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미란씨 사건은 신고 2시간30분 만에 허위 종결돼 104일을 잃었고, 하예포구 해군 실종은 휴대전화 위치·CCTV·차량을 따라 신고 약 25시간 만에 발견…두 사건의 결과보다 더 중요한 차이는 ‘처음 몇 시간에 무엇을 했는가’였다
제주에서 또 한 명의 실종자가 숨진 채 발견됐다. 지난 8월 28일 오후 2시10분 가족의 신고로 수색이 시작된 20대 해군 A씨는 다음 날 오후 3시45분께 서귀포 하예포구 인근에서 발견됐다. 안타깝게 생명을 구하지는 못했지만, 신고 직후 휴대전화 위치를 확인하고 CCTV와 차량을 추적해 수색 범위를 좁힌 뒤 경찰·해경·소방·군이 현장에 투입되는 과정은 불과 며칠 전 전국적인 공분을 일으킨 장미란씨 사건과 뚜렷한 대조를 보였다.
두 사건은 발생 장소와 상황이 달라 단순 비교할 수 없지만, 실종수사의 성패를 가르는 첫 번째 조건이 첨단 장비보다 ‘신고를 실제 위험으로 받아들이고 즉시 추적을 시작하느냐’에 있다는 사실만큼은 선명하게 보여준다.
신고 10분 뒤 제주로 공조…25시간의 출발점은 ‘종결하지 않은 것’
A씨 가족은 28일 오후 2시10분 인천 제물포경찰서에 “제주에서 근무하는 아들이 낚시를 간 것 같은데 연락되지 않는다”고 신고했고, 경찰은 휴대전화 위치를 확인해 서귀포 하예동 해안가를 특정한 뒤 제주경찰에 공조를 요청했으며 제주 측은 오후 2시20분께 사건을 넘겨받아 수색에 착수했다.
이후 CCTV에서 A씨가 27일 오전 낚시장비를 챙겨 관사를 나서는 모습이 확인됐고, 차량이 하예포구 인근에서 발견되면서 ‘연락두절’이라는 추상적 신고가 ‘하예포구 해안에서 낚시하던 사람의 실종’이라는 구체적인 수색정보로 빠르게 변환됐다. 경찰·소방·군은 차량 발견지점을 중심으로 인력과 드론·구조견을 투입했고, 해경까지 가세해 해안과 해상을 병행 수색했다.
결과적으로 A씨는 신고 약 25시간35분 뒤 진황등대 동쪽 약 250m 지점에서 제주해양특수구조대에 의해 발견됐다.
핵심은 속도 자체보다 신고→위치확인→동선복원→차량발견→수색범위 특정→기관공조가 끊기지 않았다는 연속성이다.
장미란씨 사건이 잃어버린 것은 104일보다 ‘첫 2시간30분’

장미란씨 사건은 정반대였다.
장씨 실종신고는 지난 5월 12일 접수됐지만 담당 경찰관은 실제 생사나 소재를 확인하지 않은 채 약 2시간30분 만에 “연락이 닿았다”는 취지로 사건을 종결했고, 실종 프로파일링 시스템에 등록된 관련 관리자료까지 삭제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연인이 7월 17일 다시 신고하려 했지만 기존 종결기록 때문에 접수가 이뤄지지 않았고, 가족 측이 7월 19일 서울 노원경찰서에 재신고하면서 수색이 재개됐다. 장씨로 추정되는 시신은 최초 신고 104일 뒤인 8월 24일 발견됐다.
두 사건의 가장 큰 차이는 수색장비의 성능이 아니다.
한 사건에서는 신고가 수사의 시작이 됐고, 다른 사건에서는 신고 자체가 사라졌다.
실종수사는 시간이 흐를수록 CCTV가 삭제되고 휴대전화 위치정보의 활용가치가 낮아지며 목격자의 기억도 흐려지는 시간민감형 수사다. 장씨 사건이 남긴 가장 무거운 문제 역시 “왜 104일 만에 발견했느냐”보다 왜 최초 신고 직후 확보할 수 있었던 시간을 경찰 스스로 없앴느냐에 있다.
휴대전화·CCTV·차량…첨단기술보다 중요한 것은 ‘연결’
하예포구 사건에서 사용된 수단은 특별하지 않았다.
휴대전화 위치정보, CCTV, 차량 위치, 드론, 구조견은 이미 실종수사에서 일반적으로 활용되는 도구다. 그러나 각각의 정보가 분절되지 않고 연결되면서 의미가 생겼다.
휴대전화는 하예동 해안가를 가리켰고, CCTV는 낚시장비를 든 외출을 확인했으며, 차량은 하예포구를 실제 활동지점으로 좁혔다. 여기에 당시 제주에 풍랑주의보가 발효됐다는 기상정보가 더해지면서 해안과 해상 수색의 필요성도 커졌다.
정보 하나가 실종자를 찾은 것이 아니라 여러 단서를 시간 순서로 연결한 판단이 수색범위를 만들었다.
실종수사의 전문성은 결국 데이터 보유량보다 흩어진 정보를 얼마나 빨리 하나의 행동으로 바꾸느냐에서 드러난다.
같은 제주에서 며칠 사이 달라진 풍경…그러나 ‘개선 효과’로 단정할 수는 없다
하예포구 수색은 장미란씨 사건 파문 직후 이뤄졌다.
경찰청은 8월 24일 장씨 사건의 허위 종결과 지휘·감독 체계 전반에 대한 감찰에 착수했고, 실종사건을 해제할 때 과장급 서면확인을 거치도록 즉시 조치하는 한편 프로파일링 시스템 개선을 한 달 안에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제주경찰은 이에 앞서 비대면으로 안전이 확인됐다고 판단한 사건도 실종 프로파일링 시스템 입력 없이는 112 시스템에서 단독 종결할 수 없도록 절차를 강화했다.
제주도 역시 27일 경찰·해경·소방 등과 공동대응체계를 구축하고 공공 CCTV 보존기간을 기존 30일에서 60일 이상으로 늘리는 방안을 확정했다.
다만 이번 해군 실종사건의 신속한 대응이 장미란씨 사건 이후 제도개선 때문에 가능했다고 단정할 근거는 없다. 수색은 기존 매뉴얼만 정상적으로 작동해도 가능한 절차였고, 두 사건의 장소·위험요인·신고내용 역시 다르다.
오히려 더 중요한 질문은 반대다.
“이번처럼 할 수 있었는데, 왜 장미란씨 사건에서는 하지 않았는가.”
‘25시간’이 성공을 뜻하지는 않는다…실종자는 결국 돌아오지 못했다
이번 사건을 초기대응의 모범사례로만 포장해서도 안 된다.
A씨는 발견됐지만 숨진 상태였고 정확한 사망 원인은 현재 조사 중이다. 27일 휴대전화가 꺼진 뒤 가족 신고가 다음 날 오후 접수됐기 때문에 실제 연락두절 시점과 공적 수색 사이에는 상당한 시간차도 있었다.
A씨가 비번이었던 해군 간부로 알려진 만큼 이 공백을 곧바로 군의 관리소홀로 규정할 수는 없지만, 군이 연락두절을 언제 인지했는지, 비번 간부의 장시간 미복귀를 확인하는 내부 절차가 있었는지, 가족 신고 이전 연락 시도가 있었는지는 향후 확인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25시간이라는 숫자는 ‘구조 성공’의 기록이 아니라 신고가 접수된 뒤 국가 시스템이 실종자를 찾아가는 데 걸린 시간으로 읽어야 한다.
장미란씨 사건이 바꿔야 할 것은 ‘나쁜 경찰 한 명’이 아니다
장씨 사건 담당 경찰관은 직무유기 등 혐의로 구속됐지만, 사건을 개인의 일탈로만 정리하면 제도개선의 범위도 좁아진다. 경찰청이 담당자의 종결 과정뿐 아니라 상급자의 보고·지휘·감독까지 감찰대상에 포함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실종사건에서 한 경찰관이 사실상 혼자 사건을 끝낼 수 있고, 그 기록이 후속 신고까지 가로막으며, 관리자료가 삭제돼도 즉시 걸러내지 못했다면 문제는 개인의 판단을 넘어 오판을 차단하지 못한 시스템 설계에 있다.
그래서 과장급 확인, 프로파일링 시스템 연동, CCTV 보존기간 연장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실종자의 안전이 실제로 확인되지 않았다면 사건은 끝나지 않는다”는 원칙을 조직 전체가 공유하는 것이다.
승인란 하나 늘리는 것만으로 이 원칙이 작동하지 않는다면 절차는 다시 형식이 될 수 있다.
초기대응의 본질은 ‘빨리 찾는 것’보다 ‘가능성을 닫지 않는 것’

실종신고에는 오인도 있고 단순 귀가 사례도 많다. 모든 신고에 무제한 인력을 투입할 수 없는 현실 역시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초기 분류가 중요하지만, 위험성이 완전히 배제되지 않은 사건을 행정편의를 위해 먼저 닫는 순간 가장 중요한 안전장치가 사라진다.
하예포구 사건에서 경찰은 휴대전화 위치와 CCTV, 차량이라는 객관적 자료가 나올 때까지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색범위를 좁혔다. 반대로 장씨 사건에서는 실종자의 생존과 소재를 확인하지 않은 상태에서 ‘연락됐다’는 잘못된 결론이 먼저 입력됐고, 이후 시스템은 그 결론을 사실처럼 받아들였다.
실종수사의 속도는 뛰어다니는 인력의 숫자가 아니라 잘못된 결론을 얼마나 늦게 내리느냐에서도 결정된다.
초기대응의 힘은 섣불리 답을 내는 데 있지 않고, 필요한 사실이 확인될 때까지 사건을 살아 있게 두는 데 있다.
NextInsight | 실종수사에서 가장 비싼 시간은 ‘처음 몇 시간’이다

같은 제주에서 불과 며칠 사이 두 장면이 겹쳤다.
한쪽에서는 최초 신고가 사실확인 없이 2시간30분 만에 사라졌고, 다른 쪽에서는 신고 10분 뒤 관할 경찰이 공조를 넘겨받아 휴대전화·CCTV·차량을 연결하고 경찰·해경·소방·군이 수색에 들어갔다. 첫 사건은 104일을 잃었고, 두 번째 사건은 약 25시간 만에 실종자를 찾았다.
두 사건의 결과를 단순 비교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과정은 비교해야 한다.
실종수사에서 시간은 단순히 흐르는 것이 아니라 증거를 지운다. CCTV는 덮어쓰이고 위치정보는 과거가 되며 목격자의 기억은 흐려지고, 해상에서는 조류와 파도가 탐색범위를 계속 넓힌다.
그래서 첫 몇 시간의 가치는 뒤의 며칠과 같지 않다.
장미란씨 사건이 보여준 실패는 ‘늦게 찾았다’는 데만 있지 않고 가장 가치 있는 시간을 수사기관 스스로 포기했다는 데 있으며, 하예포구 사건이 보여준 것은 특별한 첨단기술이 아니라 그 시간을 놓치지 않았을 때 기존 시스템만으로도 얼마나 빠르게 수색범위를 좁힐 수 있는가였다.
제도개선의 방향도 여기에서 출발해야 한다.
종결에 상급자 서명을 추가하고 CCTV 저장기간을 60일로 늘리는 것은 필요하지만, 더 근본적인 기준은 실종자의 안전이 객관적으로 확인되기 전에는 누구도 편의적으로 사건을 닫을 수 없도록 만드는 것이다.
장씨 사건 이후 경찰이 바꿔야 할 것은 서류 한 칸이 아니다.
첫 신고를 대하는 조직의 태도다.
실종수사의 진짜 골든타임은 실종자가 사라진 순간부터 시작되지만 국가가 책임질 수 있는 시간은 신고가 들어오는 순간부터다.
그 첫 시간을 어떻게 쓰느냐가 때로는 25시간과 104일의 차이를 만든다.
참고자료
- 서귀포경찰서·서귀포해양경찰서 관련 보도, 「서귀포 하예포구서 실종됐던 20대 해군 숨져…진황등대 부근서 발견」, 서울신문, 2026.8.29.
- 경찰청, 제주 실종사건 허위 종결 감찰·실종사건 종결 절차 개선 관련 발표, 연합뉴스, 2026.8.24.
- 장미란씨 실종·허위 종결 및 104일 만의 시신 발견 관련 보도, 연합뉴스, 2026.8.24.
- 제주경찰청 실종사건 112 단독 종결 제한 조치, 경향신문, 2026.8.21.
- 제주도 공공 CCTV 60일 이상 보존·실종사건 공동대응체계 구축, 연합뉴스, 2026.8.27.
취재·작성: 김귤연 기자 | Next Insight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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