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년 토지소유자 69% 동의로 본지구 지정…“2027년 입주·신속 공급” 출발
2025년 행감에선 미협의 “거의 50%”…감정평가·지장물조사·보상협의회까지 갈등의 중심
토지소유자 10명 중 7명의 동의로 빠르게 출발했던 인천 제물포역 북측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이 보상 단계에서 다른 풍경을 맞았다. 2022년 인천시는 69%의 동의를 ‘높은 주민 호응’으로 평가했지만, 2025년 인천시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는 보상 미협의 비율이 “거의 50%”라는 지적이 나왔다. 개발에 대한 동의와 자신의 재산에 매겨진 가격에 대한 동의는 같은 숫자가 아니었다.
한 달 만에 69%…‘빠른 개발’의 출발
제물포역 북측 사업은 미추홀구 도화동 94-1번지 일원 약 9만9,261㎡를 고밀 개발하는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이다.
2022년 2월 본지구 지정 당시 인천시는 토지소유자 약 830명 가운데 약 580명, 69%가 지구 지정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법정 기준인 3분의 2를 넘긴 수치였다. 인천시는 예정지구 지정 한 달 만에 동의 요건을 확보했다며 주민 호응을 강조했다. 당시 계획은 3,412가구 공급, 2024년 착공과 2027년 입주였다.
일반적인 재개발·재건축보다 훨씬 빠른 사업 속도, 공공 주도 개발, 원주민 재정착이 제도의 장점으로 제시됐다.
하지만 출발부터 모든 주민의 의견이 같았던 것은 아니다. 같은 해 일부 주민은 동의 과정과 재산권 침해 문제를 제기하며 행정소송에 나섰다. 69%라는 높은 동의율 안에도 이미 다른 이해관계가 함께 존재했던 셈이다.
3,412가구에서 3,497가구…2027년에서 2031년으로
사업 규모는 이후 커졌고 일정은 늦어졌다.
2024년 12월 승인된 복합사업계획은 공공분양 2,943가구와 공공임대 554가구 등 총 3,497가구로 확대됐다. 총사업비는 1조9,502억원으로 제시됐다. 반면 본격적인 공사는 2026년, 준공·입주 목표는 2031년으로 바뀌었다. 최초 발표보다 입주 시점이 약 4년 늦어진 것이다.
주택 수는 85가구 늘었지만 ‘신속한 공급’이라는 초기 장점은 상당 부분 희석됐다.
그리고 사업이 계획도면에서 실제 토지와 건물을 넘겨받는 보상 단계로 이동하면서 갈등은 더 선명해졌다.
“거의 50% 미협의”…가격에서 달라진 판단

2025년 11월 인천시의회가 iH를 상대로 실시한 행정사무감사에서 김대중 건설교통위원장은 제물포역 북측 사업의 보상 미협의 비율을 “거의 50%”라고 지적했다.
이에 안병민 iH 도시재생본부장은 사업 초기 토지등소유자 3분의 2 이상 동의로 시작했지만, 실제 감정평가 결과가 나오자 주민들이 예상했던 재산가치와 차이가 발생한 것이 원인으로 보인다고 답했다.
여기서 두 숫자는 정확히 구별할 필요가 있다.
69%는 사업을 추진할 것인가에 대한 지구지정 동의이고, 50% 안팎 미협의는 이후 제시된 보상조건을 받아들일 것인가의 문제다.
사업 자체를 찬성했던 토지소유자가 실제 보상가격까지 반드시 받아들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번 갈등은 공공개발의 가장 어려운 지점이 ‘개발 찬반’ 이후에 시작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늦어진 보상협의회, 남은 지장물 문제
갈등은 보상금액에 그치지 않았다.
같은 행정사무감사에서는 일부 소유자의 지장물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수용재결 절차가 진행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 위원장은 종전자산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도록 지장물조사를 다시 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요구했고, iH는 제도적으로 가능한 범위에서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보상협의회 구성 시점도 쟁점이 됐다.
시의회에서는 국민권익위원회의 구성 권고 이후 실제 협의회 가동까지 약 19개월이 걸렸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iH 측은 당시 주민대표회의가 참여위원 명단을 제출하지 않아 구성이 지연됐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앞서 미추홀구 역시 주민대표회의와 여러 주민 단체 사이의 갈등 때문에 보상협의회 구성이 한 차례 무산됐다고 설명한 바 있다.
2026년 4월에도 iH는 일부 토지등소유자에게 손실보상 협의를 다시 공고하면서 기간 내 합의가 없을 경우 수용재결 신청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고 알렸다. 보상이 완전히 끝난 문제가 아니라는 뜻이다.
Next Insight 분석 | ‘개발 동의율’ 다음에 필요한 숫자

제물포역 북측 사업은 처음부터 주민 반대가 압도적이었던 사업이 아니다.
69%라는 빠른 동의가 있었고, 노후주거지를 정비하고 3천 가구가 넘는 새 주택을 공급해야 한다는 공익적 필요도 여전히 존재한다.
그런데 개발이 구체화될수록 주민에게 중요한 숫자는 달라졌다.
처음에는 동의율이었다.
그다음은 감정평가액과 보상금이었고, 앞으로는 재정착률이 될 가능성이 크다.
공공개발의 성공을 착공과 공급물량만으로 평가하기 어려운 이유다.
정부와 인천시가 이 제도를 도입하며 내세운 가치에는 ‘신속한 공급’뿐 아니라 원주민 내몰림 방지와 재정착도 포함돼 있었다. 그렇다면 3,497가구가 완공되는 것만큼 중요한 질문은 기존 주민 가운데 실제 몇 명이 다시 이곳에서 삶을 이어갈 수 있느냐다.
2022년의 69%와 2025년 행정사무감사에서 제기된 50% 안팎의 미협의 사이에는 단순한 민심 변화만 있는 것이 아니다.
개발의 필요성에 대한 동의가 자신의 재산과 삶의 조건까지 맡긴다는 동의는 아니라는 차이가 있다.
제물포역 북측 사업이 공공개발의 성공 사례가 되려면 이제 필요한 것은 또 하나의 높은 동의율이 아니다.
보상 이후에도 주민이 남을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숫자다.
취재·작성: 김귤연 기자 | Next Insight News
nextinsight.news@gmail.com
참고자료
인천광역시, 「제물포역 북측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 본격화」, 2022.02.09
인천광역시, 「제물포역 북측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계획 승인·고시」
인천광역시의회, 2025년도 인천도시공사 행정사무감사 회의록
인천도시공사, 제물포역 북측 도심 공공주택 복합지구 손실보상 협의 공고
미추홀구·인천도시공사 보상협의회 관련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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