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죽은 것으로 처리된 FBI 요원의 귀환…남편은 재혼했고 아들은 다른 여성을 ‘엄마’라 부른다
범인 찾기보다 깊게 파고드는 질문, 6년을 빼앗긴 인간은 과거의 자신으로 돌아갈 수 있는가
FBI 요원 에밀리 번은 연쇄살인범을 추적하다 사라진다. 시신조차 발견되지 않은 채 사망 처리된 지 6년, 그녀는 물이 차오르는 탱크에서 기적적으로 구조된다. 그러나 《앱센시아》가 잔인한 것은 실종의 비밀보다 살아 돌아온 사람에게 더 이상 돌아갈 삶이 남아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살아 돌아왔지만 이미 완성돼버린 가족
에밀리의 남편 닉은 오랜 기다림 끝에 그녀를 떠나보냈고 재혼했다. 어린 아들 플린에게 엄마는 에밀리가 아니라 새 아내 앨리스다. 에밀리는 피해자이면서 동시에 한 가정의 질서를 뒤흔드는 낯선 사람이 된다.
이 설정이 《앱센시아》를 평범한 기억상실 스릴러와 갈라놓는다. 에밀리가 찾으려는 것은 단순히 잃어버린 6년의 기억이 아니다. 아내·엄마·FBI 요원이라는 자신의 자리다. 그러나 시간은 그녀를 기다려주지 않았다.
죽은 사람은 돌아왔지만, 그 사람이 살던 삶은 돌아오지 않았다.
피해자인데 자신이 범인일지도 모른다는 공포
상황은 더욱 가혹해진다. 새로운 살인사건에서 에밀리의 DNA가 발견되면서 그는 피해자에서 용의자로 바뀐다. 정작 자신은 실종 기간의 기억이 없다. 다른 사람을 설득하기 전에 자기 자신부터 믿어야 하는 상황이다.
그래서 작품의 가장 효과적인 장치는 ‘기억상실’ 그 자체가 아니라 정체성의 불확실성이다. “누가 나를 납치했는가”라는 미스터리는 어느 순간 “그동안 나는 무엇이 되었는가”라는 질문으로 변한다.
스타나 카틱은 이 불안정한 에밀리를 강한 수사관 하나로 밀어붙이지 않는다. 공포와 공격성, 죄책감과 모성, 생존본능이 계속 충돌하면서 시청자 역시 그녀를 믿었다 의심하기를 반복한다.
완벽한 각본보다 강한 ‘다음 화’의 힘
평단은 냉정했다. 시즌1 로튼토마토 평론가 평가는 47%, 관객 평가는 60% 수준이다. 지나치게 많은 반전과 추격, 기존 범죄수사극의 공식을 반복한다는 비판이 뒤따랐다.

실제로 《앱센시아》는 논리적으로 빈틈없는 수사극이라기보다 트라우마·가족극·연쇄살인·기억상실·음모를 빠르게 엮은 몰아보기형 스릴러에 가깝다. 개연성을 하나씩 따지면 흔들리지만, 매회 새로운 의심을 던지는 힘은 강하다.
그 힘은 시간이 지난 뒤 다시 확인됐다. 2017년 시작해 2020년 시즌3으로 끝난 작품이 2025년 넷플릭스에서 재조명되면서 한 주에 시즌1 820만 뷰, 시즌2 400만, 시즌3 230만을 기록해 세 시즌이 동시에 글로벌 영어권 TV TOP 10에 진입했다.
Next Insight 분석 | 기억보다 먼저 잃어버린 것은 ‘자리’
《앱센시아》를 끌고 가는 것은 납치범의 정체지만, 작품을 오래 남게 하는 것은 에밀리가 집으로 돌아온 뒤 마주하는 현실이다.
사람은 기억만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가족 안에서의 자리, 다른 사람이 기억하는 나, 내가 속했던 공동체가 함께 정체성을 만든다. 에밀리는 기억을 잃은 동시에 그것들을 모두 잃었다.
그래서 이 드라마의 가장 잔인한 순간은 감금이나 추격이 아니다. 살아 돌아온 사람이 자신 없이도 세상이 아무 문제 없이 계속돼왔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이다.
《앱센시아》가 기억상실 스릴러보다 깊어지는 곳도 바로 그 지점이다.
취재·작성: 김귤연 기자 | Next Insight News
nextinsight.news@gmail.com
참고자료
Netflix Tudum·Netflix Global Top 10·Amazon Prime Video·Rotten Tomato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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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만에 살아 돌아왔지만 내 자리는 없었다…‘앱센시아’가 기억상실보다 잔인한 이유 썸네일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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