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지배권, 한국에 사업과 고객…쿠팡 사태가 남긴 책임의 경계

[쿠팡, 지배권과 책임의 경계 ⑧·최종편] 한국 매출과 미국 모회사의 경영권…개인정보 유출로 드러난 다국적 기업의 책임 문제

김범석의 차등의결권부터 미국 계열사의 IT 업무·로비·소송까지…7편의 조사로 확인한 사실과 남은 쟁점

한국에서 성장한 쿠팡의 최종 지배권은 미국 모회사에 집중돼 있다. 한국 소비자가 상품을 구매하고 배송받는 서비스는 국내 법인이 운영하지만, 그룹의 지배회사인 쿠팡Inc는 미국에 설립돼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돼 있다.

2025년 발생한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는 이러한 지배구조에 새로운 질문을 던졌다. 한국에서 사고가 발생했을 때 미국 모회사와 경영진은 어디까지 책임져야 하는가.

Next Insight News는 7편의 기획기사를 통해 쿠팡의 법인구조와 창업자의 의결권, 해외 계열사 거래, 정보보안 업무, 미국 로비활동, 소송과 소비자 보상을 살펴봤다.

마지막으로 확인해야 할 것은 기업의 국적보다 실제 경영권과 법적 책임이 어떻게 연결되는가다.

한국에서 성장한 기업…미국에 집중된 지배권

쿠팡의 미국 지배회사는 2010년 델라웨어주에서 설립됐다. 이후 2021년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했으며, 한국의 주요 사업법인 쿠팡㈜를 지배하는 구조를 갖췄다.

2019년 일본 제품 불매운동 당시 쿠팡은 한국의 고용과 투자, 국내 사업을 강조하며 한국 기업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미국 모회사 쿠팡Inc는 현재 미국에 본사를 둔 기술기업이라는 정체성을 내세우고 있다.

두 설명은 법적으로 양립할 수 있다. 한국 쿠팡㈜는 국내 법률에 따라 설립된 한국 법인이며, 동시에 미국 기업집단에 속한 자회사이기 때문이다.

주목할 부분은 창업자의 지배력이다. 쿠팡Inc의 2026년 주주총회 위임장에 따르면 김범석 창업자의 공시상 수익적 보유주식은 전체 발행주식의 약 9% 수준이지만, 산정된 의결권 비중은 74.3%에 달한다.

일반 A종 보통주에는 1주당 1표, 창업자가 보유한 B종 보통주에는 29표의 의결권이 부여된다.

다만 공시상 보유주식에는 신탁 보유분과 행사 가능한 주식매수선택권 등이 포함돼 있어, 전체 의결권을 김범석 개인이 현재 단독으로 행사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이러한 지배구조가 보여주는 것은 미국 모회사에 대한 창업자의 영향력이다. 한국 자회사의 개별 업무에 어느 정도 관여했는지는 별도의 확인이 필요하다.

미국 계열사로 이동한 자금…IT 업무와 책임의 연결고리

한국 사업에서 발생한 자금이 해외 계열사로 이동하는 구조도 확인됐다.

2024년 한국 쿠팡이 특수관계자에게 지급한 비용은 약 9390억원이다. 이 가운데 미국 쿠팡글로벌LLC에 지급한 금액은 약 6195억원으로 집계됐다.

다만 해외 계열사에 지급한 비용을 모두 부당한 이익 유출로 해석할 수는 없다. 상품 구매대금과 실제 서비스 제공에 따른 비용, 배당은 서로 다른 거래이며 가격의 적정성도 별도로 검증해야 한다.

개인정보 유출 사고와 관련해서는 자금 이동보다 미국 계열사가 실제로 수행한 업무가 중요하다.

쿠팡의 개인정보처리방침에는 미국 쿠팡글로벌LLC에 시스템 개발과 유지보수 등 개인정보 처리업무를 위탁한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미국 모회사 쿠팡Inc 역시 연차보고서에서 그룹 경영진과 이사회 감사위원회가 정보보안 정책과 위험, 사고 대응을 감독하는 체계를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계열사가 사고에 이용된 인증 시스템을 직접 개발·관리했는지, 미국 모회사가 해당 시스템의 보안정책을 결정했는지는 공개된 자료만으로 확정할 수 없다.

확인해야 할 것은 인증서명키와 접근권한을 실제로 관리한 조직, 보안 취약점의 보고 경로, 개선 조치를 결정할 권한을 가진 주체다.

미국에서는 기업 차별 논쟁…한국에서는 개인정보 보호 의무

쿠팡Inc는 2026년 상반기 미국에서 자체 로비활동 비용으로 237만 달러를 신고했다. 미국 의회와 백악관, 무역대표부 등을 대상으로 활동한 외부 로비회사도 확인됐다.

같은 해 미국 하원 법사위원회 공화당 측은 한국 정부의 쿠팡 관련 조사가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이라는 취지의 중간보고서를 발표했다.

한국 정부는 이를 반박했다. 쿠팡에 대한 조사와 규제는 국내 법률에 따라 진행됐으며, 기업 국적을 이유로 차별한 사실이 없다는 입장이다.

쿠팡 역시 미국 로비활동은 수출 확대와 투자, 경제협력을 위한 합법적인 활동이라고 설명했다.

로비활동이 있었다는 사실과 미국 정치권의 특정 발언이 그 직접적인 결과였다는 주장은 구분해야 한다.

그러나 미국에서 기업 차별 논쟁이 제기됐다고 해서 한국 쿠팡이 국내 개인정보 보호법에 따라 부담하는 의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지난 6월 인증서명키 관리 소홀과 접근통제 미흡 등을 확인하고 쿠팡㈜에 유출 사고 관련 과징금 약 4236억원을 부과하기로 의결했다.

쿠팡은 처분에 법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행정처분의 적법성에 대한 최종 판단과 미국 모회사 및 경영진의 별도 책임 문제는 구분해야 한다.

미국 법원에 제기된 소송…소비자 보상은 어디까지 이뤄졌나

개인정보 유출 사고 이후 미국에서는 소비자 집단소송과 증권 집단소송, 주주대표소송이 제기됐다.

소비자들은 개인정보 보호 의무 위반에 따른 피해배상을, 투자자들은 정보공개 의무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을 주장하고 있다. 주주대표소송에서는 경영진이 회사에 대한 감독 의무를 이행했는지가 쟁점이다.

그러나 소송이 제기됐다는 사실만으로 미국 모회사나 김범석 개인의 법적 책임이 확정되는 것은 아니다. 관할권과 적용 법률, 실제 업무 관여 및 의무 위반 여부에 대한 판단이 필요하다.

소비자 피해구제 문제도 남아 있다.

쿠팡은 개인정보 유출 통지를 받은 약 3370만 계정에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구매이용권을 제공하는 보상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용권의 총발행 규모와 소비자가 실제로 사용한 금액은 다르다. 정부가 부과한 과징금 역시 피해자에게 직접 지급되는 손해배상금이 아니다.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기업의 행정상 책임과 소비자에 대한 민사상 배상책임, 미국 투자자 및 주주에 대한 책임은 각각 구분해 판단해야 한다.

Next Insight 분석 | 지배권은 국경을 넘는데 책임은 어디까지 연결되는가

쿠팡 사태는 다국적 기업집단의 지배권과 법적 책임이 반드시 같은 범위에서 움직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미국 모회사는 한국 사업을 지배하는 기업집단의 정점에 있지만, 한국 자회사와는 법적으로 별개의 회사다. 이러한 법인구조 자체가 위법하거나 해외 모회사에 한국 자회사의 모든 책임이 자동으로 이전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별도의 법인이라는 사실만으로 미국 모회사가 실제로 행사한 경영권과 감독 의무까지 배제할 수는 없다.

개인정보 처리업무를 해외 계열사에 위탁했다면 한국 법인의 관리·감독 의무와 해당 업무를 수행한 수탁자의 의무를 함께 검토해야 한다. 미국 모회사와 경영진의 책임 역시 실제 관여 행위와 적용 법률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

쿠팡의 지배구조와 정보보안 체계, 계열사 거래, 미국 소송을 하나로 연결하는 질문은 결국 동일하다.

한국 고객의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한 주요 의사결정은 어느 법인에서 이루어졌으며, 그 결정을 내리고 감독할 권한을 가진 사람은 누구였는가.

그 답은 기업의 국적이나 지분율만으로 나오지 않는다. 실제 업무위탁 계약과 내부 보고체계, 보안정책의 결정 과정, 사고 대응 기록을 통해 확인해야 한다.

한국에서 발생한 사고에 대한 책임은 한국 법인과 미국 모회사 사이의 형식적인 경계가 아니라, 각 법인이 실제로 수행한 업무와 부담한 법적 의무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쿠팡의 지배권과 책임을 둘러싼 논쟁이 남긴 과제도 바로 여기에 있다.

작성·취재 | Next Insight News 김귤연 기자 이메일 | nextinsight.news@gmail.com 카카오톡 | Next Insight News 비즈니스 채널 홈페이지 | nextinsightnews.com

참고자료

  •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 Coupang, Inc. 2025년 연차보고서(Form 10-K)
  •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 Coupang, Inc. 2026년 정기주주총회 위임장(Form DEF 14A)
  •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 Coupang, Inc. 2026년 2분기 보고서(Form 10-Q)
  • 쿠팡㈜ | 2024년 감사보고서 및 특수관계자 거래 내역
  • 개인정보보호위원회 | 쿠팡 및 계열사의 개인정보 유출 및 침해 제재처분 의결, 2026년 6월 11일
  • 쿠팡 프라이버시센터 | 개인정보 국외 처리위탁 현황
  • 미국 상원 | Coupang, Inc. 2026년 1·2분기 로비활동 신고서
  • 미국 하원 법사위원회 공화당 측 | 한국의 미국 기업 차별 관련 중간보고서, 2026년 7월
  • 연합뉴스 | 미국 의회 보고서에 대한 한국 외교부의 반박, 2026년 7월 2일
  • 국가법령정보센터 | 개인정보 보호법 제26조 및 제39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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