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황색 지의류가 희토류 광맥의 ‘표지판’ 될까…바옌오보 85%가 보여준 생물 탐사의 가능성

희토류 함유 카보나타이트 67곳 중 57곳에서 확인…일반 암석에서는 1% 미만
지의류 속 희토류 농도와 모암 성분까지 연결…드론·초분광 탐사 가능성
중국, 자석용 희토류 정제 91%·영구자석 생산 94%…광물 탐사가 경제안보 기술로 변화

세계 최대급 희토류 광상인 중국 네이멍구 바옌오보에서 뜻밖의 ‘탐사 도구’가 발견됐다. 첨단 위성도, 새로운 시추장비도 아니다. 바위 표면에 붙어 자라는 주황색 지의류 크산토리아 엘레강스(Xanthoria elegans)다.

연구진이 조사한 희토류 함유 카보나타이트 가운데 약 85%에서 이 지의류가 발견된 반면 화강암·사암·규암 등에서는 출현 비율이 1% 미만이었다. 더 주목할 부분은 단순한 서식의 일치가 아니다. 지의류 안에 축적된 희토류 농도와 그 아래 암석의 희토류 함량이 함께 움직였고, 스트론튬과 납의 동위원소 특성까지 모암과 연결됐다.

아직 ‘주황색 지의류를 발견하면 희토류 광산을 찾은 것’이라고 단정할 단계는 아니다. 그러나 이 작은 생물이 넓은 땅에서 조사 지역을 먼저 좁혀주는 생물학적 탐사 지표가 될 수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희토류 확보 경쟁의 출발점인 ‘어디를 파야 하는가’를 찾는 방법 자체가 달라질 가능성이 열리기 때문이다.

67곳 중 57곳에서 확인된 주황색 신호

베이징대와 중국과학원 연구진이 2026년 국제 학술지 Economic Geology에 발표한 연구의 출발점은 바옌오보 광산 주변에서 반복적으로 관찰되는 주황색 지의류였다.

연구진이 주목한 카보나타이트(carbonatite)는 일반적인 석회암과 같은 퇴적암을 의미하지 않는다. 탄산염 광물을 주성분으로 하는 특수한 화성암으로, 세계적으로 중요한 희토류 광상이 형성되는 대표적인 지질 환경 가운데 하나다.

현장 조사에서는 67곳의 카보나타이트 노두 가운데 57곳에서 X. elegans가 관찰됐다. 약 85%다. 반면 화강암·사암·규암 같은 다른 암석에서는 출현 빈도가 1% 미만으로 크게 떨어졌다.

단순한 우연의 일치로 보기 어려운 차이다.

더구나 연구진이 지의류 자체를 분석하자 총 희토류 원소 농도가 약 3,500~17,000ppm으로 나타났으며, 지의류의 희토류 함량은 그 아래 암석의 희토류 농도와 밀접하게 연동됐다. 스트론튬(Sr)과 납(Pb)의 동위원소 조성 역시 기저 카보나타이트와 사실상 구별하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바위가 풍화되는 과정에서 나온 미세한 광물 성분이 지의류에 축적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즉 연구진이 발견한 것은 단순히 “희토류 광석 위에 주황색 지의류가 많았다”는 현상이 아니다.

위치·희토류 농도·동위원소라는 서로 다른 지질학적 신호가 하나의 생물체를 통해 동시에 연결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85%’의 정확한 의미…희토류 발견 확률과는 다른 숫자

이번 연구에서 가장 주의해서 읽어야 할 숫자가 85%다.

이를 “주황색 지의류가 있는 곳을 파면 85% 확률로 희토류가 나온다”고 해석하면 잘못이다.

연구가 확인한 것은 바옌오보에서 조사한 특정 희토류 함유 카보나타이트 가운데 약 85%에 X. elegans가 존재했다는 것이다. 지의류가 발견된 모든 지역의 지하에 경제성 있는 희토류 광상이 존재한다는 의미도 아니며, 세계 어느 지역에서나 동일한 관계가 성립한다는 뜻도 아니다.

현재까지 연구의 중심은 바옌오보다. 연구진 역시 이 지의류가 왜 희토류가 풍부한 카보나타이트를 특별히 선호하는지에 대해서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다른 기후와 다른 지질환경에서도 같은 선택성이 재현되는지도 검증해야 한다.

따라서 이 기술의 현재 위치는 광상 판정 기술이라기보다 탐사 후보지를 선별하는 기술에 가깝다.

바로 이 차이가 중요하다.


시추보다 앞단을 바꾸는 기술…‘어디를 조사할 것인가’의 압축

광물 탐사의 비용은 땅을 파는 순간부터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넓은 지역의 지질을 조사하고, 암석과 토양을 채취하고, 지구화학 분석을 거쳐 이상 지역을 좁힌 뒤 지구물리 탐사와 시추로 넘어가는 과정 전체에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들어간다.

X. elegans가 특정 희토류 카보나타이트를 안정적으로 가리키는 지표라는 사실이 추가 지역에서도 검증된다면 탐사의 앞단을 상당히 줄일 수 있다.

특히 이 지의류는 주황색이 뚜렷해 암석 노두에서 식별하기 쉽다는 장점이 있다. 연구진은 이 특성을 드론과 초분광 영상(hyperspectral imaging)에 결합할 가능성까지 제시했다. 사람이 광대한 산악지역을 일일이 걸으며 표본을 채취하기 전에 상공에서 특정 지의류 군락을 찾아 탐사 우선지역을 좁히는 방식이다.

탐사의 흐름이

광범위한 현장조사 → 시료채취 → 분석 → 후보지 선정

에서

원격 지의류 탐지 → 후보지 압축 → 정밀 지질·지화학 분석 → 시추

쪽으로 일부 바뀔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이는 희토류를 ‘더 많이 찾는 기술’이라기보다 불필요한 곳을 덜 조사하는 기술에 가깝다. 바로 그 점에서 경제성이 생긴다.


이름은 ‘희토류’지만 진짜 희귀한 것은 따로 존재

희토류는 란타넘(La)부터 루테튬(Lu)까지의 란타넘족 15개 원소에 스칸듐(Sc)과 이트륨(Y)을 더한 17개 원소를 통칭한다.

이름 때문에 지구상에 극히 드문 물질로 생각하기 쉽지만 일부 희토류 원소 자체가 지각에서 특별히 희귀한 것은 아니다. 문제는 경제적으로 채굴할 수 있을 만큼 높은 농도로 모인 광상이 흔하지 않고, 화학적 성질이 서로 비슷해 개별 원소로 분리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래서 희토류 산업에서 광산 발견은 시작일 뿐이다.

광석을 캐낸 뒤 선광하고, 혼합된 희토류를 분리·정제하고, 산화물을 금속으로 만들고, 다시 합금과 자석으로 가공해야 산업적 가치가 발생한다.

특히 네오디뮴(Nd), 프라세오디뮴(Pr), 디스프로슘(Dy), 터븀(Tb)은 고성능 NdFeB 영구자석의 핵심 원료다. 전기차 구동모터, 풍력발전기, 산업용 로봇, 드론, 정밀모터에서 AI 데이터센터·항공우주·방산까지 사용처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IEA는 자석용 희토류 수요가 2015년 이후 이미 두 배로 증가했으며 현재 정책을 기준으로 2030년까지 다시 약 3분의 1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희토류 광상을 찾는 새로운 방법에 각국이 민감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중국의 진짜 힘은 ‘광산’보다 ‘광산 이후’

2025년 세계 희토류 광산 생산량은 미국지질조사국(USGS) 추정으로 약 39만 톤이다. 이 가운데 중국이 약 27만 톤으로 약 69%를 차지했다. 미국은 5만1천 톤, 호주는 2만9천 톤 수준이다.

하지만 이것만 보면 중국 희토류 지배력의 핵심을 놓치게 된다.

IEA가 자석용 희토류를 기준으로 분석한 2024년 공급망을 보면 중국의 세계 광산 생산 비중은 약 60%지만 정제 단계에서는 91%, 소결 영구자석 생산에서는 94%까지 올라간다.

광산이 중국 밖에 생긴다고 곧바로 중국 의존에서 벗어나는 구조가 아닌 것이다.

희토류 공급망의 실질적인 병목은

광산 → 선광 → 분리·정제 → 희토금속 → 합금 → 영구자석

으로 갈수록 오히려 심해진다.

IEA는 중국 외 지역에서 추진되는 프로젝트를 모두 감안하더라도 2035년 예상 수요에 비해 정제와 자석 생산 능력이 크게 부족할 것으로 전망한다. 특히 계획된 광산 능력에 비해 금속·합금·완성 자석 생산시설 확충 속도가 현저히 뒤처져 있다.

따라서 희토류 패권의 본질은 ‘누가 더 많은 광산을 갖고 있는가’가 아니라 ‘누가 광석을 산업용 소재로 바꿀 수 있는가’에 더 가깝다.


수출통제가 드러낸 공급망의 취약성

희토류가 단순한 원자재 문제가 아니라 경제안보 문제라는 사실은 이미 현실에서 확인됐다.

중국은 2025년 4월 사마륨·가돌리늄·터븀·디스프로슘·루테튬·스칸듐·이트륨 등 7개 중·중희토류 관련 품목과 일부 영구자석 등에 대한 수출통제를 시행했다.

IEA에 따르면 이후 관련 희토류와 영구자석 수출이 급감하면서 미국과 유럽 등의 일부 자동차 업체가 가동률을 낮추거나 일시적으로 생산을 중단하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2025년 10월에는 통제 범위가 추가 확대됐으며, 해당 확대 조치 가운데 상당 부분은 같은 해 11월부터 1년간 유예됐지만 4월에 도입된 통제는 유지되고 있다.

몇 그램 또는 몇 킬로그램 단위로 들어가는 광물이 자동차와 로봇, 항공기와 데이터센터의 생산라인 전체를 흔들 수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 셈이다.

희토류는 사용되는 물량보다 그 물질이 없을 때 멈춰 서는 산업의 가치가 훨씬 큰 광물이다.


한국이 봐야 할 숫자 ‘88.8%’

한국도 이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2025년 기준 한국이 로봇 구동 등에 필요한 영구자석 수입의 88.8%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로봇 핵심 소재·부품 국산화율 역시 40%대에 머물러 있다는 평가다.

AI와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이 커질수록 이 문제는 오히려 더 중요해진다.

AI가 로봇의 ‘두뇌’라면 모터와 액추에이터는 몸을 움직이는 근육이다. 그리고 고성능 모터의 상당수에는 희토류 영구자석이 들어간다.

한국이 반도체와 자동차, 로봇, 방산 산업을 동시에 키우면서 희토류 문제를 단순 원료 확보 차원에서 바라볼 수 없는 이유다.

광산 지분을 확보하는 것과 함께 분리·정제 기술, 희토금속·합금 생산, 고성능 영구자석 제조, 폐모터와 전자제품에서 희토류를 회수하는 재자원화까지 하나의 공급망으로 접근해야 한다.


Next Insight 분석 | 주황색 지의류가 던진 질문…희토류 경쟁의 시작점도 기술

이번 연구를 ‘주황색 이끼가 희토류를 찾아냈다’는 흥미로운 과학 이야기로만 보면 절반만 읽는 셈이다.

더 중요한 의미는 광물 확보 경쟁이 채굴 기술뿐 아니라 탐사 방식에서도 변하고 있다는 점에 있다.

희토류 광상 개발에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수천㎢를 조사한 뒤 후보지역을 정하고 시추와 경제성 평가, 인허가를 거쳐 실제 생산에 들어가기까지 10년 이상 걸리는 사례도 드물지 않다. 여기서 초기 탐사 지역을 더 정확하게 압축할 수 있다면 탐사비용뿐 아니라 개발시간과 환경 부담도 줄일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고 X. elegans가 새로운 ‘희토류 탐지기’로 이미 확정된 것은 아니다. 현재 연구는 바옌오보라는 특정한 지질환경에서 얻어진 결과다. 다른 대륙, 다른 기후, 다른 종류의 희토류 광상에서도 같은 상관관계가 나타나는지가 다음 검증 단계다.

그러나 이번 발견에는 그보다 더 큰 시사점이 있다.

중국은 세계 최대급 희토류 광산을 보유한 데 그치지 않고 정제와 영구자석 생산까지 공급망의 핵심을 장악하고 있다. 이제 그 중국 연구진이 ‘광물을 찾는 방법’의 효율까지 높이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희토류 경쟁을 단순히 매장량 경쟁으로 바라봐서는 안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앞으로의 경쟁은 누가 희토류를 더 많이 가지고 있느냐가 아니라, 누가 더 빨리 찾고, 더 깨끗하게 분리하며, 더 높은 부가가치의 소재와 부품으로 만들어내느냐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바옌오보의 작은 주황색 지의류가 보여준 것은 아직 하나의 가능성이다. 하지만 그 가능성이 가리키는 방향은 분명하다.

21세기의 자원 경쟁은 광산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광산을 찾아내는 기술에서부터 이미 시작되고 있다.


취재·작성: 김귤연 기자 | Next Insight News
nextinsight.news@gmail.com

참고자료
Economic Geology, Lichen as a Potential Exploration Tool for Rare Earth Element-Enriched Carbonatites, 2026
International Energy Agency, Rare Earth Elements, 2026
International Energy Agency, Global Critical Minerals Outlook 2026
U.S. Geological Survey, Mineral Commodity Summaries 2026 – Rare Earths
중국 상무부·해관총서, 2025년 중·중희토류 관련 수출통제 공고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글로벌 로보틱스 산업 지형 변화와 한·일 공급망 비교 및 시사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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