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 마라톤 8위…피로 물든 운동화로 42.195㎞ 완주
지난해 세계선수권 중도 기권의 기억…“이번만큼은 끝까지”
메달보다 강하게 남은 완주…한국 남자 마라톤의 긴 메달 공백도 과제
42.195㎞를 달린 뒤 카메라에 잡힌 운동화는 붉게 물들어 있었다.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 마라톤에 출전한 한국의 박민호가 발바닥 부상을 안고도 레이스를 끝까지 마쳤다.
기록은 2시간15분35초. 출전 선수 19명 가운데 8위였다.
메달권에는 들지 못했다. 그러나 경기 뒤 공개된 그의 운동화와 인터뷰는 순위와 기록 이상의 장면을 남겼다.
박민호는 경기 중 처음에는 신발 안에 작은 돌멩이가 들어간 것으로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내리막 구간에서 발바닥이 찢어진 사실을 인지했고, 통증 때문에 당초 계획했던 페이스를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그럼에도 레이스를 멈추지 않았다.
선두권에서 시작했지만 부상이 흔든 레이스
박민호는 경기 초반 15㎞ 구간까지 선두권 흐름을 따라갔다.
그러나 레이스 중반에 접어들면서 순위가 조금씩 밀리기 시작했다. 장거리 경기는 체력뿐 아니라 발의 작은 이상도 전체 페이스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특히 마라톤은 한 걸음마다 발바닥에 반복적인 충격이 가해진다. 피부가 찢어진 상태에서 계속 달릴 경우 통증은 거리가 늘어날수록 누적될 수밖에 없다.
경기 뒤 박민호의 운동화에 상당한 혈흔이 남아 있었던 것도 이러한 상황을 보여줬다.
하지만 박민호가 경기 뒤 가장 아쉬워한 것은 부상 자체보다 페이스를 유지하지 못했다는 점이었다.
고통 속에서도 선수의 시선은 결국 기록과 경기 운영을 향하고 있었던 셈이다.
지난해 세계선수권의 기권이 남긴 기억

이번 완주에는 1년 전 경험도 작용했다.
박민호는 2025년 도쿄 세계육상선수권 남자 마라톤에 출전했지만 경기 도중 컨디션 이상으로 레이스를 중단했다.
첫 세계선수권 무대였지만 끝까지 달리지 못했다.
박민호는 이번 아시안게임 경기 뒤 인터뷰에서 당시 경험을 언급하며, 이번만큼은 기권하지 않고 끝까지 마무리하고 싶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이번 대회에서 부상을 안고도 결승선을 향한 이유가 단순한 순간적인 정신력만은 아니었던 것이다.
지난 대회의 중도 포기가 이번 레이스에서는 ‘끝까지 달리겠다’는 선택으로 이어졌다.
기록은 8위, 그러나 완주의 의미는 달랐다
마라톤에서 완주는 모든 것을 정당화하는 기준은 아니다.
선수가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면 경기 중단 역시 필요한 판단이다. 부상을 참고 달리는 것을 무조건적인 미덕으로 포장해서도 안 된다.
그럼에도 박민호의 이번 레이스가 주목받는 이유는 자신의 몸 상태와 지난 경험 속에서 끝까지 경기를 이어가겠다는 결정을 내렸고 실제 결승선을 통과했다는 데 있다.
그가 기록한 2시간15분35초는 자신의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을 수 있다.
하지만 운동화가 피로 젖을 정도의 상황에서도 레이스를 완성했다는 사실은 기록표의 숫자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장면을 남겼다.
한국 남자 마라톤, 메달은 다시 다음으로
이번 대회 남자 마라톤 금메달은 일본의 야마시타 이치다카가 차지했다. 우승 기록은 2시간10분49초였다.
한국 남자 마라톤은 이번에도 시상대에 오르지 못했다.
한국이 아시안게임 남자 마라톤에서 마지막으로 메달을 획득한 것은 2010년 광저우 대회 지영준의 금메달이다.
과거 이봉주와 황영조 등을 배출하며 아시아 정상권을 유지했던 한국 마라톤이지만 최근 국제무대에서는 경쟁국과의 격차를 좀처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박민호의 투혼과 별개로 한국 장거리 육상 전체의 경쟁력을 어떻게 끌어올릴 것인가는 여전히 남아 있는 과제다.
Next Insight 분석 | 메달보다 오래 남는 결승선도 있다

스포츠는 대부분 숫자로 기록된다.
몇 위인지, 몇 초인지, 메달을 땄는지가 가장 먼저 남는다.
박민호의 이번 아시안게임 결과 역시 공식 기록에는 ‘2시간15분35초·8위’로 남는다.
그러나 모든 레이스의 의미가 순위표에서 끝나는 것은 아니다.
지난 세계선수권에서 경기를 끝내지 못했던 선수가 1년 뒤 다시 국제대회 출발선에 섰고, 이번에는 예상하지 못한 부상 속에서도 스스로 정한 결승선까지 도달했다.
그 과정에서 운동화는 피로 물들었다.
물론 스포츠에서 부상을 참는 행위 자체를 영웅적으로 포장해서는 안 된다. 선수의 장기적인 건강과 안전은 기록보다 중요하다.
그럼에도 박민호의 완주가 사람들에게 울림을 주는 이유는 고통을 참았다는 사실만이 아니다.
한 번 멈췄던 사람이 다시 출발했고, 이번에는 자신의 힘으로 끝을 만들었다는 데 있다.
메달은 없었다.
하지만 어떤 경기는 메달의 색보다 결승선을 통과하기까지의 과정으로 더 오래 기억된다.
박민호의 2시간15분35초가 그런 기록으로 남았다.
작성·취재 | Next Insight News 김귤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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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 KBS 스포츠 —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마라톤 경기 및 경기 후 인터뷰
- SBS 뉴스 — 남자 마라톤 박민호 2시간15분35초, 19명 중 8위
- 뉴스1 — 박민호 남자 마라톤 8위, 김홍록 10위
- 뉴시스 — 박민호 42.195㎞ 완주 및 경기 흐름
- 이데일리 — 경기 중 발바닥 부상, 피로 물든 운동화와 경기 후 인터뷰 내용
-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공식 경기 결과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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