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1개월째 줄어든 분식점, 4천원에 다가선 김밥…가격 억제만으로 풀 수 없는 ‘한 끼의 위기’
점주에게 손실을 떠넘기지도, 소비자에게 계속 더 내라고 할 수도 없는 구조…공급비용 절감과 먹거리 접근성의 동시 설계 필요
보호해야 할 것은 특정 업종의 점포 수가 아니라 누구나 감당할 수 있는 가격으로 제대로 된 한 끼를 선택할 수 있는 시장
김밥 한 줄에서 시작한 이야기가 결국 한국 사회의 ‘한 끼’를 어디까지 시장에 맡길 것인가라는 질문에 도착했다.
전국 분식점 사업자는 2023년 11월 5만4,088명에서 2026년 6월 4만7,863명으로 줄었다. 2023년 12월 이후 31개월 연속 감소다. 서울 김밥 한 줄 평균가격은 올해 7월 3,869원으로 1년 전보다 6.8% 올랐다. 고봉민김밥인·김가네·바르다김선생 등 주요 프랜차이즈 매장 역시 감소했다.
소비자는 비싸졌다고 말한다.
점주는 이 가격에도 남지 않는다고 말한다.
농민과 식품업체는 원재료와 생산비 상승을 말하고 노동자는 생활을 유지할 임금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누구 한쪽의 주장만 틀렸다고 하기 어렵다.
그래서 이번 8부작의 마지막 질문은 “김밥을 얼마에 팔아야 하는가”가 아니다.
“판매자에게 손해를 강요하지 않으면서도 소비자가 감당할 수 있는 한 끼를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한다면 김밥집 이후에는 또 다른 저가 음식이 같은 문제를 만나게 될 가능성이 크다.
31개월 감소가 남긴 마지막 질문
분식점 감소를 단순한 업종 쇠퇴라고 보기에는 이상한 숫자가 하나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외식업체 경영실태조사에서 ‘김밥 및 기타 간이음식점업’의 업체당 평균 연매출은 2020년 약 1억1,165만원에서 2024년 약 1억9,017만원으로 70.3% 증가했다.
손님과 매출이 완전히 사라진 산업의 모습은 아니다.
그러나 외식업 전체로 보면 2021~2024년 매출은 41.4% 증가하는 동안 영업비용이 46.7% 증가했다. 평균 영업이익률은 2020년 12.1%에서 2024년 **8.7%**로 내려갔고, 식재료비 비중은 36.3%에서 **40.7%**로 높아졌다.
핵심은 여기에 있다.
팔리지 않아서만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팔아도 충분히 남지 않는 가게가 늘어나는 것이다.
이 차이는 정책 방향을 완전히 바꾼다.
수요가 없는 산업이라면 시장의 퇴출을 받아들이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러나 소비자는 여전히 저렴한 식사를 원하고, 실제 매출도 증가했는데 공급자가 지속 가능한 이익을 내지 못한다면 문제는 수요 부족보다 생산구조와 비용구조에 있을 가능성을 봐야 한다.
‘김밥값 동결’이라는 가장 쉬운 해법의 함정
서민 음식 가격이 오르면 가장 먼저 나오는 요구는 가격을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소비자의 부담을 생각하면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그러나 가격만 억누르면 누군가는 차액을 부담해야 한다.
쌀값을 낮출 것인가.
김과 달걀 가격을 낮출 것인가.
임금을 낮출 것인가.
임대료와 전기요금을 점주가 감당하게 할 것인가.
어느 것도 지속 가능한 해법이 되기 어렵다.
특히 김밥처럼 가격이 낮은 음식은 원가 상승분 몇백원의 의미가 크다. 1만원짜리 메뉴에서 300원과 4천원짜리 메뉴에서 300원은 판매가격 대비 부담이 전혀 다르다.
결국 가격을 강제로 묶어 놓으면 점주는 재료의 양이나 품질을 줄이거나 가족 노동을 늘리거나 사람을 줄이거나 폐업하는 쪽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생긴다.
서민을 위해 가격을 억누른 정책이 오히려 서민이 이용하던 가게를 줄이는 결과를 만들 수도 있다는 역설이다.
그래서 필요한 것은 ‘싼 가격을 명령하는 정책’이 아니라 싸게 팔아도 사업이 성립하는 비용구조를 만드는 정책에 가깝다.
점주 지원과 소비자 지원의 다른 목적
정부가 올해 시작한 ‘직장인 든든한 점심밥’ 사업은 이 문제를 바라보는 하나의 실험이다.
중소기업 근로자 약 5만명을 대상으로 평일 점심시간 일반음식점·휴게음식점 등에서 결제하면 금액의 20%, 월 최대 4만원을 지원한다. 편의점과 구내식당, 배달앱 온라인 결제 등은 제외된다.
이 제도는 음식점에 ‘가격을 내리라’고 요구하지 않는다.
소비자가 지불해야 하는 실질 부담을 낮추고 동시에 지역 외식업체의 매출을 지키는 방식이다. 농식품부도 근로자의 가계 부담 완화와 지역 외식업체 매출 증대를 사업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산업단지에서는 또 다른 방식이 시행되고 있다.
‘산단 근로자 천원의 아침밥’은 올해 29개소에서 90만 식 지원을 목표로 진행 중이다. 근로자가 1천원을 부담하면 정부가 2천원을 지원하고 나머지 약 2천원은 지방정부와 기업이 부담하는 구조다. 일부 산업단지는 여러 중소기업이 공동급식 형태로 참여한다.
두 정책이 보여주는 방향은 비슷하다.
음식의 정상적인 가격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구매자의 부담을 낮추는 방법이다.
다만 모든 국민의 모든 식사를 정부가 지원할 수는 없다.
재정의 지속 가능성과 형평성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런 방식은 저소득층, 식당 접근성이 낮은 산업단지 근로자, 학생·노인 등 가격 상승의 충격을 크게 받는 계층을 정밀하게 지원하는 방식으로 설계될 필요가 있다.
가격 지원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공급비용’
소비자에게 1천원이나 2천원을 지원한다고 김밥집의 생산성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이번 시리즈 2~6편에서 확인한 문제는 공급 측에도 있었다.
재료가 여러 가지다.
손질 과정이 많다.
사람의 노동이 많이 들어간다.
기후에 따라 채소 가격이 급격하게 움직인다.
작은 점포는 대규모 공동구매와 자동화에 불리하다.
따라서 저가 외식의 생존을 위해서는 소비자의 지갑을 지원하는 정책과 함께 한 끼를 만드는 비용 자체를 낮추는 전략이 필요하다.
이미 외식업 시장은 스스로 이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원물 식재료 사용 비중은 2021년 73.3%에서 2025년 66.1%로 낮아진 반면, 바로 조리할 수 있는 전처리 식재료 비중은 23.0%에서 **29.3%**로 확대됐다. 키오스크·테이블오더 등 무인주문기 도입률도 4.5%에서 **13.0%**로 약 세 배 늘었다.
단순히 직원을 줄이고 있다는 의미만은 아니다.
외식업이 사람이 반복적으로 해야 했던 일을 공장·장비·디지털 시스템으로 옮기고 있다는 의미다.
키오스크 다음 단계…주방 안으로 들어가야 할 혁신

하지만 김밥집에는 키오스크만 설치해서 해결되지 않는 노동이 많다.
주문받는 시간을 1분 줄여도 당근을 썰고 볶고, 달걀을 부치고, 채소를 손질하고, 밥을 펴고 김밥을 말아야 한다.
저가 외식업의 생산성을 실질적으로 높이려면 기술의 방향이 계산대가 아니라 주방 안쪽으로 들어가야 한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올해 7월 발표한 제1차 푸드테크산업 육성 기본계획도 로봇조리와 AI 기반 메뉴 추천·고객관리, 스마트 제조·유통 등 외식과 식품 제조의 자동화를 주요 기술 영역으로 설정했다. 이는 2025년 말 시행된 「푸드테크산업 육성에 관한 법률」에 따른 첫 법정 기본계획이다.
문제는 기술이 존재하는 것과 작은 김밥집이 그것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은 별개라는 점이다.
수천만원짜리 장비가 사람 한 명의 업무를 줄여준다고 해도 작은 매장의 판매량으로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하면 도입하기 어렵다.
따라서 소상공인에게 필요한 푸드테크 정책은 첨단 로봇 전시만이 아니라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는 전처리 시설, 소형 자동화 장비, 임대형 설비, 표준화된 주방 공정처럼 실제 점포의 비용을 낮출 수 있는 형태까지 내려와야 한다.
개별 가게가 감당하기 어려운 ‘규모의 경제’
편의점과 대형 식품업체가 저가 식사시장에서 강한 이유는 반드시 음식 자체가 싸서만은 아니다.
수천 개 점포의 물량을 묶어 구매할 수 있다.
대형 제조시설에서 생산할 수 있다.
물류비를 나눌 수 있다.
판매 데이터를 통해 필요한 수량을 예측할 수도 있다.
한 동네 김밥집은 이 중 어느 것도 단독으로 하기 어렵다.
그래서 저가 외식업을 살리는 방법이 개별 점포마다 몇백만원씩 지원금을 주는 것으로 끝나서는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
오히려 지역 단위의 식재료 공동구매, 채소 공동 전처리, 냉장·소분시설 공동사용처럼 작은 가게 여러 곳이 규모의 경제를 공유할 방법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산업단지 ‘천원의 아침밥’에서 여러 중소기업이 공동급식 형태로 참여하는 사례는 규모가 작은 사업장도 수요를 묶으면 급식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참고할 만하다.
즉 ‘작기 때문에 비효율적일 수밖에 없다’가 아니라 작은 사업자들이 큰 시스템의 장점을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정책의 역할이 될 수 있다.
김밥집을 위한 정책과 김밥집 손님을 위한 정책의 분리
이 지점에서는 매우 중요한 구분이 필요하다.
김밥집을 지원하는 것과 김밥집 손님을 지원하는 것은 같은 정책이 아니다.
김밥집 지원은 생산성·공동구매·금융·자동화·인력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
소비자 지원은 소득과 먹거리 접근성을 봐야 한다.
두 정책을 섞으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예를 들어 소비자 보호를 이유로 특정 메뉴의 가격을 인위적으로 낮추면 점주의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
반대로 음식점 지원을 이유로 모든 사업장에 일률적인 지원금을 지급하면 경쟁력이 낮은 사업모델까지 계속 유지시키는 결과가 생길 수 있다.
따라서 정부가 지켜야 할 기준은 ‘김밥집 몇 개를 남길 것인가’가 아니라 시장이 정상적으로 경쟁하면서도 시민이 기본적인 한 끼에서 배제되지 않는가가 돼야 한다.
이것이 특정 산업 보호와 먹거리 복지의 경계다.
편의점도 한 끼 인프라의 일부라는 현실
이번 시리즈에서는 편의점 간편식이 김밥집의 강력한 경쟁자로 등장했다.
하지만 마지막 편에서는 편의점을 단순한 ‘가해자’처럼 볼 필요도 없다.
편의점은 실제로 늦은 시간이나 식당이 부족한 지역에서 저렴한 식사를 공급하는 중요한 유통망이 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도 올해 편의점 등 생활밀착형 식품 소비환경의 안전관리를 강화하고, 건강한 식품 선택을 돕는 제도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따라서 서민의 한 끼 정책은 ‘동네 음식점 대 편의점’이라는 식의 대립으로 설계해서는 안 된다.
김밥집과 구내식당, 편의점, 급식시설, HMR은 각각 다른 상황에서 소비자의 식사를 책임질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어느 하나가 시장을 독점하는 것이 아니라 가격·영양·접근성에서 여러 선택지가 함께 존재하는 구조다.
7편에서 이야기한 ‘선택할 권리’가 여기에서 다시 등장한다.
취약계층 식사는 시장 경쟁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영역

먹거리 문제에는 시장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부분도 분명히 존재한다.
정부는 올해 노인과 장애인 등이 이용하는 소규모 급식시설의 위생·영양 관리를 위해 통합급식관리지원센터를 전국 228개 모든 시·군·구로 확대하기로 했다.
농식품 바우처도 올해 지원대상과 기간이 확대돼 청년이 포함된 생계급여 가구까지 약 16만 가구를 대상으로 연중 지원하는 방향으로 확대됐다.
이런 정책은 김밥집을 살리는 정책과 목적이 다르다.
사람이 경제적 이유 때문에 정상적인 식사에서 배제되지 않도록 하는 먹거리 안전망이다.
서민 외식 문제의 마지막에는 결국 이 두 체계가 만나야 한다.
시장은 효율적으로 음식을 공급해야 하고,
복지는 시장가격을 감당하기 어려운 사람의 접근성을 보완해야 한다.
둘 중 어느 하나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싼 음식’을 유지하는 새로운 공식
지난 수십년 동안 한국의 저가 외식은 상당 부분 다른 방식으로 유지돼 왔다.
작은 점포.
낮은 임대료.
상대적으로 저렴한 원재료.
가족 노동.
긴 영업시간.
박리다매.
그러나 이 조건 가운데 상당수가 사라지고 있다.
그렇다면 과거의 김밥 가격을 유지하기 위해 과거의 노동환경까지 되돌릴 수는 없다.
새로운 공식이 필요하다.
가격을 억누르는 대신 생산성을 높이고,
점주가 혼자 구매하던 원재료를 공동으로 조달하고,
매장에서 하던 반복적인 전처리를 외부에서 효율적으로 처리하고,
기계가 할 수 있는 일은 기계가 맡고,
그렇게 낮춘 비용만큼 소비자가 감당할 수 있는 가격대를 확보해야 한다.
그리고 그래도 가격을 감당하기 어려운 계층에는 소득과 상황에 맞는 지원이 들어가야 한다.
저가 외식의 지속 가능성은 ‘누가 더 희생할 것인가’가 아니라 ‘누가 더 효율적으로 비용을 줄일 것인가’의 문제로 바뀌어야 한다.
Next Insight 분석 | 살려야 할 것은 김밥집이 아니라 ‘5천원으로 선택할 수 있는 사회’

8편에 걸친 이 시리즈의 출발점은 단순했다.
김밥값은 오르는데 왜 김밥집은 줄어드는가.
답을 따라가다 보니 문제가 하나씩 나타났다.
쌀·달걀·김·채소 등 여러 재료의 가격이 동시에 움직였다.
사람 손이 많이 필요한 김밥의 노동비용이 커졌다.
폭염과 이상기후는 원가 자체보다 원가의 예측 가능성을 흔들었다.
편의점과 간편식은 공장과 물류, 데이터라는 시스템으로 저가 한 끼 시장에 들어왔다.
공동구매와 브랜드를 가진 프랜차이즈마저 기존 방식을 바꾸기 시작했다.
그리고 가장 마지막에는 소득에 따라 식사를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달라지는 문제가 나타났다.
이제 결론은 비교적 분명하다.
김밥집을 무조건 살려야 하는 것은 아니다.
소비자의 선택을 받지 못하는 가게까지 정부가 계속 유지시킬 이유는 없다.
산업은 변하고 새로운 식사 방식은 등장한다.
그러나 김밥집이 사라진 자리에 더 저렴하고 더 좋은 한 끼가 들어오는지, 아니면 가장 값싼 선택지 하나가 그냥 없어지는지는 완전히 다른 문제다.
정부가 지켜야 할 것은 특정 간판의 숫자가 아니다.
누구나 감당할 수 있는 가격에 먹을 만한 한 끼를 선택할 수 있는 시장의 두께다.
이를 위해서는 두 방향이 동시에 필요하다.
한쪽에서는 음식점이 손해 보지 않고 저렴하게 팔 수 있도록 생산·조달·자동화·물류비를 낮춰야 한다.
다른 한쪽에서는 소득이나 근무환경 때문에 정상적인 식사를 이용하기 어려운 사람에게 직접적인 먹거리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
어느 한쪽만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사업자의 희생으로 서민 물가를 잡아서도 안 된다.
노동자의 낮은 임금으로 음식값을 유지해서도 안 된다.
농민에게 싼 원재료 공급을 강요해서도 안 된다.
소비자에게 계속 더 비싼 가격을 감당하라고 할 수도 없다.
결국 한국 사회가 풀어야 할 문제는 ‘김밥 한 줄을 어떻게 다시 2천원으로 만들 것인가’가 아니다.
시대가 바뀌었는데도 사람들이 감당할 수 있는 한 끼를 지속해서 공급할 수 있도록 생산방식을 얼마나 바꿀 것인가다.
김밥집은 어쩌면 그 변화를 가장 먼저 보여준 업종일 뿐이다.
오늘은 김밥이다.
내일은 국수일 수 있고, 백반일 수도 있다.
저가 외식이 하나씩 사라질 때마다 우리는 같은 질문을 만나게 될 것이다.
시장이 감당하지 못하는 값싼 한 끼를 누가, 어떤 방식으로 남겨놓을 것인가.
그리고 이 8부작이 도달한 마지막 질문은 더 단순하다.
5천원으로 무엇을 먹을 수 있느냐가 아니라, 5천원을 가진 사람에게도 선택할 수 있는 한 끼가 남아 있는가.
그것이 김밥집 숫자보다 더 중요한 지표일 수 있다.
취재·작성: 김귤연 기자 | Next Insight News
nextinsight.news@gmail.com
참고자료
국세청 국세통계포털(TASIS), 분식점 사업자 현황
농림축산식품부·한국농촌경제연구원 「2025년 외식업체 경영실태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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