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지순례 8부작 ④] 대기번호 500번과 ‘떡켓팅’…떡 한 상자가 ‘희소상품’이 된 이유

더현대 서울 팝업 대기번호 500번대·최대 3~5시간 웨이팅, 온라인에선 재입고 10초 주문법까지 등장…수요가 생산속도를 앞지르자 ‘품절’은 판매 중단이 아니라 또 다른 수요 신호가 됐다

서울 여의도 더현대 서울에서 열린 창억떡 팝업은 오픈 직후 대기번호가 500번대로 치솟았고 일부 소비자는 3~5시간을 기다렸다. 온라인에서는 인기 떡 재입고 시각에 맞춰 몇 초 안에 주문을 끝내는 ‘떡켓팅’ 요령까지 공유됐다.
불과 얼마 전까지 떡의 경쟁력은 맛과 가격, 신선도에 있었다면 지금 일부 인기 브랜드에서는 ‘살 수 있느냐’ 자체가 상품가치의 일부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를 곧바로 의도적인 희소성 마케팅으로 규정하기에는 근거가 부족하다. 오히려 SNS가 수요를 순식간에 끌어올리는 동안 생산능력은 같은 속도로 늘지 못하면서 생긴 수요와 공급의 시간차가 현재 현상을 설명하는 핵심에 가깝다.


대기번호 500번…인기보다 먼저 드러난 ‘수요와 생산속도의 격차’

현대백화점은 지난 8월 더현대 서울에서 광주관광기업지원센터와 함께 ‘광주를 잇(EAT)다’ 팝업을 열고 창억떡·궁전제과·형제송정떡갈비·느린먹거리 부각마을 등 광주 로컬 브랜드 4곳을 소개했으며, 창억떡의 호박인절미는 1만8천원에 판매됐다.

현장 반응은 예상보다 거셌다. 동아일보는 오픈 직후 대기번호가 500번대로 올라가고 사전 웨이팅이 조기 마감됐다고 전했으며, 조선비즈 취재 당시에도 백화점 개점 한 시간 전부터 입장 접수를 받았지만 정오 무렵 이미 마감됐다.

이 숫자가 보여주는 것은 단순한 인기보다 디지털 시대의 수요는 몇 시간 안에 폭증할 수 있지만 전통 식품의 생산량은 같은 속도로 늘지 못한다는 구조적 격차다. 떡은 제조·포장·신선도 관리가 필요한 식품인 만큼 SNS에서 관심이 열 배 늘었다고 당일 생산량까지 열 배 늘릴 수 없고, 바로 그 시차가 대기와 품절을 만든다.


‘희소성 마케팅’인가…현재 확인된 사실만으로는 단정하기 어렵다

대기 500번, 조기 마감, 품절이라는 단어만 놓고 보면 판매자가 물량을 제한해 구매욕을 자극한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현재 확인되는 현대백화점 공식자료와 현장 보도에는 창억떡이나 행사 주최 측이 의도적으로 공급을 줄여 희소성을 조성했다는 근거가 없다.

이 구분은 중요하다. 기업이 생산 가능한 물량을 일부러 제한하는 전략적 희소성과 실제 수요가 공급을 넘어 생긴 자연적 희소성은 소비자에게 비슷하게 보일 수 있지만 출발점은 전혀 다르며, 지금의 떡지순례는 후자에 더 가깝다.

문제는 자연 발생한 품절도 시장에서는 강력한 정보가 된다는 점이다. “오늘도 품절됐다”는 사실은 재고 부족을 알리는 동시에 “그만큼 많은 사람이 찾았다”는 인기의 신호를 전달하고, 이 신호가 SNS를 통해 확산되면서 새로운 수요를 다시 불러온다.


품절이 왜 수요를 꺾지 않고 오히려 키우는가

희소성이 소비자의 판단을 바꾼다는 사실은 마케팅 연구에서도 확인된다. 2022년 Journal of Retailing에 실린 메타분석은 131개 연구, 416개 효과크기를 종합한 결과 제품을 구하기 어렵다는 신호가 일반적으로 가치와 매력, 구매의도를 높일 수 있으며 효과의 크기는 희소성이 발생한 원인과 상품 성격에 따라 달라진다고 분석했다.

떡지순례에서는 여기에 사회적 증거가 겹친다. 소비자는 대기번호 500을 단순한 숫자로 읽지 않고 “나보다 먼저 수백 명이 이 상품을 선택했다”는 정보로 받아들일 수 있고, 품절과 긴 줄이 반복 노출될수록 상품 자체를 경험하기 전에 이미 ‘인기상품’이라는 평가가 형성된다.

결국 지금 나타나는 구조는 수요 증가가 품절을 만들고, 품절이 다시 인기의 증거가 되면서 추가 수요를 부르는 자기증폭형 소비에 가깝다. 광고가 기업의 주장이라면 대기행렬은 소비자의 행동이 만들어낸 정보라는 점에서 파급력도 다르다.


‘떡켓팅’의 등장…떡을 먹는 경쟁보다 먼저 ‘사는 경쟁’

온라인에서는 변화가 더 극단적으로 나타난다. 조선비즈에 따르면 일부 인기 떡은 쇼핑몰 입고 직후 빠르게 품절되면서 소비자들이 구매 요령을 공유하기 시작했고, 한 플랫폼은 지난 4월 공식 SNS에 재입고 시점인 자정에 맞춰 10초 안팎으로 주문해야 구매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떡켓팅 노하우’까지 소개했다.

‘떡’과 ‘티켓팅’의 결합은 소비 방식의 변화를 압축한다. 과거 떡 구매가 필요에 따른 주문이었다면 인기 브랜드에서는 발견→재입고 확인→대기→구매 경쟁→인증으로 과정이 길어졌고, 그 결과 상품의 효용뿐 아니라 구매 성공 자체가 경험으로 전환됐다.

이 변화는 일시적인 언어유희에 그치지 않는다. 상품을 먹어본 사람보다 구하려는 사람이 많아지는 순간 시장의 경쟁 기준은 품질만이 아니라 접근성까지 확장되며, 브랜드는 맛있는 제품을 만드는 문제와 동시에 수요를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까지 고민해야 한다.


팝업이 로컬 식품과 맞는 이유…‘기간 제한’이 지역성을 증폭한다

더현대 서울의 ‘광주를 잇(EAT)다’는 창억떡 한 곳만을 위한 행사가 아니었다. 광주의 떡·빵·떡갈비·부각 브랜드를 함께 구성해 한 지역의 먹거리를 일정 기간 서울로 옮긴 팝업이었다.

상설매장과 팝업의 차이는 명확하다. 상설매장은 언제든 다시 갈 수 있지만 팝업은 종료일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나중에’라는 선택지를 줄이고 구매 결정을 앞당긴다. 여기에 원래 광주에 가야 만날 수 있다는 지역성이 결합하면 장소의 희소성과 시간의 희소성이 동시에 작동한다.

따라서 백화점이 로컬 브랜드를 팝업으로 끌어들이는 이유는 판매면적을 채우기 위해서만이 아니다. 전국 어디서나 살 수 있는 상품보다 특정 지역에서만 유명한 상품을 일정 기간만 만날 수 있다는 조건이 방문 이유를 만들기 때문이며, 로컬 브랜드 입장에서도 전국 유통망을 구축하지 않고 시장 반응을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문제는 이제 ‘얼마나 더 팔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커질 것인가’

대기와 품절이 반복되면 기업은 결국 생산 확대 압력을 받는다. 그러나 로컬 떡 브랜드에서 생산량을 늘리는 결정은 단순한 설비 확장이 아니다.

수요를 따라 공장과 유통망을 빠르게 확대하면 매출은 늘릴 수 있지만 소비자가 좋아했던 ‘갓 만든 떡’, 본점 경험, 지역성이라는 가치가 희석될 수 있고, 반대로 현재 생산방식을 고수하면 희소성은 유지되더라도 성장 기회를 놓치거나 구매 피로가 누적될 수 있다.

따라서 장기적인 경쟁력은 공급을 무조건 제한하거나 반대로 최대한 확대하는 데 있지 않고, 생산성은 높이면서 맛과 식감의 편차를 통제하고, 온라인·팝업으로 접근성을 넓히되 본점과 지역에서만 얻을 수 있는 경험을 남기는 확장 방식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떡지순례가 소비 트렌드에서 경영전략의 문제로 넘어가는 지점이다.


대기번호 500이 브랜드 성공을 증명하지는 않는다

현재의 오픈런은 강력한 관심을 보여주지만 장기적인 브랜드 경쟁력을 입증하지는 않는다. SNS에서 급격히 커진 디저트 유행은 다른 상품으로 빠르게 이동할 수 있고, 구매 실패가 반복되면 희소성에서 얻은 호기심보다 불편이 더 크게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장기적인 브랜드 경쟁력은 대기번호가 아니라 팝업 이후에도 판매가 이어지고 재구매가 발생하며 대표상품의 인기가 다른 제품으로 확장되는지, 가격 변화 뒤에도 고객이 남고 온라인과 본점 수요가 함께 유지되는지에서 판단해야 한다.

이 기준을 통과하지 못하면 500번의 대기표는 한때의 유행을 보여준 기록으로 남지만, 반복 소비와 제품 확장으로 연결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사기 어려워서 유명한 떡’이 ‘쉽게 살 수 있어도 다시 찾는 브랜드’로 넘어갈 때 비로소 희소성은 브랜드 자산이 된다.


NextInsight | 품절은 성공의 증거가 아니라 ‘확장 능력’의 시험대다

떡지순례 4편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사람들이 몇 시간을 기다렸다는 풍경 자체가 아니다.

대기번호 500은 수요의 힘과 공급의 한계를 동시에 보여준 숫자다.

SNS는 지역 떡집의 인기를 전국 단위로 확산시켰지만 생산설비와 숙련인력, 신선도 관리 능력까지 함께 확장해주지는 않는다. 그 결과 제품의 희소성이 발생하고, 그 희소성이 다시 SNS를 통해 인기의 증거로 유통되면서 수요를 키우는 순환이 만들어졌다.

여기까지는 시장이 브랜드를 키운다.

그러나 그다음부터는 브랜드가 스스로 답해야 한다.

생산량을 늘려도 맛이 유지되는가, 유통범위를 넓혀도 지역성이 남는가, 구매가 쉬워진 뒤에도 소비자가 다시 찾는가, 대표상품 하나의 열풍을 다른 제품과 반복 구매로 옮길 수 있는가.

희소성은 소비자를 처음 불러오는 힘은 될 수 있지만, 지속적인 경쟁력을 대신하지 못한다.

오히려 품절이 반복될수록 기업에는 더 어려운 선택이 시작된다. 부족한 상태를 유지하면 시장을 놓칠 수 있고, 공급을 빠르게 늘리면 지금의 특별함이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 떡 브랜드의 진짜 경쟁은 ‘얼마나 오래 줄을 세우느냐’가 아니라 줄이 없어져도 선택받을 만큼 제품과 브랜드를 확장할 수 있느냐에 있다.

대기번호 500은 성공의 마침표가 아니다.

대중적 브랜드로 넘어갈 수 있는지를 묻는 첫 번째 시험지다.

그리고 그 시험은 제품 자체의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 백설기에 치즈와 토마토를 얹고, 찹쌀떡에 과일과 생크림을 넣으며 전통 떡과 디저트의 경계가 빠르게 허물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5편에서는 「백설기에서 피자설기까지…전통 떡은 어떻게 ‘디저트’가 됐나」를 통해 떡의 변신이 단순한 퓨전 유행인지, 아니면 새로운 상품군을 만들어내는 산업적 변화인지 분석한다.


참고자료

  • 동아일보, 「“빵지순례 다음은 떡지순례”…오픈런·웨이팅 부른 떡 디저트 열풍」, 2026.8.29.
  • 조선비즈, 「호박인절미·과일찹쌀떡에 오픈런…‘힙한 디저트’로 변신한 떡」, 2026.8.22.
  • 현대백화점그룹, 더현대 서울 「광주를 잇(EAT)다」 팝업스토어 공식자료, 2026.8.17.
  • Barton·Zlatevska·Oppewal, Journal of Retailing, 「Scarcity tactics in marketing: A meta-analysis of product scarcity effects on consumer purchase intentions」, 2022.

취재·작성: 김귤연 기자 | Next Insight News
nextinsight.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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