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화 대책 4년 뒤 의왕역 입환 사망사고…철도 작업 안전의 남은 빈틈

29일 오전 의왕역 입환 작업 중 코레일 직원 사망…국토부 “구조적 문제 근절”
2022년 오봉역 사고 뒤 무선 차량정리·자동 선로전환기 도입 추진
사고 원인 단정은 아직 이른 단계…핵심은 ‘안전대책이 현장 어디까지 도달했나’

철도 차량을 연결하고 분리하는 ‘입환 작업’ 현장에서 또 한 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

29일 오전 7시20분께 경부선 의왕역 구내에서 기관차와 화물차량을 연결·분리하는 차량 정리 작업을 하던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소속 50대 직원이 사고로 숨졌다.

사고 직후 코레일은 입환 작업을 전면 중단했고, 국토교통부는 철도국장과 철도경찰, 철도안전감독관, 한국교통안전공단 검사관 등을 현장에 투입했다.

국토부는 정확한 사고 원인을 규명한 뒤 “무관용 원칙에 따라 엄중히 조치”​하겠다는 입장과 함께 비슷한 사고가 반복되고 있다며 “구조적 문제를 근절하기 위한 안전 강화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정확한 사고 경위는 철도특별사법경찰 수사와 고용노동부 근로감독관 조사 등을 통해 확인될 예정이다.

그러나 이번 사고가 던지는 질문은 사고 당일에만 머물지 않는다.

약 4년 전 같은 의왕시의 오봉역에서도 입환 작업을 하던 코레일 직원이 사망했고, 정부는 이후 입환 작업의 위험을 줄이겠다며 무선 차량정리 시스템과 자동 선로전환기 도입을 추진했다.

그렇다면 2026년 의왕역 사고에서 다시 확인해야 할 것은 단순히 작업자 개인의 행동만이 아니다.

2022년 사고 뒤 약속했던 자동화와 안전대책은 실제 현장에 어디까지 적용됐는가.

이번 사고의 본질을 판단하기 위해 반드시 확인해야 할 질문이다.

7시20분 의왕역, 다시 멈춘 입환 작업

소방당국과 코레일 등에 따르면 사고는 29일 오전 의왕역 구내에서 발생했다.

숨진 직원은 기관차와 화물차량을 연결하거나 분리하는 입환 작업을 수행하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현장 신고 내용과 초기 보도에서는 작업자가 열차에 깔린 상태로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코레일은 사고 직후 초기대응팀을 투입하고 안전 확보를 위해 입환 작업을 전면 중단했다.

현재 중요한 것은 사고가 왜 발생했는가다.

차량이 어떤 방식으로 이동하고 있었는지, 작업자는 어느 위치에 있었는지, 기관사와 작업자 사이 신호 전달은 어떤 방식으로 이뤄졌는지, 몇 명이 한 조로 작업했는지, 작업계획과 현장 작업이 일치했는지 등이 조사돼야 한다.

국토부 역시 아직 사고 원인을 특정하지 않았다.

따라서 이번 사고를 기존 입환사고와 동일한 원인으로 단정하는 것은 현재 단계에서는 적절하지 않다.

그러나 같은 종류의 고위험 작업에서 다시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사실은 기존 안전대책의 실효성을 점검할 충분한 이유가 된다.

2022년 오봉역, 이미 제기됐던 위험

이번 사고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2022년 11월 오봉역 사고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

당시 경기 의왕시 오봉역에서 시멘트 수송용 벌크화차를 연결·분리하던 코레일 직원이 화물열차에 치여 숨졌다.

작업 역시 이번 의왕역 사고와 같은 차량정리, 즉 입환 작업​이었다.

사고 이후 철도 작업현장의 구조적 위험이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입환 작업은 차량을 실제로 이동시키면서 연결·분리해야 하는 특성상 움직이는 중량물과 작업자가 가까운 거리에서 일하게 된다.

특히 기관사와 차량정리 작업자, 차량의 진로를 유도하는 작업자 사이에서 신호와 무전이 오가면서 작업이 진행되는 경우 의사소통 오류 역시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

국토부도 오봉역 사고 이후 이 지점을 문제로 봤다.

사고 뒤 나온 해법, ‘사람 대신 시스템’

2023년 3월 국토부가 발표한 재발방지 대책의 핵심은 자동화였다.

첫 번째는 무선 차량정리 시스템이다.

기존 작업에서는 기관사와 수송원이 서로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제3의 수송원을 통해 차량의 진로를 유도하는 구조가 사용될 수 있었다.

세 사람 사이의 의사소통 과정에서 오류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의미다.

정부가 추진한 무선 차량정리 시스템은 차량정리 작업자가 무선제어기를 이용해 기관차를 직접 원격 제어하는 방식으로, 기관사와 작업자 사이의 신호 전달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인적 오류를 줄이겠다는 목적이었다.

두 번째는 자동 선로전환기였다.

기존 수동식 전환기에서는 작업자가 직접 여러 선로를 이동하며 진로를 바꿔야 했다.

정부는 이를 역무실이나 관제에서 원격으로 조작하는 자동방식으로 바꾸면 작업자가 선로 사이를 오가는 횟수를 줄이고 차량정리 작업 자체에 집중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당시 정부가 제시했던 해법은 명확했다.

작업자가 위험지역에 들어가는 횟수를 줄이고, 사람이 전달하던 신호를 기술로 보완하는 것.

입환 작업의 위험을 개인의 주의력에만 맡기지 않겠다는 접근이었다.

8개 역 10곳과 20개 역, 당시 정부의 계획

정부의 계획에는 구체적인 일정도 있었다.

국토부는 당시 2024년까지 8개 역 10곳에 무선 차량정리 시스템을 도입하고, 2025년까지 20개 역의 수동식 선로전환기를 자동방식으로 개량하겠다고 밝혔다.

무선 차량정리 시스템은 오봉역과 같이 사고위험이 크거나 차량정리 작업량이 많은 화물역부터 순차적으로 도입하기로 했다.

제천조차장역, 도담역, 대전조차장역, 영주역 등이 대상에 포함됐으며 자동 선로전환기 역시 단계적인 교체계획이 제시됐다.

당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차량정리 자동화를 시작으로 첨단 유지·보수 체계를 구축하고 철도안전문화를 혁신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이 때문에 이번 의왕역 사고 이후 반드시 확인해야 할 사안도 분명해진다.

아직 확인되지 않은 의왕역의 자동화 수준

현재 공개된 국토부와 코레일 자료만으로는 사고 당시 의왕역 입환 작업에 무선 차량정리 시스템이 적용되고 있었는지, 또는 ​자동 선로전환기가 어느 범위까지 설치돼 있었는지가 확인되지 않는다.

이 사실은 매우 중요하다.

만약 관련 자동화 설비가 설치되지 않았다면 왜 의왕역이 기존 자동화 사업의 적용 대상에서 빠졌는지 확인해야 한다.

설치돼 있었다면 사고 당시 실제로 사용됐는지, 시스템 자체로 막기 어려운 위험이 존재했는지 살펴봐야 한다.

설비는 설치됐지만 작업방식이 과거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면 자동화 정책의 현장 적용 문제를 점검해야 한다.

따라서 현 단계에서는

“자동화 대책이 실패했다”

고 단정할 근거는 부족하다.

그러나 반대로

“자동화 대책이 충분히 시행됐기 때문에 이번 사고와 무관하다”

고 판단할 근거 역시 아직 없다.

바로 이 지점이 향후 조사에서 규명돼야 할 핵심이다.

‘무관용’보다 먼저 필요한 대책 이행 점검

국토부는 이번 사고 이후 ‘무관용 원칙’을 강조했다.

위법이나 안전규정 위반이 확인될 경우 엄중한 책임을 묻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반복되는 산업재해에서 처벌만으로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다.

누가 규정을 어겼는지를 확인하는 것과 왜 그런 위험한 작업구조가 존재했는지를 확인하는 것은 서로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특히 2022년 오봉역 사고 뒤 정부 스스로 작업 자동화를 재발방지 대책으로 선택했다면 이번 조사에서는 당시 정책의 이행 결과까지 포함해 점검할 필요가 있다.

무선 차량정리 시스템은 계획대로 구축됐는지, 자동 선로전환기는 목표했던 역에 모두 설치됐는지, 설치 이후 실제 입환 작업에서 위험노출이 얼마나 줄었는지까지 확인해야 한다.

재발방지책의 성과를 단순히 ‘설치 완료’​라는 행정적 숫자로 평가해서도 안 된다.

사망사고 감소와 작업자 위험노출 감소라는 결과로 검증할 필요가 있다.

구로·근덕·청도까지, 멈추지 않은 철도 현장의 사망

이번 사고가 더욱 무겁게 받아들여지는 이유는 철도 현장 사망사고가 계속됐기 때문이다.

국토부가 이번 사고와 관련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오봉역 차량정리 작업 사망사고 이후에도 2024년 구로역에서 2명, 2025년 근덕역에서 1명, 청도역 인근에서 2명​의 철도 종사자가 숨졌다.

사고의 작업 종류와 발생원인은 각각 다르다.

따라서 이들을 모두 입환 작업의 문제로 묶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그러나 철도 종사자가 작업현장에서 반복적으로 사망하고 있다는 사실은 철도안전을 열차 이용객만의 문제로 볼 수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

철도안전에는 승객의 안전뿐 아니라 선로와 차량 사이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안전도 포함돼야 한다.

철도의 자동화, 효율보다 먼저 필요한 안전

철도산업에서 자동화는 흔히 효율성과 생산성의 문제로 설명된다.

하지만 입환 작업에서 자동화의 첫 번째 목적은 달라야 한다.

사람이 차량과 선로 사이의 위험지역에 들어가야 하는 상황 자체를 최소화하는 것이 우선이다.

수십~수백 톤 규모의 철도차량이 이동하는 공간에서 사고 이후 작업자에게 더 주의를 요구하는 방식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사람은 실수할 수 있다.

무전은 잘못 들릴 수 있고, 신호가 늦게 전달될 수도 있으며, 작업자는 피로할 수 있다.

안전공학이 필요한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사람이 실수하더라도 그것이 곧 사망사고로 이어지지 않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시스템 안전의 핵심이다.

정부가 오봉역 사고 뒤 무선 차량정리와 자동 선로전환기를 선택했던 것도 결국 같은 문제의식이었다.

중대산업재해 조사, 책임 범위의 또 다른 쟁점

이번 사고는 노동자가 업무 중 사망한 사건인 만큼 고용노동부의 조사도 함께 진행되고 있다.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은 산업재해로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한 경우를 중대산업재해의 범주에 포함한다.

다만 사망사고가 발생했다는 사실만으로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의 형사책임이 자동으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적절히 이행했는지, 알려진 위험에 충분한 예방조치를 했는지, 의무 위반과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지 등을 조사해야 한다.

이번 사고에서도 작업지침 준수 여부와 함께 코레일이 입환 작업의 위험성을 어떻게 평가하고 관리했는지가 중요한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다.

특히 과거 유사사고를 경험한 사업장이라면 이미 확인된 위험에 대해 어떤 추가 예방책을 마련했는지도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된다.

사고 원인보다 넓은 질문, ‘왜 또 입환인가’

현재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조사가 끝나기도 전에 사고의 책임자를 먼저 정하는 것이다.

작업자의 실수였는지, 신호체계 문제였는지, 차량운전 과정의 문제였는지, 인력이나 설비 문제가 있었는지는 조사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

그러나 원인 규명 이전에도 던질 수 있는 질문은 있다.

왜 2022년 오봉역에서 한 사람이 숨진 뒤에도 같은 고위험 작업에서 다시 사람이 목숨을 잃었는가.

이 질문은 두 사고의 원인이 동일하다는 의미가 아니다.

오히려 사고원인이 다르더라도 사람이 움직이는 철도차량 가까이에서 작업해야 하는 구조 자체에 반복적인 위험이 존재하는지를 살펴보자는 의미다.

개별 사고원인을 찾는 것과 위험한 작업방식을 바꾸는 것은 동시에 진행돼야 한다.

Next Insight 분석 | 재발방지 대책의 완성은 ‘발표’가 아니라 ‘현장’

산업재해가 발생할 때마다 정부와 공기업은 대책을 발표한다.

전수점검, 특별교육, 작업절차 강화, 장비 도입, 자동화가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하지만 재발방지 대책의 진짜 평가는 발표 당시의 문서가 아니라 몇 년 뒤 같은 현장에서 무엇이 달라졌는가로 이뤄져야 한다.

2022년 오봉역 사고 뒤 정부는 입환 작업의 위험을 이미 알고 있었다.

사람 사이의 의사소통 오류를 줄이기 위해 무선 차량정리 시스템을 도입하고, 작업자가 여러 선로를 이동하는 위험을 줄이기 위해 자동 선로전환기를 설치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도 내놨다.

그리고 약 4년 뒤, 같은 의왕시의 의왕역에서 다시 입환 작업 중 노동자가 사망했다.

이 두 사건을 곧바로 같은 원인으로 연결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이번 사고 조사에서 2022년 이후 안전대책의 이행 수준을 함께 확인하지 않는다면 ‘재발방지’라는 말 역시 완성되기 어렵다.

이번 조사에서 필요한 것은 단순히

“누가 잘못했는가”

라는 질문만이 아니다.

자동화는 어디까지 됐는가.

작업자는 여전히 위험지역에 들어가야 했는가.

입환 과정에서 사람의 판단과 무전에 의존하는 구간은 얼마나 남아 있는가.

오봉역 사고 뒤 계획했던 대책은 현장에서 실제 위험을 줄였는가.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이 함께 나와야 한다.

국토부가 이번 사고에서 스스로 언급한 표현도 ‘구조적 문제’다.

그렇다면 조사 역시 한 작업자의 실수 여부에서 끝나서는 안 된다.

철도 안전의 최종 목표는 사고가 난 뒤 책임자를 찾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실수하더라도 죽지 않는 작업환경을 만드는 것이어야 한다.

2026년 의왕역 사고가 다시 묻는 것은 결국 하나다.

2022년 오봉역에서 세운 재발방지 약속은 실제 철도 현장에서 얼마나 현실이 됐는가.

취재·작성: 김귤연 기자 | Next Insight News
nextinsight.news@gmail.com

참고자료

  • 국토교통부, 의왕역 코레일 직원 사망사고 관련 사고조사 및 안전강화 대책 자료, 2026년 8월 29일
  • 연합뉴스, 「국토부, 의왕역 철도 작업자 사망에 ‘엄중 조치하고 안전대책’」, 2026년 8월 29일
  • 국토교통부, 오봉역 사고 후 차량정리 작업 자동화 계획, 2023년 3월
  • 연합뉴스, 「오봉역 사고 재발 막는다…열차정리 작업 자동화 추진」, 2023년 3월 2일
  • 코레일 및 철도특별사법경찰대 의왕역 사고 관련 발표
  •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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