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금치 한 달 새 152.3%·오이 54.8% 급등…폭염에 흔들린 여름 채소
7월 신선채소 물가는 오히려 전년보다 4.3% 하락…문제는 ‘높은 가격’보다 커지는 변동성
한국은행 “일시적 기온 1℃ 상승 때 농산물 가격 상승률 0.4~0.5%포인트 확대”
밭의 폭염에서 바다의 고수온까지…한 줄의 김밥이 기후위기의 가격표가 되는 이유
김밥집 주인에게 일기예보는 이제 단순히 우산을 준비하기 위한 정보가 아니다.
며칠간 기온이 얼마나 오르는지, 비가 얼마나 오는지에 따라 다음 주 시금치와 오이 가격이 달라질 수 있다. 장기간 폭염이 이어지면 가축의 폐사 위험이 커지고 바닷물 온도가 올라가면 양식장의 생산여건까지 흔들린다.
실제로 8월 7일 시금치 소매가격은 100g당 1,978원으로 한 달 전보다 152.3% 급등했다. 다다기오이 10개 가격도 같은 기간 5,369원에서 8,313원으로 54.8% 올랐다. 애호박은 46.6%, 청상추는 41.7% 상승했다. 폭염 속에서 고온에 약한 채소의 출하량이 줄어든 결과다.
그러나 이 숫자만 보고 “기후변화 때문에 모든 식재료 가격이 폭등했다”고 말하는 것도 정확하지 않다.
7월 전체 신선채소 소비자물가는 오히려 전년 같은 달보다 4.3% 낮았다. 농림축산식품부도 8월 상순 시금치와 오이 가격이 전월보다 각각 81%, 58% 올랐지만 평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각각 14%, 34% 낮았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이번 기사의 핵심이 있다.
기후위기가 만드는 위험은 모든 식재료 가격을 항상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가격이 갑자기 뛰고 다시 내려오는 폭을 키우는 데 있다.
작은 김밥집에 더 무서운 것은 ‘비싼 재료’만이 아니다.
내일 가격을 예측하기 어려운 재료다.
7월에는 안정됐는데 8월에는 2.5배…‘평균물가’가 설명하지 못하는 것
2026년 7월 소비자물가는 전년보다 2.8% 상승했다.
생활물가지수는 2.5% 올랐지만 신선식품지수는 오히려 2.3% 하락했다. 신선채소만 보면 전년보다 4.3% 낮았다.
통계만 보면 채소 가격은 비교적 안정돼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불과 며칠 뒤 상황이 바뀌었다.
폭염이 강해지면서 8월 7일 시금치 가격이 한 달 전보다 152.3%, 오이가 54.8% 뛰었다.
두 통계는 서로 모순되지 않는다.
소비자물가는 월평균과 전년 동월을 비교하지만 식당 주인은 오늘 새벽시장에서 재료를 사야 한다.
지난달 평균가격이 낮았더라도 이번 주 납품가격이 갑자기 두 배가 되면 그 충격은 당장 오늘 판매하는 김밥 원가에 들어간다.
그래서 외식업자에게 중요한 지표는 연간 물가상승률만이 아니다.
얼마나 자주, 얼마나 크게 가격이 움직이는가.
이것이 ‘기후물가’를 이해하는 중요한 출발점이다.
시금치와 오이는 왜 폭염에 먼저 반응했나
시금치·상추·오이 같은 채소는 높은 온도에 민감하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시금치·상추·배추 등은 서늘한 기후에서 잘 자라는 작물로, 여름철에는 출하량이 줄면서 다른 계절보다 가격이 크게 오르는 현상이 원래 존재한다. 시금치와 상추는 여름철 가격이 다른 계절보다 약 2~3배 높아지는 경우도 있다.
폭염이 심해지면 이 계절성이 더 강해질 수 있다.
시금치는 잎이 얇고 수분 손실이 빨라 고온에서 잎이 시들거나 상품성이 떨어진다. 오이와 애호박 역시 지나친 고온에서는 생육이 나빠지고 낙화나 기형과가 늘어 정상적으로 출하할 수 있는 물량이 감소할 수 있다.
김밥집에는 특별히 중요한 문제다.
시금치가 비싸면 오이로 바꾸면 된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폭염이 두 품목을 동시에 건드리면 대체가 어려워진다.
같은 기상현상이 서로 대체할 수 있는 재료를 동시에 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기상청이 이미 예고했던 ‘평년보다 더운 여름’
올여름의 고온 가능성은 사전에 예고돼 있었다.
기상청은 지난 5월 발표한 3개월 전망에서 6~8월 기온이 평년보다 높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평년보다 높은 기온이 나타날 확률을 6월과 7월 각각 60%, 8월 50%로 제시했다.
해수면 온도 역시 평년보다 높을 것으로 예상했다.
문제는 ‘올해 더웠다’는 사실만이 아니다.
폭염과 집중호우 같은 극단적인 기상이 반복되면서 농업 생산의 예측 가능성이 낮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도 최근 기후위기로 생산량 변동성이 확대되고, 이에 따라 농산물 가격 불안정성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농산물 시장에서는 생산량이 몇 퍼센트 줄었다고 가격도 정확히 몇 퍼센트 오르는 것이 아니다.
수요는 당장 크게 줄지 않는데 공급이 갑자기 감소하면 가격은 생산량 감소폭보다 훨씬 크게 움직일 수 있다.
그래서 기후충격은 생산량의 변동을 가격의 더 큰 변동으로 증폭시키는 경우가 있다.
한국은행의 계산…기온 1℃가 실제 물가를 움직인다

기후와 물가의 관계는 단순한 추측만도 아니다.
한국은행은 국내 평균기온과 농산물 가격의 관계를 분석한 결과, 폭염 등으로 일시적으로 기온이 1℃ 상승할 경우 농산물 가격 상승률이 0.4~0.5%포인트 높아지고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약 0.07%포인트 상승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기온 1℃ 상승 충격이 1년간 지속된다고 가정하면 1년 뒤 농산물 가격 수준은 약 2%, 전체 소비자물가 수준은 0.7% 높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은행은 기후변화가 단기적인 가격 충격에 그치지 않고 중장기적으로 물가의 변동성을 높이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 분석이 중요한 이유가 있다.
기후물가는 단순히 ‘배추가 비싸졌다’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농산물 가격 상승은 음식점의 원가를 높이고, 외식가격으로 일부 전가되며, 다시 가계의 생활비로 이어진다.
밭에서 시작된 1℃가 식당 메뉴판까지 이동하는 것이다.
쌀값도 높은데…모든 상승을 폭염 탓으로 돌려서는 안 되는 이유
김밥의 중심 재료인 쌀 가격도 현재 높은 수준이다.
KAMIS의 8월 28일 중도매인 판매가격 기준 중품 쌀 20㎏ 평균은 5만6,700원으로 1년 전 5만360원보다 12.6% 높았다. 평년 가격과 비교하면 16.8% 높은 수준이다.
그렇다고 이 상승을 올해 폭염의 결과라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쌀 가격은 전년도 생산량, 정부의 시장격리와 방출, 재고, 재배면적, 수요 등 여러 요인의 영향을 받는다.
7월 집중호우와 폭염으로 논콩 등 일부 농작물 침수와 가축 피해가 발생했지만 농식품부는 당시 전체 생산량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이 구분은 중요하다.
기후위기를 강조하기 위해 현재의 모든 가격 상승을 폭염과 연결하면 오히려 기사의 신뢰도가 떨어진다.
기후는 물가를 움직이는 중요한 변수가 됐지만 유일한 변수는 아니다.
닭 68만 마리가 폐사했지만 닭고기 수급 영향은 ‘미미’

축산물 역시 같은 원칙으로 봐야 한다.
농식품부 집계에 따르면 8월 6일 기준 폭염으로 신고된 가축 폐사는 약 68만8,849마리였다. 이 가운데 가금류가 약 64만9천마리를 차지했다.
숫자만 보면 엄청난 피해다.
그러나 농식품부는 당시 폭염으로 폐사한 육계가 전년도 7월 도축량의 약 0.4% 수준이어서 전체 닭고기 수급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고 설명했다.
김밥에 들어가는 달걀 역시 가격 변동 요인은 폭염만이 아니다.
조류인플루엔자, 산란계 사육마릿수, 사료가격 등이 함께 작용한다.
따라서 ‘날씨가 더워졌다 → 닭이 죽었다 → 달걀값이 올랐다’는 식의 단순한 연결은 경계해야 한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더 중요한 사실이 보인다.
기존에 존재하던 질병·사료비·생산량이라는 위험 위에 기후라는 새로운 위험이 하나 더 올라오고 있는 것이다.
김 한 장도 기후에서 자유롭지 않다
김밥을 둘러싼 기후위기의 범위는 밭에서 끝나지 않는다.
바다도 뜨거워지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올해 여름 우리나라 주변 바다의 수온이 평년보다 약 1℃ 높을 것으로 전망하고 고수온 대응장비를 전년보다 31% 확대했다.
7월 30일에는 고수온 재난 위기경보가 ‘심각Ⅰ’ 단계까지 올라갔고, 8월 3일에는 28℃ 이상이 3일 이상 지속되는 고수온 경보 지역이 6곳에서 17곳으로 확대됐다.
김은 주로 가을부터 이듬해 봄까지 생산되므로 현재 여름철 고수온이 곧바로 오늘 판매되는 마른김 가격을 올린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정부가 이미 김 양식 정책에서 기후변화를 중요한 위험요인으로 보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해수부는 김 양식지역 확대, 외해·육상양식 검토와 함께 고수온에 강한 신규 품종 개발과 보급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김 생산량이 기상여건 호조로 크게 늘었다는 사실 역시 반대로 말하면 해황이 생산량을 좌우하는 중요한 변수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2025년 김 생산량은 기상여건 호조와 양식면적 확대 등의 영향으로 전년보다 30% 이상 증가했다.
김밥 한 줄은 밭과 축사뿐 아니라 바다와도 연결돼 있다.
기후위기의 진짜 비용은 ‘비싼 날’보다 ‘예측할 수 없는 날’

여기서 소규모 김밥집에 가장 중요한 문제가 드러난다.
대형 식품회사는 장기계약을 맺고 원료를 대량구매하거나 산지를 다변화할 수 있다.
한 지역의 채소가 비싸지면 다른 산지로 공급처를 변경할 수 있고 일정 수준의 재고를 확보하는 것도 가능하다.
작은 김밥집은 다르다.
하루 또는 며칠 단위로 재료를 사는 경우가 많다.
오늘 시금치 가격이 뛰었다고 몇 달치 물량을 미리 확보할 수도 없다. 신선채소는 오래 저장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가격이 갑자기 두 배가 됐다고 메뉴판을 다음 날 즉시 바꾸기도 어렵다.
결국 단기 가격충격은 점주의 마진에서 먼저 흡수된다.
대형 사업자에게 원재료 가격의 변동은 구매전략의 문제일 수 있지만 영세 점포에는 바로 생존의 문제가 될 수 있다.
평균가격보다 ‘분산’이 커지는 시대
지금까지 물가정책은 주로 평균가격을 바라봤다.
올해 농산물 가격이 전년보다 몇 퍼센트 올랐는가가 중요했다.
그러나 기후위기가 심해질수록 앞으로는 다른 숫자도 중요해질 가능성이 크다.
최고가격과 최저가격의 차이다.
시금치가 1년 평균으로는 전년보다 싸더라도 여름 한 달에 가격이 2.5배 뛰면 음식점은 큰 충격을 받는다.
그리고 원가가 정상화된 뒤에도 한 번 올린 메뉴 가격을 다시 내리지 않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기후충격이 일시적이더라도 외식가격에는 더 오래 남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이것이 기후물가가 일반적인 상품가격 상승과 다른 부분이다.
가격 수준뿐 아니라 가격의 경로가 불안정해진다.
서민 음식일수록 원가 충격에 더 취약한 역설

이 문제는 고급 외식보다 저가 외식에서 더 민감할 수 있다.
2만원짜리 음식에서 원재료비가 200원 올랐을 때와 4천원짜리 김밥에서 200원이 올랐을 때의 부담은 다르다.
같은 금액이라도 판매가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김밥 가격을 매번 원가에 맞춰 올릴 수도 없다.
김밥은 가격 민감도가 높은 대표적인 음식이다.
따라서 기후충격이 반복될수록 선택지는 좁아진다.
재료의 양을 줄이거나, 다른 재료로 바꾸거나, 가격을 올리거나, 점주의 이익을 줄여야 한다.
어느 방법도 장기간 지속하기 쉽지 않다.
그래서 기후위기의 식품가격 충격은 역설적으로 가장 비싼 식당보다 가장 싼 식당에서 먼저 경영문제로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Next Insight 분석 | 기후위기가 만드는 것은 ‘비싼 김밥’보다 ‘가격을 예측할 수 없는 김밥’

기후변화와 김밥을 연결할 때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단순한 공포다.
올여름 시금치 가격이 급등했다고 해서 매년 시금치 가격이 계속 두 배씩 오르는 것은 아니다.
정부 설명대로 여름철 채소가격 상승에는 정상적인 계절성도 존재한다. 올해 일부 품목은 급등했음에도 평년 가격보다 낮은 시기도 있었다.
그럼에도 이번 현상을 가볍게 볼 수 없는 이유가 있다.
기후변화가 기존의 계절적 가격변동에 더 큰 불확실성을 더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연구가 보여주듯 기온 상승은 실제 농산물 가격의 상방 압력으로 작용한다. 농촌경제연구원 역시 기상이변과 폭염이 생산과 가격의 변동성을 확대하는 구조를 지적하고 있다.
김밥은 이 변화를 관찰하기에 매우 특이한 음식이다.
한 줄 안에 쌀이라는 식량작물이 있다.
시금치와 오이라는 채소가 있다.
달걀과 햄이라는 축산물이 있고,
김이라는 수산물이 있다.
농산물·축산물·수산물이라는 서로 다른 공급망이 4천원 안팎의 음식 하나에 압축돼 있다.
따라서 어느 한 공급망에서 문제가 발생해도 원가가 움직인다.
밭에 폭염이 오면 채소가 흔들리고,
축사에 고온이 지속되면 가축의 생산성이 위협받고,
바닷물이 뜨거워지면 양식환경까지 달라진다.
그리고 이 모든 가격을 마지막으로 받아내는 사람이 김밥을 마는 점주다.
그래서 앞으로 기후위기의 비용은 단순히 “김밥이 얼마까지 오를 것인가”만으로 측정해서는 부족하다.
더 중요한 질문은 이것이다.
“4천원짜리 한 끼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이 앞으로 얼마나 어려워질 것인가.”
기후위기는 농장의 문제로 시작하지만 식탁의 문제로 끝난다.
그리고 가격을 쉽게 올릴 수 없는 음식일수록 그 충격을 가장 먼저 흡수한다.
김밥이 서민 음식이라는 사실이 오히려 약점이 되는 이유다.
기후위기의 첫 번째 가격표는 고급 레스토랑 메뉴가 아니라 우리가 매일 사 먹는 가장 평범한 한 끼에 붙을 수 있다.
다음 6편에서는 기후와 원가의 충격을 개인 점포만의 문제로 보지 않는다.
**「골목가게만의 문제가 아니다…김밥 프랜차이즈까지 줄어든 이유」**를 통해 고봉민김밥인·김가네·바르다김선생 등 주요 브랜드의 매장 감소를 살펴보고, 대량구매와 브랜드 파워를 가진 프랜차이즈마저 왜 현재의 저가 외식 구조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분석한다.
취재·작성: 김귤연 기자 | Next Insight News
nextinsight.news@gmail.com
참고자료
국가데이터처 「2026년 7월 소비자물가동향」
농림축산식품부 「여름철 채소류 수급 및 폭염 대응 자료」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KAMIS 가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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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수산부 「2026년 고수온·적조 종합대책」 및 김 산업 공급망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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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의 한 끼 8부작 ⑤] 폭염이 김밥 원가를 흔든다…‘기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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