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6세 배우가 기저귀 차고 촬영’ 화제의 이면…치매 환자 순임을 이해하기 위해 한 달간 요양원 찾아, 첫 스크린 주연작으로 다시 연기의 본질을 묻다
배우 이휘향이 영화 촬영 당시 실제로 기저귀를 착용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부 보도는 이를 ‘66세 이휘향, 기저귀 차고 촬영’이라는 강한 제목으로 전했지만, 사실관계를 들여다보면 이야기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이어진다.
이휘향이 기저귀를 착용한 이유는 자신의 건강 문제 때문이 아니다. 영화에서 치매를 앓는 인물을 연기하면서 그 인물의 생활과 감각을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이해하기 위해 배우 스스로 선택한 연기 준비 과정이었다.
더욱 눈길을 끄는 것은 촬영 스태프조차 이 사실을 몰랐다는 점이다. 단순히 화면에 보이기 위한 소품이 아니라 배우 자신이 캐릭터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택한 개인적인 방식이었다는 의미다.
기저귀를 착용한 이유는 ‘치매 환자 순임’이었다
이휘향이 출연한 작품은 영화 **《가족여행》**이다.
극 중 이휘향이 맡은 인물은 치매를 앓는 시어머니 순임이다. 가족들은 순임의 생일을 계기로 부산으로 즉흥적인 여행을 떠나고, 한 차 안에서 서로 숨겨왔던 감정과 가족의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이휘향은 이 역할을 준비하면서 단순히 대본에 적힌 ‘치매 환자’를 연기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그는 촬영을 앞두고 약 한 달 동안 부산에 머물며 치매 요양원과 치매 환자들이 참여하는 노래교실 등을 찾아 실제 환자들의 생활을 가까이에서 관찰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촬영에 들어간 뒤에는 실제로 기저귀를 착용했다.
이휘향은 MBN 《김주하의 데이앤나잇》 녹화에서 “촬영할 때 기저귀를 차고 했다. 촬영팀도 몰랐다”고 밝혔다.
여기서 중요한 부분은 ‘기저귀’라는 단어 자체보다 그 배경이다.
치매가 진행되면 일부 환자에게는 배뇨·배변 조절에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다. 영국 NHS는 진행된 치매에서 방광 실금이 흔히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으며, 알츠하이머협회 역시 중·후기 단계에서 방광 및 장 기능의 실금이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다만 모든 치매 환자가 기저귀를 사용하거나 실금을 경험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이휘향의 행동을 ‘치매 환자는 모두 기저귀를 찬다’는 식으로 확대해석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자신이 연기하는 특정 인물의 신체적·심리적 상황을 일상 속에서 체감하려는 배우의 선택으로 보는 것이 정확하다.
촬영팀조차 몰랐다는 사실이 의미하는 것
영화 촬영에서 배우가 특정 의상이나 소품을 사용하는 것은 특별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번 경우는 조금 다르다.
기저귀가 화면에 반드시 보여야 하는 소품이었다면 의상팀과 촬영팀이 이를 알고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휘향은 제작진도 몰랐다고 말했다.
이는 기저귀 착용이 관객에게 보여주기 위한 연출이라기보다는 배우 자신의 감각을 변화시키기 위한 장치였을 가능성이 크다.
걸을 때 느껴지는 불편함, 옷 안에 무엇인가 있다는 감각, 화장실과 배변 문제를 의식해야 하는 심리적 부담 등은 대본을 읽는 것만으로는 충분히 체험하기 어렵다.
연기의 관점에서 보면 이휘향은 ‘치매 환자처럼 보이는 것’보다 그 인물의 몸으로 하루를 살아보려 했던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일화는 단순한 노장 배우의 투혼보다 이휘향이 40년 넘게 연기를 해온 뒤에도 여전히 캐릭터를 탐구하는 방식을 보여준 사례에 가깝다.
개봉을 앞둔 《가족여행》영화

현재 보도 내용을 종합하면 《가족여행》은 지금 촬영 중인 작품이라기보다 촬영을 마치고 2026년 9월 극장 개봉을 준비하고 있는 작품이다.
영화는 정종섭·김정태 감독이 공동 연출했다. 특히 배우 김정태에게는 영화감독 데뷔작이기도 하다. 김정태는 연출뿐 아니라 영화 속에서 영화감독을 꿈꾸는 남편 ‘창욱’으로 직접 출연한다.
주요 출연진은 다음과 같다.
이휘향은 치매를 앓는 시어머니 순임, 서영희는 집안의 실질적 생계를 책임지는 며느리 영주, 김정태는 영주의 남편 창욱, 남경읍은 베트남전 참전용사 출신 시아버지 만철, 홍정민은 사춘기 딸 윤진을 맡는다. 박상면도 출연한다.
영화정보에는 러닝타임 108분, 12세 이상 관람가로 소개되고 있다. 제작은 스튜디오킬러웨일·클엔터테인먼트, 배급은 이놀미디어가 맡았다. 개봉은 9월로 발표됐으며 일부 영화정보 서비스에는 9월 1일 개봉으로 안내되고 있다.
이휘향의 첫 ‘스크린 주연’이라는 점도 주목할 부분
《가족여행》이 이휘향에게 특별한 또 하나의 이유는 44년 연기 인생에서 처음 맡은 영화 주연이라는 점이다.
이휘향은 《수사반장》을 비롯해 《종합병원》, 《딸부잣집》, 《천국의 계단》, 《아현동 마님》, 《신사와 아가씨》, 《황금가면》, 《효심이네 각자도생》 등 오랜 기간 TV 드라마를 중심으로 활동했다.
영화에도 여러 차례 출연했지만 《가족여행》처럼 작품의 중심 인물로 스크린을 이끄는 것은 처음이다. 영화 데이터베이스 씨네21에도 《가족여행》에서 이휘향의 배역은 ‘순임’으로 등록돼 있다.
최근 방송 활동이 뜸했던 것도 사실이다. 2024년 3월 종영한 KBS2 《효심이네 각자도생》 이후 약 2년간 대중에게 모습을 자주 드러내지 않았고, 이번 영화와 MBN 《김주하의 데이앤나잇》 출연을 통해 다시 본격적으로 근황을 전하고 있다.
화려한 악역 배우에서 백발의 치매 노인으로
이휘향에게는 오랫동안 강한 이미지가 따라다녔다.
특히 《천국의 계단》을 비롯한 여러 드라마에서 강렬한 악역을 맡으면서 대중에게 ‘악녀 전문 배우’라는 인상이 깊게 남았다.
그러나 배우 본인에게는 그것이 상당한 부담이었다.
이휘향은 최근 인터뷰에서 약 5~6년 전부터 연기 활동을 그만둘 생각까지 했다고 밝혔다. 악역을 계속 맡으면서 “없는 화를 계속 내 안에서 만들어내야” 하는 과정이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힘들었다는 것이다.
결국 그가 다시 연기를 선택하게 된 이유도 흥미롭다.
동료 배우들과 인생에서 언제 가장 행복한지를 이야기하다 자신에게는 연기하고 있을 때가 가장 행복한 순간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한다. 자신도 예상하지 못했던 감정을 표현해냈을 때 느끼는 희열 때문에 결국 “나는 배우를 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가족여행》은 단순한 신작 한 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염색하지 않은 백발도 그대로 영화에 등장한다
최근 공개된 이휘향의 백발 모습도 영화와 관계가 있다.
이휘향은 《김주하의 데이앤나잇》에 새하얀 머리로 등장하면서 “천연 제 머리색”이며 영화에서도 그대로 등장한다고 밝혔다.
과거 화려한 의상과 메이크업, 강렬한 캐릭터로 기억되는 이휘향에게는 상당한 이미지 변화다.
그가 《가족여행》을 선택하며 밝힌 생각도 이를 설명한다. 자신에게 화려하게 덧칠돼 있던 것을 벗겨내고 자연스럽고 원초적인 모습으로 연기했을 때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작품이라면 해보고 싶었다는 것이다. 심지어 그런 작품이라면 마지막 작품이어도 좋다는 마음으로 임했다고 밝혔다.
‘기저귀 투혼’보다 중요한 것은 존엄을 어떻게 연기했느냐다
이번 이야기는 연예기사 제목만 보면 ‘66세 여배우의 기저귀 투혼’이라는 자극적인 소재로 소비되기 쉽다.
그러나 영화가 실제로 다루려는 문제는 훨씬 무겁다.
치매는 환자 개인의 기억만 무너뜨리는 질환이 아니다. 돌봄을 담당하는 배우자와 자녀, 며느리와 사위 등 가족 전체의 일상을 변화시킨다. 배변과 목욕, 식사, 이동처럼 가장 사적인 영역까지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순간이 올 수 있다.
그리고 바로 이 지점에서 인간의 ‘존엄’ 문제가 등장한다.
기저귀는 치매를 상징하는 장치가 아니라 혼자서 해결할 수 있었던 일상을 다른 사람에게 의존해야 하는 상황을 보여주는 하나의 현실적인 단면이다.
이휘향이 촬영팀에게도 알리지 않고 기저귀를 착용했다는 사실이 의미를 갖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단순히 늙어 보이는 분장이나 치매 환자의 행동을 흉내 내는 데서 멈추지 않고, 인물에게 주어진 불편과 취약함을 배우 자신이 감각적으로 경험하려 했다고 볼 수 있다.
결국 《가족여행》이 던지는 질문은 ‘누가 가족을 돌보는가’

영화의 중심에는 순임만 있는 것이 아니다.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 베트남전 참전용사 시아버지, 꿈만 좇는 남편, 사춘기 딸까지 돌보면서 집안의 생계를 책임지는 며느리 영주가 있다.
보호시설마저 순임을 더 이상 맡을 수 없다고 통보하면서 가족은 부산으로 여행을 떠난다. 그리고 여행 과정에서 각자가 감춰온 목적과 상처가 드러난다.
따라서 《가족여행》은 겉으로는 로드무비지만 그 안에는 한국 사회가 피하기 어려운 고령화와 치매, 가족 돌봄, 여성에게 집중되는 돌봄 부담, 노년의 존엄이라는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이휘향의 ‘기저귀 촬영’이 관심을 끌었지만 영화의 성패는 결국 그 파격적인 준비가 얼마나 설득력 있는 인물과 이야기로 완성됐느냐에 달려 있다.
44년 동안 수많은 강한 여성을 연기했던 배우가 자신의 화려한 이미지를 벗어놓고 백발의 치매 노인으로 돌아왔다.
그래서 《가족여행》에서 지켜봐야 할 것은 ‘이휘향이 실제로 기저귀까지 찼다’는 사실보다 그 경험을 통해 노년과 치매, 그리고 돌봄을 받는 인간의 존엄을 스크린에서 얼마나 섬세하게 보여주느냐일 것이다.
오는 9월 개봉하는 《가족여행》이 단순한 가족 코미디를 넘어 우리 사회의 돌봄 문제까지 건드리는 작품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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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xtInsightNews 김귤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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