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T와 2파전 끝 최종 선정…B200 256장·10개월 지원, 5개월 중간평가 거쳐 취약점 탐지부터 실제 보안체계까지 단계적 검증
네이버클라우드 컨소시엄이 정부의 ‘사이버 보안 특화 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을 맡는다. 이번 선정의 의미는 국산 대형언어모델 하나를 더 만드는 데 있지 않다. AI가 취약점을 찾고 공격 경로를 분석하는 시대에 한국도 보안 판단과 대응을 수행하는 독자 AI 체계를 구축하기 시작했다는 데 핵심이 있다.
SKT와 맞붙은 네이버…평가의 핵심은 ‘모델 하나’가 아니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3일 네이버클라우드와 SK텔레콤 두 컨소시엄의 사업계획서와 발표를 외부 AI·사이버보안 전문가들이 평가한 결과 네이버클라우드를 최종 수행기관으로 선정했다.
평가항목은 기술력·개발경험뿐 아니라 개발전략과 기술, 목표의 우수성·실현가능성, 시장성과 파급효과까지 포함됐다. 정부는 네이버클라우드 컨소시엄의 대규모 산·학·연 협력체계와 복수 AI 에이전트, 이를 연결·제어하는 ‘하네스(harness)’ 구조를 활용한 개발전략을 강점으로 평가했다.
이는 이번 결과를 단순히 ‘네이버 모델이 SKT 모델보다 성능이 높았다’는 경쟁으로 해석하기 어렵게 만드는 대목이다. SKT는 업스테이지와 안랩·SK쉴더스·시큐아이 등 보안기업을 결합해 여러 크기의 모델과 보안 에이전트를 실제 관제현장에 적용하는 전략을 제시했다. 정부의 판단은 특정 단일모델의 성능보다 개발·운영·실증·산업 확산을 포함한 전체 사업계획을 종합평가한 결과다.
정부가 원하는 것은 ‘보안 챗봇’이 아니다
사업 목적은 국내 AI와 사이버보안 기술을 결집해 국내 독자 기술 기반의 보안 특화 파운데이션 모델을 확보하고 보안산업의 AI 전환을 촉진하는 것이다. 정부는 모델 개발방법과 실제 보안 서비스 실증까지 사업자가 함께 제시하도록 설계했다.
여기서 파운데이션 모델은 단순히 보안 질문에 답하는 챗봇과 다르다.
보안 로그와 취약점 정보, 악성코드·공격 패턴 등을 이해하는 기반모델 위에서 여러 AI 에이전트가 취약점 발견, 분석, 공격경로 추론, 위험도 판단, 대응방안 제시 같은 서로 다른 업무를 수행하고, 하네스가 이 작업 순서와 도구 사용을 연결하는 형태다.
보안업무가 ‘사람이 AI에게 질문하는 단계’에서 AI가 여러 도구를 사용하며 보안업무의 일부를 실행하는 단계로 이동한다는 뜻이다.
원전·금융의 폐쇄망 경험…‘소버린 보안 AI’가 필요한 이유

네이버클라우드 컨소시엄에는 LG CNS·LG AI연구원·LG유플러스뿐 아니라 로그프레소·샌즈랩·S2W·이스트시큐리티·티오리한국 등의 보안기업, 한국수력원자력·한전KDN·금융보안원·KISTI, 서울대·KAIST·포항공대 등 네이버클라우드를 포함해 총 33개 산·학·연 기관이 참여한다.
특히 네이버클라우드가 내세운 경험은 원자력·금융 같은 높은 보안등급 환경에서 파운데이션 모델을 폐쇄망·온프레미스 방식으로 배포·운영한 경험이다. 국가 핵심시설에서는 내부 로그와 보안데이터를 외부 상용 AI 서비스로 전송하기 어렵기 때문에 모델 성능뿐 아니라 데이터가 외부로 나가지 않는 구조와 독립 운영능력이 중요하다.
‘소버린 AI’가 일반 산업에서는 기술 자립의 문제라면, 보안 분야에서는 데이터 주권과 국가 핵심정보의 통제권이라는 더 직접적인 의미를 갖는 이유다.
B200 256장보다 중요한 ‘5개월 중간평가’
정부는 이달부터 엔비디아 B200 GPU 256장을 지원한다. 기간은 최대 10개월이지만 처음부터 10개월 지원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5개월을 먼저 지원한 뒤 중간평가 결과에 따라 나머지 5개월 지원 여부를 결정한다. 과기정통부는 이달 중 협약과 실무협의체 구성을 마치고 연내 1차 모델을 취약점 탐지 등에 활용한 뒤 2027년 추가 개발과 데이터 투자를 거쳐 보안체계로 고도화할 계획이다.
공모 초기부터 정부는 최종 결과물을 오픈소스 방향으로 공개해 국내 보안기업들이 활용하도록 하고, 2027년 이후에는 ‘이어달리기’ 형태의 후속지원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결국 이번 사업은 한 기업의 보안제품 개발비를 지원하는 구조보다 국내 보안산업이 공동으로 활용할 기반기술을 만드는 사업에 가깝다.
하루 전 구글도 ‘사이버 전용 Gemini’…세계의 경쟁축도 바뀐다

이번 선정은 글로벌 AI 보안 경쟁이 빠르게 특화모델과 에이전트 중심으로 이동하는 시점과 겹친다.
구글은 9월 2일 사이버보안에 특화된 Gemini 3.8 Flash Cyber를 공개했다. 소프트웨어 취약점 분석과 패치 같은 사이버 업무 수행을 강화한 모델로, 외부 CWE-Bench 평가에서는 패치 성능 pass@1 47.2%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같은 날 정부·신뢰기관을 대상으로 고급 사이버 방어 도구를 제공하는 Fairwind 프로그램도 발표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지난 7월 ‘Project Perception’을 공개하며 자체 사이버 모델 MAI-Cyber-1-Flash, 여러 모델과 에이전트, 보안데이터를 하나의 사이버 스택으로 묶는 방식을 제시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AI가 공격과 방어 양쪽의 속도를 높이는 상황에서 기존 보안도구 위에 단순히 AI를 붙이는 방식이 아니라 새로운 에이전트형 보안체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한국 정부가 이번 평가에서 ‘복수 에이전트와 하네스’를 강조한 것도 이 같은 세계 기술 흐름과 맞닿아 있다.
Next Insight 분석 | 진짜 경쟁은 ‘국산 모델’이 아니라 ‘실제 방어능력’

네이버클라우드의 선정은 출발점이다. 정부가 사업자를 정했다는 사실과 한국이 글로벌 수준의 보안 AI를 확보했다는 평가는 같은 말이 아니다.
앞으로 성패를 판단할 기준은 모델의 파라미터 수나 ‘국산’이라는 이름보다 훨씬 구체적이어야 한다.
실제 취약점을 얼마나 정확히 찾는가, 오탐은 얼마나 줄이는가, 복잡한 공격경로를 얼마나 안정적으로 추론하는가, 폐쇄망에서도 성능을 유지하는가, 그리고 AI가 내린 판단을 보안전문가가 검증하고 통제할 수 있는가.
사이버보안은 일반 생성형 AI보다 오류의 비용이 크다. 존재하지 않는 취약점을 만들어내도 문제이고, 실제 공격을 놓쳐도 문제다. 따라서 보안 AI에서 가장 중요한 경쟁력은 말을 잘하는 모델이 아니라 실제 시스템에서 틀리지 않고 행동할 수 있는 모델이다.
한국이 시작한 이번 실험의 가치도 여기에 있다. AI 시대의 사이버전은 결국 공격자의 AI와 방어자의 AI가 속도와 정확성을 겨루는 경쟁으로 이동하고 있다. 네이버클라우드가 받은 것은 그 경쟁의 승리 선언이 아니라, 한국형 방어 AI가 실제 현장에서 통할지를 증명해야 하는 첫 시험대다.
취재·작성: 김귤연 기자 | Next Insight News
nextinsight.news@gmail.com
참고자료
과학기술정보통신부·정보통신산업진흥원 「특화 인공지능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사이버 보안 분야)」 사업 공고 및 선정 결과
네이버클라우드 「보안 특화 AI 구축 컨소시엄」 자료
SK텔레콤 「사이버 보안 특화 AI 모델 개발 컨소시엄」 자료
Google 「Gemini 3.8 Flash Cyber」, 2026년 9월 2일
Microsoft 「Project Perception」, 2026년 7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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