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65세 이상 가해운전자 사고 4만5,873건…문제는 나이가 아니라 ‘자신의 위험을 인식하지 못하는 운전자’를 사고 전에 찾아내는 것
2025년 국내 교통사고 19만3,889건 가운데 65세 이상 운전자가 가해운전자로 분류된 사고는 4만5,873건, 23.66%였다. 2021년 3만1,841건에서 4년 만에 44%가량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교통사고가 감소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고령운전자 안전 문제가 더 이상 주변적인 문제가 아니라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사고 4건 중 1건’이라는 숫자를 “고령운전자 4명 중 1명이 사고를 낸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이 수치는 전체 사고 가운데 65세 이상 가해운전자 사고가 차지하는 비율이다. 고령인구와 고령 면허소지자가 함께 증가한 영향도 포함돼 있다.
따라서 정책이 물어야 할 질문은 “몇 살부터 운전을 막을 것인가”가 아니라 “실제 사고위험이 높아진 사람을 어떻게 찾아낼 것인가”다.
고령층의 위험은 존재한다…하지만 ‘나이’만으로는 너무 거칠다
보험개발원의 2023년 자동차보험 자료에서는 65세 이상 운전자의 사고율이 4.57%, 65세 미만은 4.04%로 나타났다. 고령층이 약 13% 높았다. 사고당 평균 피해자 수도 각각 2.63명과 1.96명으로 차이가 있었다.
위험 신호는 분명하다.
그러나 동시에 65세 이상 운전자 대부분은 사고를 내지 않는다. 연령 하나만으로 모든 고령운전자를 동일한 위험집단으로 취급하면 안전성과 이동권을 동시에 놓칠 수 있다.
고령운전자 정책이 ‘연령 규제’에서 개인의 실제 운전능력을 측정하는 위험 관리로 이동해야 하는 이유다.
사고 운전자 38%는 자신의 위험을 몰랐다
최근 연구는 이 문제에서 더 중요한 사각지대를 보여준다.
2026년 Journal of the American Geriatrics Society에 발표된 국내 연구는 60세 이상 남성 운전자 1,673명을 대상으로 본인의 운전위험 인식과 실제 경찰 사고기록을 2년 동안 추적했다.
그 기간 사고를 경험한 사람은 290명이었다. 그런데 이 가운데 111명, 38.3%는 조사 시작 당시 자신의 운전에 특별한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이었다.
이 결과가 중요한 이유는 자진 면허반납 정책의 한계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자신의 반응속도나 판단력이 떨어졌다는 사실을 스스로 알고 있는 운전자는 야간운전을 줄이거나 장거리 운전을 피할 수 있다.
문제는 위험해졌는데도 스스로는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이들을 발견하려면 자기평가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의미다.
‘선잇기 3분이면 위험’은 과도한 단순화다
여기에서 등장하는 것이 TMT-B, 이른바 선잇기 검사(Trail Making Test)다.
숫자와 문자 등을 정해진 순서에 따라 번갈아 연결하면서 시각 탐색과 정보처리 속도, 주의 전환, 집행기능 등을 평가한다. 복잡한 교차로에서 신호와 보행자, 차량을 동시에 확인해야 하는 운전과 관련성이 있는 인지기능들이다.
연구에서는 자신의 운전에 문제가 없다고 답한 사람 가운데 **교육기간 9년 이하이면서 TMT-B 수행시간이 180초 이상인 집단의 2년 내 사고율이 20.9%**였다. 기준집단은 9.1%였으며, 연령과 인지상태 등을 보정한 사고 오즈비는 2.04였다.
그러나 이를 “선잇기 검사에 3분 넘게 걸리면 사고위험이 두 배”라고 일반화하면 연구 결과를 왜곡한다.
180초라는 기준 하나만 적용한 결과가 아니며, 연구 대상 역시 모두 60세 이상 남성이었다. 여성 운전자나 전체 고령운전자에게 동일한 기준을 곧바로 적용할 근거는 부족하다.
선잇기 검사의 역할은 ‘면허 취소’가 아니라 위험 신호 발견
따라서 선잇기 검사의 가장 적절한 위치는 최종 판정이 아니라 1차 선별이다.
검사 결과만으로 운전면허를 박탈하기보다는 이상 신호가 나온 사람에게 시야·반응속도·운동기능을 추가 검사하고, 필요하면 시뮬레이터나 실제 주행평가로 연결하는 방식이 합리적이다.
현재도 75세 이상 운전자는 3년마다 면허를 갱신해야 하며 인지선별검사 등을 받고 의무 교통안전교육을 이수해야 한다. 한국도로교통공단은 일부 교육장에서 VR과 실차 기반 운전능력 진단도 시범 운영하고 있다.
즉 필요한 것은 새로운 시험 하나를 추가하는 것보다 선별검사 이후 실제 운전능력을 확인하는 체계를 촘촘하게 연결하는 일이다.
‘면허 유지냐 반납이냐’ 사이에도 선택지가 필요하다
고령운전자 문제에는 안전과 함께 이동권이라는 현실이 존재한다.
대중교통이 촘촘한 도시와 병원이나 시장까지 자동차가 사실상 유일한 이동수단인 농촌을 같은 기준으로 다루기는 어렵다.
따라서 평가 결과에 따라 야간운전이나 고속도로 운전을 제한하거나 일정 생활권 안에서만 운전을 허용하고, 첨단운전자보조장치가 장착된 차량을 조건으로 운전을 허용하는 조건부 면허 같은 중간 단계도 검토할 가치가 있다.
자동긴급제동이나 페달 오조작 방지와 같은 차량기술 역시 중요하다. 운전자의 기능이 다소 저하됐더라도 자동차가 실수를 보완한다면 이동권을 유지하면서 사고위험을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가려내야 할 것은 ‘노인’이 아니라 ‘위험 운전자’다
2025년 고령운전자 사고가 전체의 23.66%까지 올라온 것은 분명한 경고다.
그러나 숫자가 크다고 나이를 곧 위험으로 바꾸면 정책은 쉬워지지만 정확성은 떨어진다.
이번 연구가 보여준 더 중요한 사실은 사고를 낸 고령운전자 가운데 약 38%가 사고 전에 자신의 위험을 인식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선잇기 검사가 가치 있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누군가를 운전에서 탈락시키는 시험이 아니라 본인도 가족도 알아차리지 못한 위험을 사고 전에 발견하는 첫 번째 경보장치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령사회에서 필요한 것은 ‘몇 살까지 운전할 수 있는가’라는 일률적인 답이 아니다.
누가 지금 위험한가를 객관적으로 선별하고, 위험의 정도에 맞춰 운전조건과 차량기술을 조정하는 체계다.
고령운전자 정책이 나이의 규제에서 위험의 관리로 전환돼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취재·작성: 김귤연 기자 | Next Insight News
nextinsight.news@gmail.com
참고자료
- 한국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TAAS) 고령운전자 사고 통계
- 보험개발원 65세 이상 운전자 자동차보험 사고 분석자료
- Journal of the American Geriatrics Society 2026년 고령운전자 위험 인식·사고 추적 연구
- 한국도로교통공단 75세 이상 운전자 적성검사·교통안전교육 자료
- 고령운전자 조건부 면허 및 운전능력 평가 관련 국내외 연구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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