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9개국 247편·월드·인터내셔널 프리미어 105편…10월 6일부터 열흘간 부산서 개최
경쟁부문 13편·장이머우 심사위원장, ACFM은 투자·공동제작·IP 거래까지…‘보여주는 영화제’에서 산업 플랫폼으로 확장
부산국제영화제가 31번째 막을 올린다.
10월 6일부터 15일까지 열흘 동안 부산 8개 극장, 31개 스크린에서 상영되는 작품은 모두 316편이다. 이 가운데 공식 초청작은 59개국 247편이며, 커뮤니티비프 69편이 별도로 관객을 만난다.
숫자만 놓고 보면 대규모 국제영화제의 익숙한 풍경처럼 보인다. 그러나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는 상영 편수보다 영화제를 움직이는 구조가 달라졌다는 점에서 더 주목할 만하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올해 국제영화제작자연맹(FIAPF)으로부터 이른바 ‘A-리스트’ 영화제로 공식 인정받았다고 발표했다. 여기에 지난해 신설한 경쟁부문을 두 번째 해로 이어가고, 아시아콘텐츠&필름마켓(ACFM)의 투자·거래 기능까지 넓히면서 지난 30년간 구축해온 ‘아시아영화의 발견’이라는 역할 위에 경쟁·평가·산업이라는 새로운 축을 더하고 있다.
31회 BIFF의 변화를 세 가지로 압축하면 결국 하나의 방향으로 모인다.
좋은 영화를 찾아 보여주는 영화제에서, 작품을 평가하고 다음 작품의 제작과 거래까지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
첫 번째 변화 | ‘발견’에 경쟁을 더했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오랫동안 비경쟁 중심 영화제로 성장했다.
칸·베를린·베니스처럼 최고상을 둘러싼 경쟁보다 아시아의 새로운 감독과 작품을 발견하고 국제무대로 연결하는 데 정체성을 두었고, ‘뉴 커런츠’는 그 역할을 상징하는 대표 프로그램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장편 경쟁부문을 신설하면서 구조가 달라졌다.
올해 경쟁부문에는 한국을 비롯해 일본·중국·대만·이란·우즈베키스탄·인도네시아 등에서 선정된 13편이 이름을 올렸다. 경쟁작 대부분이 월드 프리미어 또는 인터내셔널 프리미어로 구성돼 있다는 점도 부산이 기존의 발견 기능을 유지한 채 경쟁체계를 결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심사위원장의 상징성도 커졌다.
중국을 대표하는 세계적 감독 장이머우가 경쟁부문 심사위원장을 맡고, 비간 감독과 일본의 이시카와 케이 감독, 한국의 정주리 감독·최문 배우, 베트남 프로듀서 쩐티빅응옥, 카자흐스탄 배우 사말 예슬랴모바까지 7명이 심사에 참여한다.
작품을 초청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영화제 자체의 판단을 제시하는 구조가 본격적으로 자리 잡기 시작한 것이다.
대상 5천만원…‘부산 어워드’가 영화제 마지막 장면으로
경쟁부문의 중심에는 ‘부산 어워드’가 있다.
대상에는 5천만원, 감독상 2천만원, 심사위원특별상 1천만원이 수여되며 배우상은 2명에게 각각 1천만원, 예술공헌상에도 1천만원이 주어진다.
신인 감독을 발굴해온 뉴 커런츠상 역시 2천만원의 상금을 유지하고, 장편 다큐멘터리를 대상으로 하는 비프메세나상은 한국과 아시아 작품 각각 1편에 1천만원을 수여한다.
중요한 것은 상금 규모만이 아니다.
올해 폐막식에서는 별도의 전통적인 ‘폐막작 한 편’보다 부산 어워드 시상과 경쟁부문 수상작이 영화제 마지막 장면의 중심에 놓인다.
영화제를 시작할 때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만큼 끝날 때 어떤 작품을 선택했는가가 중요해지는 구조다.
과거 부산의 힘이 “어떤 영화를 발견했느냐”에 있었다면, 경쟁부문 이후에는 “발견한 작품 가운데 부산이 무엇을 선택했느냐”까지 영화제의 평가 대상이 된다.
두 번째 변화 | 247편 중 105편이 부산에서 세계 또는 해외 첫 공개
경쟁영화제로의 확장이 부산의 기존 역할을 약화시킨 것은 아니다.
오히려 올해 공식 초청작 247편 가운데 월드 프리미어가 95편, 인터내셔널 프리미어가 10편으로 두 범주를 합치면 105편이다.
공식 초청작의 약 **42.5%**가 부산에서 세계 최초 또는 제작국 밖 최초로 공개되는 셈이며, 월드 프리미어만 따져도 약 38.5%다.
세계적으로 이미 유명해진 작품을 초청하는 것과 아직 국제 관객에게 공개되지 않은 작품을 처음 소개하는 것은 영화제의 기능이 다르다.
후자가 많을수록 프로그래머의 판단과 영화제 브랜드 자체가 작품의 첫 평가를 만들어내는 힘이 커진다.
부산이 경쟁부문을 만들었지만 여전히 ‘발견의 영화제’라는 정체성을 유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개막작도 월드 프리미어…김종관의 <낮과 밤은 서로에게>
올해 개막작은 김종관 감독의 신작 **<낮과 밤은 서로에게>**다.
김민하·주종혁·한선화·장률·심은경·이희준 등이 출연하며 하나의 카페를 중심으로 서로 다른 시간에 만나는 네 쌍의 이야기를 담는다.
이 작품 역시 부산에서 처음 공개되는 월드 프리미어다.
세계적으로 이미 알려진 대작을 개막작으로 가져오기보다 한국 감독의 신작을 세계 최초로 공개하는 선택은 부산이 국제적 위상을 키우면서도 아시아와 한국영화의 새로운 작품을 처음 내놓는 역할을 계속 가져가려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 지점에서 ‘A-리스트’라는 지위가 의미를 갖는다.
‘A-리스트’는 명칭보다 작품 확보 경쟁에서 중요하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올해 FIAPF로부터 ‘A-리스트’ 영화제로 공식 인정받았다고 밝혔다.
여기서 ‘A-리스트’를 단순히 영화제의 순위를 매기는 표현처럼 받아들이면 정확하지 않다. FIAPF의 국제영화제 인증은 일정한 운영·프로그램·권리자 보호와 국제적 기준을 충족하는 영화제에 부여되는 제도적 인증의 성격이 강하다.
영화제 입장에서 더 중요한 것은 이 지위가 프리미어 작품 확보와 해외 제작·배급사와의 관계에서 신뢰도를 높이는 자산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좋은 영화를 먼저 상영하려는 국제영화제 사이의 경쟁은 결국 어떤 감독과 제작사가 자신의 작품을 어느 영화제에서 처음 공개할 것인가의 경쟁이기도 하다.
247편 가운데 105편이 월드·인터내셔널 프리미어라는 올해 수치는 부산이 경쟁체계를 강화하면서도 이 ‘첫 공개’ 경쟁을 놓치지 않고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세 번째 변화 | 영화제 뒤에 ‘거래시장’이 커졌다
31회 BIFF의 변화는 상영관 안에서만 찾기 어렵다.
10월 10일부터 13일까지 벡스코 제2전시장에서 열리는 **제21회 아시아콘텐츠&필름마켓(ACFM)**은 이제 영화제의 부속행사라기보다 별도의 콘텐츠산업 플랫폼에 가까워지고 있다.
지난해 ACFM에는 55개국에서 1,222개 기업과 3,024명의 산업 관계자가 등록했고 현장 방문객은 3만6명에 달했다.
세일즈마켓에서 이뤄진 비즈니스 미팅만 8,438건, 추정 거래규모는 약 7,116만달러였다.
영화를 보러 온 관객의 숫자와는 전혀 다른 시장이 같은 기간 부산에서 움직이는 것이다.
감독과 배우가 레드카펫에 서는 동안 다른 공간에서는 제작사와 투자사, 배급사, 세일즈사, 플랫폼 사업자들이 다음 작품의 제작비와 판권, 공동제작 가능성을 논의한다.
이것이 오늘날 부산국제영화제를 단순한 상영행사로 설명하기 어려운 이유다.
완성된 영화뿐 아니라 ‘아직 없는 영화’까지 거래한다

산업마켓의 성격을 가장 잘 보여주는 프로그램이 아시아프로젝트마켓(APM)이다.
완성된 영화를 사고파는 것을 넘어 아직 제작되지 않은 프로젝트 단계의 작품을 투자자와 공동제작자에게 연결한다.
올해 APM에는 48개국에서 604개 프로젝트가 접수돼 3년 연속 역대 최다 출품을 기록했고, 이 가운데 20개국 30편이 최종 선정됐다.
영화제가 이미 만들어진 작품의 종착지가 아니라 앞으로 만들어질 작품의 출발점까지 관여하는 구조다.
여기에 부산스토리마켓처럼 영화·드라마·웹툰·웹소설 등 원천 IP를 제작사와 연결하는 프로그램까지 붙으면서 거래 대상도 ‘영화’라는 단일 장르에서 콘텐츠 지식재산권 전체로 넓어지고 있다.
OTT와 시리즈까지…‘영화’의 경계도 달라졌다
영화제의 범위가 산업으로 넓어진 것과 동시에 작품의 범주도 바뀌고 있다.
부산은 ‘온 스크린’ 섹션을 통해 OTT 시리즈를 영화제 프로그램 안으로 받아들여왔다.
극장에서 두 시간가량 상영되는 장편영화만을 영화제가 다룬다는 전통적인 구분에서 벗어나 스트리밍 시리즈와 새로운 영상콘텐츠까지 관객에게 소개하는 것이다.
ACFM에서는 이 변화가 더 빠르게 나타난다.
AI, IP, 숏폼·마이크로드라마, OTT 플랫폼과 콘텐츠 기술까지 산업 프로그램의 의제로 다뤄지고 있다.
‘영화제’라는 이름은 그대로지만 실제 플랫폼의 범위는 이미 영화관을 넘어선 셈이다.
그렇다고 ‘영화제가 산업행사로 변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여기에는 중요한 균형이 필요하다.
경쟁부문과 산업마켓이 커졌다고 해서 부산국제영화제가 기존의 영화적 가치보다 상과 거래를 우선하는 행사로 바뀌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뉴 커런츠, 와이드 앵글, 아시아영화의 창, 비전 등 신인 감독과 독립·예술영화를 위한 프로그램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으며 올해 역시 상당수 월드 프리미어가 이 영역에서 나온다.
따라서 올해 변화를 ‘상영영화제에서 산업영화제로 전환했다’고 표현하면 지나치다.
더 정확하게는 기존의 발견·상영 기능 위에 경쟁과 산업 기능을 추가하면서 영화제의 역할을 확장하고 있다고 보는 편이 맞다.
Next Insight 분석 | A-리스트 이후 부산의 시험대는 ‘커졌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연결하느냐’다

31회 부산국제영화제의 숫자는 화려하다.
59개국 247편의 공식 초청작 가운데 105편이 월드 또는 인터내셔널 프리미어이고, 13편의 경쟁작을 7명의 국제 심사위원이 평가한다. 다른 한쪽에서는 수천명의 산업 관계자가 모여 수천건의 비즈니스 미팅을 진행한다.
그러나 규모 자체가 영화제의 경쟁력이 되는 시대는 지났다.
좋은 영화를 많이 상영하는 영화제는 세계 곳곳에 있고, 콘텐츠 거래시장 역시 부산만의 영역은 아니다.
결국 부산이 만들어야 할 경쟁력은 이 서로 다른 기능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연결하느냐에 달려 있다.
아시아의 신인 감독이 부산에서 처음 발견되고, 경쟁부문에서 국제적 평가를 받은 뒤, ACFM에서 다음 프로젝트의 투자자와 만나 다시 작품을 만드는 구조가 실제로 작동한다면 부산은 상영관과 산업시장이 하나의 생태계로 이어지는 영화제가 될 수 있다.
반대로 경쟁부문은 시상식으로, 산업마켓은 거래행사로 각각 분리돼 움직인다면 프로그램이 아무리 커져도 ‘규모 확대’ 이상의 의미를 만들기 어렵다.
그래서 FIAPF의 ‘A-리스트’ 인정은 완성점이라기보다 새로운 평가의 시작에 가깝다.
지난 30년 동안 부산이 강했던 것은 이미 유명한 영화를 가져오는 능력보다 아직 알려지지 않은 아시아영화를 먼저 발견하는 능력이었다.
31회 영화제가 경쟁과 산업을 강화한다고 해서 이 강점을 버릴 이유는 없다.
오히려 발견한 감독과 작품이 평가받고, 자본과 만나 다음 작품으로 이어지는 길을 부산 안에서 완성할 수 있다면 ‘A-리스트’ 이후의 부산은 이전보다 더 큰 역할을 가질 수 있다.
상영에서 경쟁으로, 경쟁에서 산업으로.
올해 부산국제영화제가 바꾼 세 가지의 의미는 영역을 넓혔다는 데만 있지 않다.
한 편의 영화가 발견되고 평가받고 다음 작품의 제작으로 이어지는 전 과정을 하나의 도시와 하나의 영화제 안에서 연결할 수 있느냐가 31회 BIFF 이후 부산에 남은 진짜 시험대다.
작성·취재 | Next Insight News 김귤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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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 부산국제영화제, 제31회 BIFF 개요 및 특징
- 부산국제영화제, 제31회 경쟁부문 및 심사위원 공식 발표자료
- 부산국제영화제, <낮과 밤은 서로에게> 개막작 선정 보도자료
- 부산국제영화제, 부산 어워드·뉴 커런츠·비프메세나상 시상 규정
- 국제영화제작자연맹(FIAPF), 국제영화제 인증제도 자료
- 아시아콘텐츠&필름마켓, 2025 ACFM 참가·거래 실적 및 2026 개최자료
- 아시아프로젝트마켓, 2026 출품 및 공식 선정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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