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59명 이상 사망·수백 명 실종…네팔·티베트 합산 피해는 계속 증가
지진 아닌 빙하·암반 붕괴 가능성…얼음·바위·물이 좁은 계곡 따라 한꺼번에 하류로
한국인 9명 연락두절…정부합동 신속대응팀 현지 투입
상류에 새로 생긴 자연댐까지 불안…‘2차 홍수’가 구조작업의 새로운 변수
히말라야에서 시작된 거대한 얼음과 암석의 붕괴가 네팔 북부 계곡을 따라 수십㎞를 휩쓸면서 2026년 최악의 자연재난 가운데 하나로 확대되고 있다.
이번 참사는 단순히 많은 비가 내려 강물이 넘친 일반적인 홍수와 성격이 다르다. 산 정상부의 빙하와 암반이 대규모로 붕괴한 뒤 얼음과 바위, 토사가 하천으로 쏟아져 들어가면서 강물 자체를 거대한 토석류로 바꿔버린 복합재난에 가깝다.
특히 사고 현장에는 한국남동발전과 두산에너빌리티 소속 한국인들이 근무하고 있었으며, 28일 오전 현재 한국인 9명의 소재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재난의 첫 충격은 지나갔지만 문제는 오히려 지금부터다. 붕괴한 토사가 계곡 곳곳의 물길을 막으면서 새로운 자연댐과 호수가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물막이가 무너질 경우 이미 초토화된 하류 지역에 두 번째 대규모 홍수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359구 수습…피해 규모조차 아직 확정하기 어렵다
네팔 외교부가 27일 오후 8시 현지시간을 기준으로 발표한 공식 집계에 따르면 네팔에서는 359구의 시신이 수습됐으며 33개국 국적자 596명이 실종 상태다.
이번 재난이 발생한 곳은 네팔 수도 카트만두 북서쪽의 라수와 지역과 중국 티베트 접경지대다. 26일 오전 발생한 대규모 붕괴 이후 보테코시강과 트리슐리강 계곡으로 막대한 양의 얼음과 암석, 진흙이 쏟아져 내려왔다. 사용자가 정리한 관련 자료에서도 사고 직후 네팔 정부 공식 집계가 359명 사망·596명 실종으로 크게 증가한 상황이 확인된다.
그러나 네팔 정부 집계만으로 전체 피해 규모를 판단하기는 어렵다.
AP통신은 28일 네팔과 중국 티베트 지역을 합산할 경우 사망자가 390명을 넘어섰고 실종자는 1,400명 이상으로 집계된다고 보도했다.
Reuters 역시 네팔과 중국을 합쳐 최소 359명 이상이 숨지고 1,000명 가까이가 행방불명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숫자가 서로 다른 것은 각국 정부와 지방정부, 구조당국의 집계 기준과 발표 시점이 다르고 관광객·순례객 등 외국인의 이동 상황이 완전히 파악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 발표되는 숫자는 ‘최종 피해 규모’가 아니라 구조와 수색이 진행되면서 계속 수정되는 중간 집계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처음에는 ‘지진’으로 알려졌지만…위성사진이 보여준 것은 달랐다

이번 재난은 사고 직후 한때 지진이 빙하 붕괴를 촉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위성영상과 지형 분석이 진행되면서 사고 원인에 대한 해석도 달라지고 있다.
AP통신이 공개한 위성 분석에 따르면 랑탕 리룽(Langtang Lirung) 산악지역의 빙하 일부뿐 아니라 빙하를 지탱하고 있던 하부 암반까지 함께 붕괴한 흔적이 확인됐다.
거대한 빙하와 암석이 산 아래로 떨어지면서 바위와 얼음이 하천으로 유입됐고, 좁은 계곡을 따라 흐르던 강물이 순식간에 고속 토석류로 바뀐 것으로 분석된다.
즉,
빙하·암반 붕괴 → 얼음·암석 사태 → 하천 유입 → 대규모 토석류 → 돌발홍수
가 연속적으로 발생한 것이다.
이는 일반적인 집중호우형 홍수와 구조부터 다르다.
일부 지역에서는 불과 30분 만에 강 수위가 약 9m 상승한 것으로 분석됐다.
경보를 듣고 대피할 시간을 확보하기조차 어려운 속도였다는 의미다.
좁은 히말라야 계곡이 거대한 ‘깔때기’가 됐다
피해 규모가 폭발적으로 커진 또 하나의 이유는 지형이다.
사고지역을 통과하는 물길은 티베트 국경에서 라수와가디와 티무레, 샤프루베시를 거쳐 트리슐리강 하류로 이어진다. 이 지역은 양쪽이 가파른 산으로 둘러싸인 좁은 계곡이다.
상류에서 막대한 양의 토사와 물이 한꺼번에 쏟아질 경우 계곡 자체가 거대한 수로이자 깔때기 역할을 한다.
홍수는 가옥만 휩쓴 것이 아니다.
도로와 교량, 수력발전시설, 송전설비, 국경세관 등 지역사회의 핵심 기반시설이 동시에 파괴됐다.
AP는 초기 집계에서 약 40㎞의 도로와 19개 교량이 훼손된 것으로 파악했으며 이후 피해 조사에서는 훼손된 교량 수가 더 늘어났다.
도로가 사라지면서 구조대조차 육로로 접근하기 어려워졌다.
결국 헬기가 생존자 구조와 부상자 이송, 구호물자 운송의 핵심 수단이 되고 있다.
한국인 9명 연락두절…수력발전소 건설현장이 홍수 경로와 겹쳤다
한국에도 이번 재난은 남의 일이 아니다.
28일 현재 연락이 끊긴 한국인은 모두 9명이다.
이 가운데 6명은 두산에너빌리티 소속, 3명은 한국남동발전 소속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네팔 라수와 지역의 수력발전소 건설 현장에서 근무하던 중 대규모 홍수가 발생한 뒤 연락이 끊겼다.
관련 자료에서도 이들이 라수와 지역 Upper Trishuli-1 수력발전소 건설현장에서 근무하다 사고를 당한 것으로 정리돼 있다.
한국 정부는 외교부 4명, 소방당국 5명, 경찰 2명 등 총 11명으로 정부합동 신속대응팀을 구성해 네팔에 파견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긴급 점검회의를 열고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두고 가용 자원을 총동원하도록 지시했다.
또 다른 한국인 근로자 10명은 한때 고립됐지만 생존과 안전이 확인됐다.
현재 가장 중요한 것은 연락이 끊긴 9명이 있었던 정확한 위치와 홍수 당시 이동경로를 복원하고 토석류가 휩쓸고 지나간 지역을 세밀하게 수색하는 것이다.
그러나 광범위한 지역이 거대한 암석과 진흙에 뒤덮인 데다 도로와 교량까지 사라져 있어 수색은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구조대 앞에 나타난 새로운 위험…물이 막히면서 ‘자연댐’이 만들어졌다
첫 번째 홍수가 지나간 이후 더 큰 문제가 등장했다.
빙하와 산에서 떨어져 나온 엄청난 양의 암석과 흙이 계곡 곳곳의 하천을 막으면서 이른바 자연댐(debris dam)이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강물이 흘러가지 못하면 그 뒤쪽에 물이 계속 차오르면서 인공댐과 비슷한 거대한 호수가 만들어진다.
문제는 토사와 암석으로 우연히 형성된 자연댐에는 정상적인 댐처럼 수문이나 안전장치가 없다는 점이다.
물이 일정 수준 이상 차거나 추가 산사태가 발생하면 갑자기 붕괴할 수 있다.
중국 당국도 티베트 측 상류에서 형성된 댐 호수의 수위를 집중 감시하고 있다. Reuters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상류의 자연댐과 새로운 호수가 다시 붕괴할 가능성을 경계하면서 위험지역 주민을 대피시키고 있다.
따라서 이번 재난은 아직 ‘끝난 홍수’가 아니다.
1차 붕괴 → 하천 차단 → 물 축적 → 자연댐 붕괴 → 2차 홍수
라는 새로운 재난이 이어질 가능성이 남아 있다.
구조대 역시 실종자를 찾기 위해 하천 주변으로 접근해야 하지만 동시에 또 다른 홍수가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작업해야 한다.
외국인 실종자가 많은 이유…세계적인 순례·트레킹 길목이었다
이번 사고에서 유독 외국인 실종자가 많은 것도 지역의 특성과 관련이 있다.
라수와가디 국경은 네팔에서 중국 티베트로 이동하는 주요 통로다.
특히 티베트의 카일라스산과 마나사로바르 호수는 힌두교와 불교, 자이나교, 티베트 전통신앙에서 중요한 성지로 꼽힌다.
매년 세계 각국에서 대규모 순례객이 이 지역을 찾는다.
랑탕 지역 역시 세계적인 트레킹 코스다.
AP는 30여 개국 국민이 이번 재난 이후 연락두절 또는 실종된 상태라고 보도했다.
따라서 이번 사고는 네팔의 국내 자연재난을 넘어 이미 다국적 재난이 됐다.
더 근본적인 질문…히말라야의 산 자체가 변하고 있다

이번 참사의 원인을 단순히 ‘빙하가 녹아서 발생했다’고 단정하는 것은 과학적으로 신중하지 못하다.
특정 재난 하나와 기후변화 사이의 직접적인 인과관계는 별도의 연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히말라야 고산지역의 환경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기온이 상승하면서 빙하가 후퇴하고 이전까지 얼음으로 결합돼 있던 암석과 영구동토층이 불안정해질 수 있다.
그러면 문제는 단순히 빙하가 녹아 물이 늘어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빙하 후퇴 → 영구동토층 약화 → 암반 불안정 → 산사태·빙하 붕괴 → 하천 차단 → 돌발홍수
라는 새로운 종류의 복합재난 위험이 증가한다.
AP가 인용한 전문가들도 힌두쿠시-히말라야 지역의 빠른 온난화가 빙하와 암반의 안정성을 떨어뜨리고 있으며 기존의 홍수경보체계만으로는 이런 고산 복합재난을 충분히 예측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번 네팔 사고를 단순한 ‘100년 만의 홍수’처럼 볼 수 없는 이유다.
수력발전 중심 국가 네팔에는 더 뼈아픈 재난이다
네팔은 풍부한 히말라야 수자원을 이용한 수력발전을 국가 성장전략의 핵심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수력발전소가 들어서는 장소는 대부분 강과 계곡 주변이다.
이는 평상시에는 전력 생산에 최적의 조건이지만 대규모 빙하붕괴나 토석류가 발생하면 발전소와 진입도로, 송전망이 동시에 피해를 받을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번 홍수에서도 여러 수력발전 관련 시설과 도로·송전 인프라가 직접적인 피해를 입었다.
따라서 복구비용만 문제가 아니다.
발전소 건설 지연 → 전력생산 감소 → 해외투자 차질 → 관광 위축 → 지역경제 악화 → 정부 재정부담 증가
로 피해가 연쇄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IMF는 지난 6월 네팔의 FY2025/26 경제성장률을 약 **3%**로 전망하며 정치적 불확실성과 투자 부진을 주요 위험요인으로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대규모 사회기반시설 복구 부담까지 더해지게 된 것이다.
출범 5개월 된 새 정부에도 첫 초대형 시험대
이번 재난은 네팔 정치에도 중요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네팔에서는 지난해 대규모 청년 주도 시위 이후 정치질서가 크게 바뀌었다.
올해 3월 5일 총선에서 발렌드라 ‘발렌’ 샤가 이끄는 라스트리야 스와탄트라당(RSP)이 275석 가운데 182석을 확보했고, 샤는 3월 27일 총리에 취임했다.
오랜 연립정부와 정치 불안에서 벗어나 강력한 단독 과반정부가 등장한 것이다.
그러나 정부 출범 약 5개월 만에 국가 차원의 초대형 재난이 발생했다.
얼마나 신속하게 실종자를 찾고, 국제사회와 공조하고, 파괴된 교량·도로·발전시설을 복구하며 2차 재난을 예방하는지가 새 정부의 행정 역량을 평가하는 첫 번째 대규모 시험이 됐다.
Next Insight | 이번 재난이 던지는 진짜 경고는 ‘홍수’가 아니다

이번 네팔 참사의 핵심을 단순히 “빙하가 무너져 큰 홍수가 났다”고 정리하면 중요한 부분을 놓치게 된다.
가장 주목해야 할 것은 재난의 성격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의 홍수 대응은 비가 얼마나 내리고 강 수위가 얼마나 올라가는지를 예측하는 것이 중심이었다.
하지만 고산지역에서는 이제 강수량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위험이 등장하고 있다.
산 정상 수천m 위의 빙하와 암반이 갑자기 무너지고, 하천을 막고, 몇 분 또는 수십 분 뒤 수십㎞ 떨어진 마을에 거대한 토석류가 도달할 수 있다.
그렇다면 수력발전소 하나를 지을 때도 발전효율이나 공사비만 계산해서는 부족하다.
상류 수십㎞의 빙하 상태와 산사태 위험, 자연댐 형성 가능성, 위성감시, 실시간 수위센서, 자동대피 경보까지 하나의 인프라로 설계해야 한다.
이번 재난은 네팔만의 문제가 아니다.
히말라야와 알프스, 안데스처럼 빙하와 고산지역 아래 발전소·도로·마을이 형성된 국가들이 공통으로 직면할 문제다.
현재 네팔에서 가장 시급한 것은 한국인 9명을 포함한 실종자들의 수색이다.
그러나 구조작업이 끝난 뒤에는 더 어려운 질문이 남는다.
“이런 재난이 다시 발생한다는 전제 아래, 우리는 무엇을 바꿔야 하는가.”
네팔의 이번 참사는 그 질문을 국제사회에 던지고 있다.
취재·작성: 김귤연 기자 | Next Insight News
nextinsight.news@gmail.com
참고자료
네팔 외교부(Ministry of Foreign Affairs of Nepal), 2026년 8월 27일 홍수 피해 현황
Reuters, Nepal·Tibet 히말라야 홍수 및 빙하붕괴 관련 보도, 2026년 8월 26~28일
AP, 네팔·티베트 빙하·암반 붕괴 및 위성영상 분석, 2026년 8월 27~28일
대한민국 외교부·정부합동 신속대응팀 관련 발표
IMF, Nepal 2026 Article IV Consultation,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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