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으로 가능했던 겸직, 정치에서는 불가능했다…용혜인 지명 14일 만의 퇴장

국회법상 국무위원 겸직 허용…사흘 전까지 “법률이 허용” 정면돌파
여당의 ‘결단 요구’ 뒤 자진사퇴…위법보다 정치적 수용성에서 멈춘 인사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13일 후보자직에서 물러났다. 지난달 30일 이재명 대통령의 지명을 받은 지 14일 만이다. 불과 사흘 전까지 “국회의원의 국무위원 겸직은 법률이 허용하는 원칙”이라며 의원직 사퇴 요구를 정면으로 거부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이 사실상 결단을 요구하면서 선택은 달라졌다.

이번 사퇴가 남긴 질문은 단순하다. 법적으로 가능한 선택이 왜 정치적으로는 끝까지 유지되지 못했는가.

법이 허용한 겸직, 논란은 그 이후

현행 국회법 제29조는 국회의원이 국무총리 또는 국무위원 직을 겸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다. 장관이 국무위원인 만큼 용 후보자가 의원직을 유지한 채 성평등가족부 장관을 맡는 것 자체가 법률에 어긋나는 것은 아니다.

용 후보자도 이 점을 전면에 내세웠다. 지난 10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의원의 국무위원 겸직은 법률이 허용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밝혔다. 비례대표에게만 의원직 사퇴를 요구하는 데 대해서도 지역구 의원과 다른 잣대를 적용하는 것이라며 반박했다.

쟁점은 위법 여부보다 정치적 수용성이었다.

비례대표 의원이 장관직을 맡으면서 의원직까지 유지하는 것이 비례대표제의 취지와 맞는지, 장관 재직 중에도 소수정당의 의석을 그대로 점유하는 것이 적절한지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졌다. 국민의힘에서는 비례대표 의원의 국무위원 겸직을 금지하는 법안까지 발의됐다.

사흘 전 ‘정면돌파’, 사흘 뒤 ‘결단’

10일까지만 해도 용 후보자의 선택은 분명했다. 사퇴보다는 인사청문회를 통해 각종 의혹과 겸직 논란을 직접 소명하겠다는 입장이었다. 그는 자신과 기본소득당을 둘러싼 여러 의혹에 대해서도 반박하면서 청문회를 열어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이후 분위기는 빠르게 달라졌다.

민주당 내부에서 ‘국민 눈높이’와 청년층 여론을 이유로 거취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고, 13일 용 후보자는 결국 기자회견을 열어 후보자직을 내려놓겠다고 밝혔다. 그는 사퇴 과정에서 민주당으로부터 “결단해달라”는 취지의 의사를 전달받았다고 직접 공개했다.

대통령이 지명을 철회한 것도, 법적 결격사유가 새로 확인된 것도 아니었다. 후보자 스스로 물러났지만 그 배경에는 여당의 정치적 판단이 있었다는 점이 이번 사퇴의 핵심이다.

의혹 확인이 아닌 ‘정치적 부담’의 종료

용 후보자를 둘러싸고 기본소득당 운영과 배우자 문제, 당내 조직 운영 등 여러 의혹이 제기됐다. 그러나 인사청문회가 열리기 전에 후보자가 사퇴했기 때문에 이들 의혹 가운데 상당 부분은 국회 검증 절차를 거치지 못했다.

따라서 이번 사퇴를 ‘의혹이 사실로 확인돼 낙마한 사건’으로 규정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현재까지 확인되는 흐름은 겸직 논란과 각종 의혹 제기, 여론 악화, 여당 내부의 부담 확대, 그리고 민주당의 결단 요구에 이은 자진사퇴다. 용 후보자 역시 일부 보도와 야당의 의혹 제기에 대해 왜곡 또는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해왔다.

Next Insight 분석 | 법의 허용과 정치의 허용 사이

용혜인 후보자 사퇴는 법과 정치가 반드시 같은 결론에 도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국회법은 의원의 국무위원 겸직을 허용한다. 그 규정만 놓고 보면 용 후보자의 선택에는 법적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정치는 합법 여부만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특히 비례대표 의석은 개인의 지역구 기반이 아니라 정당 득표를 통해 만들어진 자리라는 점에서, 장관직과 동시에 유지하는 문제는 법률 조문보다 대표성·공정성의 문제로 옮겨갔다.

그 지점에서 용 후보자의 논리는 끝내 정치권의 다수 판단을 넘지 못했다.

더 주목할 대목은 시간이다. 불과 사흘 전까지 그는 법률과 원칙을 근거로 정면돌파를 선택했다. 하지만 대통령의 지명철회도, 새로운 법적 결격사유도 없었던 사흘 뒤 후보자직을 내려놨다. 바뀐 것은 법이 아니라 정치적 지지의 조건이었다.

이번 사례가 남기는 질문도 여기에 있다.

법이 허용하는 겸직이라면 앞으로도 같은 선택을 인정할 것인가. 아니면 이번 논란을 계기로 비례대표 의원의 국무위원 겸직에 별도의 원칙을 만들 것인가.

용혜인 후보자의 14일은 한 사람의 낙마로 끝났지만, 국회의원과 국무위원의 겸직을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지에 대한 제도적 논쟁은 이제부터다.


작성·취재 | Next Insight News 김귤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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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국가법령정보센터 국회법 제29조, 대한민국 청와대 8월 30일 인사발표, 연합뉴스·MBC·동아일보·한겨레 등 9월 10~13일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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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으로 가능했던 겸직, 정치에서는 불가능했다…용혜인 지명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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