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D 활용 분야 ④ 항공우주와 CAD…곡면 설계에서 해석·제조·인증까지

자동차보다 가볍고, 기계보다 복잡하며, 작은 설계 변경까지 추적해야 한다…항공우주 CAD의 핵심은 ‘정밀한 형상’이 아니라 ‘검증 가능한 디지털 설계’다

항공기와 우주발사체는 CAD가 가장 높은 수준으로 활용되는 산업 가운데 하나다.

날개·동체·엔진·착륙장치·배관·전기 하니스처럼 수많은 시스템이 제한된 공간과 무게 안에서 결합해야 하고, 설계 결과가 안전성과 직접 연결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항공우주 분야에서 CAD는 단순히 3D 형상을 만드는 프로그램이 아니다. 설계 → 해석 → 제조 → 검사 → 인증으로 이어지는 제품 정보의 기준점에 가깝다.

NASA 역시 항공 분야에서 여러 기술을 하나의 복잡한 시스템으로 통합하기 위해 모델 기반 시스템 분석·엔지니어링(MBSAE)을 확대하고 있다.

날개 곡면 하나에도 공기역학과 구조설계가 함께 들어간다

항공기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CAD 기술은 복잡한 곡면(Surface) 설계​다.

날개의 앞전과 뒷전, 동체 외형, 엔진 나셀은 단순히 보기 좋은 형태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공기의 흐름과 양력·항력, 내부 구조물 배치까지 고려한 형상이어야 한다.

따라서 일반적인 작업 흐름은 다음과 같이 이어진다.

CAD 형상 설계 → 공력해석(CFD) → 구조해석(CAE/FEA) → 형상 수정 → 재검증

문제는 날개의 외형을 조금만 변경해도 공력성능뿐 아니라 내부 리브와 스파, 연료공간, 배관과 제작공정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항공우주 CAD에서 형상과 해석 데이터가 분리될 수 없는 이유다.

가장 중요한 설계 목표 중 하나는 ‘강하면서 얼마나 가볍게 만들 것인가’다

항공기는 무게 증가가 곧 연료소비와 탑재능력, 항속거리의 변화로 이어진다.

때문에 CAD 단계에서 단순한 형상뿐 아니라 부품의 두께, 내부 보강구조, 체결 위치와 재료까지 함께 검토한다.

특히 탄소섬유강화복합재(CFRP)와 같은 복합재료가 사용되는 부품에서는 금속 부품과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외형은 같아 보여도 섬유 방향과 적층구조에 따라 강성과 하중 전달 특성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대 항공우주 설계에서 CAD는 ‘모양을 만드는 도구’보다 필요한 강도를 확보하면서 불필요한 질량을 제거하는 설계 플랫폼에 가깝다.

수십만 개 부품보다 어려운 것은 ‘서로 충돌하지 않게 만드는 것’이다

완성된 항공기에서는 구조물 사이로 연료배관, 유압라인, 공조덕트, 전선과 각종 제어장치가 지나간다.

따라서 대규모 3D 어셈블리에서는 부품 간 단순 간섭뿐 아니라 조립할 수 있는 공간이 있는지, 정비할 때 장비를 꺼낼 수 있는지, 배선과 배관의 경로가 적절한지​까지 검토해야 한다.

현재 국제표준인 ISO 10303-242:2025(STEP AP242)​도 항공우주 제품의 부품·어셈블리뿐 아니라 설계 변경과 버전관리, 전기 하니스, 요구사항과 검증 정보를 모델 기반으로 관리하는 범위를 포함하고 있다.

이는 항공우주 CAD가 단순한 기계부품 모델링을 이미 넘어섰다는 의미다.

3D 모델 자체가 ‘도면’이 되는 MBD

항공우주 CAD에서 특히 중요한 개념이 MBD(Model-Based Definition)​다.

기존 방식에서는 3D 모델을 만든 뒤 별도의 2D 제작도면에 치수와 공차, 가공조건 등을 표시했다.

MBD에서는 이러한 제조정보인 PMI(Product Manufacturing Information)​를 3D 모델 자체에 포함시킨다.

즉 3D CAD 모델 안에

형상 + 치수 + 공차 + 기준면 + 제조정보

가 함께 존재하는 것이다.

NIST는 이러한 MBD 데이터를 CAD에서 CAM 가공과 CMM 측정·품질검사로 연결하는 것이 모델 기반 제조의 핵심이라고 설명한다.

따라서 데이터 흐름도 달라진다.

CAD/MBD → CAM 가공 → 측정·검사 → 품질관리

하나의 3D 모델이 설계자뿐 아니라 생산과 품질 부서까지 사용하는 공통 기술정보가 되는 것이다.

항공우주에서는 ‘누가 무엇을 언제 바꿨는가’도 설계의 일부다

일반 소비제품과 항공기의 결정적인 차이 가운데 하나가 설계 변경의 추적성이다.

부품의 형상이 바뀌었다면 어떤 이유로 변경됐고, 어느 버전부터 적용됐으며, 어떤 부품과 조립체에 영향을 주는지를 관리해야 한다.

항공기는 제작 이후 수십 년 동안 운항될 수도 있기 때문에 설계 데이터 역시 장기간 유지돼야 한다.

ISO STEP AP242가 제품 구성, 버전, 설계 변경과 장기 보관을 중요한 데이터 범위로 포함하는 것도 이러한 산업적 요구와 관련된다.

결국 항공우주 산업에서 CAD 파일은 단순한 작업파일이 아니다. 형상과 변경 이력을 포함한 제품의 공식적인 기술자산이 된다.

CAD는 인증과도 연결된다

항공산업에서는 설계를 잘하는 것만으로 제품을 시장에 내놓을 수 없다.

설계가 요구되는 안전기준을 충족한다는 것을 시험과 분석, 문서로 입증해야 한다.

미국 FAA는 항공기 인증을 설계기준 설정에서 상세 정의, 제작, 시험, 인증과 생산까지 이어지는 체계적인 절차로 운영하고 있다. 또한 AC 21-48을 통해 3D 전자 모델링 데이터를 설계·제조·설치·검사와 형식설계 데이터에 활용하는 방법을 공식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 점이 항공우주 CAD의 특성을 가장 잘 보여준다.

3D 모델을 얼마나 정교하게 만들었느냐보다 그 설계가 어떻게 검증됐고, 실제 제작품과 일치하며, 변경 과정까지 추적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

항공우주 CAD를 배우려면 무엇이 중요한가

이 분야를 목표로 한다면 단순한 CAD 명령어 습득만으로는 부족하다.

특히 다음 능력이 중요하다.

정밀 3D 모델링 → 곡면 설계 → 대형 어셈블리 → GD&T·공차 → MBD·PMI → CAE 연계 → 설계변경·형상관리

여기에 재료와 가공, 복합재, 구조역학에 대한 이해가 더해지면 CAD 화면에서 만든 형상을 실제 항공우주 부품으로 연결할 수 있게 된다.

Next Insight

자동차·기계 분야의 CAD가 ‘부품을 완성품으로 연결하는 기술’​이라면 항공우주 분야의 CAD는 한 단계 더 나아간다.

설계가 왜 그렇게 만들어졌는지, 어떤 해석으로 검증됐는지, 어떻게 제작되고 검사됐으며 어떤 변경을 거쳤는지까지 하나의 디지털 정보로 연결하는 것​이 핵심이다.

NASA가 최근 항공 연구에서 모델 기반 시스템 엔지니어링과 디지털 통합을 강화하는 것도 같은 방향이다. 항공기의 개별 기술을 따로 최적화하는 것보다 전체 시스템 안에서 성능과 영향을 동시에 판단하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미래 항공우주 산업에서 CAD 실력은 “비행기 부품을 그릴 수 있는가”로 평가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하나의 설계 데이터를 해석·제조·검사·인증까지 끊김 없이 연결할 수 있는가.”

바로 이 지점에서 항공우주 산업의 CAD가 일반적인 3D 설계와 구별된다.

참고자료

  • NASA, Model-Based Systems Analysis & Engineering 자료
  • FAA, Aircraft Certification·AC 21-48
  • NIST, Model-Based Definition(MBD) 연구자료
  • ISO 10303-242:2025(STEP AP242)

취재·작성: 김귤연 기자 | Next Insight News

nextinsight.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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