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김밥 한 줄 평균 3,869원…1년 새 6.8% 상승
전국 분식점 사업자 31개월 연속 감소…2023년 5만4천명에서 4만7천명대로
소비자는 “너무 비싸다”, 점주는 “이 가격에도 남지 않는다”…동시에 성립하는 두 개의 현실
김밥 한 줄 가격이 4천원에 가까워졌다. 한때 부담 없이 한 끼를 해결할 수 있었던 대표적인 서민 음식이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김밥 가격은 계속 오르는데 정작 김밥을 파는 가게는 줄고 있다.
2026년 7월 서울지역 김밥 한 줄의 평균가격은 3,869원으로 1년 전보다 6.8% 상승했다. 반면 전국 분식점 사업자는 31개월째 감소해 2026년 6월 4만7,863명까지 줄었다. 주요 김밥 프랜차이즈 매장 역시 일제히 감소하고 있다.
가격이 올랐다면 가게 사정도 나아져야 할 것 같지만 현실은 반대다.
소비자는 “김밥이 너무 비싸졌다”고 느끼고, 점주는 “이 가격에도 남는 것이 없다”고 말한다. 두 주장이 동시에 사실이라는 데 현재 김밥시장 위기의 본질이 있다.
그리고 이 현상은 김밥 한 줄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에서 가장 값싼 외식 가운데 하나였던 김밥집이 흔들리고 있다는 것은 고물가가 저가 외식시장의 사업모델 자체를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 보여주는 하나의 경고음일 수 있다.
31개월 연속 감소…동네 김밥집에서 시작된 이상 신호
국세청 사업자 통계를 토대로 집계한 전국 분식점 사업자는 2023년 11월 5만4,088명에서 2026년 6월 4만7,863명으로 줄었다.
2년7개월 사이 약 6,225명, 11.5%가 감소한 셈이다.
특히 2023년 12월 이후 감소세가 한 번도 끊기지 않으면서 31개월 연속 감소했다. 2025년 9월에는 5만명 선도 무너졌다.
물론 이 통계에는 김밥뿐 아니라 떡볶이·라면 등 다양한 메뉴를 판매하는 분식점이 포함된다. 따라서 이를 모두 ‘김밥집 폐업’으로 해석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그러나 주요 김밥 전문 프랜차이즈의 점포수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고봉민김밥인은 2020년 591개였던 매장이 올해 383개까지 줄었다. 김가네는 2021년 459개에서 올해 335개, 바르다김선생은 150개에서 87개로 감소했다. 얌샘김밥과 싸다김밥 역시 최근 매장수가 줄었다.
특정 브랜드 하나의 경영 실패나 유행 변화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흐름이다.
골목의 개인 분식점과 대형 김밥 프랜차이즈가 동시에 줄어들고 있다.
3,869원의 의미…김밥은 더 이상 ‘싼 음식’인가
한국소비자원이 운영하는 참가격에 따르면 올해 7월 서울지역 김밥 한 줄 평균가격은 3,869원이다.
지난해 같은 달보다 6.8% 올랐고, 올해 6월 3,838원에서도 다시 상승했다. 지난해 말 3,700원대였던 가격이 올해 들어 3,800원대로 올라섰다.
평균가격이 3,869원이라는 것은 실제 소비자가 접하는 가격과는 또 다르다.
상권이나 재료에 따라 기본 김밥이 이미 4천~5천원을 넘는 곳이 적지 않고, 일부 프랜차이즈에서는 기본 김밥도 5천원 선에 올라와 있다.
여기서 소비자의 계산법이 달라진다.
김밥 한 줄이 2천~3천원일 때는 다른 메뉴와 비교할 필요가 거의 없었다. ‘간단하고 저렴하게 한 끼를 해결하는 음식’이라는 독자적인 위치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밥 한 줄이 4천~5천원, 여기에 라면이나 떡볶이를 하나 추가해 8천~1만원 가까이 되는 순간 경쟁 상대가 달라진다.
편의점 도시락, 햄버거 세트, 구내식당, 도시락 전문점, 마라탕, 밀키트 등과 가격 비교가 시작된다.
김밥이 비싸져서 생기는 문제는 단순히 소비자의 지출이 몇백원 늘어나는 데 있지 않다.
김밥이 오랫동안 차지했던 ‘가장 부담 없는 외식’이라는 시장의 위치가 흔들리기 시작한다는 데 있다.
가격은 올랐는데 이익은 줄어든 구조
그렇다면 김밥 가격이 4천원에 가까워졌는데 왜 점주는 더 어려워졌을까.
농림축산식품부가 공개한 외식업 비용 구조를 보면 답의 상당 부분이 보인다.
외식업체 비용 가운데 식재료비가 40.4%, 인건비가 29.4%다. 두 항목을 합치면 69.8%다. 여기에 임대료 8.7%, 세금·공과금 5.6%, 기타 비용이 더해진다.
김밥집에는 이 구조가 더욱 불리하게 작용한다.
김밥 한 줄에는 쌀과 김만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계란·당근·시금치 또는 오이·단무지·우엉·햄·맛살·참기름 등 여러 식재료가 동시에 들어간다.
한두 가지 재료 가격이 안정돼도 다른 원료가 오르면 원가는 다시 올라간다.
더구나 김밥은 가격에 비해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다.
밥을 짓고, 채소를 씻고 썰고 볶고, 계란 지단을 만들고, 재료를 정리하고, 주문이 들어오면 밥을 펴고 재료를 넣어 직접 말고 썰어야 한다.
판매가격은 패스트푸드에 가까운데 생산방식은 여전히 수작업에 가깝다.
이 구조가 고물가·고임금 시대를 만나면서 취약점으로 바뀌고 있다.
매출보다 더 빨리 늘어난 비용…외식업 전체에서 나타난 경고

김밥집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은 외식업 전체 자료에서도 확인된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2025년 외식업체 경영실태조사’를 보면 외식업체의 평균 연매출은 2021년 1억8,054만원에서 2024년 2억5,526만원으로 41.4% 증가했다.
겉으로 보면 크게 성장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같은 기간 영업비용은 46.7% 증가했다.
비용이 매출보다 더 빠르게 증가하면서 외식업체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2020년 12.1%에서 2024년 **8.7%**까지 떨어졌다. 식재료비 비중도 36.3%에서 40.7%로 높아졌다.
여기에 김밥처럼 인력 의존도가 높은 업종은 인건비 변화까지 직접적으로 받는다.
최저임금은 2021년 시간당 8,720원에서 2025년 처음 1만원을 넘어 1만30원이 됐고, 올해는 1만320원이다. 서울 소규모 상가 임대료 역시 상승세다.
결국 최근 외식업에서 나타나는 현상은 간단히 말하면 이렇다.
매출은 늘었지만 비용은 더 많이 늘었다.
가격 상승이 곧 이익 증가를 의미하지 않는 이유다.
김밥의 ‘4천원 벽’…가격을 올려도 문제, 안 올려도 문제
여기서 김밥집은 다른 외식업보다 더 어려운 선택과 마주한다.
원가가 올랐으니 가격을 충분히 올리면 될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김밥에는 소비자가 오랫동안 형성해 온 강력한 ‘기준가격’이 존재한다.
김밥은 비싸도 되는 음식이라기보다 ‘싸야 하는 음식’으로 인식돼 왔다.
이 때문에 일반 음식점이 메뉴 가격을 1천원 올리는 것과 김밥 한 줄이 3천원에서 4천원이 되는 것은 소비자에게 전혀 다르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
3천원에서 4천원은 금액으로는 1천원이지만 가격 상승률은 33%다.
점주에게는 원가를 반영하기 위한 가격 조정이지만 소비자에게는 “김밥도 이제 4천원이나 한다”는 심리적 경계선이 된다.
가격을 올리지 않으면 점주가 원가 상승을 떠안는다.
가격을 올리면 소비자는 다른 식사로 이동한다.
그리고 손님이 줄면 매장당 인건비와 임대료 부담은 오히려 커진다.
김밥집이 들어선 것은 바로 이 ‘가격의 함정’이다.
소비자도 힘들고 점주도 힘든 이유
이 때문에 지금의 현상을 ‘자영업자가 가격을 너무 많이 올렸다’거나 반대로 ‘소비자가 몇백원 인상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식으로 설명하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놓친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부담은 실제로 커졌다.
김밥 가격만 오른 것이 아니다. 교통비와 주거비, 공공요금, 다른 외식비까지 함께 움직인다. 매일 점심을 사 먹어야 하는 직장인에게 한 끼 1천원의 상승은 한 달이면 상당한 금액이 된다.
정부가 올해 중소기업 근로자 약 5만명을 대상으로 점심비 부담을 지원하는 ‘직장인 든든한 점심밥 사업’을 추진하기 시작한 것도 이른바 ‘런치플레이션’이 생활비 문제로 확대됐기 때문이다.
점주 역시 마찬가지다.
김밥 가격이 올라도 식재료비·인건비·임대료·공과금이 동시에 상승하면 늘어난 매출 상당 부분이 비용으로 빠져나간다.
결국 지금 김밥집 앞에서는 서로 모순돼 보이는 두 문장이 동시에 성립한다.
소비자에게 김밥은 너무 비싸졌다.
점주에게 김밥은 여전히 너무 싸다.
바로 이것이 ‘김밥 4천원의 역설’이다.
김밥집 감소의 원인을 물가 하나로 설명할 수 없는 이유
다만 분식점 감소를 모두 물가 상승 탓으로 돌리는 것도 경계할 필요가 있다.
외식시장의 경쟁구조 자체가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김밥 프랜차이즈 업계는 원재료비와 인건비뿐 아니라 편의점·구내식당·마라탕·밀키트 등 대체 식사시장의 확대와 분식업 창업 수요 감소를 매장 축소의 원인으로 꼽고 있다.
소비자의 생활방식도 변했다.
편의점은 24시간 가까이 이용할 수 있고, 공장에서 대량 생산한 도시락이나 삼각김밥은 규모의 경제를 통해 가격을 낮출 수 있다. 배달 플랫폼과 간편식 시장도 커졌다.
반면 동네 김밥집은 작은 공간에서 사람이 직접 음식을 만들어 판매하는 전통적인 소규모 외식업의 성격이 강하다.
따라서 지금 벌어지는 현상을 더 정확하게 표현하면 ‘물가 때문에 김밥집이 사라진다’기보다 물가 상승이 이미 진행되고 있던 저가 외식시장의 구조변화를 더욱 빠르게 만들고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오래 버틴 가게도 흔들리는 시장
이번 변화에서 특히 눈에 띄는 것은 규모가 작은 개인점포만 어려움을 겪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1992년 문을 열어 국내 1세대 김밥 프랜차이즈의 출발점 가운데 하나로 평가받던 김가네 대학로 1호점도 지난 7월 말 영업을 종료했다.
고봉민김밥인 운영사는 2024년 약 4억4천만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데 이어 지난해 손실 규모가 약 9억9천만원으로 확대됐다. 주요 브랜드 역시 매장 감소가 이어지고 있다.
브랜드가 있다고 해서 원가 상승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가맹점은 식재료와 인건비뿐 아니라 가맹 관련 비용 등 또 다른 비용구조를 가진다. 실제 정부 조사에서도 프랜차이즈 외식업체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8.1%로 비프랜차이즈 9.4%보다 낮게 나타났다.
이는 현재의 문제가 단순히 ‘장사를 잘하는 가게와 못하는 가게가 갈리는 현상’ 이상일 가능성을 보여준다.
사라진 김밥집의 손님은 어디로 가는가

김밥집 폐업을 자영업 통계로만 바라보면 놓치는 부분이 있다.
김밥집은 한국 사회에서 오랫동안 특수한 역할을 해왔다.
학생도, 직장인도, 노인도 혼자 들어가 큰 부담 없이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예약도 필요 없고 긴 식사시간도 필요하지 않았다.
비싼 식당과 집밥 사이에 존재하는 일종의 생활형 외식 인프라였다.
그렇다면 이런 가게가 줄어들 때 중요한 질문은 단순히 몇 명의 사업자가 폐업했느냐가 아니다.
그곳에서 식사하던 사람들은 어디로 이동하는가.
더 저렴한 편의점 간편식으로 이동하는지, 구내식당을 이용하는지, 외식을 줄이는지, 한 끼 자체를 간소화하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여기에서 김밥집 감소는 자영업 문제를 넘어 소비 양극화와 저가 외식 접근성의 문제로 연결된다.
Next Insight 분석 | 4천원 김밥이 보여주는 것은 ‘가격’보다 시장의 한계

김밥집이 사라지는 현상을 이해하려면 ‘김밥이 얼마인가’보다 더 중요한 질문을 던져야 한다.
왜 가격을 올렸는데도 가게가 살아남지 못하는가.
답은 김밥이라는 음식이 오랫동안 유지해 온 사업모델에 있다.
김밥집은 낮은 가격에 많은 손님을 받아 수익을 만드는 대표적인 박리다매 업종이었다. 식재료가 비교적 저렴하고 인건비와 임대료 부담이 지금보다 낮았던 시절에는 이 구조가 작동했다.
그러나 식재료·임금·임대료·공공요금이 동시에 상승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판매가격을 올리면 박리다매의 핵심인 ‘싼 가격’이 사라지고, 가격을 유지하면 ‘박리’조차 남지 않는다.
그 사이 편의점과 간편식 산업은 대량생산과 물류 자동화를 통해 저가 한 끼 시장으로 깊숙이 들어왔다.
따라서 전국 분식점이 31개월째 감소하고 있다는 숫자는 단순히 김밥의 인기가 떨어지고 있다는 신호로만 읽기 어렵다.
전통적인 소규모 저가 외식업이 현재의 비용 구조를 더 이상 감당하기 어려워지고 있다는 신호일 가능성을 함께 봐야 한다.
더 심각한 문제는 그 다음이다.
비싼 외식은 살아남고, 저렴한 외식부터 사업성이 떨어진다면 시장에서 가장 먼저 사라지는 것은 고급 음식이 아니라 가격에 민감한 사람들이 이용하던 식사 선택지일 수 있다.
그래서 김밥 한 줄 3,869원은 단순한 물가 통계가 아니다.
소비자는 이미 비싸다고 느끼지만 점주는 그 가격으로도 버티기 어렵다는 ‘4천원의 역설’이 만들어진 지점이다.
그리고 지금 우리 앞에 놓인 질문도 이것이다.
김밥집이 사라지는 것인가. 아니면 5천원 안팎으로 해결할 수 있었던 ‘서민의 한 끼’가 함께 사라지고 있는 것인가.
이 시리즈가 앞으로 살펴볼 것은 바로 그 질문이다.
다음 편에서는 김밥 한 줄을 실제 비용 구조로 해부한다. 쌀·김·달걀·채소 가격은 어떻게 움직였고, 4천원짜리 김밥을 팔아도 점주에게 남는 돈이 줄어드는 이유가 무엇인지 살펴볼 예정이다.
취재·작성: 김귤연 기자 | Next Insight News
nextinsight.news@gmail.com
참고자료
국세청 사업자 현황 자료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종합포털 ‘참가격’
농림축산식품부 「외식물가 관련 설명자료」, 2026.8.18
농림축산식품부·한국농촌경제연구원 「2025 외식업체 경영실태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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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거래 정보공개서
연합뉴스 「임금·물가 상승에 사라지는 김밥 가게…브랜드 매장도 못버틴다」, 2026.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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