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웹툰산업 2조원대 시장으로 성장…네이버·카카오, 웹툰→영상·애니·게임으로 IP 확장
2026 인기작 분석해보니 무협·성장형 판타지·로맨스 판타지 강세…독자는 ‘빠른 몰입과 확실한 세계관’을 선택한다

스마트폰으로 만화를 읽는 것에서 출발한 웹툰이 이제 영화·드라마·애니메이션·게임을 만들어내는 글로벌 지식재산권(IP) 산업의 출발점으로 변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웹툰산업 매출은 2023년 처음 2조원을 넘어 2조1,890억원을 기록했고, 2024년에는 다시 4.4% 증가한 2조2,856억원으로 집계됐다. 웹툰이 더 이상 콘텐츠산업의 틈새시장이 아니라 독립적인 대형 산업으로 성장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2026년 웹툰 시장에서 더욱 중요한 변화는 단순한 매출 증가가 아니다.
“좋은 웹툰 한 편을 얼마나 많은 산업으로 확장할 수 있느냐”가 기업의 경쟁력을 결정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웹툰 한 편이 영화·드라마·게임으로…OSMU에서 ‘IP 산업’으로
과거 콘텐츠 업계에서는 하나의 원작을 여러 장르에 활용하는 방식을 OSMU(One Source Multi Use·원소스 멀티유즈)라고 불렀다.
웹툰은 이 방식에 매우 적합하다.
이미 그림과 등장인물, 세계관, 대사와 에피소드가 완성돼 있으며 연재 과정에서 독자의 반응까지 검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태원 클라쓰’, ‘무빙’, ‘지옥’, ‘전지적 독자 시점’, ‘나 혼자만 레벨업’과 같은 작품들이 웹툰 또는 웹소설 IP에서 출발해 영상·애니메이션 등 다른 콘텐츠로 확장된 것이 대표적 사례다.
하지만 최근 사업모델은 단순한 OSMU보다 한 단계 더 발전하고 있다.
웹툰 플랫폼이 작품의 연재만 담당하고 영상화 권리를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IP를 직접 보유하거나 투자하고 제작·게임·출판·캐릭터 사업까지 연결하는 ‘IP 밸류체인’을 구축하는 것이다.
웹툰엔터테인먼트는 2026년 2분기 발표에서 인기 웹코믹을 게임으로 개발하기 위한 전용 파이프라인 확보를 위해 RI Games Holdings에 전략적으로 투자한다고 밝혔다. 회사 역시 IP 전략의 방향을 단순 라이선스 판매에서 직접 투자와 IP 소유 확대 쪽으로 옮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 세계 월간 이용자 1억5천만명대…이미 글로벌 플랫폼
웹툰의 산업적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기업이 나스닥에 상장된 웹툰엔터테인먼트다.
2026년 2분기 웹툰엔터테인먼트의 글로벌 월간활성이용자(MAU)는 1억5,690만명, 유료 이용자(MPU)는 약 750만명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3억3,850만달러였다. 환율 영향을 제거한 기준에서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매출이 5.2% 증가했다.
흥미로운 것은 매출 구조다.
여전히 유료 콘텐츠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회사는 광고와 IP 영상화·게임 등으로 수익원을 확대하고 있다. 2분기 광고 매출은 환율 영향을 제거하면 전년 대비 11.5% 성장했고, IP Adaptations 역시 같은 기준으로 4.2% 증가했다.
이는 웹툰 플랫폼의 미래가 단순히 “다음 회차를 얼마에 판매할 것인가”에만 있지 않다는 의미다.
독자가 많아질수록 광고가 성장하고, 인기 작품에서는 영상·게임·출판·굿즈 등 새로운 매출이 만들어질 수 있다.
디즈니까지 웹툰 방식에 들어왔다
글로벌 콘텐츠 기업도 웹툰의 모바일 소비방식에 주목하고 있다.
웹툰엔터테인먼트와 월트디즈니컴퍼니는 전략적 협력을 진행하고 있으며, 디즈니는 웹툰엔터테인먼트 지분 약 2% 투자도 완료했다. 양사는 새로운 디지털 코믹 플랫폼 개발도 추진하고 있다.
이미 ‘Amazing Spider-Man’, ‘Star Wars’, ‘Avengers’ 등 디즈니 계열 작품들을 모바일 세로 스크롤 방식으로 재구성한 콘텐츠도 선보였다.
이 대목은 의미가 크다.
한국 웹툰 기업이 미국 만화를 단순히 번역해 공급하는 것을 넘어 웹툰이 만든 ‘세로 스크롤 모바일 문법’ 자체가 글로벌 콘텐츠 유통방식으로 확장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2026년 독자들은 무엇을 보고 있나
현재 국내 주요 플랫폼의 인기작을 살펴보면 소비자의 취향 변화도 확인할 수 있다.
2026년 8월 현재 네이버웹툰의 실시간 인기 작품에는 ‘외모지상주의’, ‘광마회귀’, ‘나 혼자 만렙 뉴비’ 등이 상위권에 올라 있다. 판타지 장르에서는 ‘화산귀환’이 실시간 인기 1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별을 품은 소드마스터’ 등 성장형 판타지 작품도 높은 위치에 있다.
카카오페이지 역시 현재 인기 웹툰 목록에 ‘타람 타람 타람’, ‘픽 미 업!’, ‘엄마가 계약결혼 했다’, ‘무한의 마법사’ 등이 올라 있다.
특히 ‘픽 미 업!’은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직접 2026년 주목할 작품으로 선정했다. 2022년 연재를 시작한 작품임에도 2025년 카카오페이지 판타지 웹툰 월간 순위에서 12개월 모두 10위권을 유지했고, 그중 8개월 동안 1~2위를 차지했다.
‘화산귀환’이 보여준 변화…무협도 젊어졌다
독자 취향을 분석할 때 특히 흥미로운 작품이 ‘화산귀환’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4 만화·웹툰 이용자 조사에서 웹툰 이용자 3,448명을 대상으로 즐겨 보는 작품을 조사한 결과 ‘화산귀환’이 1위, ‘외모지상주의’가 2위로 조사됐다. 그 뒤를 ‘신혼일기’, ‘나 혼자만 레벨업’, ‘김부장’, ‘전지적 독자 시점’, ‘신의 탑’ 등이 이었다.
‘화산귀환’이 흥미로운 이유는 전통적으로 중장년 남성 독자가 강했던 무협 장르를 젊은 독자와 여성 독자까지 소비하는 콘텐츠로 확장했다는 점이다.
즉 현재 웹툰 독자는 장르 이름만으로 작품을 고르지 않는다.
무협이라도 캐릭터가 매력적이고 유머가 있으며 빠른 성장과 관계 변화가 있다면 젊은 세대도 받아들인다.
지금 잘되는 웹툰에는 공통점이 있다
현재 상위권 작품들을 보면 몇 가지 흐름이 비교적 분명하게 나타난다.
첫째는 성장 서사다.
‘화산귀환’, ‘광마회귀’, ‘나 혼자 만렙 뉴비’, ‘픽 미 업!’, ‘무한의 마법사’는 작품의 방식은 다르지만 주인공이 강해지고 위기를 넘어 자신의 세계를 확대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현재 네이버와 카카오페이지 상위권에 이런 작품들이 동시에 다수 포진해 있다는 점에서 성장형 판타지·무협에 대한 수요가 여전히 강하다고 볼 수 있다. 이는 현재 플랫폼 순위를 토대로 한 분석이다.
둘째는 회귀·빙의·게임 시스템과 같은 즉시 이해할 수 있는 설정이다.
모바일에서는 독자가 한 작품에 관심을 가질 것인지 몇 화 안에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복잡한 설명 없이도 ‘죽었다가 과거로 돌아왔다’, ‘게임 속에 들어갔다’, ‘특별한 능력을 얻었다’처럼 갈등구조를 빠르게 이해할 수 있는 설정이 강한 흡인력을 갖는다.
셋째는 캐릭터 중심 소비다.
긴 세계관보다 특정 등장인물에 강하게 애착을 갖게 만드는 작품은 SNS 팬덤, 2차 창작, 굿즈와 영상화로 확장하기도 유리하다.
이것이 웹툰이 단순한 이야기산업을 넘어 캐릭터 IP 산업으로 이동하는 중요한 이유다.
여성 독자 시장에서는 로맨스 판타지가 여전히 강하다
카카오페이지 인기 목록을 보면 판타지·액션 작품과 함께 가족관계, 계약결혼, 귀족사회, 회귀·빙의를 결합한 로맨스 판타지가 지속적으로 노출되고 있다. ‘엄마가 계약결혼 했다’ 같은 작품이 대표적이다.
이 장르가 오랫동안 인기를 유지하는 이유는 로맨스 하나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여성 주인공의 사회적 지위 변화와 성장, 가족관계, 복수, 경제적 독립, 권력관계 등이 로맨스와 결합돼 있기 때문이다.
즉 최근의 로맨스 판타지는 단순히 “왕자와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보다 주인공이 자신의 삶을 다시 설계하는 서사에 가까운 작품이 많다.
앞으로 더 중요한 것은 ‘첫 번째 웹툰 독자’가 아니다
과거 웹툰기업의 목표는 플랫폼으로 독자를 끌어오는 것이었다.
앞으로는 그 독자가 작품을 보고 난 뒤 어디로 이동하는지가 중요해진다.
웹툰을 본 독자가 드라마를 보고, 드라마를 본 사람이 다시 원작을 찾아보고, 애니메이션에서 팬이 된 해외 이용자가 게임과 굿즈를 구입하는 식이다.
이른바 IP 플라이휠(flywheel)이다.
웹툰엔터테인먼트가 직접 IP 투자 비중을 확대하고 게임 분야로 진출하는 것도 한 작품에서 발생하는 장기적인 부가가치를 더 많이 확보하기 위한 전략으로 볼 수 있다. 회사 역시 이를 장기 IP 전략의 핵심 방향으로 제시하고 있다.
AI가 바꾸는 것은 ‘그림 그리는 법’만이 아니다
웹툰산업에서 AI를 이야기하면 흔히 AI가 작가 대신 그림을 그리는 장면부터 떠올린다.
하지만 실제 플랫폼 기업들이 먼저 적극적으로 적용하고 있는 분야는 추천과 번역, 콘텐츠 발견, 불법복제 대응이다.
웹툰엔터테인먼트는 2026년 CANVAS 창작자가 작품을 영어·스페인어·프랑스어·인도네시아어·태국어·중국어·독일어 등으로 공급할 수 있도록 AI 기반 자동번역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있다.
또 AI 기반 개인화 추천을 고도화하면서 이용자가 더 많은 작품과 회차를 발견하도록 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회사는 한국 시장에서 개인화 추천 강화 이후 이용자가 더 다양한 타이틀과 에피소드를 읽는 흐름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2026년에는 인터랙티브 스토리 채팅 서비스 ‘byUs’, 자동번역, AI 기반 숏 애니메이션 등으로 적용범위가 더욱 넓어지고 있다.
결국 AI의 가장 빠른 산업적 효과는 작가를 대체하는 것보다 작품 하나를 더 많은 사람에게 발견시키고 더 많은 언어와 형식으로 유통하는 데서 먼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웹툰 산업이 해결해야 할 숙제도 분명하다
성장만 보고 미래를 낙관할 수는 없다.
웹툰엔터테인먼트의 2026년 2분기 글로벌 MAU는 1억5,690만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이 0.5%에 그쳤다. 회사 전체 매출도 실제 환율 기준으로는 전년보다 2.8% 감소했다. 일본 매출은 같은 기간 15.4% 줄었다.
즉 이미 웹툰이 널리 보급된 시장에서는 이용자 숫자만 계속 늘리는 성장모델에 한계가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그래서 앞으로는 이용자 한 사람이 더 많은 작품을 발견하고, 유료 결제를 하고, 광고·영상·게임·굿즈까지 소비하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해진다.
동시에 창작자 수익배분, 과도한 연재 노동, 불법복제, AI 학습과 저작권, 플랫폼과 작가 사이의 계약 투명성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AI를 활용하더라도 작가의 작품을 무단 학습하거나 원작자의 권리를 침해한다면 오히려 웹툰 생태계 자체를 약화시킬 수 있다.
앞으로 잘되는 웹툰은 ‘영상화하기 좋은 작품’만은 아닐 것이다
한동안 업계에서는 “드라마로 만들기 좋은 작품”이 좋은 IP라는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기준이 더 넓어질 가능성이 높다.
어떤 작품은 드라마에 적합하고, 어떤 작품은 애니메이션이 더 어울린다. 전투와 성장 시스템이 뛰어난 작품은 게임에 적합하고 캐릭터성이 강한 작품은 굿즈나 라이선싱에서 더 큰 시장을 만들 수 있다.
따라서 콘텐츠 기업이 가져야 할 전략은 모든 성공작을 무조건 드라마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작품의 특성에 맞는 2차 시장을 찾는 것이다.
웹툰엔터테인먼트가 애니메이션·게임·출판·영상 제작을 동시에 확대하는 흐름도 이러한 변화와 맞닿아 있다.
결국 미래 경쟁력은 ‘좋은 이야기+데이터+글로벌 유통’
2026년 웹툰산업을 보면 성공 공식은 점점 분명해지고 있다.
첫 번째는 원작의 힘이다. 아무리 좋은 플랫폼과 AI가 있어도 독자를 붙잡을 이야기와 캐릭터가 없다면 IP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두 번째는 데이터다. 조회수·완독률·결제·재방문·독자 반응 등을 통해 어떤 작품에서 팬덤이 만들어지는지를 빠르게 찾아낼 수 있다.
세 번째는 글로벌 유통이다. AI 번역과 현지화가 발전하면 과거에는 한국에서만 성공했을 작품이 짧은 시간 안에 세계시장으로 확산될 수 있다. 웹툰엔터테인먼트가 2026년 국제 CANVAS 서비스를 통합하고 AI 번역을 확대하는 것도 바로 이 장벽을 낮추기 위한 전략이다.
그리고 마지막은 IP 확장 능력이다.
웹툰 → 웹소설 → 드라마 → 영화 → 애니메이션 → 게임 → 캐릭터·굿즈라는 연결고리 가운데 작품에 가장 적합한 시장을 찾아야 한다.
웹툰의 진짜 경쟁 상대는 다른 웹툰이 아니다
한국 웹툰산업은 2조원대 시장으로 성장했고, 웹툰엔터테인먼트 한 회사의 글로벌 이용자만 1억5천만명을 넘어선다.
그러나 앞으로의 경쟁은 네이버웹툰과 카카오페이지 사이에서만 벌어지지 않는다.
넷플릭스의 드라마, 유튜브의 숏폼, 게임, 틱톡형 콘텐츠, 일본 애니메이션과 글로벌 스트리밍 서비스가 모두 소비자의 같은 시간을 두고 경쟁한다.
웹툰이 가진 가장 강력한 무기는 상대적으로 낮은 제작비로 수많은 새로운 이야기를 시장에 내놓고, 독자가 어떤 세계와 캐릭터에 반응하는지를 빠르게 검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검증을 통과한 이야기가 영화와 드라마, 게임으로 이동한다.
그래서 웹툰을 앞으로 단순한 ‘디지털 만화 시장’으로 바라보는 것은 산업의 절반만 보는 것이 될 수 있다.
웹툰의 진짜 가치는 한 회를 판매하는 데 있지 않다. 하나의 이야기를 발견해 세계적인 IP로 키우는 데 있다.
2026년 웹툰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향하고 있는 방향도 바로 그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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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xtInsightNews 김귤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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