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포름알데히드 배추’ 파문…식품 유통망 관리의 허점

허베이 캉바오현 “운송 중 신선도 유지 위해 불법 사용” 공식 확인…중앙정부 전국 특별검사, 한국 식약처도 중국산 배추 검사 강화

중국에서 배추의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포름알데히드 용액을 사용한 사실이 공식 확인됐다. 인터넷 영상에서 시작된 의혹을 지방정부가 사실로 인정했고, 중국 중앙정부는 조사를 전국으로 확대했다. 한국 정부도 중국산 배추 수입검사를 강화했다. 이번 사건의 핵심은 ‘위험한 배추 몇 포기’보다 농장에서 시장으로 이어지는 유통망이 불법 처리를 얼마나 걸러낼 수 있느냐에 있다.

영상은 괴담이 아니었다…중국 정부가 불법행위 확인

사건은 허베이성 장자커우시 캉바오현의 배추 수매 현장을 촬영한 영상에서 시작됐다.

영상에는 작업자들이 배추를 액체에 접촉시킨 뒤 트럭에 싣는 모습과 ‘포름알데히드 용액’이라고 표시된 용기가 등장했다. 현장에서는 이렇게 처리하면 배추의 신선도를 2~3일 더 유지할 수 있다는 설명도 나왔다.

캉바오현 정부의 조사 결과 영상 내용은 사실로 확인됐다. 현지 당국은 이를 운송 과정에서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수매업자가 저지른 불법행위로 규정하고 관련자와 차량에 강제조치를 취했다. 문제 배추의 이동 경로도 추적 중이다.

중앙정부가 전국 검사로 넓힌 이유

사건은 지역 단위에서 끝나지 않았다.

중국 국무원 식품안전판공실·농업농촌부·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은 23일 문제 배추의 유통을 추적해 시장 진입을 차단하라고 지시했다. 동시에 전국 각 지역에서 배추 등 부패하기 쉬운 채소에 대한 특별 표본검사와 시장조사를 즉시 실시하도록 했다.

전국 검사가 중국 배추 전체의 오염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중앙정부가 한 지역의 일탈로 종결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중요하다. 동일한 불법 보존 방식이 다른 유통현장에서도 존재하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1군 발암물질’…공포보다 정확한 이해가 먼저다

포름알데히드는 국제암연구소(IARC)가 사람에게 발암성이 확인된 Group 1 물질로 분류하고 있다. 비인두암과 백혈병 등에 대해 충분한 인체 근거가 있다는 평가다.

다만 ‘1군’은 한 번 접촉하면 곧바로 암이 발생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발암 가능성에 대한 근거 수준을 뜻하며 실제 위험은 농도와 노출량, 기간, 노출 방식에 따라 달라진다.

그렇다고 식품에 사용해도 된다는 뜻은 더욱 아니다.

식품 보존을 위해 허용되지 않은 화학물질을 소비자 몰래 사용했다는 사실 자체가 이번 사건의 본질적인 식품안전 문제다.

왜 냉장이 아니라 화학물질이 선택됐나

이번 사건에서 더 깊게 봐야 할 대목은 경제성이다.

배추의 장거리 운송에는 예냉과 저온저장, 냉장차량이 필요하다. 모두 비용이다. 반면 값싼 화학처리로 며칠간 외관과 상품성을 유지할 수 있다면 불법업자에게 잘못된 경제적 유인이 생긴다.

따라서 관련자를 처벌하는 것만으로 문제를 끝내서는 안 된다.

정상적인 냉장유통보다 불법 처리가 더 싸고, 그 과정이 적발될 가능성까지 낮다면 같은 문제는 반복될 수 있다.

산지 수매에서 차량 운송, 도매시장까지 이어지는 추적체계를 함께 점검해야 하는 이유다.

가장 취약했던 곳은 ‘농장과 시장 사이’였다

이번 사건은 생산 농가도, 식품공장도, 소매점도 아닌 수매·운송 단계에서 발생했다.

이 구간은 소비자의 눈에서 가장 멀다. 트럭이 이동하면 물량도 이동하고, 어느 산지에서 누가 처리했는지 기록이 불완전하면 추적도 어려워진다.

실제로 중국 중앙정부가 가장 먼저 요구한 것도 문제 배추의 이동 경로 추적이었다. 베이징 신파디 시장은 자체 조사 결과 이번 사건의 해당 물량은 유입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이 드러낸 취약점은 분명하다.

식품안전은 최종 시장에서 검사하는 것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산지에서 출발하는 순간부터 추적돼야 한다.

한국까지 들어왔나…현재는 ‘확인 중’

한국 소비자에게 가장 중요한 문제는 해당 배추의 국내 유입 여부다.

8월 25일 현재 문제 물량이 한국으로 수출됐다는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중국대사관 등을 통해 한국 수출 여부를 확인하는 한편 중국산 배추에 대한 통관검사를 강화했다. 포장 장소별로 포름알데히드 검사를 실시하고 있으며, 24일에는 ‘중국산 배추 검사 알림’과 별도의 시험법도 공개했다.

따라서 지금 “중국의 문제 배추가 한국에 들어왔다”거나 “중국산 김치가 위험하다”고 단정할 근거는 없다.

동시에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에 안전하다고 단정할 이유도 없다.

필요한 것은 공포가 아니라 확인이다.

문제는 ‘포르말린 배추’보다 보이지 않는 유통망이다

이번 사건은 중국산 식품 전체의 문제로 확대해서도, 일부 업자의 일탈로 축소해서도 안 된다.

확인된 것은 캉바오현에서 식품에 사용할 수 없는 포름알데히드가 배추 보존에 실제 사용됐다는 사실이다. 확인되지 않은 것은 그 물량의 전체 규모와 최종 유통지역, 다른 지역에서 같은 방식이 얼마나 사용됐는지다.

중국 중앙정부의 전국 조사가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앞으로 밝혀져야 할 것은 체포된 사람 숫자가 아니다.

몇 톤이 처리됐고, 몇 대의 차량이 움직였으며, 어느 시장까지 갔고, 다른 산지에서도 같은 방법이 발견되는가.

그리고 한국에서는 해당 지역·업체와 연결된 수입 물량이 존재하는지, 강화된 검사에서 이상 물량이 발견되는지가 핵심이다.

이번 사건을 처음 포착한 것은 정규 검사망이 아니라 현장을 촬영한 인터넷 영상이었다.

그 사실이 가장 불편한 질문을 남긴다.

“위험한 물질을 왜 사용했는가”보다 더 중요한 질문은 “그동안 유통망은 왜 그것을 걸러내지 못했는가”다.

중국 ‘포름알데히드 배추’ 사건의 진짜 규모와 의미는 앞으로 공개될 유통추적과 전국 검사 결과가 말해줄 것이다. 그때까지 필요한 것은 과장도 축소도 아니다.

식품안전의 신뢰는 배추의 겉모습이 아니라, 밭에서 식탁까지 모든 과정을 추적할 수 있을 때 만들어진다.

취재·작성: 김귤연 기자 | Next Insight News

nextinsight.news@gmail.com

참고자료

  • 중국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
  • 허베이성 캉바오현 정부 조사자료
  •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 수입식품 검사자료
  • 국제암연구소(IARC) 포름알데히드 평가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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