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석현·홍정도 등 20명 형사고소…회사채 발행·회계처리·계열사 자금 이동까지 책임 규명
계열사 간 대여금·발행증권 1년 반 만에 3배…쟁점은 ‘돈이 어디서 와 어디로 갔나’
중앙그룹 채권 사태가 206억원의 채무불이행을 넘어 그룹 내부의 자금 흐름을 들여다보는 형사절차로 확대됐다. 채권 발행 당시 상환 위험을 알고 있었는지와 함께, 계열사 사이에서 급증한 1조원대 자금이 어떤 판단과 회계처리를 거쳐 이동했는지가 새로운 핵심 쟁점이다.
206억원 디폴트에서 20명 형사고소까지
중앙그룹 채권투자 피해자 공동변호인단은 9일 홍석현 중앙홀딩스 회장과 홍정도 중앙그룹 부회장 등을 포함한 20명을 상대로 형사고소 절차에 나섰다.
사태의 출발은 지난 6월12일이었다. JTBC가 206억원 규모 유동화 차입금을 만기에 상환하지 못하면서 채무불이행을 선언했고, 중앙홀딩스·콘텐트리중앙·중앙피앤아이·메가박스중앙에 이어 JTBC까지 회생절차를 신청했다. JTBC는 지난 8월28일 정식 회생절차에 들어갔다.
문제는 디폴트 불과 넉 달 전인 2월에도 JTBC가 신용등급 BBB 상태에서 930억원 규모 회사채를 발행했다는 점이다. 금융감독원도 회사채 발행·판매 과정에서 위험 고지와 내부통제가 적절했는지 검사에 들어갔다.
3,399억원→8,661억원→1조311억원
피해자 측의 문제 제기는 이후 불완전판매에서 계열사 내부 거래로 이동했다.
공동변호인단이 공시자료를 분석해 지난 2일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2차 검사의견서에 따르면 중앙그룹의 계열사 간 대여금과 계열사 발행증권 잔액은 2024년 말 3,399억원에서 2025년 말 8,661억원, 올해 6월 말 1조311억원으로 증가했다.
1년 반 만에 세 배를 넘어선 규모다.
변호인단은 이 가운데 회수가 어렵다고 판단한 계열사 대여금 7,405억원에 대손충당금이 설정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콘텐트리중앙이 메가박스중앙 지분에는 1,311억원의 손상차손을 반영하면서 같은 회사에 대한 장기대여금 1,680억원과 단기금융상품 620억원에는 충당금을 설정하지 않은 점을 문제 삼았다.
핵심 질문은 단순하다.
같은 회사의 지분가치는 떨어졌다고 판단하면서, 그 회사에 빌려준 돈은 왜 모두 회수할 수 있다고 판단했느냐는 것이다.
2,260억원 신종자본증권…‘자본’의 실질
또 하나의 쟁점은 JTBC가 2023년 이후 아홉 차례 발행한 2,260억원 규모 신종자본증권이다.
피해자 측에 따르면 인수자는 주로 중앙그룹 계열사나 계열사가 신용보강한 특수목적법인이었다. 대표적으로 자산 572억원 규모였던 다보중앙은 2024년 JTBC 신종자본증권 540억원을 인수했고, 이 가운데 400억원을 중앙홀딩스에서 빌렸다.
변호인단은 중앙홀딩스가 당시 홍석현·홍정도 측 개인대여금 200억원과 콘텐트리중앙의 전자단기사채 조달금 200억원으로 자금을 마련했다고 주장한다.
결국 수사기관이 확인해야 할 것은 신종자본증권이라는 회계상 명칭보다 실제 자금의 출처와 이동 경로, 상환 구조와 의사결정 과정이다.
‘자금 돌리기’인가 정상적인 계열사 지원인가

계열사 사이에 돈을 빌려주거나 자본을 지원하는 행위 자체가 불법은 아니다. 신종자본증권 역시 일정한 회계 요건을 충족하면 자본으로 분류할 수 있다.
JTBC도 앞선 문제 제기에 대해 신종자본증권과 신종자본대출을 기업회계기준에 따라 처리했고 재무 상황을 적절히 공시했으며 자본시장법을 준수했다고 반박했다.
따라서 형사책임 여부는 계열사 간 거래가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당시 경영진이 각 회사의 상환능력을 어떻게 판단했는지, 채권 발행 당시 투자자에게 중요한 위험이 충분히 제공됐는지, 특정 계열사 지원 과정에서 회사에 손해가 발생했는지 등이 개별적으로 입증돼야 한다.
Next Insight 분석 | 부도의 원인보다 ‘부도 전 돈의 이동’

206억원을 갚지 못한 것은 중앙그룹 위기가 밖으로 드러난 순간이다. 그러나 피해자 측이 형사절차에서 묻기 시작한 것은 그 이후가 아니라 그 이전의 시간이다.
왜 채권 발행은 계속됐는가. 왜 계열사 간 대여금과 발행증권은 1년 반 만에 3,399억원에서 1조311억원까지 증가했는가. 손실 가능성을 어디까지 알고 있었고, 그 판단은 재무제표와 투자자에게 어떻게 전달됐는가.
기업이 어려워졌다는 사실과 경영진에게 형사책임이 있다는 판단 사이에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그 거리를 메우는 것은 추측이 아니라 거래 당시의 재무자료와 계약서, 이사회 결정, 자금 이동 기록이다.
중앙그룹 채권사태의 두 번째 국면은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압축된다.
부도가 난 뒤 누가 책임질 것인가가 아니라, 부도가 나기 전 돈은 어디에서 와 어디로 갔는가.
참고자료
금융감독원 2차 검사의견서 관련 보도·중앙그룹 채권투자 피해자 공동변호인단 자료
JTBC 회생절차 관련 서울회생법원·연합뉴스 보도
JTBC 신종자본증권 회계처리 관련 피해자 측 주장 및 JTBC 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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