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 차례 ‘무사하다’며 사건 종결한 경찰관 수사…개인 일탈 넘어 실종사건 종결·감독 시스템 검증 필요
지난 5월 제주에서 실종된 장미란씨로 추정되는 시신이 8월 24일 제주시 한림읍에서 발견됐다. 최초 실종신고가 접수된 지 101일 만이다. 경찰은 DNA 감식 등을 통해 정확한 신원과 사망 원인을 확인하고 있다.
이번 사건의 핵심은 장기 실종 자체를 넘어선다. 실종자의 안전을 실제로 확인하지 않은 상태에서 사건을 종결할 수 있었고, 그 과정이 장기간 조직 내부에서 걸러지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신고 2시간30분 만에 끝난 실종사건
장씨 실종신고는 5월 15일 오후 접수됐다.
당시 제주서부경찰서 실종수사팀 A경장은 장씨와 연락이 됐고 안전하다는 취지로 신고자에게 설명한 뒤 약 2시간30분 만에 사건을 종결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러나 이후 통신기록 조사에서는 장씨와 경찰 사이의 통화기록이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종자 관리 시스템에서도 관련 자료가 해제·삭제된 정황이 수사 대상에 올랐다.
경찰은 A경장에게 직무유기와 공전자기록 위작·행사 등 혐의를 적용해 수사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아직 혐의 단계라는 점이다. 정확한 사실관계와 형사책임은 수사와 재판을 통해 확정돼야 한다.
비슷한 사건이 한 번 더 있었다
논란이 커진 이유는 유사한 사례가 추가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지난 7월 실종신고된 60대 남성에 대해서도 A경장이 당사자와 연락해 안전을 확인했다는 취지로 사건을 종결한 혐의를 받고 있다.
가족이 다시 신고한 뒤 수색이 재개됐고 이 남성은 최초 신고 51일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두 사건의 사망과 경찰의 사건 종결 사이에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있다고 현재 단정할 수는 없다. 사망 시점과 최초 신고 당시 생존 여부가 먼저 확인돼야 한다.
그러나 동일 경찰관이 서로 다른 두 실종사건에서 비슷한 방식의 허위 종결 혐의를 받고 있다는 사실은 내부 통제체계를 따져야 할 충분한 이유가 된다.
진짜 질문은 ‘누가 거짓말했나’에서 끝나지 않는다
두 사건 모두 A경장이 야간 단독근무를 하던 시점에 접수된 것으로 파악됐다.
따라서 단순히 “함께 근무한 경찰관은 무엇을 했느냐”는 문제와는 다르다.
오히려 더 근본적인 질문이 남는다.
실종사건을 한 담당자가 접수하고, 안전 여부를 판단하고, 기록하고, 사실상 종결하는 과정에서 왜 독립적인 확인 절차가 작동하지 않았는가.
경찰청이 사건 이후 실종사건 해제 과정에 팀장·과장 등 관리자 확인 절차를 강화하기로 한 것도 이 문제와 맞닿아 있다.
형사책임과 조직 책임은 구분해야 한다
A경장의 혐의가 인정되더라도 이를 곧바로 경찰 조직 전체의 고의적인 은폐로 확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현재까지 상급자가 허위 처리를 알고도 묵인했다는 객관적인 증거는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형사책임이 없다는 것과 지휘·감독 책임이 없다는 것은 다른 문제다.
경찰은 누가 종결 보고를 받았는지, 관리자에게 어떤 자료가 전달됐는지, 통화기록이나 대면확인 없이 사건을 종결할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인지 확인해야 한다.
특히 한 직원의 반복적인 종결 패턴이나 비정상적으로 짧은 처리시간을 시스템이 자동으로 탐지할 수 있었는지도 점검할 필요가 있다.
전수조사의 목적은 ‘또 다른 잘못’을 찾는 것보다 ‘사람’을 확인하는 것이다
경찰은 A경장이 실종수사팀에서 담당했던 사건들을 다시 들여다보고 있다.
이 작업은 단순한 서류 감사에 그쳐서는 안 된다.
실종자의 실제 생존과 소재 확인 자료가 있는지, 대면 또는 통화기록이 남아 있는지, 시스템 해제 사유와 객관적 자료가 일치하는지를 교차검증해야 한다.
연락되지 않는 사람이 확인된다면 즉시 다시 실종사건으로 전환해 수색하는 것이 우선이다.
전수조사의 첫 목적은 경찰관의 혐의 건수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아직 확인되지 않은 사람이 없는지 찾는 것이어야 한다.
‘성인 실종’ 관리체계도 다시 볼 필요가 있다
아동·치매환자·지적장애인 등은 별도의 법률을 통해 실종 대응체계가 마련돼 있지만 일반 성인의 실종은 경찰 내부 규칙과 지침의 역할이 상대적으로 크다.
성인에게는 자신의 위치를 공개하지 않을 자유도 있다. 따라서 경찰이 모든 성인의 소재를 가족에게 알려줄 수는 없다.
그러나 ‘본인이 위치 공개를 원하지 않는다’는 판단과 실제 생존·안전 확인은 전혀 다른 문제다.
개인정보와 자기결정권은 존중하되, 최소한 본인의 안전을 객관적으로 확인한 뒤 사건을 종료하도록 하는 절차는 필요하다.
장씨 사망과 경찰 대응의 인과관계는 부검이 중요하다
이번 사건에서 감정적인 판단을 앞세워서는 안 되는 부분도 있다.
장씨 추정 시신의 정확한 사망 시점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만약 최초 신고 이전 이미 사망한 것으로 확인된다면 경찰 대응과 사망 사이의 직접적인 법적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려울 수 있다.
반대로 신고 이후 생존해 있었고 정상적인 초기 수색이 이뤄졌다면 구조 가능성이 있었다는 사실이 확인될 경우 국가의 책임 문제는 훨씬 무거워질 수 있다.
따라서 앞으로는 사인뿐 아니라 사망 시점과 최초 신고 당시의 생존 가능성이 핵심적인 판단자료가 된다.
필요한 것은 ‘다시는 안 그러겠다’가 아니라 ‘다시 할 수 없는 구조’다
한 경찰관의 잘못을 전체 경찰의 문제로 일반화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동일한 방식의 사건이 두 차례 발생했고 조직이 이를 즉시 발견하지 못했다면 개인 책임만으로 끝내기도 어렵다.
이번 사건에서 경찰이 밝혀야 할 것은 명확하다.
누가 보고를 받았는가.
무엇을 확인했는가.
왜 객관적인 증거 없이 사건 종결이 가능했는가.
왜 반복되는 이상징후를 시스템이 감지하지 못했는가.
그리고 같은 방식으로 처리된 사건이 더 있는가.
장미란씨 사건이 남긴 가장 중요한 질문은 “경찰관 한 명이 왜 잘못했는가”만이 아니다.
“한 사람이 잘못했을 때 왜 국가 시스템은 그것을 막지 못했는가.”
국민에게 필요한 것은 재발 방지 약속보다 더 구체적이다.
누가 잘못 입력하더라도 실종자의 안전이 확인되지 않으면 사건을 끝낼 수 없는 시스템.
이번 사건을 계기로 경찰이 증명해야 할 것도 바로 그것이다.
취재·작성: 김귤연 기자 | Next Insight News
nextinsight.news@gmail.com
참고자료
- 제주경찰청 장미란씨 실종사건 수사자료
-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실종사건 점검자료
- 경찰 실종사건 업무처리 규정
- 국가법령정보센터 관련 법령
- 연합뉴스·뉴시스 관련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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