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조사에서 대통령 판단으로…DMZ 지뢰 사고, 29일 ‘책임선’이 달라졌다

사고 8일 만에 이재명 대통령 첫 공개 발언…“신속·철저 조사, 진상 따라 필요한 조치”

“근거 없는 음모론” 경고까지…늑장·은폐 의혹 둘러싼 정치권 공방에도 직접 선 그어

서부전선 비무장지대에서 발생한 지뢰 추정 폭발 사고가 29일 새로운 단계로 넘어갔다.

사고 발생 이후까지는 합동참모본부와 국방부, 유엔군사령부가 현장 접근과 지뢰 종류, 폭발 원인 등을 확인하는 군사·기술적 조사가 중심이었다.

하지만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국무회의에서 처음으로 이 문제를 공개석상에서 직접 언급하면서 사건 대응의 무게중심이 대통령의 정치·안보 판단 단계로 이동했다.

이 대통령은 부상 장병과 가족들에게 위로를 전한 뒤 “군 당국은 유엔사와 긴밀히 협조해 신속하고 철저한 조사를 통해 사건의 진상을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 진상에 따라서 필요한 조치를 취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전날 합참이 폭발 원인에 대해 북한군 지뢰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발표한 직후 나온 대통령의 첫 공식 입장이다.

21일에는 장병 위로…29일에는 ‘진상 규명과 후속조치’

이 대통령의 메시지는 사고 직후와 비교하면 성격이 달라졌다.

사고 당일인 21일에는 SNS를 통해 부상 장병들의 빠른 회복을 기원하고 치료와 지원을 당부하는 내용이 중심이었다.

당시에는 조사 방향이나 북한 책임 가능성, 후속 대응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다.

이후 군과 유엔사는 조사 준비와 현장 접근 절차를 진행했고, 27일부터 본격적인 현장조사에 들어갔다.

28일에는 합참이 폭발 원인에 대해 북한군 지뢰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중간 판단을 공개했다.

그리고 다음 날인 29일 대통령이 처음으로 공개석상에서 ‘투명한 진상 규명’과 ‘필요한 조치’를 언급했다.

사건의 성격이 단순한 군 내부 사고 조사에서 국가 차원의 안보 대응 문제로 옮겨가는 흐름이다.

“근거 없는 음모론” 정치권에도 직접 메시지

이 대통령은 조사 지시와 함께 정치권을 향한 메시지도 내놨다.

“안보에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며 “이번 사안과 관련해 근거 없는 음모론을 부추기면서 국가 안보를 위태롭게 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는 최근 야권에서 제기된 조사 지연과 은폐 의혹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될 수 있다.

한동훈 의원 등 야권에서는 유엔사가 사고 초기부터 신속한 조사를 원했지만 한국군이 조사와 자료 공개에 소극적이었다는 의혹을 제기해 왔다.

또 당초 29일로 거론되던 현장조사가 논란 이후 27일로 앞당겨졌다는 주장도 나왔다.

반면 군은 사고 직후부터 유엔사와 협의했고, 비무장지대 특성상 미확인 지뢰와 수풀이 많아 안전 확보와 진입로 개척에 시간이 필요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실제 첫날 현장조사에서도 조사팀이 장시간 작업하고도 폭발 원점까지 도달하지 못할 정도로 현장 접근이 어려웠던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까지 공개된 자료만으로는 조사 지연이 의도적이었다는 점이 확인된 것은 아니다.

대통령 발언이 바꾼 것은 ‘조사의 시작’이 아니다

29일 대통령 발언을 두고 한 가지 구분할 필요가 있다.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조사를 주문했다고 해서 이날부터 조사가 시작된 것은 아니다.

군과 유엔사는 이미 대통령 귀국 전부터 조사 준비와 현장 접근 작업을 진행했고, 27일부터 합동조사팀이 현장에 투입됐다.

따라서 이번 발언의 의미는 ‘조사 개시 지시’라기보다 진행 중인 조사를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책임지고 결과에 따른 후속 대응까지 예고했다는 데 있다.

특히 ‘필요한 조치’라는 표현은 향후 조사 결과에 따라 군사·외교적 대응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어떤 조치를 의미하는지는 현재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았다.

Next Insight 분석 | 29일, 군의 기술적 조사에서 대통령의 정치·안보 판단으로

이번 사건의 흐름을 보면 29일은 분명한 분기점이다.

21일 사고 이후 며칠간의 핵심은 ‘무슨 지뢰가 터졌는가’, ‘누가 매설했는가’, ‘어떻게 현장에 접근할 것인가’였다.

27~28일 현장조사가 본격화되고 북한군 지뢰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사건의 성격은 달라졌다.

그리고 29일 대통령이 직접 ‘투명한 진상 규명’과 ‘필요한 조치’를 언급하면서 책임선도 군 실무선에서 대통령의 정치·안보 판단 단계로 올라왔다.

동시에 대통령이 ‘근거 없는 음모론’을 경고한 것은 조사 지연과 은폐 가능성을 제기해 온 야권의 문제 제기에 정부 차원에서 선을 긋기 시작했다는 의미도 있다.

다만 정치적 공방과 사실 확인은 구분해야 한다.

야권의 의혹이 사실인지 판단하려면 유엔사가 언제 어떤 조사와 자료를 요청했는지, 군이 어떤 이유로 이를 즉시 받아들이지 않았는지, 당초 거론된 조사 일정이 왜 변경됐는지가 구체적으로 공개돼야 한다.

반대로 정부가 ‘음모론’이라고 규정하려면 그 의혹이 사실과 다르다는 근거도 충분히 설명할 필요가 있다.

결국 29일 대통령 발언으로 사건은 새로운 단계에 들어섰다.

이제 질문은 단순히 ‘왜 조사가 늦었느냐’에서 끝나지 않는다.

조사 결과가 북한군 지뢰로 최종 확인될 경우 정부가 어떤 판단을 내리고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지, 그리고 그 과정과 근거를 얼마나 투명하게 공개할 것인지가 다음 쟁점이다.

작성·취재 | Next Insight News 김귤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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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대통령 9월 29일 국무회의 발언
합동참모본부 DMZ 지뢰 추정 폭발 사고 중간조사 결과
국방부·유엔군사령부 현장조사 관련 자료
국회 국방위원회 현장점검 및 현안질의 자료
여야 DMZ 지뢰 사고 관련 공개 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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