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7월 촬영 협조 공문엔 “1970년대 시대상” 한 줄…대전시 “구체적 줄거리 알지 못했다”
올해 9월엔 대전특수영상영화제 폐막작 선정…정치권 자료 요구 속 촬영 허가와 작품 판단의 경계 쟁점
영화 ‘암살자(들)’을 둘러싼 역사 왜곡 논란이 촬영 장소를 제공한 대전시로까지 번졌다.
대전시는 지난해 영화 제작사의 요청을 받아 동구 소제동과 옛 충남도청에서 촬영을 허가했고, 올해 9월에는 이 작품이 대전특수영상영화제 폐막작으로 상영됐다. 영화 개봉 뒤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의 묘사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자 정치권에서는 촬영 허가와 폐막작 선정 과정에 대한 자료 제출을 요구하고 있다.
쟁점은 두 가지다. 대전시는 촬영을 허가할 당시 영화 내용을 어느 정도 알고 있었는가. 또 폐막작 선정 과정에서는 작품의 역사적·정치적 논란 가능성을 검토했는가.
촬영 협조 공문에 적힌 설명은 ‘1970년대 시대상’
대전시에 따르면 시는 2025년 7월 제작사로부터 촬영 협조 요청을 받아 소제동과 옛 충남도청에서 촬영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시가 당시 받은 공문에는 작품에 대해 **‘대한민국 1970년대 시대상을 담은 영화’**라는 정도의 설명만 있었고, 구체적인 줄거리나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소재로 한다는 내용은 담기지 않았다는 것이 대전시의 설명이다.
대전시 관계자는 영화나 드라마 제작 과정에서 줄거리가 외부에 공개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당시에도 지역 촬영 유치와 지역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촬영을 허가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공공장소 촬영은 제작사가 지방자치단체나 영상위원회에 협조를 요청하고 장소 관리 주체가 이를 승인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공공장소 촬영 허용 과정에서 작품 내용까지 어느 범위에서 사전 검토해야 하는지를 일률적으로 정한 제도는 뚜렷하지 않다는 지적도 제기돼 왔다.
영화제 폐막작 선정은 촬영 허가와 별도 절차
논란이 커진 또 다른 이유는 영화가 지난 9월 열린 제8회 대전특수영상영화제 폐막작으로 선정됐기 때문이다.
영화제 공식 일정에 따르면 ‘암살자(들)’은 9월 19일 메가박스 대전신세계 아트앤사이언스에서 폐막작으로 상영됐다. 영화제는 특수촬영과 VFX, 미술·분장 등 영상기술을 중심으로 작품을 소개하는 행사다.
대전시는 폐막작 선정이 올해 5월께 대전정보문화산업진흥원이 대행사를 통해 진행한 절차라고 설명했다. 작품 대부분이 대전에서 촬영됐다는 점이 선정 배경 가운데 하나였던 것으로 시는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지난해 이뤄진 촬영 장소 허가와 올해 진행된 영화제 폐막작 선정은 같은 절차가 아니다. 대전시가 촬영을 허가했다는 사실만으로 영화의 내용이나 역사적 해석을 승인했다고 보기는 어렵고, 폐막작 선정 역시 별도의 행사 기획·선정 과정을 거쳤다는 점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영화제는 ‘시대 재현’과 특수영상에 주목

대전특수영상영화제 공식 소개는 ‘암살자(들)’을 과거의 시대와 공간을 영상기술로 재현한 작품이라는 측면에서 소개했다.
영화제 측은 특수영상이 미래를 표현하는 기술일 뿐 아니라 과거의 시대와 공간을 현재에 재현하는 수단이라고 설명하면서 폐막작을 소개했다. 공식 프로그램은 작품의 공간·미술·시각적 표현을 주요 특징으로 들었다.
반면 영화 개봉 이후 논란의 중심은 영상기술이 아니라 내용이었다.
‘암살자(들)’은 1974년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모티브로 삼았으며, 영화 속 일부 인물들이 사건 배후에 대한 가설을 제기하는 장면을 두고 국민의힘과 일부 인사들이 역사 왜곡이라고 비판했다. 제작진은 특정 인물을 사건의 배후로 규정하지 않았고 역사적 사건에 영화적 상상력을 더한 극영화라는 입장이다.
국감 앞두고 촬영 허가·입장권 구매 여부까지 자료 요구
논란이 정치권으로 번지면서 대전시에는 국회의원들의 자료 요구도 이어지고 있다.
요구 대상에는 촬영 장소를 허가한 경위, 폐막작 선정 과정, 대전시의 행정적 지원 여부뿐 아니라 시가 폐막작 입장권을 예산으로 구매했는지 여부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대전시는 영화제 당시 신청 시민 가운데 추첨을 통해 초대권이 배부됐으며 시가 유료 입장권을 구매한 사실은 없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공개된 자료에서 대전시가 영화의 특정 역사적 해석을 지지하거나 작품 내용에 관여했다는 사실은 확인되지 않는다. 다만 공공기관이 장소를 제공하고 산하기관이 운영하는 영화제에서 해당 작품을 폐막작으로 선정한 만큼, 선정 과정과 행정지원의 범위를 확인하겠다는 것이 자료 요구의 취지다.
Next Insight 분석 | 촬영 허가는 어디까지 ‘내용’을 봐야 하나

이번 논란은 영화 한 편을 넘어 공공기관의 촬영 지원 기준이라는 질문을 남긴다.
지방자치단체 입장에서 영화와 드라마 촬영은 지역 홍보와 관광, 숙박·외식 등 경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문화산업 지원 업무다. 실제 대전은 오래전부터 소제동과 옛 충남도청 등 근현대적 공간을 활용해 영상물 촬영을 유치해 왔다.
반면 공공시설을 제공하는 이상 작품의 성격을 전혀 확인하지 않아도 되는지, 어느 수준까지 사전 정보를 요구해야 하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제작 단계의 영화는 줄거리와 주요 설정이 영업상 비밀로 관리되는 경우가 많다. 모든 작품의 정치적·역사적 내용을 행정기관이 미리 심사한다면 표현의 자유나 창작 자율성 논란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결국 필요한 것은 작품의 옳고 그름을 지방자치단체가 판단하는 사전 검열이 아니라, 공공장소 제공과 행정지원의 기준을 어디까지 명확히 할 것인지다.
‘암살자(들)’ 논란에서 확인해야 할 것도 대전시가 뒤늦게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하는가라는 결론보다, 촬영 허가 당시 어떤 정보가 제출됐고 누가 어떤 기준으로 판단했으며, 이후 영화제 폐막작 선정에서는 어떤 검토가 이뤄졌는지에 가깝다.
촬영 허가와 작품에 대한 동의는 같은 의미가 아니다. 그러나 공공기관의 지원과 문화행사의 선정 과정이 국민의 세금과 공공시설을 기반으로 한다면, 그 판단 과정이 설명 가능해야 한다는 요구 역시 피하기 어렵다.
작성·취재 | Next Insight News 김귤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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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연합뉴스, 영화 ‘암살자(들)’ 논란과 대전시 촬영 장소 허가 관련 보도
제8회 대전특수영상영화제 공식 프로그램·상영 일정
연합뉴스, ‘암살자(들)’ 역사 왜곡 논란 및 제작진 입장 보도
연합뉴스, 공공장소 영상물 촬영 허가 제도 관련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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