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박사이트 → 대포통장 → 2·3차 계좌 분산 → 현금 인출…텔레그램으로 서로 얼굴도 모른 채 움직였다
통장 제공자만 160명…5,062억원은 ‘범죄수익’ 또는 ‘세탁 처리액’, 조직이 챙긴 순이익과는 달라
대포통장 107개로 5,062억 ‘검은돈’ 세탁…MZ 조폭은 어떻게 금융범죄 조직으로 변했나 광주경찰청, 대구·부산 거점 자금세탁 조직 적발…핵심 조직원 19명 중 12명 구속
올해 조직범죄 피의자 63.6%가 30대 이하…폭력 대신 사기·도박·자금세탁으로 이동하는 ‘기업형 조폭’대포통장 107개로 5,062억 ‘검은돈’ 세탁…MZ 조폭은 어떻게 금융범죄 조직으로 변했나 광주경찰청, 대구·부산 거점 자금세탁 조직 적발…핵심 조직원 19명 중 12명 구속
수천억원에 이르는 불법 도박사이트 자금을 전문적으로 세탁해 온 대규모 조직이 경찰에 적발됐다.
광주경찰청 광역범죄수사대는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자들과 공모해 대포통장 107개를 이용해 총 5,062억원 상당의 범죄수익을 세탁한 혐의로 대구와 부산을 거점으로 한 2개 자금세탁 조직을 적발했다.
경찰은 조직의 총책과 관리책 등 핵심 조직원 19명을 검찰에 송치했고 이 가운데 12명을 구속, 7명을 불구속 송치했다.
여기에 돈을 받고 자신의 통장이나 체크카드 등을 넘긴 명의 제공자 160명도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등의 혐의로 적발됐다.
따라서 이번 사건의 전체 적발 규모는 179명이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사실관계가 하나 있다.
179명 모두가 조직폭력배라는 의미는 아니다.
경찰이 범죄단체 조직·가입·활동 등의 혐의를 적용해 송치한 핵심 자금세탁 조직원은 19명이고, 나머지 160명은 돈을 받고 계좌와 체크카드 등 금융 접근매체를 제공한 명의자들이다.
■ ‘5천억원을 벌었다’가 아니다…정확한 금액은 5,062억원 ‘세탁 처리액’

이 사건에서 가장 먼저 구분해야 할 숫자가 있다.
5,062억원은 조직이 순이익으로 챙긴 돈이 아니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이들 조직은 지난해 7월부터 약 1년 동안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자들에게 자금세탁을 의뢰받아 대포통장으로 5,062억원을 입금받은 뒤 여러 계좌를 거쳐 다시 이체하는 방법으로 자금을 세탁한 혐의를 받고 있다.
따라서 이를
“MZ 조폭이 5천억원을 벌었다”
거나
“조폭이 5천억원을 챙겼다”
고 표현하면 사실관계가 달라진다.
정확하게는
“약 5,062억원 상당의 불법 도박사이트 범죄수익을 자금세탁 조직이 처리했다”
고 표현해야 한다.
조직이 실제로 자금세탁 대가로 얼마의 수수료와 순이익을 챙겼는지는 현재 공개된 경찰 발표에서 전체 규모가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 두 조직이 처리한 돈…4,828억원과 234억원
전체 5,062억원은 두 조직에서 처리됐다.
대구를 거점으로 활동한 A조직은 대포통장 62개를 이용해 약 4,828억원을 세탁한 것으로 조사됐다.
부산을 중심으로 활동한 B조직은 45개의 대포통장으로 약 234억원을 처리했다.
두 금액을 합하면 정확히 5,062억원이다.
특히 경찰이 앞서 조직범죄 집중단속 결과를 발표하면서 대표적인 ‘MZ 조폭’ 사례로 제시한 것이 4,828억원 규모의 대구 거점 조직이었다.
경찰과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 조직의 주축에는 20~30대의 젊은 조직폭력배들이 포함돼 있었고,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자들과 텔레그램으로 연락하며 대포통장을 확보해 자금을 세탁한 혐의를 받고 있다.
■ 도박사이트의 ‘검은돈’은 어떻게 깨끗한 돈처럼 바뀌었나
이번 사건에서 경찰이 파악한 자금세탁 구조는 상당히 체계적이었다.
전체 흐름을 단순화하면 다음과 같다.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자
↓
1차 대포통장
↓
2차·3차 계좌로 신속 분산
↓
반복 이체
↓
필요시 현금 인출
↓
도박사이트 측에 전달
경찰에 따르면 총책은 도박사이트 운영자와 직접 세탁 조건과 수수료를 협의했다.
관리책은 대포통장과 조직원을 관리했다.
입금 확인과 이체 지시를 담당하는 조직원은 텔레그램을 통해 계좌번호와 이체 금액, 처리 시간을 전달했다.
실제 이체를 담당한 조직원들은 지시에 따라 자금을 2차와 3차 계좌로 빠르게 분산했다.
이 방식의 목적은 명확하다.
돈의 출발점과 최종 목적지 사이에 여러 개의 금융거래 단계를 삽입해 자금 추적을 어렵게 만드는 것이다.
■ 계좌가 막히면 버리고 새 통장 투입
경찰 조사에서 확인된 방식은 더욱 치밀했다.
금융기관이 이상거래를 탐지하거나 계좌가 지급정지되면 해당 계좌를 계속 사용하지 않았다.
곧바로 새로운 대포통장을 투입했다.
즉 하나의 통장에 장기간 거액을 쌓아두는 것이 아니라 여러 계좌를 계속 교체하면서 자금 흐름을 분산시킨 것이다.
이를 위해 동원된 계좌만 107개에 달했다.
그리고 이 계좌를 확보하기 위해 조직 밖에 있는 명의 제공자들이 대규모로 동원됐다.
■ “통장만 빌려줬다”…160명이 범죄의 금융 인프라 됐다
이번 사건에서 핵심 조직원 숫자보다 훨씬 많은 것이 대포통장 명의 제공자다.
경찰이 적발한 명의 제공자는 160명이다.
일부는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을 받고 자신의 통장이나 체크카드 등을 자금세탁 조직에 넘긴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직접 도박사이트를 운영하거나 조직을 지휘하지 않았더라도 범죄자금이 이동할 수 있는 금융통로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수사 대상이 됐다.
경찰은 이들을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등의 혐의로 적발했다.
전자금융거래법은 통장·카드 등 접근매체의 양도나 대가를 전제로 한 대여 등을 제한하고 있으며 이를 위반할 경우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국가법령정보센터의 관련 판례에서도 접근매체의 양도와 대가를 매개로 한 대여가 별도의 처벌대상으로 규정돼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 서로 얼굴도 몰랐다…‘텔레그램 점조직’
과거 조직폭력배를 떠올리면 한 지역에 조직원이 집결하고 두목부터 행동대원까지 명확하게 서로를 알고 움직이는 구조가 일반적이었다.
이번 사건은 달랐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일부 조직원들은 서로의 실제 신원도 모른 채 텔레그램 대화명만 알고 활동했다.
조직원들은 서울·대전·대구·부산 등 전국 여러 지역에 흩어져 생활하면서 맡은 역할만 수행했다.
총책을 제외하면 전체 조직의 구조나 다른 조직원의 실명을 알 필요가 없는 방식이었다.
이런 구조에서는 한 사람이 검거되더라도 전체 조직으로 수사가 확장되는 것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
전통적인 폭력조직과 온라인 범죄조직의 운영방식이 결합된 형태라고 볼 수 있다.
■ 경찰은 어떻게 조직을 추적했나…8개월간 금융계좌 약 300개 분석
범행 규모가 컸던 만큼 수사도 장기간 진행됐다.
광주경찰청은 지난해 말 관련 첩보를 확보한 뒤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약 300개의 금융계좌를 분석하고 압수한 휴대전화와 텔레그램 대화내용 등을 추적했다.
수사는 약 8개월간 이어졌으며 서울·대전·대구·부산 등 전국에서 20차례 압수수색이 실시됐다.
결국 점조직 형태로 흩어져 활동하던 핵심 조직원들을 순차적으로 특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 현금 2억4,300만원·고가 시계 압수…25억9,500만원 추징보전

경찰은 검거 과정에서 범죄수익으로 의심되는 재산도 확보했다.
압수한 현금은 2억4,300만원이다.
고가 시계 2점과 명품 의류 등도 압수됐다.
또 총책 등 8명이 보유한 재산 가운데 약 25억9,500만원에 대해서는 법원의 결정을 받아 기소 전 추징보전 조치를 했다.
여기서도 5,062억원과 25억9,500만원을 단순 비교하면 안 된다.
5,062억원은 조직이 처리한 것으로 경찰이 파악한 전체 자금의 흐름을 의미하고, 추징보전은 피의자들의 재산 가운데 향후 범죄수익으로 환수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처분을 동결한 재산이다.
따라서
“5천억원 가운데 25억원밖에 회수하지 못했다”
고 단순 계산하는 것도 정확하지 않다.
경찰은 연계 도박사이트와 차명·제3자 명의 재산에 대한 추가 수사를 계속해 범죄수익을 추적한다는 방침이다.
■ 왜 ‘범죄단체’ 혐의까지 적용됐나
경찰은 핵심 조직원들에게 단순한 범죄수익 은닉 혐의만 적용한 것이 아니다.
범죄단체 조직·가입·활동 혐의도 적용했다.
경찰이 주목한 부분은 역할 분담과 지휘체계다.
총책을 중심으로
통장 모집·관리,
입금 확인,
이체 지시,
자금 이체,
현금 인출
등 각각의 역할이 나뉘어 있었고 텔레그램을 통해 지속적으로 지시와 보고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형법 제114조의 ‘범죄를 목적으로 하는 단체’는 일정한 범죄를 수행한다는 공동목적 아래 지속적으로 결합하고, 내부질서를 유지할 최소한의 통솔체계를 가진 조직을 의미한다.
따라서 경찰은 이들을 단순히 여러 명이 우연히 돈을 옮긴 사람들이 아니라 범죄수익 세탁을 목적으로 지속적으로 움직인 조직체로 판단한 것이다.
다만 최종적으로 범죄단체 혐의가 인정될지는 향후 검찰의 기소와 법원의 판단을 거쳐야 한다.
■ ‘MZ 조폭’의 핵심 변화…주먹 대신 금융계좌
이번 사건이 단순한 도박자금 세탁 사건 이상으로 주목받는 이유는 최근 조직폭력 범죄의 변화와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경찰이 올해 3월 9일부터 6월 30일까지 조직범죄를 집중단속한 결과 1,185명을 검거하고 225명을 구속했다.
검거 인원은 직전 집중단속보다 9.7% 증가했고 구속 인원은 48.3% 늘었다.
특히 검거된 조직범죄 피의자 가운데 **30대 이하가 63.6%**였다.
젊은 조직범죄자들이 연루된 범죄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은 폭행이 아니라 **사기 42.7%**였다.
이는 과거 조직폭력배와 상당히 다른 모습이다.
과거에는 유흥업소 이권, 집단폭력, 상해, 갈취 등이 조직의 주요 범죄 영역이었다면 최근 젊은 조직원들은
보이스피싱
온라인 사기
불법도박
불법사금융
마약
자금세탁
등 수익성이 높은 범죄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는 것이 경찰의 분석이다.
■ 왜 젊은 조폭들이 자금세탁으로 몰리나
범죄조직 입장에서 자금세탁에는 여러 가지 특징이 있다.
가장 큰 특징은 온라인으로 역할을 분산할 수 있다는 점이다.
조직원 모두가 같은 사무실에 모일 필요가 없다.
텔레그램으로 계좌번호와 금액을 전달하고, 다른 지역에 있는 사람이 송금하면 된다.
두 번째는 대포통장 명의자를 활용해 자신들의 신원을 금융거래 전면에 노출시키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세 번째는 불법 도박·보이스피싱·마약과 같은 대형 범죄에는 반드시 범죄수익을 정상적인 금융망으로 이동시켜줄 세탁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경찰도 젊은 조직원들이 익명성이 높은 온라인 공간과 해외 거점 조직을 이용하면서 비교적 적은 노력으로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사기·도박·자금세탁 등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 불법 도박사이트와 자금세탁 조직은 ‘분업화’되고 있다
이번 사건에서 특히 중요한 부분은 도박사이트 운영조직과 돈을 세탁하는 조직이 분리돼 있었다는 점이다.
불법 도박사이트가 회원으로부터 돈을 받으면 금융기관과 수사기관의 추적이 시작될 수 있다.
따라서 도박사이트 입장에서는 대규모 대포통장을 확보하고 돈을 여러 계좌로 흩어주는 별도의 세탁망이 필요하다.
이번 사건에서 총책은 도박사이트 운영자와 세탁 조건과 수수료를 직접 협상한 것으로 경찰은 조사했다.
말하자면 범죄의 ‘아웃소싱’이다.
도박사이트는 도박사이트 운영에 집중하고,
대포통장 모집조직은 계좌를 공급하고,
자금세탁 조직은 돈의 이동을 담당한다.
이러한 분업화는 각 조직 간 직접 연결고리를 줄여 수사기관의 추적을 더 어렵게 만든다.
■ 3년 전 광주에서도 이미 비슷한 사건…100억원에서 5천억원대로
이번 유형이 처음 등장한 것도 아니다.
2023년 광주지검은 이른바 ‘MZ 조폭’이 가담한 107억원 규모의 불법 도박자금 세탁조직을 적발해 34명을 기소했다.
당시 광주지역 폭력조직 국제PJ파 조직원 5명 등이 불법 도박사이트 총책의 의뢰를 받아 대포통장 사이로 자금을 분산 이체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당시 약 7억원 상당의 범죄수익도 압수했다.
불과 몇 년 사이 비슷한 형태의 사건에서 수사기관이 확인한 자금 규모가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대로 커진 셈이다.
이는 조직폭력과 온라인 불법도박·자금세탁 시장의 결합이 일회성 현상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 이번 사건이 끝이 아닌 이유
광주경찰청은 이번 사건으로 수사를 종결하지 않았다.
현재 경찰은 이들 조직에 자금세탁을 의뢰한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조직을 추가 추적하고 있다.
다른 자금세탁 조직의 존재 여부도 수사 대상이다.
또 총책이나 조직원들이 가족·지인·차명계좌 등을 통해 숨겨놓은 재산이 있는지 확인해 범죄수익을 추가 환수할 계획이다.
따라서 현재 공개된 5,062억원 역시 이번 수사의 끝이라기보다는 확인된 자금 흐름의 규모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
향후 검찰 수사 과정에서 연결된 도박사이트 규모나 조직의 실제 수익, 추가 공범과 은닉재산이 더 드러날 가능성이 있다.
■ 160명의 대포통장 제공자가 남긴 또 하나의 경고
이번 사건에서 시민들이 가장 주목해야 할 숫자는 어쩌면 5,062억원보다 160명일 수 있다.
수십만원이나 수백만원을 받는 조건으로 통장·체크카드·금융 접근매체를 넘긴 사람들이 범죄조직의 금융 인프라로 이용됐기 때문이다.
본인이 도박사이트 운영자가 아니고 조직폭력배가 아니라 하더라도 자신의 금융계좌를 타인에게 넘기는 순간 범죄수익 세탁이나 보이스피싱 등의 자금 통로로 이용될 수 있다.
광주경찰청도 통장이나 체크카드를 넘겼다가 범죄자금의 통로로 이용될 수 있으므로 어떤 경우에도 타인에게 양도하거나 빌려줘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 결론 ― ‘MZ 조폭’ 사건의 본질은 5천억원보다 범죄 산업화에 있다
이번 사건을 단순히
“젊은 조폭들이 5천억원을 세탁했다”
는 숫자 중심 사건으로만 보면 더 중요한 변화를 놓치게 된다.
경찰 수사로 드러난 것은 불법 도박시장에서
도박사이트 운영자 → 대포통장 공급자 → 자금세탁 전문조직 → 현금화 조직
으로 이어지는 하나의 범죄 생태계다.
핵심 조직원들은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었고 서로의 실제 신원조차 제대로 알지 못한 채 텔레그램을 통해 역할별로 움직였다.
107개의 대포통장이 투입됐고 160명의 명의 제공자가 금융망을 뒷받침했다.
이렇게 이동한 것으로 경찰이 파악한 자금이 5,062억원이다.
그리고 경찰이 올해 검거한 조직범죄 피의자의 63.6%가 30대 이하이며 젊은 조직범죄자의 범죄 유형에서 사기가 42.7%를 차지한다는 통계는 이러한 변화가 특정 사건 하나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과거의 조직폭력이 거리와 유흥가에서 ‘주먹’으로 이권을 장악했다면 새로운 조직범죄는 스마트폰과 텔레그램, 대포통장과 온라인 도박사이트를 통해 돈을 움직인다.
폭력조직이 사라진 것이 아니다.
범죄의 도구가 주먹에서 금융계좌와 디지털 네트워크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이번 5,062억원대 자금세탁 사건이 보여주는 가장 위험한 변화도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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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xtInsightNews 김귤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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