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캐나다 277억 캐나다달러 보복관세 발효한 날, 트럼프 “GSA 조달목록서 캐나다산 제외”
연 520억달러 넘는 MAS 겨냥…관세전쟁에서 정부 구매시장까지 전선 확대
미국과 캐나다의 무역분쟁이 국경을 넘는 상품에 세금을 매기는 관세전쟁에서 정부가 누구의 제품을 살 것인가를 결정하는 조달전쟁으로 번지고 있다. 캐나다가 미국산 제품 277억 캐나다달러 규모에 보복관세를 발효하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같은 날 연방정부 조달목록에서 캐나다산 제품을 제외하는 조치를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277억달러 맞불, 같은 날 나온 조달 카드
캐나다는 8일 0시1분부터 미국산 제품 277억 캐나다달러 규모에 15·25·50%의 보복관세를 적용했다.
대상은 철강·알루미늄·유제품·가전제품·농업기계·펄프·종이·플라스틱·전자제품 등이다. 캐나다 정부는 미국이 지난달 22일부터 캐나다산 일부 제품에 최대 50%의 추가관세를 부과한 데 대한 ‘달러 대 달러’ 대응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 조치가 발효된 당일 연방총무청(GSA)에 미 무역대표부(USTR)와 협력해 캐나다산 제품을 Multiple Award Schedule(MAS)에서 제거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라고 지시했다.
캐나다가 미국 농민과 기업에 ‘완전하고 공정한 상호주의’를 제공할 때까지 유지하겠다는 조건도 달았다.
아직 구체적인 발효일과 적용제품, 기존 계약 처리방식은 공개되지 않았다. 따라서 현 단계에서는 캐나다산이 이미 조달시장에서 전면 퇴출됐다고 보기보다 배제를 위한 시행 준비가 시작된 단계로 보는 것이 정확하다.
연 520억달러 넘는 미국 정부의 ‘쇼핑 목록’

MAS는 단순한 온라인 쇼핑몰이 아니다.
GSA가 사전에 계약한 공급업체의 상품과 서비스를 미국 연방기관이 신속하게 구매할 수 있도록 만든 핵심 조달수단이다. GSA는 MAS를 통해 연간 520억달러가 넘는 제품과 서비스가 거래된다고 설명한다.
다만 520억달러가 캐나다 기업의 판매액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MAS 전체 거래규모다.
이번 지시의 파급력을 판단하려면 앞으로 MAS에 등록된 캐나다산 제품 규모와 실제 연방정부 구매액이 얼마나 되는지가 확인돼야 한다.
관세와 MAS 배제의 차이도 여기에 있다.
관세는 캐나다산 제품의 미국 판매가격을 올린다. 반면 조달목록에서 제외되면 가격 경쟁력이 아무리 높아도 해당 정부조달 통로에서는 판매 자체가 어려워진다.
온타리오는 이미 미국 기업 조달 제한
트럼프가 아무런 근거 없이 캐나다의 조달정책을 문제 삼은 것은 아니다.
온타리오주는 현재 미국 기업의 공공부문 신규 조달 참여를 제한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상품과 서비스 신규 조달에 적용되며 기존 계약이나 대체 공급자가 없는 경우 등에는 예외가 있다.
따라서 캐나다 일부 주정부가 미국 기업의 시장접근을 제한하고 있다는 트럼프의 주장은 사실적 근거가 있다.
하지만 캐나다 연방정부가 미국 기업 전체를 공공조달에서 금지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캐나다 연방정부는 지난해부터 상호주의 조달정책을 시행해 캐나다 기업에 시장을 개방한 무역협정 상대국의 기업에는 연방조달 참여를 허용하고 있다. 동시에 대형 정부조달에서는 캐나다 기업과 캐나다산 제품을 우선하는 ‘Buy Canadian’ 정책도 강화했다.
‘미국기업 전면 금지’와 ‘자국기업 우대 강화’는 구별할 필요가 있다.
USMCA보다 먼저 등장하는 WTO
미국과 캐나다의 조달분쟁에서는 USMCA보다 WTO가 더 중요할 수 있다.
USMCA의 정부조달 장은 미국과 멕시코 사이에만 적용된다. 캐나다와 미국은 서로의 정부조달시장 접근을 WTO 정부조달협정(GPA)을 통해 유지해왔다.
현재 미국 연방조달규정에서도 캐나다는 한국·일본·EU 회원국 등과 함께 WTO GPA의 ‘지정국’으로 분류돼 있다.
따라서 캐나다산 제품의 MAS 배제가 실제로 어느 범위까지 시행되는지에 따라 WTO GPA의 비차별·시장접근 의무와 충돌하는지를 둘러싼 통상분쟁 가능성이 생길 수 있다.
다만 구체적인 시행규정이 나오지 않은 현재 단계에서 WTO 위반이라고 단정하기도 이르다.
Next Insight 분석 | 관세는 가격을 올리고, 조달 배제는 문을 닫는다

이번 조치가 중요한 이유는 관세율이 몇 % 더 높아졌기 때문만은 아니다.
관세는 국경을 통과하는 상품의 비용을 올린다. 소비자나 기업이 그 비용을 감수한다면 거래 자체는 계속될 수 있다.
정부조달 배제는 성격이 다르다.
관세가 “팔려면 더 비싸게 들어오라”는 조치라면, 조달 배제는 “정부에는 팔지 마라”에 가까운 시장접근 제한이다.
미국과 캐나다는 자동차·철강·농업·항공우주 등 공급망이 깊게 연결된 세계에서 가장 밀접한 교역 상대국 가운데 하나다. 실제 트럼프가 미국 판매 제한까지 거론한 캐나다 항공기 업체 봄바디어도 미국에서 3500명을 고용하고 2800개 미국 공급업체와 거래한다.
그래서 보호무역의 범위가 관세에서 정부조달과 기업 시장접근으로 확대될수록 피해 역시 국경선에서 깔끔하게 나뉘지 않는다.
캐나다가 미국 제품에 관세를 올리고, 미국이 캐나다 제품을 정부 구매목록에서 빼기 시작하면 양국 기업은 상대 시장에서 가격뿐 아니라 판매자격 자체를 놓고 경쟁해야 한다.
이번 분쟁의 다음 숫자는 관세율이 아닐 수 있다.
미국 정부조달시장에서 실제로 얼마나 많은 캐나다산 제품이 빠지는가.
그 규모가 확인되는 순간 미·캐나다 무역전쟁이 관세전쟁을 넘어 어디까지 확장됐는지가 선명해질 것이다.
취재·작성: 김귤연 기자 | Next Insight News
nextinsight.news@gmail.com
참고자료
Reuters, 「Trump directs GSA to take steps to remove Canadian goods from agency lists」, 2026.09.08
캐나다 재무부, 「List of products from the United States subject to counter-tariffs effective September 8, 2026」
미 연방총무청(GSA), Multiple Award Schedule 관련 자료
Ontario Government, 「Buy Ontario Procurement Directive」
Government of Canada, CUSMA Government Procurement Summary
U.S. Federal Acquisition Regulation 25.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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