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콰도르전 전반 0-0 뒤 후반에만 3골
하프타임 압박 방식·후방 빌드업 수정…첫 경기서 드러난 변화와 숙제
로베르트 모레노 임시 감독의 한국 축구대표팀 데뷔전은 3대0 승리로 끝났다. 그러나 스코어만 보면 경기의 변화를 놓치기 쉽다.
한국은 전반 45분 동안 에콰도르의 골문을 열지 못했다. 모레노 감독이 꺼내든 4-4-2는 선수 간 간격을 좁히고 공을 잃은 즉시 압박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지만, 공격에서는 동선이 겹치고 패스 타이밍이 맞지 않는 장면도 나타났다. 후반 들어 하프타임 전술 수정이 반영되면서 경기 흐름이 달라졌고 한국은 오현규, 손흥민, 이동경의 연속골로 3대0 승리를 완성했다.
첫 선택은 4-4-2…핵심은 숫자보다 간격
모레노 감독이 데뷔전에서 선택한 기본 포메이션은 4-4-2였다.
공격과 수비 모두 큰 틀에서 4-4-2 형태를 유지하면서 최전방부터 중원까지 선수 사이 거리를 좁혔다. 공을 빼앗겼을 때는 가까운 선수 두세 명이 즉시 상대에게 달라붙었고, 상대의 전진을 초기에 끊으려는 장면이 반복됐다.
단순히 많은 선수가 뛰어가는 압박은 아니었다. 압박을 시작하는 위치와 뒤를 받치는 선수들의 간격을 함께 맞추려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모레노 감독도 경기 중 선수들에게 전방 압박을 적극적으로 주문했다.
전반 0-0…압박은 보였지만 공격은 막혔다
문제는 공격이었다.
측면과 중앙의 동선이 겹쳤고, 공을 전진시키는 과정에서 패스 타이밍이 늦어지는 장면이 이어졌다. 송민규와 정승원이 위치한 측면에서도 상대 수비를 흔드는 장면이 많지 않았다.
전진 압박을 위해 많은 선수가 앞으로 움직인 뒤 공을 잃었을 때는 수비 전환 과정에서 공간이 생기는 모습도 나타났다.
4-4-2의 간격은 전방 압박에서는 장점이 됐지만, 압박을 벗어난 상대가 빠르게 전진할 경우에는 수비진이 부담을 떠안을 수 있다는 점도 첫 경기에서 확인됐다.
새 체제에서 완전체 훈련 시간이 짧았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모레노 감독이 지휘한 선수들이 새로운 전술을 충분히 반복할 시간은 제한적이었다.
하프타임에 바꾼 압박과 후방 빌드업

변화는 후반부터 나타났다.
모레노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하프타임에 몇 가지 전술 조정을 했다고 밝혔다.
핵심은 압박 방식과 후방에서의 위치 조정이었다. 전반 준비했던 방식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자 상대 수비의 공간을 만들기 위해 압박과 빌드업 구조를 수정했다는 설명이다.
결과는 빠르게 나타났다.
후반 9분 오현규가 선제골을 넣었고 4분 뒤 손흥민이 추가골을 기록했다. 후반 41분에는 교체로 들어간 이동경이 세 번째 골을 넣으며 승부를 마무리했다.
전반 45분 동안 나오지 않던 골이 후반에 세 차례 나왔다.
단순히 포메이션을 유지한 것이 아니라 경기 중 문제를 확인한 뒤 구조를 수정했고, 선수들이 이를 곧바로 경기장에서 실행했다는 점이 모레노의 첫 경기에서 눈에 띈 대목이다.
3골보다 눈에 띈 ‘수정 속도’
첫 경기에서 모레노가 보여준 특징 가운데 하나는 전술에 대한 고집보다 수정 속도였다.
전반에 준비한 방식이 원활하게 작동하지 않자 하프타임에 손을 댔다. 이후 교체 선수들을 투입하는 과정에서도 경기 구조가 크게 흔들리지 않았고 이동경의 추가골까지 나왔다.
다만 3대0이라는 결과만으로 새로운 전술이 완성됐다고 보기는 이르다.
모레노 감독 역시 경기 뒤 “한 경기일 뿐”이라는 취지로 평가를 자제하며, 잘된 부분보다 제대로 되지 않은 장면을 찾아 수정하는 것이 자신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Next Insight 분석 | 포백이 아니라 ‘거리’가 바뀌었다…모레노 축구의 첫 번째 변화

모레노호의 첫 경기에서 가장 먼저 보인 변화는 수비수가 네 명이라는 사실이 아니다.
선수들 사이의 거리였다.
최전방 공격수와 미드필더가 따로 움직이지 않고 좁은 간격으로 상대를 압박했다. 공을 빼앗긴 뒤 뒤로 물러서는 대신 가까운 곳에서 다시 빼앗으려는 시도도 늘었다.
이 구조가 유지되면 상대가 공을 편하게 돌릴 시간을 줄일 수 있다. 반대로 첫 압박이 무너지면 수비진 앞에 넓은 공간이 생길 수 있다. 모레노의 4-4-2가 앞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도 여기에 있다.
에콰도르전은 답을 보여준 경기라기보다 방향을 처음 공개한 경기였다.
전반에는 간격과 압박이라는 새로운 원칙이 보였고 동시에 공격 전개와 전환 수비의 숙제도 나타났다. 하프타임 수정 뒤 후반 3골은 그 변화가 경기 안에서 작동할 가능성을 보여줬다.
포백으로 바뀐 것보다 더 중요한 변화는 선수들이 서로 얼마나 가까이 움직이고, 공을 잃은 뒤 얼마나 빨리 함께 반응하느냐다.
모레노 축구의 첫 번째 시험은 3대0이라는 숫자보다 그 거리에서 시작됐다.
작성·취재 | Next Insight News 김귤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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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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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베르트 모레노 감독 경기 후 기자회견
연합뉴스 한국·에콰도르 평가전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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