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걸음 수를 세는 앱과 부정맥을 판단하는 앱은 무엇이 다를까…AI·스마트워치 시대 소비자가 알아야 할 ‘의료기기와 건강관리 제품의 경계’
스마트워치는 심박수와 산소포화도를 측정하고, 스마트폰은 수면과 운동량을 분석한다. 병원에서는 인공지능(AI)이 엑스레이·CT 영상을 분석하거나 심전도 데이터를 판독하는 소프트웨어가 실제 의료현장에 활용되고 있다.
겉으로 보면 모두 비슷한 ‘건강 앱’처럼 보이지만 법적으로는 같지 않다.
어떤 제품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인증·신고 대상인 디지털의료기기이고, 어떤 제품은 의료기기가 아닌 디지털의료·건강지원기기, 또 어떤 서비스는 일반적인 생활·웰니스 서비스에 해당할 수 있다.
이 구분은 단순한 명칭 문제가 아니다.
소비자에게 제공되는 결과를 질병의 진단이나 치료 판단에 사용할 수 있는지, 제품이 어떤 안전·성능 관리체계 아래 있는지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2025년 시작된 디지털의료제품법…2026년에는 범위가 더 넓어졌다
우리나라 「디지털의료제품법」은 2024년 1월 23일 제정됐고 2025년 1월 24일부터 시행됐다.
법이 정의하는 ‘디지털의료제품’은 하나의 제품군이 아니다.
① 디지털의료기기
② 디지털융합의약품
③ 디지털의료·건강지원기기
세 영역을 포괄한다.
특히 주목할 변화는 2026년 1월 24일부터 디지털의료·건강지원기기 관련 제도가 본격 시행됐다는 점이다. 식약처는 스마트워치 등에 활용되는 운동·레저용 심박수, 산소포화도, 체지방 측정 소프트웨어 등을 대표적인 건강지원 영역으로 제시하고 성능인증제도를 마련했다.
따라서 2026년의 핵심은 단순히 ‘의료기기냐 아니냐’로 두 종류만 나누는 것이 아니다.
의료행위에 직접 연결되는 디지털의료기기와 일상적인 건강관리를 지원하는 디지털 제품을 서로 다른 수준으로 관리하는 체계가 구체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은 ‘앱이 무엇을 하겠다고 주장하는가’다
건강앱이 의료기기인지 판단할 때 기능의 화려함만 봐서는 안 된다.
핵심은 사용 목적이다.
「디지털의료제품법」은 디지털의료기기를 디지털 기술이 적용된 의료기기 가운데 질병의 진단·치료 또는 예후 관찰, 치료 반응·결과 예측, 치료 효과·부작용 모니터링 등에 사용되는 제품으로 정의한다.
예를 들어 같은 심박 데이터를 사용하더라도 의미가 달라질 수 있다.
| 기능 | 판단의 핵심 |
|---|---|
| 운동 중 심박수를 기록 | 일반 건강관리·건강지원 영역 가능 |
| 하루 걸음 수·활동량 기록 | 건강관리 영역 가능 |
| 수면시간·운동량 관리 | 사용 목적에 따라 건강지원 영역 가능 |
| 심전도를 분석해 특정 질환 진단을 지원 | 의료기기 가능성이 높음 |
| 의료영상을 분석해 병변을 검출 | 디지털의료기기 영역 |
| 질환 치료를 목적으로 소프트웨어가 치료적 개입 제공 | 디지털의료기기 영역 |
즉 AI를 사용했다고 의료기기가 되는 것도 아니고, 스마트폰 앱이라고 의료기기가 아닌 것도 아니다.
무엇을 분석하고 그 결과를 어떤 의료적 목적으로 사용하는지가 더 중요하다.
‘디지털의료·건강지원기기’는 의료기기와 다르다
2026년 소비자가 특히 알아둘 부분이다.
법은 디지털의료·건강지원기기를 디지털의료기기에는 해당하지 않지만 의료 지원 또는 건강 유지·향상을 목적으로 생체신호를 측정·분석하거나 생활습관을 기록·분석해 건강관리 정보를 제공하는 디지털 제품으로 규정한다.
쉽게 말해,
질병을 진단·치료하는 제품과
건강관리를 돕는 제품 사이에 법적으로 구분된 영역이 생긴 것이다.
식약처는 2026년 1월부터 이들 제품에 대해 민관 협업 방식의 성능인증제를 도입했다. 기준을 충족한 제품은 인증 표시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구조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성능인증을 받은 건강지원기기’와 ‘허가받은 의료기기’를 같은 의미로 받아들이면 안 된다는 점이다.
건강지원기기는 법적으로 의료기기가 아닌 영역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스마트워치 하나에도 서로 다른 법적 성격의 기능이 들어갈 수 있다
소비자가 가장 혼동하기 쉬운 부분이다.
스마트워치라는 하나의 하드웨어 안에도 걸음 수 기록, 운동용 심박수 측정, 수면관리처럼 생활건강 기능이 있는 반면 의료적 목적을 가진 특정 기능이 별도로 존재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스마트워치는 의료기기인가?”
라고 묻는 것보다
“이 스마트워치에서 내가 사용하는 이 기능이 어떤 목적으로 허가 또는 관리되고 있는가?”
라고 묻는 편이 정확하다.
앱 역시 마찬가지다.
앱스토어에서 ‘AI 건강분석’, ‘질병 위험 예측’, ‘전문의 수준 분석’ 같은 문구를 사용한다고 해서 식약처가 해당 의료적 성능을 인정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광고문구와 실제 허가받은 사용목적을 구분해야 한다.
AI 의료기기가 일반 앱보다 까다로운 이유…알고리즘은 계속 바뀔 수 있다
AI 의료기기의 가장 큰 특징은 소프트웨어가 업데이트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전통적인 의료기기는 제품을 허가받은 뒤 물리적 구조가 크게 바뀌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AI는 데이터와 알고리즘, 모델 업데이트에 따라 성능이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규제도 단순히 “처음 허가받을 때 성능이 좋았는가”만 볼 수 없다.
2026년 시행규칙은 인공지능 기술이 적용된 디지털의료기기의 제조허가 신청 시 변경관리 계획서를 함께 제출할 수 있는 제도를 두고 있다.
식약처는 이어 2026년 8월 12일 ‘AI 디지털의료기기 우수 관리체계 인증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이는 AI 의료기기의 개발과 변경관리까지 포함한 새로운 규제환경이 구체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핵심은 분명하다.
AI 의료기기의 안전성은 출시 시점의 알고리즘만이 아니라 업데이트 이후에도 성능이 적절하게 관리되는가까지 봐야 한다는 것이다.
식약처 허가를 받았다는 것은 ‘AI가 의사를 대신한다’는 뜻은 아니다
여기에서도 과도한 해석은 피해야 한다.
의료기기 허가는 해당 제품이 허가받은 사용목적과 조건 안에서 요구되는 안전성과 성능을 평가받았다는 의미이지, 모든 질병을 정확하게 진단하거나 의사의 판단을 완전히 대체한다는 보증은 아니다.
특히 AI 의료기기는 학습데이터의 특성이나 실제 사용환경에 따라 성능 차이가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소비자는 단순히 ‘AI’라는 표현보다
무엇을 분석하는 제품인지,
어떤 환자와 상황에서 사용할 수 있는지,
사용목적이 무엇인지,
어떤 주의사항이 있는지
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사용하는 앱의 식약처 허가 여부, 이렇게 확인하면 된다
의료적인 진단·치료 기능을 표방하는 앱이나 소프트웨어를 사용한다면 가장 확실한 방법은 식약처 공식 의료기기 정보에서 직접 검색하는 것이다.
식약처는 의료기기 제품정보 검색을 ‘의료기기안심책방’으로 일원화해 운영하고 있다. 제품명뿐 아니라 품목명·모델명·업체명·품목허가번호 등을 이용해 확인할 수 있다.
검색 후에는 단순히 제품이 존재하는지만 보지 말고 다음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
① 제품명과 제조·수입업체가 맞는가
② 허가·인증·신고 상태가 정상인가
③ 사용목적이 내가 알고 있던 기능과 일치하는가
④ 해당 모델명이 포함돼 있는가
⑤ 사용방법과 주의사항은 무엇인가
식약처 의료기기 시스템에서는 허가번호뿐 아니라 사용목적, 성능, 사용방법, 사용 시 주의사항 등도 확인할 수 있다.
앱스토어 설명보다 ‘허가된 사용목적’을 먼저 봐야 한다
예를 들어 어떤 앱이 광고에서
“심장 건강을 AI로 분석합니다”
라고 설명한다고 가정해 보자.
이 문장만으로는 어떤 의료적 성능이 허가됐는지 알 수 없다.
반면 식약처 제품정보의 사용목적에 특정 데이터를 분석해 특정 질환의 진단을 보조하도록 명확하게 기재돼 있다면 그 범위가 공식적인 판단 기준이 된다.
따라서 의료기기 제품을 볼 때는
광고문구 < 앱스토어 설명 < 식약처 허가된 사용목적
순으로 신뢰도를 구분해 보는 것이 안전하다.
식약처도 2026년 6월 디지털의료기기 표시기재 가이드라인을 개정해 디지털 제품 특성에 맞는 표시·정보 제공기준을 구체화하고 있다.
‘식약처 허가’와 개인정보 보호도 같은 문제는 아니다
건강앱에서는 의료기기 여부와 함께 개인정보 문제도 중요하다.
심박수, 건강상태, 의료영상 등은 민감한 정보를 포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식약처 의료기기 허가를 받았다는 사실만으로 개인정보 보호의 모든 문제가 해결됐다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
디지털의료제품 안전관리에는 전자적 침해와 보안 문제가 포함되지만 개인정보의 수집·이용·제공은 개인정보보호법 등 다른 법체계와도 연결된다. 디지털의료제품법 시행령 역시 안전관리 정책의 범위에 전자적 침해행위와 보안을 포함하고 있다.
따라서 앱 설치 전에는 의료기기 허가 여부와 별도로
어떤 데이터를 수집하는지,
외부 서버로 전송하는지,
제3자에게 제공하는지,
회원 탈퇴 후 정보를 어떻게 처리하는지
개인정보 처리방침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2026년부터 소비자가 볼 수 있는 정보도 늘어나는 방향이다
디지털의료제품 제도가 중요한 이유는 기업의 허가 절차만 바뀌는 것이 아니다.
정보 공개도 강화되고 있다.
식약처는 2026년 8월 25일 「디지털의료제품법」 제51조에 따른 디지털의료기기 심사·검토 결과 정보공개 업무매뉴얼을 개정했다. 심사 결과 공개 대상과 절차·방법을 보다 일관되게 운영하기 위한 조치다.
또 2026년 7월에는 디지털의료·건강지원기기의 성능인증 정보를 공개할 수 있도록 하는 세부 규정 개정도 추진했다.
이는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이 단순히 ‘제품을 허가하는 시장’에서 소비자가 성능과 규제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시장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의미가 있다.
소비자가 기억해야 할 것은 세 가지다
건강앱이나 AI 의료서비스를 사용할 때 모든 법률을 이해할 필요는 없다.
세 가지만 기억하면 된다.
첫째, ‘건강관리’와 ‘질병 진단·치료’를 구분해야 한다.
운동·수면·걸음 수를 관리하는 기능과 질병을 진단하거나 치료를 지원하는 기능은 법적 의미가 다르다.
둘째, 의료기기라고 주장한다면 공식 허가 정보를 확인한다.
앱스토어의 설명이나 광고만 보지 말고 의료기기안심책방에서 제품·모델·업체·사용목적을 확인하는 것이 가장 확실하다.
셋째, AI가 제시한 결과를 진료 자체와 동일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허가된 의료기기라도 정해진 사용목적과 사용방법이 있다. 특히 증상이 있거나 결과가 실제 건강상태와 맞지 않는다고 판단될 경우 의료전문가의 판단이 우선돼야 한다.
Next Insight
디지털의료제품법의 가장 중요한 의미는 모든 건강앱을 의료기기로 규제하는 데 있지 않다.
오히려 반대에 가깝다.
질병을 진단·치료하는 제품과 일상적인 건강관리를 지원하는 제품을 구분하고, 각각의 위험 수준과 기능에 맞는 관리체계를 만들려는 것이다.
2026년 들어 건강지원기기 성능인증, AI 의료기기의 변경관리, 표시기재 기준, 심사결과 공개가 잇따라 구체화되는 것도 같은 흐름이다.
앞으로 더 중요한 문제는 ‘AI가 의료에 들어오는가’가 아니다. 이미 들어와 있다.
진짜 질문은
“AI가 어떤 근거로 이 결과를 냈으며, 어떤 범위까지 믿고 사용할 수 있고, 성능이 변경됐을 때 누가 그것을 관리할 것인가”다.
소비자에게도 새로운 디지털 건강 문해력이 필요해지는 이유다.
앱 화면에 ‘AI’, ‘헬스케어’, ‘전문가 수준’이라는 표현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신뢰할 것이 아니라 사용목적과 규제 상태, 공식 제품정보를 직접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편리한 건강관리와 의료적 판단의 경계를 정확하게 아는 것.
그것이 디지털의료제품법 시대에 소비자가 자신의 건강을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첫 단계다.
참고자료
- 국가법령정보센터, 「디지털의료제품법」·시행령·시행규칙
- 식품의약품안전처, 디지털의료·건강지원기기 제도 자료
- 식품의약품안전처, AI 디지털의료기기 관리체계·표시기재 가이드라인
- 식품의약품안전처, 의료기기안심책방·디지털의료기기 심사정보
취재·작성: 김귤연 기자 | Next Insight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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