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관고장 컨테이너선 3척이 분담 예인…오른쪽으로 방향 바꾸던 티엔에스캐처호는 왼쪽으로 급격히 전복, 해경은 예인줄 장력·속력·변침 타이밍을 사고원인 핵심으로 수사
부산 오륙도 앞바다에서 6만6332t급 컨테이너선을 예인하던 286t급 예인선 ‘티엔에스캐처호’가 오른쪽으로 방향을 바꾸는 순간 반대편인 왼쪽으로 급격히 기울어 전복됐다. 해경이 공개한 CCTV는 사고의 순간을 보여주지만 원인까지 말해주지는 않는다. 사고의 핵심은 대형 상선과 소형 예인선의 단순한 크기 차이가 아니라, 변침 순간 연결된 예인줄에 어떤 힘이 어느 방향으로 작용했는지에 모아지고 있다.
기관고장 6만6332t 컨테이너선…예인선 3척이 움직였다
사고는 2일 오후 1시29분 부산 오륙도 동쪽 약 9㎞ 해상에서 발생했다.
예인 대상은 라이베리아 선적 6만6332t급 컨테이너선으로 길이 약 279m, 폭 약 40m, 최대 5500TEU 규모다. 부산항을 출항한 뒤 기관 이상으로 AIS상 ‘조종불능(Not Under Command)’ 상태가 됐고, 티엔에스캐처호를 포함한 예인선 3척이 투입됐다.
작업 방식도 확인됐다. 예인선 두 척이 컨테이너선 앞쪽 좌우에서 끌고, 다른 한 척은 선미에서 밀었다. 티엔에스캐처호는 앞쪽 우측에서 작업하던 예인선이었다.
따라서 286t과 6만6332t이라는 숫자만 비교해 “작은 배가 지나치게 큰 배를 끌었다”고 판단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예인선은 본래 자신보다 훨씬 큰 선박을 끌고 밀도록 설계된다. 중요한 변수는 총톤수 자체보다 예인선의 견인능력, 예인 대상 선박의 속도와 관성, 예인줄의 위치·각도·장력, 그리고 여러 예인선의 동시 조종이다.
오른쪽으로 돌았는데 배는 왼쪽으로 넘어갔다

3일 부산해경이 공개한 컨테이너선 외부 CCTV에는 사고의 결정적 장면이 담겼다.
티엔에스캐처호가 우현, 즉 오른쪽으로 변침하다가 갑자기 좌현으로 기울고 그대로 전복되는 모습이다. 컨테이너선과 예인선 사이에 충돌은 없었던 것으로 해경은 파악했다.
해경은 초기 조사에서 “우현으로 변침하는 과정에서 홋줄에 의해 전복된 것으로 추정한다”며 속력과 타이밍이 맞지 않았을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러나 홋줄이 선체에 걸린 것인지, 줄의 장력이 어떤 방식으로 작용했는지 등 구체적인 메커니즘은 아직 수사 대상이다.
즉 CCTV가 확인한 것은 ‘우현 변침 직후 좌현 전복’이라는 사실까지다. 그 사이의 물리적 원인을 규명하는 작업은 이제 시작됐다.
예인선이 가장 경계하는 순간…‘옆으로 당기는 힘’
해외 해양안전기관들이 반복적으로 경고해온 예인선의 대표적 위험 가운데 하나가 거팅(girding)이다.
예인줄의 장력이 예인선의 진행방향이 아니라 옆 방향으로 강하게 작용하고 선박이 그 힘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면 급격한 횡경사가 발생해 짧은 시간 안에 전복될 수 있다. 캐나다 교통당국은 특히 예인 대상의 속도나 침로가 변할 때 위험이 커진다고 설명한다.
영국 해양사고조사국(MAIB) 역시 2023년 예인선 Biter 전복사고를 분석하며 예인 대상 선박의 속도가 예인줄 하중을 크게 높였고, 전복이 매우 빠르게 진행돼 선원들이 예인줄을 해제할 시간조차 부족했다고 판단했다.
다만 티엔에스캐처호 사고가 거팅이었다고 현재 단계에서 판단할 근거는 없다. 해외 사례가 보여주는 것은 이번 수사에서 왜 ‘속도·변침·예인줄의 힘’을 함께 복원해야 하는지를 설명하는 기술적 맥락이다.
AIS·VDR·CCTV가 맞춰야 할 마지막 몇 초
부산해경은 수사관 41명 규모의 수사본부를 구성했다. 현재 선사 관계자 6명을 조사했고, 컨테이너선과 예인선의 AIS(선박자동식별장치), VDR(항해기록저장장치), CCTV 자료 등을 확보해 분석하고 있다.
앞으로 확인해야 할 것은 명확하다.
사고 직전 컨테이너선의 실제 속도와 침로, 티엔에스캐처호의 변침각과 속도, 세 예인선의 역할과 통신 내용, 예인줄 연결 위치와 장력 변화, 긴급해제 여부가 같은 시간축 위에서 맞춰져야 한다.
누가 잘못했는지를 판단하기 전에 먼저 ‘배가 왜 그렇게 움직였는가’를 초 단위로 복원해야 하는 사고인 셈이다.
수심 87m 해저에 선체…실종 6명 수색 계속
티엔에스캐처호에는 한국인 6명과 인도네시아인 2명 등 총 8명이 타고 있었다. 인도네시아 선원 1명은 구조됐고 한국인 선원 1명은 의식을 잃은 상태로 발견된 뒤 숨졌다. 한국인 5명과 인도네시아인 1명 등 6명은 3일 현재 실종 상태다.
전복된 선박은 표류한 뒤 침몰했고, 해저 약 87m에서 선체가 확인됐다. 해군 무인잠수정(ROV)이 투입됐지만 수중 시야가 약 30㎝에 불과해 실종자를 확인하지 못했다. 해경은 수색구역을 가로 66㎞·세로 40㎞로 확대해 함선 24척과 항공기 7대를 투입하고 있다.
Next Insight 분석 | 232배의 크기 차이보다 중요한 ‘몇 초의 힘’

6만6332t과 286t을 나란히 놓으면 사고가 단순해 보인다. 그러나 예인선은 원래 자신보다 수십·수백 배 큰 선박을 움직인다. 따라서 ‘큰 배를 작은 배가 끌어서 사고가 났다’는 설명만으로는 원인에 접근할 수 없다.
CCTV가 던진 질문은 훨씬 구체적이다.
왜 오른쪽으로 방향을 바꾸던 배가 왼쪽으로 급격히 넘어졌는가.
예인 대상 선박이 어느 속도로 움직이고 있었는지, 변침 순간 예인줄의 각도와 장력이 어떻게 변했는지, 다른 두 예인선과 컨테이너선은 동시에 어떤 움직임을 했는지가 밝혀져야 답이 나온다.
해외 사고조사에서도 예인선 전복은 종종 수초에서 수십 초 안에 진행되는 힘의 문제였다. 그래서 이번 사고에서도 선체의 크기보다 사고 직전 몇 초의 AIS·VDR·예인줄 상태가 훨씬 중요한 증거가 될 가능성이 크다.
지금 필요한 것은 원인을 앞서 정하는 일이 아니다. 우현 변침에서 좌현 전복으로 이어진 그 몇 초를 객관적인 데이터로 복원하는 것, 그것이 실종자와 유가족에게도, 같은 작업을 반복해야 하는 해상 현장에도 가장 먼저 필요한 답이다.
취재·작성: 김귤연 기자 | Next Insight News
nextinsight.news@gmail.com
참고자료
부산해양경찰서 2026년 9월 3일 예인선 전복사고 브리핑
부산해경 「티엔에스캐처호 전복사건 수사본부」 조사자료
선박자동식별장치(AIS) 및 사고 선박 관련 공개자료
Transport Canada 「Hazards and Risks of Girding During Towing Operations」
UK Marine Accident Investigation Branch, Tug Biter 사고조사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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