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 금융 세계 8위인데 국책은행은 지방으로…2차 공공기관 이전이 시험할 ‘균형발전의 비용’」

정부, 수도권 공공기관 350여 곳 2차 이전 추진…국책은행 포함 여부는 아직 미확정
금융노조 1만5000명 총파업…지역 성장과 금융 집적효과 사이 정책 선택의 시험대

서울이 국제금융센터지수 세계 8위에 오른 가운데 정부가 수도권 공공기관 350여 곳의 2차 지방 이전을 본격화하면서 금융권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쟁점은 단순히 본사 주소를 어디에 둘 것인가가 아니다. 국책은행을 옮겨 지역 금융산업을 키울 수 있는지, 아니면 이미 형성된 서울 금융 생태계의 효율을 떨어뜨리는 비용이 더 큰지가 정책의 성패를 가를 문제다.

광화문에 1만5000명…파업의 중심으로 떠오른 지방 이전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4일 서울 광화문 세종대로에서 총파업 집회를 열었다. 경찰 비공식 추산 참가자는 약 1만5000명으로 산업은행·기업은행·수출입은행 등 3대 국책은행 조합원이 중심을 이뤘다.

노조는 금융기관 지방 이전 반대와 함께 주 4.5일제, 임금 6% 인상 등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달 쟁의행위 투표 찬성률은 96.05%였다. 다만 시중은행 참여율은 상대적으로 낮아 일반 영업점의 대규모 업무 마비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350여 기관 이전 추진…국책은행 행선지는 아직 미정

정부는 3일 수도권 소재 약 350개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수도권 잔류를 최소화하되 기관을 전국에 흩어놓기보다 기존 혁신도시를 중심으로 관련 산업·대학과 묶어 지역 성장거점을 만든다는 구상이다. 일부 선도기관은 2027년부터 이전 절차에 들어간다.

중요한 점은 산업은행·기업은행·수출입은행의 지방 이전이 현재 확정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구체적인 이전 대상과 지역은 후속 검토 과정에서 결정된다. 따라서 현 단계의 갈등은 ‘이전 결정’보다 국책은행이 이전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을 둘러싼 선제 충돌에 가깝다.

서울 세계 8위…건물보다 중요한 ‘금융 생태계’

서울은 올해 영국 지옌(Z/Yen)의 국제금융센터지수(GFCI 39)에서 세계 137개 도시 가운데 8위를 기록했다. 직전 평가보다 두 계단 상승했으며 4년 연속 세계 10위권을 유지했다.

금융노조가 우려하는 것도 이 집적효과다. 기업 본사, 은행·증권사, 사모펀드·벤처캐피털, 회계·법률회사, 금융당국과 정책금융기관이 가까이 모여 있을수록 대규모 투자와 구조조정, 기업금융 의사결정의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는 논리다.

반대로 정부는 공공기관과 전문인력을 지방에 배치하지 않고서는 지역 산업도 계속 수도권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 기관 이전을 지역 대학·기업과 연결해 새로운 산업 클러스터의 씨앗으로 만들겠다는 것이 2차 이전의 핵심 논리다.

Next Insight 분석 | 주소를 옮기는 것과 산업을 옮기는 것은 다르다

지역균형발전은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고 지역에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 공익적 목표다. 그러나 금융산업은 공장처럼 건물 하나를 이전한다고 공급망 전체가 함께 움직이는 산업이 아니다.

국책은행을 지방으로 옮긴 뒤 전문인력이 이탈하고 민간 금융회사와 기업은 서울에 남는다면 균형발전의 편익보다 금융 효율 저하라는 비용이 커질 수 있다. 반대로 이전 지역에 민간 금융사·기업·대학·전문서비스까지 따라오는 생태계를 만들 수 있다면 단순한 행정 이전을 넘어 새로운 금융거점이 될 수 있다.

따라서 2차 공공기관 이전의 평가는 ‘몇 개 기관을 지방으로 보냈는가’가 아니라 ‘그 지역에 얼마나 새로운 산업과 인력이 남았는가’로 해야 한다.

서울이 세계 8위 금융도시인 지금, 국책은행 이전은 균형발전의 의지만 시험하는 정책이 아니다. 지역을 살리면서 기존 금융 경쟁력까지 지킬 수 있는지를 묻는, 훨씬 어려운 국가 산업정책의 시험대다.

취재·작성: 김귤연 기자 | Next Insight News
nextinsight.news@gmail.com

참고자료

국무조정실·정책브리핑, 2차 중앙행정기관 및 공공기관 이전 방향
서울특별시, 국제금융센터지수(GFCI 39) 서울 세계 8위
연합뉴스·뉴스1, 금융노조 9월 4일 총파업 관련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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