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장은 사라지고 스마트폰만 남았다…청소년 15만7천 명이 경험한 온라인 도박의 덫

경험률 4%보다 위험한 ‘반복’…도박 경험 청소년 5명 중 1명은 최근 6개월에도 지속

온라인 카지노 35.8%로 가장 많아…청소년 절반 이상은 도박 광고에 노출

경찰 단속에서도 7천여 명 적발…교육만으로 막기 어려운 스마트폰 속 도박시장

청소년 도박 경험률은 4.0%다. 숫자만 보면 크지 않아 보이지만 전국 청소년으로 환산하면 약 15만7천 명, 이 가운데 최근 6개월에도 도박을 계속한 청소년은 약 3만 명에 이른다. 문제는 처음 베팅한 숫자가 아니라, 손안의 스마트폰에서 다시 접속할 이유가 끊임없이 만들어진다는 데 있다.

4%라는 숫자 뒤의 15만7천 명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의 ‘2025년 청소년 도박 실태조사’는 전국 633개교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1만3481명을 조사한 국가승인통계다.

도박을 한 번이라도 경험한 비율은 4.0%로 전년 4.3%보다 0.3%포인트 낮아졌다. 여기까지만 보면 상황이 나아진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도박 경험자 가운데 최근 6개월에도 계속한 비율은 19.4%, 전년 19.1%보다 오히려 높아졌다. 진입하는 청소년은 조금 줄었지만, 한번 들어간 뒤 계속하는 비율은 줄지 않았다는 뜻이다.

청소년 도박을 볼 때 ‘몇 명이 해봤느냐’보다 한번 시작한 뒤 얼마나 쉽게 빠져나오는가를 함께 봐야 하는 이유다.

도박장은 없어졌지만 접근성은 더 높아졌다

청소년이 경험한 도박 유형 가운데 가장 많은 것은 **온라인 카지노 게임 35.8%**였다. 온라인 미니게임 29.8%, 온라인 화투게임 17.2%, 온라인 스포츠 결과 돈걸기 16.0%도 뒤를 이었다. 오프라인 복권 31.7%를 제외하면 주요 유형 대부분이 온라인이다.

예전의 도박에는 장소가 필요했다.

성인이 운영하는 공간에 들어가야 했고 현금을 준비해야 했으며, 누군가의 눈을 피해야 했다.

스마트폰은 이 장벽을 대부분 없앴다.

교실과 집, 버스 안에서도 접속할 수 있다. 도박이 특별한 공간에서 벌어지는 행위가 아니라 일상 속 화면 하나를 넘으면 만나는 서비스가 된 셈이다.

청소년 도박의 위험이 더 이상 ‘도박장 출입 단속’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이유다.

시작은 돈보다 ‘재미’와 친구

청소년들이 처음부터 큰돈을 벌 목적으로 도박에 접근하는 것도 아니다.

2025년 조사에서 도박 경험 이유는 ‘재미있을 것 같아서’가 **58.5%**로 가장 많았다. ‘친구와 같이 놀기 위해’, ‘친구·선후배의 추천’ 역시 주요 이유였다.

이 대목이 중요하다.

도박이 처음부터 범죄나 중독의 얼굴로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축구 경기 결과를 맞히고, 친구가 보내준 링크를 눌러보고, 몇 천원을 걸어보는 순간에는 ‘도박에 빠진다’는 인식보다 놀이와 호기심이 앞설 수 있다.

그리고 첫 경험에서 돈을 따면 다시 할 이유가 생기고, 잃으면 되찾을 이유가 생긴다.

서로 반대인 결과가 결국 같은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도박의 가장 위험한 구조다.

예방교육 82.8%인데 광고 노출은 54%

학교가 손을 놓고 있는 것도 아니다.

청소년의 82.8%가 도박 예방교육을 받은 경험이 있었다. 중학생은 90.0%, 고등학생 87.5%, 초등학생도 70.3%였다.

그런데 같은 조사에서 청소년의 54.0%가 도박 광고나 홍보물을 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인터넷 배너·팝업이 38.7%,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33.6%, SNS 게시물이 19.3%였다.

학교에서는 위험하다고 배우지만 휴대전화를 켜면 다시 광고를 만난다.

예방교육의 효과를 개인의 절제에만 맡기기 어려운 이유다.

청소년에게 “하지 말라”고 가르치는 것과 청소년에게 접근하는 도박 광고를 줄이는 것은 서로 다른 정책이다. 전자가 아무리 강화돼도 후자가 그대로라면 아이들은 교육과 유혹을 동시에 받게 된다.

7,153명 적발…도박이 ‘놀이’로만 끝나지 않는 순간

경찰 통계에서는 문제의 또 다른 단면이 나타난다.

경찰청은 2024년 11월부터 2025년 10월까지 사이버도박 특별단속 과정에서 청소년 도박 행위자 7,153명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적발된 청소년은 사안에 따라 선도심사위원회 회부, 즉결심판 또는 송치, 전문 상담기관 연계 등의 조치를 받았다. 같은 기간 전체 사이버도박 단속에서는 5,196명이 검거되고 314명이 구속됐으며 범죄수익 1,235억원이 환수됐다.

15만7천 명과 7,153명은 같은 숫자가 아니다.

앞의 수치는 표본조사를 전체 청소년에게 환산한 ‘경험 추산치’이고, 뒤의 수치는 경찰 단속 과정에서 실제 적발된 인원이다.

그럼에도 두 숫자가 함께 말해주는 것은 분명하다.

청소년 도박이 일부 학생의 호기심에만 머물러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도박이 반복되고 손실이 커지면 친구에게 돈을 빌리거나 다른 돈을 끌어오고 싶은 유혹이 생긴다. 불법 사이트가 계좌 제공이나 회원 모집까지 요구한다면 피해자였던 청소년이 어느 순간 범죄 구조의 가장자리로 들어갈 가능성도 생긴다.

부모가 찾아야 할 것은 ‘도박 앱’만이 아니다

청소년 도박은 발견하기 어렵다.

스마트폰 화면을 닫으면 흔적이 사라지고, 사이트 주소와 계정도 쉽게 바뀐다.

따라서 특정 앱 하나를 찾는 것보다 행동의 변화를 보는 편이 현실적이다.

평소보다 돈을 자주 요구하거나 이유를 설명하지 못하는 지출이 늘고, 친구와 소액 송금이 반복되거나 밤늦게까지 휴대전화를 확인하는 행동, 스포츠 경기 결과와 배당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모습 등이 한꺼번에 나타난다면 단순한 게임 문제인지 한 번 더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의심만으로 몰아붙이는 것도 답은 아니다.

숨기기 쉬운 행동일수록 감시가 강해지면 더 깊이 숨을 수도 있다. 돈을 잃은 사실보다 왜 다시 돈을 걸고 싶은지를 확인하는 과정이 먼저 필요하다.

도박 문제가 의심될 경우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은 청소년을 포함해 상담·치유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헬프라인 1336을 통해 무료 상담을 제공한다.

Next Insight 분석 | 문제는 도박을 처음 한 아이보다 ‘다시 하는 이유’

청소년 도박 정책은 지금까지 주로 첫 진입을 막는 데 초점을 맞춰왔다.

예방교육 경험률 82.8%와 평생 도박 경험률 4.0%는 그 노력이 일정 부분 효과를 내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런데 다른 숫자는 다른 질문을 던진다.

도박을 경험한 청소년 가운데 19.4%는 왜 최근에도 계속하고 있는가.

교육을 받았는데도 다시 접속한다면 문제는 지식 부족만은 아닐 수 있다.

친구가 있고, 광고가 있고, 언제든 접속할 수 있는 스마트폰이 있으며, 잃은 돈을 되찾고 싶은 마음까지 겹친다.

청소년에게 도박의 위험성을 한 번 더 가르치는 것만으로 충분한지, 아니면 광고와 결제·접속 구조까지 함께 손봐야 하는지 질문이 달라지는 지점이다.

한때 도박을 막으려면 아이들이 도박장에 들어가지 못하게 하면 됐다.

지금은 도박장을 찾을 필요조차 없다.

도박장은 사라졌는데, 왜 아이들이 도박을 만나는 길은 오히려 더 짧아졌을까.

그 질문의 답을 찾는 곳에서 청소년 도박 대책도 다시 시작해야 할지 모른다.

취재·작성: 김귤연 기자 | Next Insight News
nextinsight.news@gmail.com

참고자료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 「2025년 청소년 도박 실태조사」
경찰청, 사이버도박 특별단속 현황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 청소년 예방·치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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