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시절 청년기본소득·산후조리비 도입…복지 확대는 사실
취득세는 2022년 11조원→2026년 8조1천억원…세입 기반도 동시에 약화
김동연 시기 지방채 9,430억원·기금 5,588억원 활용…정책보다 구조가 만든 복합위기
경기도가 ‘재정 비상’을 선언하면서 과거 이재명 지사 시절 시작된 청년기본소득과 산후조리비 같은 현금성 복지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그러나 공식 자료를 따라가면 지금의 위기를 한 사람, 한 정책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복지는 늘었고 세입은 줄었으며, 그 사이 지방채와 기금까지 동원됐다. 그렇다면 경기도 재정위기의 진짜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이재명 시절 시작된 현금복지…부담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이재명 전 경기지사는 2019년 청년기본소득과 산후조리비를 본격 도입했다.
당시 경기도는 만 24세 청년에게 연간 100만원의 지역화폐를 지급하는 청년기본소득과 출산가정에 50만원의 산후조리비를 지원했다. 2019년 예산안에는 청년기본소득 1,227억원, 산후조리비 296억원, 무상교복 26억원 등 이른바 ‘3대 무상복지’에 1,564억원이 편성됐다.
복지예산도 빠르게 늘었다.
2018년 7조2,191억원이던 경기도 복지예산은 2019년 8조9,187억원으로 1조7천억원 가까이 증가했고, 2020년에는 10조원을 넘어섰다. 당시 경기도 역시 증가 원인을 정부 복지 확대와 도 자체 복지정책이 함께 작용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이재명 시절 복지정책이 재정의 고정지출을 늘렸다는 지적 자체는 틀리지 않다.
다만 여기서 한 단계 더 들어가야 한다.
청년기본소득 163억원보다 큰 숫자들

2026년 경기도 제2회 추경에서 청년기본소득 부족분으로 추가 반영된 금액은 163억원이다.
같은 추경에서 노인 장기요양에는 1,234억원, 학교 급식비에는 584억원, 농어민기회소득에는 215억원이 추가됐다. 저출산·복지·의료 분야 전체 보강액도 863억원에 달했다.
청년기본소득이 재정 부담의 일부인 것은 분명하지만, 현재 부족분 전체를 설명할 정도의 규모는 아니다.
오히려 더 큰 변화는 인구와 연령구조다.
경기도는 현재의 구조적 재정문제로 취득세 의존, 조정교부금 부담, 지역상생발전기금 출연, 국고보조사업 확대에 따른 도비 매칭, 인구 증가와 고령화에 따른 복지재정 확대를 함께 지목하고 있다.
복지예산의 증가를 ‘현금 지급’ 하나로 묶기 어려운 이유다.
취득세 3조원 감소…세입에서 생긴 더 큰 구멍
지출만 늘어난 것도 아니다.
경기도의 핵심 세원인 취득세는 2022년 약 11조원에서 2026년 약 8조1천억원으로 줄었다. 약 2조9천억원, 26% 감소다.
반면 같은 기간 복지예산은 약 14조원에서 19조6천억원으로 약 40% 증가했다.
재정 구조가 양쪽에서 동시에 눌린 셈이다.
한쪽에서는 고령화와 복지 확대 때문에 지출이 커지고, 다른 쪽에서는 부동산 거래 위축으로 취득세가 줄었다.
2026년 추경에서도 경기도는 취득세 등 지방세 수입 감소를 이유로 3,000억원의 세입을 감액 편성했다.
현금복지가 없었다면 재정 부담이 지금보다 작았을 수는 있다.
하지만 취득세가 3조원 가까이 줄어든 상황까지 설명하려면 복지정책만으로는 부족하다.
김동연 민선8기, 부족한 세입을 어떻게 버텼나

재정 악화 과정에서 김동연 전 지사 시기의 선택도 빼놓을 수 없다.
추미애 현 지사가 공개한 경기도 자료에 따르면 2025년 경기도는 세 차례에 걸쳐 약 9,430억원의 지방채를 발행했다. 발행 한도 9,460억원의 99.6% 수준이다.
여기에 각종 기금에서 5,588억원을 통합계정을 통해 일반회계 등에 활용했다.
그럼에도 2026년 본예산에는 노인 장기요양, 급식, 산후조리비, 시내버스 공공관리제 등 일부 사업의 연간 필요액이 모두 반영되지 못했다.
결국 2026년 8월 경기도는 재정 비상을 선언했고, 이후 5,465억원의 기존 사업을 삭감해 부족한 민생예산을 다시 채우는 추경을 편성했다.
이 과정은 또 다른 질문을 남긴다.
세입이 줄기 시작했을 때 지출 구조조정을 더 일찍 했어야 했는가, 아니면 경기침체기에 지방정부가 지방채와 기금을 활용해 지출을 유지한 것이 적절했는가.
결론은 보는 관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누구의 책임인가…숫자가 가리키는 것은 한 사람보다 구조
이재명 시절 복지가 확대됐다는 것은 사실이다.
김동연 시기 지방채와 기금을 대규모로 활용했다는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추미애 지사가 취임한 뒤 경기도 재정이 비상상황에 들어갔다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세 시기를 하나의 인과관계로 직선처럼 연결하면 중요한 변수가 빠진다.
부동산 거래 감소로 취득세가 급감했고, 정부 복지사업 확대에 따라 지방비 매칭도 증가했으며, 고령화와 인구 증가로 돌봄·의료·복지 수요가 동시에 커졌다.
정치적 책임과 구조적 원인은 같은 말이 아니다.
정책 결정자는 지출의 지속 가능성을 따져야 하지만, 지방정부 역시 경기 변동에 따라 세수가 크게 흔들리는 구조를 갖고 있다.
Next Insight 분석 | ‘누가 돈을 썼나’보다 ‘왜 줄일 수 없었나’

경기도 재정위기를 이재명식 현금복지의 후유증이라고만 부르면 설명은 간단해진다.
하지만 숫자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청년기본소득 부족분은 163억원인데 장기요양은 1,234억원이다. 복지예산은 5조원 이상 늘었지만 같은 기간 취득세는 3조원 가까이 줄었다. 부족한 재원은 지방채와 기금으로 버텼고, 결국 다음 회계연도에서 5,465억원의 지출을 다시 잘라내야 했다.
문제는 어느 정책 하나가 아니라 한번 늘어난 지출은 쉽게 줄지 않는데, 세입은 경기 변화에 따라 빠르게 줄어드는 구조에 더 가까워 보인다.
그렇다면 질문은 달라진다.
현금복지를 시작한 것이 문제였을까.
세수가 줄었을 때 지출을 제때 조정하지 못한 것이 문제였을까.
아니면 복지 수요는 계속 늘어나는데 지방정부의 주요 세원이 부동산 거래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구조 자체가 이미 한계에 도달한 것일까.
경기도 재정 비상이 남긴 가장 불편한 질문은 어쩌면 책임자의 이름보다 여기에 있을지 모른다.
복지는 한번 약속하면 계속돼야 하는데, 그 약속을 지킬 세입까지 함께 설계했는가.
취재·작성: 김귤연 기자 | Next Insight News
nextinsight.news@gmail.com
참고자료
경기도, 2019년도 본예산 편성 자료
경기도, 2026년 재정 비상상황 선언 자료
경기도, 2026년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 자료
경기도, 지방재정 구조개선 정부 건의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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