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 “앞으로 가장 큰 권력” 경찰개혁기구 주문…권한만큼 책임 강조
민주당 ‘6대 폐단’ 제시·경찰청 자체 통제안 착수…잇따른 부실 처리와 비위가 던진 질문
10월 2일 검찰청 폐지·공소청·중수청 출범…수사권 재편의 마지막 과제 ‘견제와 책임’
검찰의 직접 수사권을 줄이고 경찰의 독자적 수사 판단권을 확대해 온 한국의 형사사법 개혁이 새로운 질문과 마주하고 있다.
검찰 권력을 분산한 뒤 한국 형사사법체계는 경찰 권력을 충분히 통제할 장치를 만들었는가.
최근 제주 실종사건 허위종결, 이른바 장윤기 사건의 부실수사 논란, 수사정보 유출 등 경찰의 직무 관련 문제가 잇따르면서 이 질문은 더 이상 제도적 가정에 머물지 않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5일 국무회의에서 앞으로 경찰이 국가기구 가운데 가장 큰 권력을 행사하게 될 가능성을 거론하며 국민의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경찰 기강 해이와 치안 현장의 무책임 문제를 언급하면서 총리실에 경찰개혁기구 구성 방안을 폭넓은 국민 의견수렴을 거쳐 검토하도록 주문했다.
대통령의 문제 제기는 단순한 경찰 비위 질책보다 한 단계 더 나갔다.
권력이 커졌다면 통제와 책임도 그만큼 커져야 한다는 요구다.
‘가장 큰 권력’이라는 대통령의 경고
이 대통령이 특히 강조한 부분은 지휘책임이다.
일선 경찰관의 잘못만 문책하고 사건을 끝낼 경우 지휘체계의 존재 이유를 묻지 않을 수 없으며, 권한을 가진 지휘관에게 그에 상응하는 책임도 따라야 한다는 취지다. 대통령은 권력이 집중될수록 문제가 발생했을 때 파급효과 역시 커진다는 점을 함께 언급했다.
이 발언은 현재 진행 중인 형사사법체계 개편과 떼어놓고 보기 어렵다.
경찰은 이미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을 통해 독자적인 불송치 판단 권한을 갖게 됐다.
현행 형사소송법 제245조의5는 경찰이 범죄 혐의가 있다고 판단하면 사건을 검사에게 송치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불송치 취지와 이유를 적어 관계 서류와 증거물을 검사에게 보내도록 하고 있다. 해당 조항은 2020년 신설돼 2021년부터 시행됐다.
과거 검사의 지휘 아래 수사를 마무리하던 구조와 비교하면 경찰의 독자적인 판단 영역이 크게 넓어진 변화였다.
경찰의 1차 수사종결권, 함께 설계된 견제 장치
그러나 경찰이 아무런 외부 통제 없이 사건을 끝낼 수 있도록 만든 것은 아니다.
현행 형사소송법은 경찰의 불송치 결정이 위법하거나 부당하다고 판단될 경우 검사가 재수사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경찰은 이 요청을 받으면 사건을 다시 수사해야 한다.
고소인과 피해자 등에게도 불송치 사실과 이유를 통지하고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절차가 마련돼 있다.
즉 검경 수사권 조정 당시 제도 설계는
경찰의 독자적 판단권 확대 + 검사의 사후 통제 + 당사자의 이의신청
이라는 구조였다.
문제는 제도적 장치가 존재한다는 사실과 그것이 실제 현장에서 충분히 작동한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는 점이다.
제주 실종 허위종결, ‘불송치권’과 다른 문제
최근 가장 큰 공분을 일으킨 제주 장미란씨 실종사건은 여기서 정확한 구분이 필요하다.
이 사건의 ‘허위종결’은 형사소송법상 경찰의 불송치 결정, 즉 이른바 1차 수사종결권과 같은 제도가 아니다.
실종신고를 담당한 경찰관이 실종자의 실제 안전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상태에서 실종 사건을 종결 처리한 혐의를 받는 사건이다.
제주경찰은 해당 경찰관이 처리한 실종신고 298건을 전수조사하고 있다.
따라서 이 사건을 근거로
“경찰에 1차 수사종결권을 줘서 실종사건 허위종결이 발생했다”
고 단순 연결하는 것은 법적으로 맞지 않는다.
그러나 더 큰 질문은 남는다.
한 경찰관이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실종 신고를 사실상 혼자 종결할 수 있었고, 내부 지휘·감독 시스템이 이를 즉시 걸러내지 못했다면 경찰의 권한 행사 전반에 대한 내부통제가 충분했는가라는 문제다.
이 지점에서 형사사건의 불송치권과 실종사건 관리 문제는 제도적으로 다르지만, ‘경찰 권한에 대한 통제’라는 더 큰 틀에서는 같은 질문과 연결된다.
잇따른 비위와 부실 처리, 조직 문제로 확산된 논란
최근 경찰을 둘러싼 논란은 한 사건에 그치지 않는다.
제주 실종 허위종결 사건과 장윤기 사건의 부실수사 논란, 수사정보 유출 등 직무 관련 문제가 잇따르자 경찰청은 28일 전국 경찰 조직에 공직기강 특별경보를 발령했다.
경찰청은 일선 경찰서와 기동단에서 매일 관서장 주관 대책회의를 열고, 의무위반이 발생할 경우 당사자뿐 아니라 관리자 책임도 묻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문제가 개인의 비위에서 관리자의 감독 책임으로 확대되고 있는 셈이다.
정부와 여당 역시 같은 지점에 주목하고 있다.
민주당의 ‘6대 폐단’, 경찰개혁의 두 번째 단계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6일 경찰개혁의 대상으로 제 식구 감싸기, 사건 암장, 무단 종결, 증거 은폐·조작, 수사정보 유출, 개인정보 침해 등 이른바 ‘6대 폐단’을 제시했다.
외부 감사 확대, 수사 제척사유 강화, 피해자 설명 강화, 불법·부실수사에 대한 법적 책임 강화와 지휘·감독 책임 명확화도 대책으로 언급했다.
주목할 부분은 민주당이 검찰개혁과 경찰개혁을 서로 반대되는 정책으로 보지 않는다는 점이다.
김 대표는 제주 실종 허위종결 사건이 현행 검찰의 보완수사 체계가 존재하는 상황에서도 발생했다는 점을 들어, 경찰 문제의 해법을 검찰 권한 복원이 아니라 경찰 자체의 민주적 통제 강화에서 찾아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이는 검찰의 권한을 축소한 만큼 경찰 내부와 외부의 통제장치를 별도로 강화해야 한다는 논리다.
야당의 다른 진단, 외부 사법통제의 필요성
반대 시각도 존재한다.
국민의힘은 경찰의 수사권이 커질수록 검사의 보완수사 요구나 외부 사법통제 기능을 약화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7월 검찰의 보완수사권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경찰의 수사권 독점과 권한 남용을 견제할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현재 경찰개혁 논쟁에는 서로 다른 두 접근법이 존재한다.
하나는 경찰 내부 및 독립적 행정통제를 강화하는 방식, 다른 하나는 검사 등 경찰 밖의 사법적 견제를 유지·강화하는 방식이다.
어느 한쪽만으로 충분한지가 앞으로의 핵심 논쟁이 될 가능성이 크다.
10월 2일, 형사사법체계의 또 다른 분기점
이 논쟁이 특히 중요한 이유는 2026년 10월 2일 때문이다.
이날 현행 검찰청법은 폐지되고 공소청법이 시행된다. 동시에 중대범죄수사청도 출범한다. 국가법령정보센터에 따르면 두 법률 모두 2026년 10월 2일 시행 예정이다.
수사와 기소의 조직적 분리를 목표로 한 새로운 형사사법체계가 본격적으로 출범하는 것이다.
다만 여기에도 오해해서는 안 될 부분이 있다.
검찰청이 폐지되고 공소청이 출범한다고 해서 검사가 경찰 수사를 전혀 통제하지 못하는 구조로 바뀌는 것은 아니다.
8월 4일 개정된 형사소송법은 새 체계에서도 검사가 송치사건의 공소제기 여부나 공소유지를 위해 필요한 경우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경찰의 불송치가 위법하거나 부당할 경우 재수사 요구도 가능하다.
검사는 공소제기 여부와 재수사 요구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사건관계인이나 경찰관의 의견을 듣고 자료를 제출받는 ‘사실관계 확인’ 절차도 사용할 수 있다.
즉 앞으로의 논쟁은 단순히 ‘검찰 통제가 있느냐 없느냐’가 아니다.
어떤 통제가 실제로 작동하고, 그 통제의 책임 주체가 누구인지가 더 중요한 문제다.
피해자 통제권의 확대, 새로운 형사소송법의 변화

오는 10월부터 시행될 개정 형사소송법에는 피해자와 고소인의 절차적 권리를 강화하는 장치도 추가됐다.
경찰이 정당한 이유 없이 6개월 이상 실질적 수사를 진행하지 않거나, 법에서 보장된 권리를 침해하는 등 위법·부당한 수사행위가 있을 경우 고소인 등이 해당 수사기관의 장에게 이의를 제기할 수 있도록 했다.
관서장은 일정 기간 안에 수사관 교체나 수사계획, 권리보호 대책 등을 알려야 하며, 조치가 충분하지 않을 경우 상급기관에 다시 심사를 신청할 수도 있다.
불송치 결정에 대해서도 피해자 등이 이의신청하면 사건을 검사에게 송치하도록 하는 구조가 유지된다.
이는 수사기관끼리의 견제뿐 아니라 피해자와 국민에게도 수사 통제에 참여할 통로를 주는 방식이다.
경찰 내부통제의 재설계, 무작위 배당에서 외부 감찰까지
경찰도 제도 개편에 착수했다.
경찰은 사건 배당 과정의 공정성을 강화하기 위해 ‘무작위 배당’을 도입하고 전국 경찰서에 수사심사관을 배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사건 종결 단계에서는 행정안전부 소속 국가경찰위원회에 경찰 수사 인권·감찰 조사기구를 두고 경찰이 종결한 불입건 사건과 장기 미제 등을 점검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국가경찰위원회가 조사 후 국가수사본부장에게 재수사 등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구조다.
각 시도경찰청에는 검사의 재수사·보완수사 요구를 실시간으로 관리하는 전담 부서를 설치할 계획이다.
이는 기존의 사후 징계 중심에서 사건 배당 → 수사 과정 → 사건 종결 → 외부 점검으로 통제 구조를 확대하려는 시도다.
통제 장치의 개수보다 중요한 ‘독립성과 작동성’
그러나 제도를 많이 만드는 것만으로 경찰 권력이 통제되는 것은 아니다.
경찰 조직 내부의 상급자가 하급자의 수사를 심사한다면 그것은 지휘·감독 기능은 될 수 있지만 완전히 독립된 외부통제라고 보기는 어렵다.
반대로 외부기관이 경찰 수사에 지나치게 개입하면 수사의 독립성과 책임 소재가 다시 흐려질 수 있다.
검사가 보완수사를 요구하고, 국가경찰위원회가 감찰하며, 피해자가 이의를 제기하고, 상급 경찰기관이 재심사하는 구조를 만든다고 해도 누가 최종적으로 잘못된 수사에 책임을 지는가가 명확하지 않다면 제도의 숫자만 늘어날 수 있다.
이 대통령이 이번 경찰개혁 논의에서 지휘책임을 강조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책임의 종착지가 일선 수사관 한 명이어서는 권력기관의 시스템 개혁이라고 보기 어렵다.
검찰개혁의 다음 질문, 경찰개혁

한국 형사사법 개혁의 첫 번째 질문은 오랫동안 검찰에 집중됐다.
수사권과 기소권이 한 기관에 집중되는 것이 적절한지, 검사의 직접수사 범위를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지가 논쟁의 중심이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의 수사상 독립성과 권한은 확대됐다.
이제 질문의 방향이 달라지고 있다.
검찰의 권력을 분산한 뒤 경찰에 커진 권력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얼마나 효과적으로 통제할 것인가.
검찰개혁이 권력의 분산이었다면 경찰개혁은 그 분산 이후 만들어진 권력구조에 책임과 견제를 다시 설계하는 과정이 될 가능성이 크다.
Next Insight 분석 | 권력기관 개혁의 본질, ‘누가 더 센가’보다 ‘누가 통제하는가’

검찰과 경찰을 둘러싼 논쟁은 자칫 ‘검찰이 강해야 하는가, 경찰이 강해야 하는가’라는 선택의 문제로 흐르기 쉽다.
그러나 민주주의 형사사법체계에서 더 중요한 질문은 어느 기관이 더 많은 권력을 가져야 하는지가 아니다.
어떤 기관도 자신의 판단만으로 국민의 기본권을 좌우하지 못하게 만드는 구조가 있는가가 핵심이다.
검찰 권력 집중을 문제 삼아 수사권을 분산한 것은 하나의 선택이었다.
그러나 권력을 한 기관에서 떼어 다른 기관에 옮기는 것만으로 권력기관 개혁이 완성되지는 않는다.
경찰이 사건을 수사하고 불송치를 결정할 권한을 가진다면 그 판단을 다시 검토할 외부장치가 필요하다.
실종신고를 종결할 권한이 있다면 실제 소재와 안전을 확인했는지 검증할 지휘체계가 필요하다.
수사정보를 다룬다면 정보 유출을 감시하고 책임을 물을 독립적인 체계가 필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잘못된 결정이 발생했을 때 일선 직원에서 끝나지 않는 지휘책임 구조가 필요하다.
오는 10월 2일 검찰청 폐지와 공소청·중수청 출범은 한국 형사사법체계의 큰 변곡점이다.
그러나 새로운 기관의 간판보다 중요한 것은 그 사이에 놓인 견제 장치다.
검찰의 권력을 줄였다는 사실만으로 개혁이 완성되지 않고, 경찰의 권력을 다시 줄이는 것만으로도 해결되지 않는다.
필요한 것은 수사권과 기소권, 내부감찰과 외부감시, 피해자의 이의권과 지휘관의 책임이 서로 맞물려 어느 한 기관도 스스로의 판단을 스스로 최종 확정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구조다.
최근 경찰의 잇따른 부실 처리와 비위가 던지는 질문도 결국 여기에 도달한다.
권력의 분산 다음에는 반드시 통제의 설계가 따라왔는가.
2026년의 경찰개혁 논쟁은 그 질문에 대한 한국 형사사법체계의 두 번째 답을 찾는 과정이 되고 있다.
취재·작성: 김귤연 기자 | Next Insight News
nextinsight.news@gmail.com
참고자료
이재명 대통령 제37회 국무회의 경찰개혁 관련 발언, 2026년 8월 25일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대표 최고위원회의 경찰개혁 관련 발언, 2026년 8월 26일
경찰청 공직기강 특별경보 및 경찰 수사 단계별 통제체계 개편안
국가법령정보센터, 「형사소송법」
국가법령정보센터, 「공소청법」
국가법령정보센터, 「중대범죄수사청 조직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주경찰청 실종사건 허위종결 관련 전수조사 자료
국민의힘 검찰 보완수사·경찰 수사권 통제 관련 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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