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310억원 회생전력, 이제 돈 받을 수 있나…철도 전기 ‘0원 정산’ 끝내는 법안」

2030년 회생전력 1,608GWh 전망…이 가운데 156.7GWh는 현행 제도라면 정산 없이 계통으로 흘러갈 가능성

민주당 김정호 의원 전기사업법 개정안, 철도사업자의 회생전력 거래 근거 신설…향후 정산 가능성 열려

열차는 브레이크를 밟을 때 전기를 만든다.

전동기가 발전기처럼 작동하면서 만들어지는 이른바 ‘회생전력’이다. 이 전력은 가까운 다른 열차가 바로 사용하거나 철도 내부에서 소비될 수 있지만, 받아줄 부하가 없으면 일부가 한국전력 계통으로 되돌아간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코레일은 그동안 한전 계통으로 흘려보낸 회생전력에 대해 별도의 판매대금이나 상계 혜택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해왔다. 전력은 실제로 역송됐지만 요금 장부에서는 사실상 ‘0원’으로 처리됐다는 것이다.

이 구조가 그대로 유지될 경우 코레일은 2030년 약 156.7GWh, 금액으로 환산하면 약 310억원 상당의 회생전력이 정산되지 않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그러나 국회에 발의된 전기사업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철도사업자가 열차 제동 과정에서 생산한 회생전력을 전기판매사업자와 거래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만드는 내용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브레이크를 밟을수록 전기가 만들어진다

전기철도 차량은 가속할 때 전기를 소비하지만 감속할 때는 구동모터가 발전기로 바뀐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전력이 회생전력이다.

가장 효율적인 경우는 한 열차가 감속하는 순간 같은 급전구간의 다른 열차가 가속하면서 그 전력을 바로 사용하는 것이다. 이 경우 별도의 저장장치 없이도 회생전력이 다시 열차 운행에 투입된다.

하지만 항상 이런 조건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열차 운행간격이 길거나 주변에 전력을 소비할 차량이 없으면 회생전력이 남고, 철도 내부에서도 모두 소비하지 못하면 전력계통 쪽으로 역송된다.

기술적으로 보면 전기를 생산하고 있는 셈이지만, 현행 제도에서는 철도사업자가 일반적인 발전사업자처럼 이 전력을 판매하거나 정산받을 수 있는 명확한 틀이 부족했다.

2030년 회생전력 1,608GWh…36% 증가 전망

코레일은 국내 철도에서 발생하는 회생전력이 2030년 1,608GWh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024년보다 약 36% 증가한 규모다.

철도 전철화율이 높아지고 전동차 운행이 늘어날수록 회생전력 발생량도 함께 증가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가운데 철도 내부에서 사용하지 못하는 부분이다.

코레일 추산으로는 현재 제도가 유지될 경우 2030년 약 156.7GWh가 계통으로 흘러가면서도 별도 정산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이는 약 9만명이 가정에서 1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에 해당하며, 코레일이 추산한 경제적 가치는 약 310억원이다.

따라서 “310억원의 전기가 모두 물리적으로 버려진다”고 표현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전력 자체는 다른 곳에서 소비될 수 있다.

문제는 철도사업자가 생산한 전력의 경제적 가치가 철도 전기요금이나 판매대금으로 돌아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코레일 “이미 연간 300억원 상당 계통으로 보내고 있다”

이 문제는 최근 갑자기 등장한 것이 아니다.

코레일은 지난해부터 철도 전기요금 체계 개선을 요구하면서 회생전력 정산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해왔다.

2025년 전기산업엑스포에서 코레일 측은 회생전력이 한전 전력망으로 계속 흘러가고 있으며, 그 규모가 전체 전력 사용량의 약 5%, 금액으로는 연간 약 300억원 상당이라고 설명했다.

코레일은 전국 철도 운영기관들과 함께 철도용 전기요금 신설, 기본요금 산정방식 변경과 함께 회생에너지의 전기요금 상계 처리를 제도개선 과제로 요구해왔다.

철도에서 만들어진 전력이 실제 계통으로 들어간다면 그만큼을 전력 사용량에서 빼주거나 별도의 매입전력으로 인정해달라는 주장이다.

왜 지금까지 돈을 받지 못했나

가장 큰 이유는 기존 전력제도가 철도를 ‘전기를 생산하는 곳’이 아니라 ‘전기를 소비하는 곳’으로 설계해왔기 때문이다.

코레일은 한전에서 대규모 전력을 공급받는 산업용 전력 소비자다.

열차 제동 과정에서 순간적으로 전력을 생산하더라도 이를 일반 발전소나 태양광 발전사업자가 생산한 전력처럼 판매하도록 만든 계약·계량·정산체계가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다.

회생전력 자체의 특성도 영향을 미쳤다.

발전소처럼 일정한 출력으로 생산되는 것이 아니라 열차가 감속하는 수십초 동안 순간적으로 높은 전력이 발생하고 사라지기 때문에, 기존의 단방향 전력공급 체계에서는 이를 정확하게 계량하고 가격을 매기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러나 양방향 계량기와 스마트 전력변환 기술이 발전하면서 이런 기술적 한계는 점차 줄고 있다.

유럽에서는 열차가 만들어낸 회생전력을 계량해 사용전력에서 차감하거나 다른 노선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사례도 이미 나타나고 있다.

결국 남은 문제는 기술보다 제도에 가까워지고 있다.

전기사업법 개정안, 철도 전기를 ‘거래 가능한 전력’으로

이 틈을 메우려는 법안이 국회에 발의돼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정호 의원이 대표발의한 전기사업법 개정안은 철도사업자가 열차 제동으로 생산한 회생전력을 전기판매사업자와 거래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핵심이다.

지금까지 철도사업자는 전기를 사용하는 소비자 지위에 가까웠다면, 개정안은 일정 조건 아래에서는 자신이 만들어 계통으로 보낸 전력의 경제적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셈이다.

같이 발의된 에너지이용 합리화법 개정안은 회생전력을 회수·저장·활용하는 설비와 사업을 금융·세제지원 대상으로 포함하는 내용이다.

두 법안은 현재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법이 통과되면 ‘310억원’을 그대로 받게 되나

여기서 가장 중요한 구분이 필요하다.

법안이 통과된다고 해서 코레일이 2030년에 자동으로 310억원을 받는 것은 아니다.

실제 정산을 위해서는 적어도 세 가지가 더 정해져야 한다.

먼저 얼마의 전력이 실제 한전 계통으로 역송됐는지 정확하게 측정할 양방향 계량체계가 필요하다.

다음으로 그 전력을 어떤 가격에 살 것인지 정산단가를 정해야 한다.

코레일이 한전에서 전기를 kWh당 150원에 샀다고 해서 역송한 전기를 반드시 같은 가격으로 판매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전력도매가격이나 한전의 회피비용, 계통 이용비용 등을 반영해 별도의 가격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있다.

마지막으로 철도 내부에서 이미 사용한 회생전력과 실제 외부 계통으로 보낸 전력을 분리해야 한다.

따라서 310억원은 현행 제도가 계속될 경우 정산되지 않을 것으로 코레일이 추정한 경제적 가치에 가깝고, 향후 실제 정산금액은 제도 설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과거에 보낸 전력까지 소급 받을 수 있을까

법이 만들어진다고 해서 과거분까지 자동으로 정산되는 것도 아니다.

전기사업법 개정안이 향후 철도 회생전력 거래를 허용하더라도, 법률 부칙에 별도의 소급적용 규정이 없다면 일반적으로는 시행 이후 발생하는 전력부터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과거 회생전력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려면 당시 한전과 코레일의 전력공급계약, 전기공급약관, 실제 역송량을 확인할 계량자료, 한전이 얻은 경제적 이익 등을 따로 따져야 한다.

경우에 따라 부당이득 반환 문제까지 제기할 수 있지만, 법률상 원인과 소멸시효 등 별도의 법적 쟁점이 뒤따른다.

따라서 ‘앞으로의 정산’과 ‘과거의 소급 보상’은 전혀 다른 문제다.

철도 전기요금은 이미 연간 수천억원

이 문제가 중요한 이유는 코레일의 전기요금 규모가 작지 않기 때문이다.

코레일은 2024년 약 5,796억원의 전기요금을 지출했고, 당시 전체 영업비용의 8.7% 수준을 차지했다.

전철화율이 계속 높아지면서 전기요금 부담 역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코레일은 2030년 철도 전철화율이 90%를 넘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으며, 전력소비 자체를 줄이기 위해 경제운전, 최대수요전력 억제, 고효율 설비 도입과 함께 회생전력 활용을 주요 절감수단으로 추진하고 있다.

따라서 연간 수백억원 규모의 회생전력을 요금에서 상계할 수 있게 된다면 단순한 기술적 개선을 넘어 철도 운영비 구조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회생전력에 가격이 붙으면 차량 기술도 달라질 수 있다

정산제도가 만들어지면 효과는 전기요금 절감에만 그치지 않을 수 있다.

현재는 차량 제작사가 회생제동 효율을 높여도 철도 운영기관이 얻는 경제적 보상이 제한적이다.

하지만 열차가 생산한 회생전력이 정확하게 계량되고 금액으로 정산된다면 회생효율이 높은 차량과 전력변환장치, 에너지저장장치에 투자할 유인이 커질 수 있다.

철도 운영기관이 회생전력 설비에 투자하고, 차량 제작사는 더 높은 회생효율을 경쟁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이다.

결국 지금까지 비용으로만 잡히던 전기가 하나의 자산으로 바뀌는 셈이다.

Next Insight 분석 | 문제는 ‘전기가 있었느냐’가 아니라 ‘왜 가격이 없었느냐’다

철도 회생전력 논쟁에서 가장 흥미로운 점은 기술이 없어서 전기를 사용하지 못했던 것이 아니라는 데 있다.

전동차는 오래전부터 제동하면서 전기를 만들어왔다.

가까운 열차가 그 전력을 사용하기도 했고, 남는 전력은 한전 계통으로 흘러갔다. 그런데 전력요금 체계 안에서는 철도는 끝까지 ‘전기를 사는 소비자’로만 취급됐고, 자신이 만들어 계통으로 보낸 전력에는 가격이 붙지 않았다.

그 결과 전기는 존재했지만 거래는 존재하지 않는 상황이 이어졌다.

2030년 156.7GWh, 약 310억원이라는 숫자는 바로 그 제도의 빈틈을 보여준다.

다만 법을 바꾸는 것만으로 문제가 모두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얼마를 보냈는지 정확히 측정하고, 얼마에 살 것인지 결정하며, 누가 계량설비와 계통연계 비용을 부담할 것인지까지 정해야 비로소 회생전력은 실제 ‘상품’이 된다.

여기에 과거 미정산 전력까지 소급해 보상할 것인지라는 더 어려운 문제도 남아 있다.

그래서 이번 법안의 의미는 코레일에 310억원을 돌려주는 데만 있지 않다.

그동안 가격이 없었던 에너지에 처음으로 가격을 붙이는 제도적 전환이라는 점이 더 중요하다.

철도 전철화가 확대될수록 회생전력도 늘어난다.

그 전력을 계속 정산 밖에 둘 것인지, 아니면 계량하고 거래해 철도 운영비와 국가 전력소비를 함께 줄이는 자원으로 만들 것인지가 이제 국회의 선택 앞에 놓여 있다.

2030년 310억원의 문제는 결국 ‘버려지는 전기’의 문제가 아니라, 만들어진 전기의 가치를 누가 인정하고 어떻게 나눌 것인가의 문제다.

작성·취재 | Next Insight News 김귤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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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 한국철도공사, 철도 회생전력 발생량 및 2030년 전망자료
  • 국회 김정호 의원실, 「전기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
  • 국회 김정호 의원실, 「에너지이용 합리화법 일부개정법률안」
  • 전기신문, 철도 회생에너지 상계 및 철도용 전기요금 제도개선 관련 자료
  • 한국철도공사, 전기요금절감TF 및 회생에너지 활용 관련 공개자료
  • 국내외 철도 회생전력 계량·상계제도 관련 공개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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