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든 우든 무극파 경계”…이재명이 말한 ‘실용개혁’은 누구를 향했나」

“근거 없는 선동·과격한 주장 경계”…특정 인물 지목하지 않았지만 김지용 중수청장 인선 논쟁 직후 메시지

“개혁은 공격수단 아닌 실제 성과로 이어져야”…전문성·개혁성 사이 새 정부의 기준 시험대

이재명 대통령이 정치권에 ‘무극파’라는 새로운 표현을 던졌다.

무책임한 극단주의자를 줄인 말이다. 이 대통령은 4일 밤 자신의 엑스(X)에 “좌든 우든, 전방이든 후방이든 어디서나 무책임한 극단주의를 경계해야 한다”며, 최소한의 근거도 없이 사실을 단정하거나 선동하는 정치행태를 비판했다.

같은 날 앞서 올린 글에서는 개혁의 방향도 따로 설명했다. 개혁이 정치적 선명성을 과시하거나 누군가를 공격하기 위한 수단이 돼서는 안 되며, 국민의 삶을 실제로 개선하는 ‘실용개혁’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는 것이었다.

두 글에서 특정 정치인이나 집단의 이름은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메시지가 나온 시점은 분명하다. 초대 중대범죄수사청장으로 지명된 김지용 후보자를 둘러싸고 범여권 일각에서 ‘친윤 검사’, ‘검찰개혁 취지와 맞지 않는 인사’라는 비판이 이어졌고, 이 대통령이 직접 사실관계와 인선 기준을 설명하며 반박하고 있던 때였다.

그래서 이번 논쟁의 핵심은 ‘무극파가 누구냐’를 맞히는 데 있지 않다.

오히려 이재명 정부가 앞으로 무엇을 개혁이라고 부를 것인지, 그리고 개혁의 정당성을 ‘출신과 상징’에서 찾을 것인지 ‘제도의 작동과 결과’에서 찾을 것인지가 더 중요한 질문으로 떠올랐다.

“좌든 우든”…대통령이 직접 지목한 대상은 없다

이번 발언을 해석할 때 가장 먼저 지켜야 할 선은 대통령이 하지 않은 말을 덧붙이지 않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무극파’를 설명하면서 “좌든 우든”이라고 범위를 열어뒀고, 김지용 후보자 인선을 비판한 특정 의원이나 지지층을 무극파라고 직접 규정하지도 않았다.

따라서 대통령이 특정 인사를 향해 ‘극단주의자’라는 낙인을 찍었다고 단정하는 것은 발언의 범위를 넘어선다.

다만 정치적 메시지는 발언 내용뿐 아니라 그 직전에 어떤 논쟁이 이어졌는지와 함께 읽힌다.

9월 말부터 김 후보자의 과거 검사 경력을 둘러싼 비판이 계속됐고, 이 대통령은 10월 1일 직접 “검사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수사 전문가를 쓰지 말라고 하면 중수청을 망치는 것과 같다”는 취지로 반박했다. 이어 2일에는 김 후보자의 과거 인사 경위 등을 거론하며 적어도 ‘친윤’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4일 나온 ‘실용개혁’과 ‘무극파’ 발언은 바로 그 연장선 위에 놓여 있다.

김지용 논쟁에서 갈린 것은 ‘검사 출신 여부’만이 아니다

김 후보자 인선을 둘러싼 논쟁을 단순히 ‘검사 출신을 쓸 것이냐 말 것이냐’로 압축하면 양쪽 주장을 모두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다.

정부가 앞세우는 기준은 전문성과 조직 안착이다.

중수청은 부패·경제·방위사업·마약·사이버 등 복잡한 중대범죄를 직접 수사해야 하는 새 기관이고, 초대 수장은 수사 지휘뿐 아니라 기존 검찰에서 분리된 인력과 새로운 수사관들을 하나의 조직으로 묶어야 한다. 이 때문에 정부는 수사·감찰·공판 경험을 갖춘 후보자의 경력을 중요한 판단 요소로 보고 있다.

반면 반대하는 쪽이 제기하는 질문은 다르다.

검찰의 직접수사 기능을 떼어내 새로운 조직을 만든다는 개혁의 취지를 고려하면, 과거 검찰 조직과 후보자의 관계, 검찰개혁 과정에서 보인 태도, 새 수사기관의 독립성을 실제로 지킬 수 있는지를 더 엄격하게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한쪽이 수사 전문성과 조직 안정을 본다면 다른 한쪽은 개혁의 연속성과 인적 책임을 본다.

결국 논쟁의 본질은 출신 하나가 아니라 무엇을 개혁 인사의 우선 기준으로 삼을 것이냐에 있다.

이재명이 꺼낸 ‘실용개혁’…“선명함보다 결과”

이 대통령은 같은 날 별도의 글에서 자신의 개혁론을 비교적 분명하게 설명했다.

개혁은 국민과 국가를 위한 것이어야 하고, 정치적 환호를 얻거나 누군가를 공격하기 위한 수단이 돼서는 안 되며, 결국 민생 개선과 국가 발전이라는 실제 성과로 이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실용개혁’이라는 표현이 등장했다.

이 논리를 김지용 인선에 대입하면 대통령의 판단기준도 어느 정도 보인다.

검찰청을 폐지하고 수사와 기소를 분리했다고 해서 검사 출신의 수사경험까지 모두 버리는 것이 개혁은 아니며, 필요한 전문성은 활용하되 새로운 제도와 통제구조 안에서 작동하게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접근이다.

이 대통령이 검사 출신인 박은정·이성윤 의원 등을 직접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문제의 핵심을 ‘검사였느냐’가 아니라 그 사람이 어떤 수사관과 권력관을 갖고 있으며, 새 제도 안에서 어떤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느냐로 옮기려는 것이다.

그러나 ‘실용’이 인사 검증을 대신할 수는 없다

여기에서 또 하나의 경계가 필요하다.

실용과 전문성을 강조한다고 해서 후보자의 과거 행적에 대한 검증까지 불필요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중수청은 검찰청 폐지 이후 국가의 핵심 직접수사 기능을 담당하는 기관이기 때문에 초대 청장의 권한과 상징성이 작지 않다. 후보자가 과거 어떤 사건을 지휘했는지, 정치적 압력과 조직 논리 사이에서 어떤 판단을 해왔는지, 새 수사기관의 정치적 중립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에 대한 검증은 당연히 필요하다.

대통령 역시 아직 김 후보자의 임명을 최종 확정한 것은 아니다.

김 후보자를 ‘친윤’으로 단정하기 어렵다는 대통령의 판단과 별개로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제기된 의혹과 자질을 살핀 뒤 최종 임명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절차가 남아 있다.

따라서 인사에 대한 비판 자체를 극단주의로 볼 수도 없고, 반대로 충분한 근거 없이 정치적 낙인을 먼저 붙이는 것이 곧 강한 개혁을 뜻하는 것도 아니다.

결국 구분선은 비판의 강도가 아니라 근거가 얼마나 구체적인가에 있다.

“권한 가진 사람은 주장보다 결과에 책임져야 한다”

이번 ‘무극파’ 발언에서 특히 눈에 띄는 것은 극단주의 자체보다 ‘책임’을 강조한 대목이다.

이 대통령은 권한을 가진 위치에 있는 사람이라면 주장에 머무르기보다 실행하고 그 결과에 책임져야 한다고 했다.

이는 일반적인 지지자나 논객보다 실제 정책과 인사를 결정하는 정치권을 향한 메시지로 읽힐 여지를 만든다.

정부와 여당이 개혁의 방향을 결정하는 위치에 있다면 더 강한 구호를 내세우는 것만으로 책임을 다했다고 보기 어렵고, 선택한 제도가 실제로 작동하는지까지 책임져야 한다는 논리다.

이 지점에서 검찰개혁도 새로운 단계로 넘어간다.

검찰청을 없앨 것인지, 수사와 기소를 분리할 것인지를 둘러싼 정치적 결정은 이미 제도로 옮겨졌고 중수청과 공소청도 출범했다. 이제 논쟁은 누가 더 강한 개혁 구호를 말했느냐가 아니라 새 형사사법체계가 국민에게 이전보다 나은 결과를 제공하느냐로 이동할 수밖에 없다.

개혁의 상징과 행정의 현실이 처음 충돌한 장면

김지용 인선이 큰 논란이 된 것은 어쩌면 새 제도가 현실로 들어왔기 때문이다.

개혁안을 만들 때는 방향이 비교적 단순하다.

기존 검찰의 권한을 분산하고 수사와 기소를 분리한다는 목표를 정하면 된다.

그러나 실제 기관을 만들고 사람을 채우기 시작하면 문제가 달라진다. 수십 년 동안 검찰에 축적된 중대범죄 수사 경험을 어느 정도 활용할 것인지, 검사 출신을 새 기관에 얼마나 받아들일 것인지, 과거 조직문화가 함께 옮겨오는 것은 어떻게 차단할 것인지가 동시에 문제가 된다.

전문성을 지나치게 배제하면 새 기관의 수사력이 약화될 수 있고, 반대로 전문성을 이유로 기존 인적·조직적 관행을 그대로 옮겨온다면 개혁의 의미가 희석될 수 있다.

그래서 김지용 논쟁은 한 사람의 인사를 넘어 개혁성과 전문성을 어떤 비율로 결합할 것인가라는 첫 현실적 시험에 가깝다.

Next Insight 분석 | ‘무극파’보다 중요한 것은 대통령에게도 같은 기준이 적용되는가다

이재명 대통령의 메시지를 단순히 강경파를 향한 경고라고만 읽으면 중요한 절반을 놓치게 된다.

대통령은 같은 날 ‘무극파’를 경계하면서 동시에 ‘실용개혁’을 강조했다. 하나는 근거 없는 극단적 주장을 경계하자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개혁을 실제 성과로 평가하자는 주장이다.

두 메시지를 연결하면 기준은 비교적 명확해진다.

사실을 확인하고, 실행 가능한 선택을 하며, 그 결과에 책임지자는 것이다.

그 기준은 김지용 후보자를 비판하는 사람들에게만 적용될 수 없다.

정부가 전문성을 이유로 후보자를 선택했다면 왜 그 인물이 다른 후보보다 적합한지 충분히 설명해야 하고, 과거 행적에 대한 합리적인 문제 제기에는 구체적인 자료로 답해야 한다. 결국 임명된다면 중수청이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돼 제대로 수사하고 있다는 결과까지 보여줘야 한다.

그렇지 못한다면 ‘실용’이라는 말 역시 또 하나의 정치적 구호가 될 수 있다.

반대로 개혁을 주장하는 쪽 역시 같은 검증을 받아야 한다. 특정 인물의 과거 이력에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공개된 사실보다 앞서 정치적 성격을 확정하거나 확인되지 않은 의혹을 반복한다면 개혁의 정당성까지 약해질 수 있다.

따라서 이번 논쟁을 가르는 기준은 ‘강경파냐 실용파냐’가 아니다.

누가 더 확인된 사실 위에서 말하고 있는가, 누가 자신의 선택이 가져올 결과까지 책임질 준비가 돼 있는가가 더 중요하다.

검찰청 폐지라는 큰 제도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이제 검찰개혁의 성패를 결정하는 것은 과거보다 더 강한 표현이 아니라 새 중수청이 얼마나 독립적이고 전문적으로 작동하는지, 그리고 공소청과 경찰을 포함한 새로운 형사사법체계가 국민에게 실제로 더 나은 결과를 내놓는지에 달려 있다.

그런 의미에서 ‘무극파’ 발언의 진짜 시험대는 상대방을 규정하는 데 있지 않다.

대통령이 스스로 제시한 ‘사실·실행·책임’이라는 기준을 정부 자신의 인사와 개혁에도 똑같이 적용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

작성·취재 | Next Insight News 김귤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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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 이재명 대통령 X, 2026년 10월 4일 ‘무책임한 극단주의·무극파’ 관련 공개 발언
  • 이재명 대통령 X, 2026년 10월 4일 ‘실용개혁’ 관련 공개 발언
  • 대통령실·정부, 김지용 중대범죄수사청장 후보자 인선 및 검증 관련 공개자료
  • 행정안전부, 초대 중대범죄수사청장 후보자 제청 관련 자료
  • 국회 제출 김지용 중대범죄수사청장 후보자 인사청문 관련 자료
  • 중대범죄수사청 출범 및 수사·기소 분리 관련 정부 공개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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