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청은 대법원장, 동의는 국회, 임명은 대통령…조희대 발언이 다시 꺼낸 헌법 104조」

조희대 “국회와 대통령, 대법원장의 제청에 관여할 수 없어”…국감서 재제청 요구의 헌법적 근거 다시 문제 제기

헌법은 제청·동의·임명을 세 기관에 나눠 배분…쟁점은 ‘협의’가 가능한가보다 어디까지 가능한가

조희대 대법원장이 대법관 인선 문제를 다시 헌법 제104조 위에 올려놓았다.

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법원 국정감사에 출석한 조 대법원장은 대법관 후보 제청과 관련해 국회와 대통령이 대법원장의 제청 과정에 관여할 수 없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청와대가 지난 8월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의 제청을 사실상 반려하고 다른 후보의 재제청을 요구한 뒤 이어져 온 충돌을, 단순한 인사협의 문제가 아니라 헌법상 권한 배분의 문제로 다시 규정한 셈이다.

헌법 제104조 2항의 문장은 짧다.

“대법관은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

하지만 지금 벌어지는 갈등은 바로 이 한 문장에 들어 있는 세 개의 권한, 즉 제청·동의·임명 사이의 경계를 어디에 그을 것인가를 둘러싼 문제다.

헌법 104조는 왜 세 기관을 한 문장에 넣었나

헌법은 대법관 인선을 어느 한 기관에 맡기지 않았다.

후보자를 제청하는 권한은 대법원장에게, 제청된 후보에 동의할 것인지는 국회에, 최종 임명은 대통령에게 각각 배분했다.

이는 대법관 인사를 사법부 내부의 전적인 자율에 맡기지도 않고, 대통령이 단독으로 선택하게 하지도 않는 구조다. 대법원장은 사법부 수장으로서 후보를 고르고, 국회는 국민 대표기관으로서 동의 여부를 심사하며, 대통령은 국가원수로서 임명권을 행사한다.

따라서 세 권한은 서로 연결돼 있지만 동일하지 않다.

바로 이 차이 때문에 조 대법원장은 제청 단계에서 대통령이나 국회가 특정 후보의 선택 또는 배제를 요구하는 것은 대법원장의 헌법상 권한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반면 청와대는 대통령에게 임명권이 따로 부여돼 있는 이상, 대법원장의 제청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형식적 권한으로만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같은 헌법 조항을 놓고 한쪽은 ‘권한의 분리’를, 다른 한쪽은 ‘권한의 연결’을 더 강조하는 것이다.

갈등은 손봉기 후보 제청에서 시작됐다

이번 충돌은 노태악 전 대법관의 후임 인선을 둘러싸고 시작됐다.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는 후보자 4명을 추천했지만 청와대와 대법원은 최종 후보를 놓고 장기간 의견을 좁히지 못했고, 후임 대법관 자리는 반년 넘게 공석으로 남았다.

조 대법원장은 결국 지난 8월 18일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를 대통령과 최종 합의 없이 서면으로 제청했다.

열흘 뒤 청와대는 절차적 하자와 인선의 다양성·공정성 등을 이유로 사실상 제청을 반려하며 다른 후보를 재제청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자 조 대법원장은 지난달 22일 재제청 요청 문서에 구체적인 사유와 헌법적 근거가 명확하게 적혀 있지 않다며 이에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청와대는 즉각 반박했다.

대통령에게 헌법상 임명권이 있는 만큼 대법원장의 제청권 역시 대통령의 임명권과 조화를 이뤄 행사돼야 하며, 제청권을 사실상 독점적 권한처럼 행사하는 것이 오히려 헌법의 권력분립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논리였다.

양측이 같은 제104조를 서로 다른 방향에서 읽고 있는 것이다.

조희대의 논리는 ‘제청’ 단계의 독립성

조 대법원장의 주장을 법적으로 보면 핵심은 비교적 명확하다.

헌법이 굳이 ‘대법원장의 제청’이라는 절차를 별도로 둔 이상 누가 후보가 될지를 결정하는 첫 판단은 대법원장의 권한이고, 대통령이나 국회가 그 이전 단계에서 특정 후보를 사실상 선택하거나 교체하도록 요구한다면 제청권의 실질이 약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논리에서는 대통령의 권한도 사라지지 않는다.

대통령은 제청된 후보를 임명하는 단계에서 자신의 헌법상 권한을 행사하고, 국회 역시 후보자에 대해 동의 또는 부동의를 결정한다.

즉 **대통령과 국회가 권한이 없는 것이 아니라, 권한을 행사하는 ‘단계가 다르다’**는 주장에 가깝다.

조 대법원장이 이날 국회와 대통령 모두 제청 자체에는 관여할 수 없다는 취지로 말한 것도 이 구조를 강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대통령의 임명권도 헌법에 따로 적혀 있다

반대 논리 역시 단순하지 않다.

헌법은 대법관을 “대법원장이 임명한다”고 하지 않고, 대통령에게 별도의 임명권을 부여했다.

그렇다면 대통령의 임명권을 단순히 제청된 사람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는 형식적인 행위로만 볼 수 있는지라는 질문이 생긴다.

청와대는 바로 이 점을 강조해왔다.

대법원장이 대통령의 의견과 관계없이 후보를 제청하고 대통령은 반드시 받아들여야 한다면, 헌법이 대통령에게 임명권을 따로 부여한 의미가 지나치게 축소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대통령이 제청 이전 단계에서 특정 후보를 사실상 지명하거나 다른 후보로 교체하도록 요구할 수 있다면 대법원장의 제청권이 형식화될 가능성도 생긴다.

결국 어느 한 권한을 최대한 넓게 읽으면 다른 권한이 좁아지는 구조다.

‘협의 관행’은 있었지만 헌법상 의무인가

그동안 대법관 인선 과정에서는 대통령실과 대법원이 후보자를 놓고 사전에 의견을 조율하는 관행이 이어져 왔다.

이번 갈등이 커진 이유도 조 대법원장이 최종 조율 없이 손봉기 후보자를 서면 제청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거에 협의가 있었다는 사실과 그것이 헌법상 반드시 거쳐야 하는 절차라는 것은 다른 문제다.

헌법 제104조에는 대통령과 대법원장이 제청 전에 합의해야 한다는 문구가 없다.

반대로 협의를 금지한다는 규정도 없다.

따라서 일정한 의견교환 자체와, 대통령이 특정 후보를 요구하거나 대법원장의 선택을 사실상 구속하는 행위는 구분해서 봐야 한다.

이번 충돌에서 앞으로 가장 중요하게 정리돼야 할 부분도 바로 이 경계다.

협의는 어디까지 허용되고, 어느 순간부터 제청권 또는 임명권에 대한 침해가 되는가.

국회 역시 ‘동의권’과 ‘제청 과정 개입’을 구분해야 한다

국회의 위치도 마찬가지다.

헌법은 국회에 대법관 후보자의 동의 여부를 결정할 권한을 명확하게 부여한다.

국회는 인사청문회를 열어 후보자의 자질과 도덕성, 사법철학을 검증하고 최종적으로 동의 또는 부동의를 결정할 수 있다.

하지만 그보다 앞선 제청 단계에서 누구를 후보로 선택해야 하는지까지 국회가 사실상 요구할 수 있는지는 다른 문제다.

조 대법원장은 이번 국감 출석 요구와 관련해서도 대법관 제청권 행사의 구체적 내용을 증언하도록 요구하는 것이 사법독립 및 삼권분립 원칙과 충돌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여당은 헌법상 권한을 행사했다고 해서 그 과정 전체가 국회의 검증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은 아니라며, 제청 과정에 대한 설명과 국정감사는 별개의 문제라고 맞서고 있다.

따라서 국회가 제청권 행사에 대해 질문하는 것 자체가 곧 제청권 침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특정 후보의 제청이나 철회를 요구하는 단계까지 나아간다면 권력분립 문제는 훨씬 커질 수 있다.

제청권이 ‘무제한 권한’이라는 뜻도 아니다

대법원장의 제청권이 독립된 헌법상 권한이라고 해도 아무런 통제를 받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니다.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 제도와 인사청문회, 국회의 동의 절차가 존재하는 이유가 바로 견제다.

후보자 추천 과정에서 절차적 공정성이 지켜졌는지, 특정 성향이나 경력이 과도하게 편중됐는지, 대법원장이 후보를 선택한 이유가 합리적인지에 대한 정치적·사회적 검증 역시 가능하다.

다만 이런 검증과 제청권 자체에 대한 직접적인 개입은 구분해야 한다.

대법원장이 누구를 제청했는지에 대해 비판할 수 있는 것과, 다른 후보를 제청하도록 법적 강제력을 행사하는 것은 같은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이 차이를 명확히 하지 않으면 ‘사법독립’을 이유로 모든 검증을 거부하거나, 반대로 ‘국민적 통제’를 이유로 대법관 인선 자체에 정치권이 깊숙이 개입하는 두 극단으로 흐를 수 있다.

가장 직접적인 피해는 대법관 공석 장기화

헌법기관 사이의 권한 논쟁이 길어질수록 현실적인 문제도 커지고 있다.

노태악 전 대법관의 후임 자리는 이미 200일 넘게 공석으로 남아 있고, 청와대와 대법원이 서로 기존 입장을 고수하면서 인선 재개 시점도 불투명하다.

대법원은 전원합의체뿐 아니라 소부 재판에서도 대법관 한 명의 공석이 장기간 이어지면 사건 배당과 심리에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헌법적 원칙을 어디까지 지킬 것인가의 문제와 동시에, 그 갈등으로 인해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에 어떤 영향이 생기고 있는지도 함께 봐야 하는 이유다.

권력분립은 기관끼리 자신의 권한을 지키기 위해 존재하는 원칙이 아니라, 권력이 한곳에 집중되지 않게 함으로써 국민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구조이기 때문이다.

Next Insight 분석 | 헌법 104조가 나눈 것은 권한이지 책임이 아니다

대법관 한 명을 임명하기 위해 헌법은 세 기관을 불러들인다.

대법원장이 제청하고, 국회가 동의하며, 대통령이 임명한다.

어느 한 기관이 혼자 결정하지 못하도록 만든 구조다.

그런데 지금의 갈등은 이 세 권한 가운데 어느 것이 더 우위에 있는지를 묻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대법원은 제청권의 독립성을 강조하고, 청와대는 임명권의 실질을 주장하며, 국회는 동의권과 국정감사 권한을 근거로 검증을 요구한다.

각각 헌법에 근거를 두고 있다.

그래서 문제를 “대통령이 틀렸는가, 대법원장이 틀렸는가”라는 이분법으로만 설명하기 어렵다.

오히려 헌법 제104조의 설계 자체는 세 기관 가운데 하나가 대법관 인사를 독점하지 못하게 하면서, 각 단계에서 서로 다른 책임을 지게 만든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필요한 것은 자신의 권한을 최대한 넓게 해석하는 일이 아니라 상대 기관의 권한을 침해하지 않으면서 자신의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경계를 만드는 것이다.

대법원장의 제청권을 존중한다고 해서 대통령의 임명권이 형식적인 것이 돼서는 안 되고, 대통령의 임명권을 실질적으로 인정한다고 해서 대통령이 제청할 후보를 사실상 결정하는 구조가 돼서도 안 된다.

국회 역시 후보자를 철저히 검증할 수 있지만, 검증권이 후보선정권으로 바뀌어서는 안 된다.

결국 헌법 104조가 요구하는 것은 권한의 독점이 아니라 권한의 연결과 절제에 가깝다.

그리고 지금 가장 부족한 것도 바로 그 부분이다.

재제청을 요구하고 이를 거부하는 과정에서 각 기관은 자신의 헌법적 논리를 충분히 제시했지만, 정작 대법관 공석을 어떻게 끝낼 것인지에 대한 해법은 아직 만들어내지 못했다.

그래서 이번 조희대 대법원장의 발언이 남긴 질문은 단순히 “누가 대법관 후보를 고를 수 있느냐”가 아니다.

제청은 대법원장, 동의는 국회, 임명은 대통령이라는 헌법의 세 문턱이 서로를 막는 장벽이 될 것인지, 아니면 권력분립을 지키면서 인사를 완성하는 견제장치로 작동할 것인지가 진짜 시험대다.

헌법이 세 기관에 권한을 나눠준 이유가 서로의 결정을 멈춰 세우라는 뜻은 아닐 것이다.

권한은 나눴지만, 대법관 공석을 끝내야 할 책임까지 나눈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작성·취재 | Next Insight News 김귤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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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 대한민국헌법 제104조
  • 대법원, 대법관 후보 제청 및 재제청 요구 관련 공개 입장
  • 대통령실, 대법관 후보 재제청 요구 및 임명권 관련 공개 입장
  •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2026년 대법원 국정감사 자료
  •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 관련 법원조직법 및 운영자료
  • 2026년 10월 6일 대법원 국정감사 조희대 대법원장 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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