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라지던 틴 매거진 시장에 182쪽 WYouth 등장…Z세대 겨냥한 ‘손에 잡히는 콘텐츠’
청소년 45% “SNS 너무 많이 사용”…CD·필름카메라까지 번지는 아날로그 회귀
스마트폰과 함께 자란 세대가 다시 종이잡지를 집어 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를 단순한 복고 열풍으로만 보면 변화의 절반을 놓친다. 끝없이 이어지는 디지털 콘텐츠에 익숙해진 세대에게 이제 ‘끝이 있고, 만질 수 있고, 알고리즘이 다음 장을 고르지 않는 매체’가 새로운 경험이 되고 있다.
사라진 틴 매거진…2026년 다시 나온 182쪽
한때 미국 청소년 문화의 중심이었던 종이잡지는 디지털 전환과 함께 빠르게 사라졌다. Seventeen은 2018년 정기 인쇄판 발행을 중단했고 Sassy와 Tiger Beat도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Teen Vogue 역시 지난해 Vogue.com으로 통합됐다.
그 시장에 패션·문화잡지 W가 다시 종이를 들고 나왔다.
W의 청소년 자매지 WYouth는 오는 15일 첫 호를 발행한다. 1년에 두 차례 발행되는 첫 호는 182쪽으로, 기존 W 절반 크기의 판형에 저스틴 비버와 헤일리 비버가 직접 촬영한 사진을 표지로 사용했다. 별자리 운세와 친구관계 퀴즈, 젊은 뮤지션 인터뷰뿐 아니라 잘라서 사용할 수 있는 종이인형까지 넣었다.
디지털 잡지를 종이로 옮긴 것이 아니라 ‘자르고, 붙이고, 친구와 돌려보는 행위’ 자체를 콘텐츠로 만든 셈이다.
Z세대 71% ‘종이가 더 진짜 같다’…숫자의 한계도
W는 최근 조사를 인용해 Z세대의 71%가 디지털 잡지보다 종이잡지를 더 진정성 있는 매체로 느낀다고 밝혔다. 다만 공개된 자료에는 조사기관과 표본 수, 구체적인 질문 방식이 제시돼 있지 않아 이를 곧바로 ‘Z세대 71%가 종이잡지를 선호한다’고 해석하는 것은 무리다.
그럼에도 젊은 세대의 ‘아날로그 욕구’ 자체는 다른 조사에서도 확인된다.
YPulse가 올해 미국·캐나다와 서유럽의 13~39세를 조사한 결과 젊은 소비자 약 3분의 2는 올해 좀 더 아날로그적인 생활을 원한다고 답했다. 필름카메라와 손목시계, 바이닐, 오래된 게임기 등을 디지털 기기의 대체재가 아니라 새로운 경험으로 추가하는 모습도 나타났다.
SNS는 그대로…대신 ‘너무 많이 쓴다’는 자각
그렇다고 10대가 인스타그램과 틱톡을 버리고 종이로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Pew Research Center 조사에서 미국 13~17세 청소년에게 TikTok·Instagram·Snapchat은 여전히 오락과 친구관계, 관심사를 찾는 핵심 공간이다.
동시에 피로감도 커졌다. Pew가 지난해 발표한 조사에서는 청소년 45%가 소셜미디어를 너무 많이 사용한다고 답했고 44%는 실제 사용시간을 줄였다고 응답했다. ‘너무 많이 쓴다’는 응답은 2023년 27%에서 크게 증가했다.
따라서 변화는 ‘디지털 탈출’보다 디지털과 떨어져 있는 시간을 따로 구매하기 시작한 것에 가깝다.
CD 판매 45.7% 증가…물리매체의 다른 가치
음악에서도 비슷한 변화가 나타난다.
미국에서 올해 상반기 CD 판매량은 1,200만장에서 1,750만장으로 45.7% 증가했고 매출은 58.6% 늘었다. 바이닐 판매 역시 증가했다. 스트리밍이 여전히 시장의 중심이지만, 사라질 것으로 여겨졌던 물리적 매체가 다시 돈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런 현상을 자신이 경험하지 않은 시대에 대한 향수라는 뜻의 ‘아네모이아(anemoia)’로 설명하기도 한다. 작가 존 쾨닉이 만든 신조어다.
하지만 지금의 10대에게 필름카메라와 종이잡지는 반드시 ‘옛날 물건’만은 아니다.
필름카메라는 사진을 즉시 확인할 수 없는 카메라고, 종이잡지는 스크롤할 수 없는 콘텐츠다.
끝없는 디지털, 끝이 있는 종이

디지털 콘텐츠의 가장 강력한 장점은 끝이 없다는 것이다. TikTok과 Instagram은 화면을 내리는 순간 새로운 콘텐츠를 계속 제공한다.
종이는 정반대다.
WYouth는 182쪽이면 끝난다. 다음 페이지는 알고리즘이 아니라 독자가 직접 넘긴다. WYouth 편집자 아바 니루이는 젊은 독자들이 잡지를 가방에서 꺼내 친구와 함께 보고 좋아하는 페이지를 잘라 쓰는 경험을 원한다며, 종이는 그냥 스크롤해 지나갈 수 없는 매체라고 설명했다.
과거에는 정보량의 한계였던 것이 지금은 오히려 집중과 소장의 가치가 된 것이다.
종이를 살린 것은 구독료 아닌 광고
사업적으로도 흥미로운 변화가 있다.
W는 2020년 매각 위기를 거친 뒤 2024년 종이 발행 횟수를 연 4회에서 7회로 늘렸다. W Media 최고경영자인 사라 문브스는 현재 회사의 가장 큰 수익원이 구독료나 디지털이 아니라 종이잡지 광고라고 밝혔다. WYouth에도 Dior·Chanel·Loewe·Saint Laurent 등이 광고주로 참여했다.
종이가 디지털보다 많은 사람에게 더 빨리 도달해서 살아난 것이 아니다.
희소성·소장성·물성이라는 디지털과 다른 가치를 팔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Next Insight 분석 | 오래된 매체가 아니라 ‘알고리즘 없는 매체’

10대가 종이를 찾는다고 디지털 시대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디지털을 누구보다 오래, 많이 경험한 세대이기 때문에 디지털에 없는 것이 무엇인지 가장 먼저 발견한 것에 가깝다.
종이잡지는 Instagram보다 빠를 수 없다. TikTok보다 많은 콘텐츠를 제공할 수도 없다.
대신 끝이 있다. 손으로 만질 수 있다. 소유할 수 있다. 친구에게 건넬 수도 있다. 무엇보다 다음 페이지를 알고리즘이 결정하지 않는다.
그래서 지금의 아날로그 흐름을 단순한 과거 회귀라고 부르기에는 부족하다.
10대가 오래된 미디어를 다시 발견한 것이 아니다.
끝없는 디지털 시대가 오래된 미디어에 새로운 기능을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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