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타르 비중 15.6%→5.8%, 미국산 급증…직도입 발전사는 원가경쟁력 확대 가능성
호르무즈 리스크 현실화에 ‘중동 의존’ 축소 가속…가격보다 중요한 것은 공급선 다변화
올해 1~8월 한국의 LNG 수입에서 카타르 비중은 15.6%에서 5.8%로 급감한 반면 미국산은 15.1%까지 올라섰다. 호르무즈 해협 불안과 카타르 생산차질이 겹치면서 한국의 LNG 조달축이 미국·호주·동남아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고, 상대적으로 미국산 장기계약 비중이 높은 직도입 발전사에는 원가 측면의 우호적 환경도 만들어지고 있다.
문제는 지금 미국산이 더 싸다는 사실보다, 특정 해상통로와 공급국에 묶이지 않고 필요한 가스를 계속 확보할 수 있느냐는 데 있다.
카타르 비중 10%포인트 가까이 급락
올해 1~8월 한국의 국가별 LNG 수입 비중은 호주 28.3%, 말레이시아 17%, 미국 15.1%, 카타르 5.8% 순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카타르는 15.6%였다.
불과 1년 사이 카타르산 비중이 9.8%포인트 줄어든 것이다.
반면 미국산은 아시아 시장에서 빠르게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미국의 상반기 LNG 수출은 전년 동기보다 23% 증가했고, 2분기 아시아행 물량은 1,090만톤으로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한국의 수입구조 변화는 단순한 가격 선택이 아니다.
카타르 LNG가 사실상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야 하는 반면 미국·호주·동남아 물량은 그 위험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는 점이 조달 결정에 더 크게 작용하기 시작했다.
호르무즈가 흔들리자 카타르도 미국 LNG를 찾았다
이번 변화의 배경에는 카타르 자체의 공급차질이 있다.
카타르의 라스라판 LNG 수출시설 일부가 공격으로 손상되면서 생산능력의 약 17%가 영향을 받았고, 일부 LNG 트레인의 완전 복구에는 최대 3년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왔다.
호르무즈 해협의 선박 통항도 급감했다.
전쟁 이전 하루 평균 100척이 넘던 대형 상선 통항이 최근에는 한 자릿수까지 줄어든 날도 나타났다.
상징적인 변화는 카타르에너지의 움직임이다.
세계 최대 LNG 수출국 가운데 하나인 카타르가 미국산 LNG를 연간 200만~300만톤 확보하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
수출국이 다른 나라의 LNG를 사서 기존 공급계약을 지켜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미국산이 카타르산보다 싸다는 숫자의 의미
2024년 한국의 평균 LNG 수입단가를 보면 미국산은 톤당 549달러 수준이었다.
말레이시아산 552달러, 호주산 628달러, 카타르산 745달러와 비교하면 미국산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이 숫자만 보면 미국산 확대는 공급안정뿐 아니라 원가절감 효과까지 가져올 수 있다.
그러나 LNG 가격은 단순 비교하기 어렵다.
계약시점과 유가연동 여부, 미국 헨리허브 가격, 액화비, 해상운임, 환율, 장기계약과 현물계약 비중에 따라 실제 도입가격은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산이 구조적으로 언제나 카타르산보다 싸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지금 중요한 것은 ‘어느 나라 가스가 항상 싼가’가 아니라, 어떤 계약이 위기 때 가격을 버틸 수 있느냐다.
직도입 발전사는 왜 상대적으로 유리한가
한국 LNG 수입의 중심은 여전히 한국가스공사다.
지난해 기준 전체 LNG 수입의 약 74%를 가스공사가 담당했고, 민간 직수입 비중은 약 26%였다.
하지만 직도입 물량의 공급망은 이미 상당히 달라져 있었다.
민간 발전사가 직접 들여온 LNG 가운데 중동산 비중은 약 2.3%에 불과했고, 오세아니아 41%, 동남아 39%, 북미 11% 등으로 분산돼 있었다.
중동 공급차질의 충격이 직도입사에 상대적으로 작을 수 있는 이유다.
여기에 미국산 장기계약을 상대적으로 유리한 조건으로 확보한 발전사라면 연료비 경쟁력이 더 커질 수 있다.
반대로 국제 LNG 현물가격이 공급부족으로 오르면 전력도매가격에 상승 압력이 생길 수 있다.
저렴하게 확보한 LNG로 발전하면서 전력 판매가격은 높게 형성되는 상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직도입사라고 모두 같은 수혜를 보는 것은 아니다.
계약가격, 운임, 환율, 발전소 이용률, 저장능력에 따라 결과는 달라진다.
직수입제 20년, 공급망 다변화 효과 드러나

국내 LNG 직수입제는 1997년 도입됐고, 2005년 포스코가 자가발전용 LNG를 직접 수입하면서 본격화됐다.
이후 직수입사는 20여 곳 이상으로 늘었다.
초기에는 가스공사 중심의 수입구조에서 가격경쟁을 높이는 제도로 주목받았지만, 이번 중동 사태에서는 다른 의미가 드러나고 있다.
가격 경쟁수단이었던 직수입이 공급망 분산수단으로도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중동산 LNG 의존도가 낮은 민간 직수입 구조가 호르무즈 위기에서 상대적으로 충격을 덜 받는다면, 이는 단순 기업수익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에너지안보의 문제로 이어진다.
공급선을 넓혀도 새로운 의존은 남는다
중동 의존을 줄였다고 위험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미국산 비중이 지나치게 커지면 미국 천연가스 가격, 액화시설 가동률, 파나마운하와 태평양 운송여건, 미 정부의 에너지정책 변화가 새로운 위험요인이 될 수 있다.
호주 역시 생산설비 차질과 아시아 수요 경쟁에서 자유롭지 않다.
결국 공급망 다변화는 특정 국가를 다른 특정 국가로 바꾸는 문제가 아니다.
여러 지역, 여러 가격체계, 여러 운송경로를 동시에 확보해야 한다.
Next Insight 분석 | 싸게 사는 것보다 끊기지 않고 살 수 있는가
이번 LNG 시장 변화는 가격과 공급안보가 같은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카타르산보다 미국산 수입단가가 낮았다는 숫자는 직도입 발전사의 수익성에는 의미가 있다. 하지만 호르무즈 해협이 막히자 세계 LNG 흐름 전체가 흔들리고, 카타르까지 미국산 LNG 확보에 나섰다는 사실은 더 큰 문제를 보여준다.
에너지 공급망은 평상시에는 가격경쟁으로 평가되지만 위기 때는 대체할 수 있느냐로 평가된다.
한국도 카타르 의존을 줄이고 미국·호주·말레이시아 등으로 공급선을 넓혀왔다.
이제 다음 단계는 어느 한 공급국의 비중을 높이는 것이 아니다.
가격이 조금 더 비싸더라도 공급원이 여러 곳이고 운송경로가 겹치지 않는 구조를 만드는 것.
결국 LNG 조달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은 이것이다.
싸게 살 수 있는가보다, 위기가 와도 끊기지 않고 살 수 있는가.
작성·취재 | Next Insight News 김귤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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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한국무역협회 LNG 국가별 수입 통계
한국민간LNG산업협회 직수입 현황 자료
한국가스공사 LNG 도입 및 공급 관련 자료
Reuters 카타르 LNG 생산차질 및 호르무즈 해협 관련 보도
Reuters 글로벌 LNG 공급망 다변화 관련 보도
카타르에너지 LNG 생산·수출 관련 발표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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