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쓰러졌다’ 신고받고 출동한 순찰차…첫 충격 뒤 10초가 가를 ‘과실과 고의’

인천 미추홀구 이면도로서 구조대상자 순찰차에 치여 숨져
유족 “1차 역과 뒤 약 10초 정차 후 다시 움직였다”…살인 혐의 적용 요구
핵심은 첫 충격 이후 운전자가 무엇을 인식했는지 여부

“도로에 사람이 쓰러져 있다.”

지난 7월 3일 오전 0시45분께 인천 미추홀구 숭의동의 한 이면도로. 이 신고를 받고 출동한 순찰차가 정작 구조해야 할 60대 여성을 치어 숨지게 했다.

사고 직후 사건은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치사 혐의로 출발했다. 순찰차를 운전한 20대 여성 순경은 도로에 누워 있던 피해자를 제대로 보지 못했다는 취지로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 지점은 다소 어두웠고 좌회전 구간과 맞닿아 있었다는 것이 당시 경찰 설명이었다.

그러나 두 달여 뒤 사건의 초점이 달라졌다.

유족 측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목격자 진술을 토대로 순찰차가 피해자를 처음 역과한 뒤 차체가 덜컹거리는 충격을 받은 상태에서 약 10초 동안 멈춰 있었고, 이후 다시 차량을 움직였다고 주장했다.

유족은 이 과정에서 운전자가 첫 충격 이후에도 피해자의 존재를 인식하지 못했다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며 살인 혐의 적용을 요구하고 있다.

이 사건의 법적 성격을 가를 지점도 바로 그 ‘10초’다.

처음 못 봤다는 설명…첫 충격 이후에도 같았나

사고 발생 직후 알려진 사실만 보면 사건의 중심은 운전자의 주의의무였다.

당시 경찰은 A 순경이 “누워 있는 사람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고 밝혔다. 경찰도 주변 CCTV와 차량 블랙박스를 분석해 사고 경위를 확인하겠다는 입장이었다.

야간의 어두운 이면도로였다는 점, 좌회전 직후였다는 점 등은 첫 번째 역과 과정에서 운전자가 피해자를 사전에 발견할 수 있었는지를 판단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첫 충격이 발생한 이후라면 질문은 달라진다.

운전자가 충격을 어느 정도 느꼈는지, 차량을 왜 멈췄는지, 정차 중 무엇을 확인했는지, 다시 출발할 당시 차량 아래에 사람이 있을 가능성을 인식했는지가 쟁점이 된다.

유족 주장이 사실로 확인된다면 첫 번째 역과와 이후 차량 움직임은 법적으로 동일하게 평가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유족 “약 10초 정차 뒤 재출발”…아직은 주장 단계

다만 현재 공개된 자료만으로 유족 주장을 확정된 사실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1차 역과 뒤 약 10초 정차’, ‘이후 다시 차량 이동’, ‘추가 역과’ 등은 유족 측이 목격자 진술 등을 근거로 제기한 주장이다.

실제 정차 시간이 몇 초였는지, 운전자가 당시 무엇을 보고 들었는지, 다시 차량을 움직인 이유가 무엇인지 등은 블랙박스와 CCTV, 차량 운행기록, 목격자 진술을 통해 확인돼야 한다.

특히 첫 번째 충격과 두 번째 차량 움직임 사이에서 운전자가 피해자의 존재를 인식했는지는 살인의 미필적 고의 여부를 판단할 핵심 요소가 될 수 있다.

단순히 결과적으로 사람이 숨졌다는 이유만으로 살인 고의가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사망 가능성 인식’과 ‘결과 용인’ 사이

형사법상 미필적 고의는 결과가 발생할 가능성을 알고도 이를 감수하거나 용인했다고 볼 수 있는 경우 문제가 된다.

이번 사건에서도 중요한 것은 첫 충격 이후 운전자가 단순히 “무언가를 밟았다”고 느낀 수준이었는지, 아니면 “사람일 수 있다”는 가능성까지 인식했는지다.

그리고 그 가능성을 인식한 상태에서도 차량을 다시 움직였다면 그 행위의 의미가 달라질 수 있다.

반대로 충격 자체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거나, 차량 아래 사람의 존재를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면 여전히 과실범의 영역에서 판단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현재 단계에서 “살인”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이르다.

유족이 요구하는 혐의와 실제 수사기관이 인정하는 혐의는 구분해야 한다.

112 신고 내용도 핵심…출동 경찰에게 어디까지 전달됐나

또 하나의 쟁점은 최초 신고 내용이다.

이 사건은 일반 순찰 중 발생한 사고가 아니다. 경찰은 도로 위에 사람이 쓰러져 있다는 신고를 받고 현장으로 이동하던 중 사고를 냈다.

그렇다면 출동 경찰관에게 구조대상자의 위치가 얼마나 구체적으로 전달됐는지, 현장 접근 단계에서 어떤 수준의 서행과 탐색이 요구됐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유족 측은 신고 당시 현장 주변의 위치정보가 충분히 제공됐다는 취지로 주장하고 있다.

이 부분은 112 신고 녹취, 무전내용, 출동지령 기록을 통해 비교적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다.

결국 첫 번째 역과에서 요구되는 주의의무의 수준도 경찰이 출동 전에 무엇을 알고 있었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블랙박스·CCTV·차량기록…‘10초’를 복원할 자료

사건의 실체를 가릴 핵심 자료는 많지 않다.

순찰차 블랙박스, 주변 CCTV, 차량 운행기록, 사고 당시 충격 기록, 뒤따르던 순찰차 경찰관들의 진술, 목격자 진술 그리고 112 신고·무전자료다.

특히 블랙박스에는 첫 충격 시점부터 차량 정지, 재출발까지의 시간이 거의 초 단위로 남아 있을 가능성이 크다.

운전자와 동승자가 어떤 대화를 했는지도 확인 대상이다.

뒤따르던 순찰차 경찰관들이 언제 사고를 인지했고, 언제 앞차에 신호를 보냈는지도 중요하다.

이 자료들이 맞춰지면 유족이 주장하는 ‘10초’가 실제로 존재했는지, 존재했다면 그 시간 동안 운전자가 무엇을 인식했는지에 대한 판단도 한층 구체화될 수 있다.

Next Insight 분석 | 사고를 가르는 것은 첫 충격 이후의 시간

이 사건이 처음 알려졌을 때 가장 큰 충격은 역설 그 자체였다.

사람이 쓰러져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차가 바로 그 구조대상자를 치어 숨지게 했다.

하지만 지금 더 중요한 질문은 따로 생겼다.

첫 번째 충격까지는 과실일 수 있다. 그렇다면 그 충격 이후에도 운전자는 사람의 존재를 전혀 인식하지 못했는가.

이 질문에 답하려면 감정이나 추측보다 기록이 먼저다.

10초 정차가 실제로 있었는지, 충격은 어느 정도였는지, 다시 출발한 이유는 무엇이었는지, 차량 안에서는 어떤 말이 오갔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유족의 주장처럼 첫 충격 뒤 충분한 인지 가능성이 있었는데도 차량을 다시 움직였다면 법적 평가는 달라질 수 있다.

반대로 그런 인식이 입증되지 않는다면 살인 혐의를 적용하는 것도 무리다.

결국 이 사건을 가를 것은 ‘두 번 밟았느냐’라는 자극적인 표현이 아니다.

첫 번째 충격 이후의 몇 초 동안 운전자가 무엇을 알았고, 무엇을 선택했는가.

수사는 바로 그 시간의 의미를 밝혀야 한다.


작성·취재 | Next Insight News 김귤연 기자
이메일 | nextinsight.news@gmail.com
카카오톡 | Next Insight News 비즈니스 채널
구독 | Next Insight News

참고자료
SBS 2026년 7월 3일·9월 14일 보도, 연합뉴스 2026년 7월 3일 보도, YTN 2026년 7월 3일 보도.

#인천 #미추홀구 #순찰차사고 #교통사고처리특례법 #미필적고의 #112신고 #경찰 #NextInsightNews

카카오톡으로 Next Insight News 받아보기
하루 1~2회, 꼭 봐야 할 주요뉴스와
Next Insight 분석을 정리해 보내드립니다.
Ch+ Next Insight News 채널 추가
기사제보·문의도 카카오톡 채널에서 받습니다.

댓글 달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위로 스크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