하고, 제조공장에서 생산해 냉장차로 전국 점포에 보내고, 앱으로 할인까지 붙인다.

결국 같은 김밥을 팔지만 경제의 단위가 완전히 다르다.

이것이 이번 4편에서 가장 중요하게 볼 지점이다.

김밥집이 사라지는 현상을 단순히 소비자가 김밥을 덜 먹기 때문이라고 해석하면 문제를 잘못 읽게 된다.

올해 편의점 줄김밥 판매가 20% 이상 늘어나는 숫자는 오히려 반대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김밥 수요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 김밥을 공급하는 방식이 바뀌고 있는 것일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가 계속된다면 앞으로 서민의 한 끼 시장에서 가장 강한 경쟁력을 갖는 곳은 반드시 가장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곳도, 가장 오래된 가게도 아닐 수 있다.

가장 싸게 대량으로 만들고, 가장 가까운 곳까지 보내고, 소비자의 예산에 맞춰 가장 작은 단위로 나눌 수 있는 곳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 결과 소비자는 당장은 더 많은 선택지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동네에서 직접 음식을 만들어 파는 소규모 점포가 계속 줄어든 뒤에도 지금과 같은 경쟁과 가격이 유지될지는 또 다른 문제다.

그래서 ‘김밥집의 감소’는 단순한 업종 교체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사람이 만드는 저가 외식에서 시스템이 공급하는 저가 식사로 중심축이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음 5편에서는 이 변화의 또 다른 원인을 추적한다.

「폭염이 김밥값을 올린다…기후위기가 가장 먼저 흔드는 ‘서민의 한 끼’」를 통해 시금치·오이·쌀·김·달걀 등 서로 다른 식재료가 폭염과 폭우, 해수온 변화에 어떻게 영향을 받고 있으며 왜 김밥이 ‘기후물가’를 가장 빠르게 보여주는 음식 가운데 하나인지 살펴본다.


취재·작성: 김귤연 기자 | Next Insight News
nextinsight.news@gmail.com

참고자료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종합포털 ‘참가격’
산업통상자원부 주요 유통업체 매출 동향
농림축산식품부 「직장인 든든한 점심밥 사업」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식품산업통계정보 「간편식 시장보고서」
편의점 3사 2026년 상반기 간편식 판매 동향
단체급식·구내식당 이용 동향
편의점 식품·장보기 상품 매출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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