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주 16세 미만 계정 제한 시행…한국도 14세 미만 가입 제한 검토
무한 스크롤·맞춤형 추천까지 규제 대상으로
연령 확인 강화할수록 개인정보 보호는 또 다른 숙제
청소년의 소셜미디어 이용을 어디까지 허용해야 할까. 인스타그램이나 틱톡 앱을 스마트폰에서 지우는 것으로 문제가 해결될 것처럼 보이지만, 각국이 내놓는 규제는 이미 그 단계를 넘어섰다.
앱 하나를 막는 대신 계정 자체의 연령을 확인하고, 청소년에게 콘텐츠를 끊임없이 추천하는 알고리즘과 무한 스크롤 같은 서비스 설계까지 규제 대상으로 보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호주, 16세 미만 ‘앱 금지’ 아닌 계정 제한
호주는 지난해 12월부터 16세 미만 이용자가 일정 소셜미디어 플랫폼의 계정을 만들거나 유지하지 못하도록 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틱톡, 스냅챗, X, 유튜브, 레딧, 트위치 등이 대상이다. 청소년이나 부모를 처벌하는 방식이 아니라 플랫폼에 이용자의 나이를 확인하고 미성년자의 계정 이용을 막을 책임을 부과했다.
따라서 스마트폰에서 앱을 삭제했는지는 핵심이 아니다. 앱을 다시 설치하거나 웹브라우저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규제의 대상은 기기에 설치된 프로그램이 아니라 플랫폼 계정과 서비스 접근 구조다.
호주 eSafety도 청소년의 이용시간을 늘리는 자동재생, 끝없이 이어지는 콘텐츠와 알고리즘 추천 같은 설계 요소를 문제의 한 축으로 보고 있다.
한국, 14세 미만 가입부터 추천 알고리즘까지
한국에서도 논의가 구체화되고 있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는 올해 7월 만 14세 미만 청소년의 SNS 가입 제한과 연령 확인 의무화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19세 미만 이용자에게는 맞춤형 추천 알고리즘과 무한 스크롤 기능을 기본적으로 제한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다만 14세 미만이라도 부모가 동의하면 가입을 허용하거나 일부 기능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함께 검토되고 있다.
규제의 초점이 단순히 ‘가입할 수 있느냐’에서 ‘가입한 뒤 어떤 방식으로 콘텐츠를 보여주느냐’로 옮겨가고 있는 셈이다.
왜 ‘무한 스크롤’까지 규제하나
소셜미디어는 사용자가 한 콘텐츠를 보고 나면 다음 콘텐츠를 자동으로 보여준다. 사용 이력과 관심사를 분석해 비슷한 영상과 게시물을 연속적으로 추천하기도 한다.
무한 스크롤은 이용자가 화면을 내리는 동안 새로운 콘텐츠가 계속 나타나도록 만든다. 자동재생과 알림 역시 이용자가 서비스를 떠나는 시점을 늦추는 기능이다.
이 때문에 해외 규제기관들은 청소년 보호를 위해 유해 콘텐츠뿐 아니라 서비스가 이용자의 체류시간을 늘리는 방식 자체를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모든 추천을 금지하는 것과 개인의 이용기록을 이용한 맞춤형 추천을 제한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한국에서 검토되는 방안 역시 청소년에게 개인화된 추천 기능을 기본값으로 제공하지 않는 방향에 가깝다.
앱 하나 막으면 다른 플랫폼으로 이동
특정 앱만 규제하는 방식에는 한계도 분명하다.
인스타그램을 제한하면 틱톡이나 유튜브로 이동할 수 있고, 기존 서비스가 규제를 받으면 비슷한 기능을 가진 새로운 플랫폼이 등장할 수 있다.
실제로 호주는 서비스 이름만으로 규제 대상을 결정하지 않는다. 온라인에서 이용자 간 상호작용이 주요 기능인지, 콘텐츠 게시와 공유가 가능한지 등 서비스 구조를 함께 판단한다.
트위치는 연령 제한 대상에 포함된 반면 핀터레스트는 현재 같은 기준의 대상이 아니라는 판단을 받았다. 서비스가 어떤 이름을 가지고 있느냐보다 실제로 어떤 기능을 제공하느냐가 중요하다는 의미다.
가장 어려운 문제는 ‘나이를 어떻게 확인할 것인가’
청소년 SNS 규제를 강화하면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한다.
14세인지 16세인지 확인하려면 플랫폼이 이용자의 나이를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단순히 생년월일을 입력하게 하면 허위 입력으로 우회할 수 있다. 반대로 신분증이나 얼굴영상, 생체정보까지 요구하면 청소년 보호를 위해 오히려 플랫폼이 더 많은 개인정보를 확보하게 되는 문제가 생긴다.
따라서 연령 확인은 규제의 핵심 수단인 동시에 개인정보 보호 측면에서 가장 민감한 부분 가운데 하나다.
연령만 확인하고 이름이나 주민등록번호 등 불필요한 개인정보는 플랫폼에 전달하지 않는 기술적 방식이 함께 논의돼야 하는 이유다.
규제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영역

강한 연령 제한에도 사각지대는 남는다.
메신저와 온라인게임, 교육·건강 서비스 등은 일반 소셜미디어와 기능이 다르다. 청소년이 규제 대상이 아닌 서비스로 이동할 가능성도 있다.
또 16세가 되는 순간 온라인 위험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호주 eSafety 역시 연령 확인만으로 청소년 보호가 완성되는 것은 아니며 서비스 자체의 안전한 설계와 디지털 리터러시, 비판적 사고 능력이 함께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결국 규제는 청소년을 인터넷에서 떼어놓는 것보다 어떤 환경에서 디지털 서비스를 사용하게 할 것인지의 문제에 가깝다.
Next Insight 분석 | 문제는 ‘인스타를 지우느냐’가 아니다

청소년 소셜미디어 규제를 앱 차단 문제로만 보면 해법은 간단해 보인다.
그러나 앱은 다시 설치할 수 있고 웹브라우저로도 접속할 수 있다. 하나를 막으면 다른 플랫폼으로 이동할 수도 있다.
각국의 규제가 계정 연령과 추천 알고리즘, 무한 스크롤 같은 서비스 구조로 이동하는 이유다.
더 어려운 질문도 남는다. 청소년인지 확인하려면 개인정보가 필요하고, 개인정보를 최소화하면 정확한 연령 확인이 어려워진다. 보호를 강화하는 과정에서 또 다른 개인정보 문제가 생길 수 있는 구조다.
결국 한국이 결정해야 할 것은 ‘인스타그램을 몇 살부터 허용할 것인가’ 하나가 아니다.
아이의 나이를 어떻게 확인할 것인지, 아이의 시간을 붙잡는 알고리즘을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개인정보를 얼마나 보호할 것인지가 함께 풀어야 할 문제다.
작성·취재 | Next Insight News 김귤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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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호주 eSafety Commissioner 소셜미디어 최소연령 제도 안내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청소년 SNS 규제 검토 자료
국회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및 입법자료
영국 Ofcom 청소년 온라인 안전·연령확인 정책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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