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대형 전력접속 요청 700GW 넘어…텍사스만 474GW
영국도 41→125GW 폭증, 보증금·단계별 사업성 검증 추진
한국 수도권 522건·33.6GW 신청…최종 공급 가능 승인 10건
AI 데이터센터 전력 문제가 새로운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 이제 전력당국의 고민은 필요한 발전소를 얼마나 빨리 짓느냐만이 아니다. 실제로 건설될 데이터센터와 여러 지역에 중복 신청된 ‘유령 수요’를 가려내 한정된 송전망의 자리를 누구에게 줄 것인지가 전력안보의 문제가 되고 있다.
미국 700GW 신청…‘데이터센터가 필요한 전력’과는 다른 숫자
미국에서 데이터센터 등 대형 전력사용자가 신청한 전력 규모는 700GW를 넘어섰다. 현재 미국 데이터센터 전체 전력사용량 추정치의 10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텍사스의 대형 부하 접속 요청만도 2023년 약 48GW에서 최근 474GW 이상으로 불어났다.
그러나 이 숫자를 미래의 실제 전력수요로 볼 수는 없다.
한 데이터센터 개발업체가 가장 빠르고 저렴하게 전력을 받을 부지를 찾기 위해 여러 전력회사에 동시에 접속 신청을 내거나, 투자와 고객 확보가 끝나지 않은 단계에서 전력용량부터 선점하는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미 연방에너지규제위원회(FERC)도 데이터센터 사업자들이 여러 유틸리티를 상대로 이른바 **‘shopping around’**을 하면서 중복·투기적 신청이 접속 대기열을 막고 수요전망을 부풀릴 수 있다고 공식 지적했다.
“예약했으면 책임져라”…미국·영국의 새로운 필터

해법은 신청을 막는 것이 아니라 신청에 책임을 붙이는 방식으로 움직이고 있다.
AEP Ohio는 데이터센터에 장기계약과 함께 계약용량의 일정 수준을 실제 사용하지 않더라도 최소요금으로 부담하도록 했다. 현재 요금구조에서는 조건에 따라 최대 계약용량의 85% 수준까지 최소수요 요금이 적용되며, 계약용량을 줄이거나 사업에서 빠질 때도 비용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
영국도 같은 문제를 겪고 있다.
Ofgem에 따르면 대형 전력수요 접속신청은 1년도 안 돼 41GW에서 125GW로 세 배가량 증가했고 이 가운데 최소 80GW가 데이터센터다. Ofgem은 실현 가능성이 낮은 사업이 접속 대기열을 차지하는 것을 막기 위해 **commitment fee(이행보증금)**와 단계별 사업진행 증빙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약속한 단계까지 사업을 진척시키지 못하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구조다.
결국 새로운 원칙은 단순하다.
“전력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실제 투자할 사업이라는 것을 증명하라.”
한국 수도권 33.6GW…522건 중 최종 승인 10건
한국도 이미 비슷한 신호가 나타난다.
CBRE코리아가 한전 자료 등을 토대로 분석한 결과 2026년 3월 누적 기준 수도권 전력계통영향평가 1차 기술검토 신청은 522건, 33,592MW에 달했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전력공급 가능 승인을 받은 사업은 10건, 신청 건수 대비 1.9%였다.
여기서 522건 가운데 512건이 ‘가짜 사업’이라고 해석해서는 안 된다. 심사가 진행 중인 사업도 있고 계통 여유 부족 등으로 공급이 어려운 사업도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다만 33.6GW를 그대로 ‘앞으로 수도권에서 필요한 데이터센터 전력’이라고 계산해서도 안 된다.
전력을 먼저 확보한 데이터센터 부지의 가치가 높아지면서 국내 시장도 이미 ‘전력 추종형’으로 변하고 있다는 것이 CBRE의 분석이다. 전력 연결권 자체에 희소가치가 붙으면 실제 투자 확정 이전에 전력부터 확보하려는 유인도 커질 수 있다.
Next Insight 분석 | 발전소보다 먼저 필요한 ‘진짜 수요’ 판별

AI 시대의 전력정책은 지금까지와 다른 질문을 요구한다.
데이터센터 한 곳에 수백MW가 필요하다면 전력회사는 그 요청을 바탕으로 변전소와 송전선, 발전설비를 계획해야 한다. 그런데 같은 프로젝트가 세 지역에 300MW씩 신청한 것을 각각 별도 수요로 계산한다면 전력망은 실제보다 훨씬 큰 미래를 준비하게 된다.
반대로 이를 모두 ‘거품’으로 보고 투자를 늦췄다가 실제 데이터센터가 들어오면 전력 부족이 발생한다.
그래서 필요한 것은 전력공급 확대와 동시에 신청의 진위를 가리는 제도다.
부지 사용권, 실제 최종 고객, 자금조달 능력, 단계별 투자실적을 확인하고 일정 규모의 보증금이나 최소사용 의무를 부과하는 방식은 전력망을 선점하는 데에도 비용과 책임을 요구한다.
한국의 33.6GW 신청량 역시 이런 필터를 통과한 뒤 얼마가 남는지를 봐야 ‘진짜 AI 전력수요’에 가까워질 수 있다.
AI 시대 전력정책의 새로운 숙제는 필요한 전기를 얼마나 빨리 만드는가만이 아니다. 실제로 사용할 사람에게만 귀한 전력망의 자리를 배분하는 것도 전력안보가 됐다.
취재·작성: 김귤연 기자 | Next Insight News
nextinsight.news@gmail.com
참고자료
- Reuters, 미국 데이터센터 ‘Ghost Demand’ 및 텍사스 접속수요 분석, 2026년 9월 1일
- 미국 연방에너지규제위원회(FERC), Large Load Interconnection 관련 자료
- AEP Ohio, Data Center Tariff
- 영국 Ofgem, Proposed Data Centre Connection Reforms, 2026년 7월
- CBRE Korea, 「Korea Data Center Investment」, 2026년 7월
#AI데이터센터 #전력망 #전력수요 #유령수요 #데이터센터 #전력계통 #인공지능 #전력인프라 #에너지정책 #NextInsightNews
Next Insight 분석을 정리해 보내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